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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던전에서 고이다 못해 석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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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파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6.18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196
추천수 :
86
글자수 :
229,143

작성
23.05.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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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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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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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전력보충

DUMMY

21. 전력 보충.


“앗. 간지러워.”


그녀는 귀가 예민한지 살짝 몸서리를 쳤다.


“왜?”


“...이유만 붙일 수 있으면 전부 챙겨도 돼요.”


내 속삭임을 들은 아르겐티아는 눈을 빛내며 답했다.


“응!”


“좋아요. 이제 장비를 보러가죠.”


솔직히 아까부터 가슴이 두근거려서 참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제까지 제대로 된 장비를 입고 싸웠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누더기 신세를 끝낼 수 있다 이거지.”


게임에서는 이것저것 가릴 사정이 안 되니 원하는 옵션만 있다면 닥치는 대로 껴입었고 현실에서도 귀한 갑옷은 못 입어봤었다.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경로가 대부분 무작위인 던전월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뭐가 있을까? 기대 된다!”


“그러게! 히힛.”


허나 이번 기회는 아이템 루팅 따위와는 격이 다르다. 장비 창고에는 분명 근사하게 풀세트를 맞출만한 훌륭한 아이템들이 즐비할 것이다.


“집사님. 갑옷류를 먼저 볼 수 있을까요?”


나는 집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창고 입구 쪽에는 방어구가 드물었고 대부분 무기나 방패처럼 손에 드는 것뿐이었다.


“물론이죠. 이쪽입니다.”


서로 속닥이던 나와 아르겐티아를 흐뭇하게 웃으며 보고 있던 집사는 내 질문에 앞장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는 창고에서도 안쪽에 있었다. 그가 안내해준 곳은 제법 장관이었다.


“이야...”


비단으로 된 천갑옷부터 푸른빛을 내는 광물로 만들어진 기묘한 갑옷까지 다양한 갑옷이 있었다.


“세상에.”


아르겐티아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알? 왜 그래요?”


내 질문에 아르겐티아는 아까 나처럼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작게 말할 테니까 듣기 만해. 저기 허리띠 쪽에 고리가 많이 달린 벨트 보여?”


“...네.”


“저건 마르지 않는 포션 벨트야. 내가던전석유의 유품중 하나고.”


나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헉. 저게요?”


내가던전석유의 흔적을 이렇게 빨리 발견하다니. 운이 좋았다.


“쉿!”


아르겐티아는 내 헛숨소리를 듣고 질책하는 눈총을 쏘았다.


“음? 무슨 일 있으십니까?”


우리가 뭘 챙겨도 상관없다는 듯 뒤돌아서 본인 할 일을 하고 있던 집사가 내 놀란 목소리를 듣고 우리를 바라봤다.


“아, 아닙니다. 장비가 너무 좋아서요. 창고에 박아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장비들 같거든요.”


아르겐티아는 나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이내 밝은 목소리로 집사에게 말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들려줄테니까 일단 챙겨. 네! 맞아요! 장비들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아하.”


집사는 우리가 급조한 변명을 빙그레 웃으며 받아줬다.


“그냥 모아둔 것이 아닙니다. 나누고도 남은 거지요.”


나는 그의 말에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나누다니요? 여기는 리즌 싱글볼트님의 개인 창고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그걸 나누셨던 겁니까?”


집사는 나를 보고 의뭉스런 어투로 말했다.


“리즌 싱글볼트께서 남기신 말이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삼주 이상 보이지 않는 다면 내 창고를 풀어 병사를 무장 시켜라. 그리고 둘째를 죽여라.] 명령 대로 하고 남은 것들이지요.”


아니, 이거 대외비 아니야? 우리가 들어도 되는 것인가?


“...그거 저희가 들어도 되는 내용입니까?”


집사는 클클 웃더니 말했다.


“당연히 안 되지요. 이런! 제가 실수로 말해버렸군요? 죄송하지만 저희에게 협력 해주셔야겠습니다.”


미친. 뭐 이런... 나는 딱딱하게 굳었던 표정을 풀고 대화를 이어갔다.


“크흠. 그렇게 안 하셔도 도와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저희도 원하는 게 있으니까요.”


내 말을 들은 집사는 눈을 빛냈다.


“오호. 그거 반가운 말이군요. 그게 뭔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장비 창고 깊숙한 곳에서 남의 집사와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그에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리즌 싱글볼트님과 이야기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런. 제가 좀 과했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집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만 은은한 미소를 짓고 우리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시선에 재촉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장비를 골라들었다.


“투구, 가슴갑옷, 어깨갑옷... 팔뚝갑옷? 이것도 좋지. 팔 토시도 망가졌으니까.”


나는 혼잣말을 중얼 이며 장비들을 챙기는 척 아르겐티아가 알려줬던 벨트를 집어 들었다.


“벨트. 있어서 나쁠 것 없지.”


띠링.


[마르지 않는 포션 벨트]

방어력 없음.

1/12

폭풍우 포션.

[내가던전석유가 만든 필생의 역작. 진정한 주인을 만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그래. 그 이름이 본명이라 이거지? 시스템은 나에게 일말의 오해도 할 수 없도록 똑똑히 알려주었다.


“이거 재밌네...”


“뭐가?”


“아잇, 깜짝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 혼잣말을 들은 아르겐티아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나는 대충 둘러대고 그녀 가져온 것들을 쭉 훑어봤다.


“오, 갑옷 폼 좀 나는 데요?”


그녀가 챙겨온 갑옷은 주로 사슬 갑옷류였다.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한 연금술사에게 꼭 맞는 장비였다.


“히. 그렇지?”


내 칭찬에 해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제법 숙련된 모험가의 느낌이 났다.

나는 몸을 돌려 마지막으로 쇠로 된 그리브와 각반을 챙겼다.


[제식 병사 갑옷세트]

방어력 보통.

숙련된 병사를 위한 갑옷.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그만큼 견고하고 믿음직하다.

[비어있음]


제식 병사 갑옷 흉갑은 층을 내려가면 지금 입고 있는 갑옷과 합칠 수 있다. 나는 갑옷 세트를 챙겨온 배낭에 집어넣고 집사에게 몸을 돌렸다.


“집사님. 갑옷은 이정도면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리 오시죠.”


집사는 우리를 귀한 손님 모시듯 안내했다. 리즌 싱글볼트를 구해준 것이 그리도 고마운 듯싶었다.

그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창고 입구가 아니었다. 그는 갑옷이 있던 곳에서 맞은편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곳에도 장비가 있습니까?”


“네. 이곳에는 주로 장병기들이 있습니다.”


“오, 장병기!”


확실히 입구 쪽에는 장병기가 없었다. 한손 단병과 방패의 조합도 좋지만 장병기는 포기할 수 없다.

창은 단순하게 창 하나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둔기, 장검, 봉, 망치 등... 여러가지 역할을 전부 감당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다.


“집사님. 혹시 활이나 석궁류는 없나요?”


그는 아르겐티아의 물음에 잠시 고민한 뒤 대답했다.


“그런 무기들은 이곳에서 보관하기가 좋지 않아 따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번 싸움때 그곳을 뺏기는 바람에... 죄송합니다.”


그의 사과에 아르겐티아는 손사래까지 치며 사양의 의사를 표했다.


“앗,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하죠.”


오히려 죄송한 쪽은 우리 쪽이다. 우리가 챙긴 장구류를 다 합하면 첫도시 외각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잘 만들어진 장비는 부르는 가격이 값인 것이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저희 쪽에서 이용하는 장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르겐티아는 집사의 제안에 반색하며 기뻐했다.


“그럼 감사하죠! 마침 맞길 것도 있었는데 잘 됐네요.”


쿼츠 드래곤의 뿔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귀중한 재료는 솜씨 좋은 장인에게 맞겨야한다.


“오. 이거 꽤나 멋지군요.”


나는 눈앞에 있는 멋들어진 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가죽으로 감긴 창대를 잡고 창날을 관찰하고 있으니 사악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으로 말을 걸었다.


-...힘을 원하나?


“와씨! 깜짝아!!”


나는 진심으로 놀라서 창을 던져 버렸다.


탱그랑!


돌바닥과 부딪힌 창이 쇳소리를 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기겁한 심장이 위험할 정도로 달음박질했다.


...


손에서 떨어진 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사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뇨.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창이 말도 거네요. 무섭게 시리.”


그걸 들은 집사는 작게 웃고 내던져진 창의 기원을 설명해줬다.


“그 창은 싱글볼트 가문의 주인이신 헌티드 싱글볼트께서 4층의 마인을 사냥하시고 얻은 전리품입니다. 그걸 제 주인이신 리즌 싱글볼트님에게 주신 것이지요.

지금은 주인을 잃어 힘이 약해졌니다. 하지만 마창은 마창이지요.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위험하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옆에서 학자의 눈으로 마창을 관찰하던 아르겐티아는 집사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주인이 생긴 다면 본래 힘을 되찾나요?”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겁니다. 하지만 마인은 하나의 무기를 평생 씁니다. 과연 저 창을 쓰고자 할 마인이 있을까요?”


“그렇군요. 역시 세상에는 신기한 게 많네요.”


나는 둘의 대화를 들으며 한 가지 사실이 떠올렸다. 마인의 창은 신전의 정화를 받고 몇 가지 인챈트를 걸면 봉인하는 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봉인하는 창은 이름 그대로 비물질적인 존재를 봉인할 수 있는 창이다. 그렇게 변화한 마인의 창은 제법 쓸 만 했다.


“내려갈수록 유령이 많이 나오지...”


던전의 힘은 죽은 자의 혼을 풀어주지 않는다. 오래 묵은 혼은 자연스럽게 귀신이나 유령이 되는 데 이놈들은 물리 데미지에 반감도 아니고 무려 면역이다.

대신 피통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마법 데미지에 스치기만 해도 죽지만 한 번에 나타나는 수가 어마어마해서 스킬 쓰다가 먼저 말라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신혁? 뭐라고 했어?”


“아니요. 혼잣말, 혼잣말.”


“움...”


하지만 봉인하는 창이 있다면 놈들을 전부 창속에 봉인해 버릴 수 있다. 물론 아무런 조건 없이 봉인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사라지기 일보직전의 빈사상태인 일반 유령 밖에 봉인 할 수 없다. 하지만 봉인하는 창의 힘은 몬스터들을 봉인할수록 점점 강해진다.


콕콕.


“알? 왜 그래요?”


내가 생각에 잠겨 있으니 아르겐티아가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러왔다.


“무슨 고민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고민하자.”


“하하. 괜찮아요.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나는 불만스러워 보이는 아르겐티아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고 다시 생각에 빠졌다.

게임에서는 일반 몬스터까지 밖에 잡을 수 없었지만 여기는 현실이니 중간 보스까지 봉인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 물리면역은 번거롭지. 챙겨야겠다.”


나는 마창을 가져가기로 마음먹고 바닥에 떨어진 창을 양손으로 잡아들었다.


-...결정했느냐.


“뭘 결정해? 넌 이제 내꺼다.”


-흐흐흐. 건방진 놈. 날 가지겠다고? 아니, 네가 내 것이다!


마인의 창은 검은 색 기운을 뿜어냈다. 검은 기운은 내 팔을 타오름과 동시에 팔 안쪽으로 스며들어온다.


“오호?”


하지만 항상 내 몸속을 흐르고 있는 힘의 파동이 검은 기운을 단호하게 막아 세우고 몸 밖으로 쫒아냈다.


“신혁아! 위험해!”


내 팔이 검은 기운으로 둘러싸인 것을 본 아르겐티아는 깜짝 놀라서 포션을 꺼내들었다. 포션 표면에 쓰여 있는 글자가 보였다.


“헐?”


폭발주의. 나도 깜짝 놀라서 아르겐티아를 멈춰 세웠다.


“알! 멈춰요! 괜찮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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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신의 존재증명 23.06.09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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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습격 23.06.07 25 1 12쪽
32 전조 23.06.06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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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준비 23.06.04 33 1 11쪽
29 장인정신 23.06.03 33 2 12쪽
28 형제 23.06.02 31 1 12쪽
27 에그몽 23.06.01 31 1 11쪽
26 비극 23.05.31 31 1 12쪽
25 카벙클 매직 23.05.31 35 2 12쪽
24 헌티드 퀘스트 23.05.30 31 1 12쪽
23 복수 23.05.28 35 2 12쪽
22 에라메인 23.05.28 33 2 11쪽
» 전력보충 23.05.26 32 2 11쪽
20 애증 23.05.25 34 2 11쪽
19 카벙클 도그 23.05.24 35 1 11쪽
18 라스트 월드급 자아성찰 23.05.23 34 1 11쪽
17 내가던전석유다 +2 23.05.22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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