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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던전에서 고이다 못해 석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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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파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6.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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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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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9,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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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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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습격

DUMMY

31. 습격.


원래 실크는 어느 정도 명성치가 올라야 만날 수 있는 캐릭터다. 다만 우리는 리즌 싱글볼트의 배려를 받은 덕분에 큰 명성 없이도 그가 만든 옷을 구매할 수 있었다.


“으흠! 제가 만든 정장은 어떠신지요?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실크의 얼굴에는 자신이 만든 옷에 불편한 부분이 있을 리가 없다는 듯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예. 문제가 없습니다. 아주 잘 맞네요.”


실제로도 그랬다. 그의 실력은 가히 장인 급이다. 고작 정장 하나 만드는 데 문제가 생기긴 어렵다.


“그리고 아주아주 멋지고요!”


아르겐티아가 뿅! 하고 튀어나와 대화를 이었다.


“으흠흠!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내놓는 것들은 하나하나 명품이 아닌 녀석이 없지요.”


이리 말하는 실크의 어깨는 날개가 돋아나 날아갈 듯 들썩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녀석도... 아주 훌륭합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멋지게 만들어 주셨어요.”


[아라크네의 비단 장갑]

방어력 극소.

맹독이 흐르는 아라크네의 거미줄을 완벽하게 가공하여 만들어낸 걸작입니다. 가히 장인의 솜씨라고 할 만하군요.

[절단 혹은 관통 상태가 되지 않습니다. 독에 대한 저항력이 소폭 하락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어째서 좋은 장비라고 하는 지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방어력은 쥐꼬리만큼 붙어있고 착용자의 독내성을 떨어트려서 추가 데미지가 들어오도록 만드는 장비가 대체 뭐가 좋은 건가 할 테니까.


“후후후! 저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허나 저 실크! 난관에 굴하지 않는 예술가! 결국 해냈지요. 참으로 보람찬 작업이었습니다.”


...예술가 타입이라서 그런지 살짝 광기가 있긴 하지만 실력은 진짜다. 이 장갑은 특성에 적혀 있는 그대로 베여서 찢어지거나 뚫리지 않는다.

적어도 보스급, 혹은 그에 준하는 몬스터가 상대로 등장하지 않는 이상 물리적인 공격으로 손이나 손가락을 잃을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힘들게 아라크네를 잡아온 보람이 있군요.”


그리고 저런 훌륭한 성능에 걸맞게 제작 난이도 역시 장난 아니었다. 아르겐티아는 그때 겪었던 고생이 떠올랐는지 진저리를 쳤다.


“으, 진짜로... 아라크네를 산채로 포획해야할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어. 정말 다시는 안 할 거야. 다시는!”


아라크네는 거미줄을 실로 가공하는 작업이 끝날 때까진 살아있어야 했다. 그 탓에 산채로 잡다가 팔도 한번 물렸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진저리 치는 아르겐티아의 모습에 장난기가 돋아서 그녀를 놀렸다.


“절벽에서 나무판자 타고 벌벌 떨면서 내려오는 것처럼?”


“아잇, 진짜!”


아르겐티아는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언급하자 눈을 세모지게 뜨고 나를 째려봤다.


퍽!


“악! 아프잖아.”


그녀는 내 농담의 대가를 매콤한 정강이 타격으로 돌려줬다. 나는 아르겐티아의 공격에 정당한 항의를 했다.


“참아. 바보 멍청이 김신혁. 빨리 가기나 하자. 곧 연회 시작해.”


그녀는 작게 콧방귀 끼고 내가 대답하기 전에 문 밖으로 나섰다.


딸랑-


아르겐티아가 나가며 울린 차임벨 소리가 영롱했다. 실크는 그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두 분 사이가 참으로 화기애애하시군요! 정말 좋은 일입니다.”


나는 귀여운 사랑싸움을 봤다는 듯 흐뭇하게 웃고 있는 실크에게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사실 최종 보스 잡기 전까지 썸인지 쌈인지 모를 것만 계속 탈 예정이다. 이걸 실크가 알게 된다면 광기 어린 예술가처럼 내 입술을 바느질 해버릴 지도 모른다.


“장비는 잘 쓰겠습니다. 실크씨.”


딸랑-!


“신혁? 왜 안 나와?”


잠깐 사이에 인내심이 바닥난 아르겐티아가 양복점 문을 열고 나를 불렀다.


“어! 지금 나가! 그러면 실크씨,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후후. 다음에 또 방문 해주십시오.”


나는 전투 재봉사 실크의 인사를 뒤로 하고 아르겐티아를 쫒아 밖으로 나갔다.


----


오수는 따듯한 알 속에서 생각했다.


‘강해져야해. 무서운 게 오고 있어...’


검은 알의 껍데기 중심에 박혀 있는 카벙클 루비가 은은한 빛을 내며 점멸했다.


[카벙클의 알]

개체명 : 오수

신비한 힘을 얻어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충성스러운 영혼이 간절한 염원에 따라 깃들었다. 곧 부화한다.

[부화까지 남은 시간 : 30분+α]


두근, 두근!


----


검은 옷을 두른 수상한 이들이 화려한 연회가 벌어지고 있는 싱글볼트 저택의 구석진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모두 모였나? 들킨 사람은 없겠지?”


“예. 사도시여. 우리의 신께서 굽어 살피시니 그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수상한 이에게 사도라고 불린 사람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말했다.


“우리는 타락한 이들의 머리를 잘라낼 것이다. 최우선 목표는 리즌 싱글볼트와 블리츠 싱글볼트. 이 둘이다.”


“다른 불신자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사도는 그의 물음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연회장에 있는 자들을 제외한 이들은 최대한 죽이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피와 죽음이 아니다. 나는 나의 신께 온전한 제물을 바칠 것이니.”


수상한 괴한들은 사도의 굳은 의지에 입을 모아 대답했다.


““신께서 굽어 살피시니 원하는바 이루어질 것입니다.””


----


리즌 싱글볼트와 블리츠 싱글볼트의 화해를 기념하는 파티가 열린 연회장은 실크의 옷가게와 멀리 있지 않았다.


“으, 긴장된다.”


우리는 연회장으로 들어가 입구에서 멀지 않은 벽으로 이동했다. 아르겐티아는 심호흡으로 긴장을 풀었다.


“알. 연회 처음이야?”


던전월드에서 연회는 동호회 정기모임 같은 느낌으로 묘사됐었다. 약간 호화로운 회식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럴 리가. 그냥 만나게 될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서 그렇지.”


하기야 아무리 아싸 연금술사라고 해도 회식 한번 참여 못해 봤을 리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긴... 확실히 거물들이긴 해.”


첫도시는 몹시 거대한 도시다. 던전으로 유입되는 모든 동식물이 한번은 거쳐 가게 되니 자연스럽게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싱글볼트 가문은 그런 커다란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가문이다. 당연히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생각해보니까, 알은 내 모험이 끝나고 나면 첫도시로 돌아오겠네?”


아르겐티아는 첫도시 연금술 길드 소속이다. 갑자기 던전으로 뚝 떨어진 나와는 달리 돌아올 곳이 있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나는 생각과 다른 대답에 의문이 생겼다.


“모른다니? 왜?”


아르겐티아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희미하게 웃었다.


“비밀이야.”


“아. 치사해. 알려주라!”


아르겐티아는 내 말에 키득키득 웃었다.


“힛. 안~돼.”


그녀는 나를 놀리듯 말하고 연회장 안쪽으로 이동했다.


“아휴, 장난꾸러기...”


나는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쨍그랑!


“음?” “뭐냐!”


소리에 반응한 사람 몇몇이 창문을 보며 경계했다.


텅, 터덩.


화려한 창문을 깨고 들어온 물체는 둥글 넙적한 덩어리였다. 그 덩어리들의 표면에는 복잡한 문양이 한가득 그려져 있었다.


“저게 뭐지...?”


웅성웅성.


갑작스런 사건에 사람들이 경직된 바로 그 때, 내 머릿속에서 저 덩어리들이 뭔지 생각났다.


“아. 섬광석이다!”


섬광탄의 판타지 버전이다.


“모두 엎드려!!”


나는 아르겐티아를 덮치며 바닥으로 엎드렸다.


“꺅?!”


우당탕!


아르겐티아의 뒤통수가 다치지 않게 손바닥으로 받쳐주고 말했다.


“알! 눈 감아! 빨리!”


“으, 으응? 갑자기? 여기서?”


아르겐티아는 내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듯 혼이 나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내 말을 이해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읍!”


나는 그냥 아르겐티아를 가슴으로 끌어안아 시야를 차단하고 나도 눈을 꾹 감았다.


쾅!


번쩍!!!


“아악! 내 눈!!” “누운!”


섬광석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두 눈을 부여잡고 우르르 쓰러진다.

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내 두개골을 뚫고 눈알을 찌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이를 갈며 일어났다.


“습격! 습격이다!!!”


나는 연회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경비병들이 들어오길 바라며 고함을 쳤다. 하지만 정작 들어온 것들은 경비병이 아니라 암살자들이었다.


와장창!


“이놈들!!!”


짧은 사이에 마나로 시력을 회복한 실력자들이 유리창을 부수며 들어온 습격자들을 맞아 싸움을 벌였다.


“젠장! 알. 일단 움직이자.”


“어디로?”


나는 그녀의 물음에 리즌 싱글볼트와 블리츠 싱글볼트가 같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기로.”


적들의 목표는 싱글볼트와 블리츠 싱글볼트일 것이다.


“싱글볼트쪽하고 합류해야해.”


이곳에 싱글볼트 가문의 가주가 없는 이상 다른 사람들은 둘 밖에 없는 가주 후보들보다 중요도가 확연하게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벨트라도 차고 오는 건데...!”


나는 후회 하고 있는 아르겐티아의 팔뚝을 꼭 잡고 말했다.


“그건 잠깐 잊어줘 당장 놈들을 막아야해.”


“나도 알아. 하지만, 어떻게? 지금 우리는 무기가 없어. 맨몸이라고.”


아르겐티아의 말 대로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전사는 전신이 무기에 가까워지지만 진짜 무기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아르겐티아도 간단한 마법은 사용할 수 있지만 강한 마법은 촉매가 필요해서 사용할 수 없었다.


“일단 합류하자. 리즌 싱글볼트쪽으로 합류하면 뭔가 방법이 생길 거야.”


리즌 싱글볼트와 블리츠 싱글볼트는 완벽하게 화해한 상태가 아니다. 화해하려고 모인 것이 이번 연회니까.

그러니 분명히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다툼을 위해서 호위들을 데려왔을 것이다.


“알겠어!”


아르겐티아는 호리병 같은 머메이드 드레스의 밑단을 꽉 잡고 찢었다.


쫘아악!


“이러면 뛸 때 안 거슬릴 거야.”


머메이드 드레스에 차이나 드레스처럼 옆트임이 생겼다.


“실크씨가 보면 울고불고 난리 나겠는데?”


“글세. 싸워야 해서 정신없을 걸. 앗, 뒤에 적!”


나는 아르겐티아의 경고를 듣고 뒤에서 접근 하는 적을 맞이했다.


“...!”


암살자가 길쭉한 단검을 들고 나를 향해서 소리 없이 돌진하고 있었다.


“씁!”


나는 짧은 혓소리와 함께 다리를 뻗어 놈의 무릎을 차버렸다.


콰직!


“끕!”


암살자는 무릎이 부서지는 격통에서 큰 비명소리를 내지 않았다. 독한 놈이다.


텁.


나는 녀석이 놓친 단검을 낚아채서 놈의 목덜미로 쑤셔 넣었다.


푹! 쩌걱!


“끄륵...”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는 암살자를 옆으로 던져버리고 아르겐티아에게 말했다.


“알. 가자.”


“응!”


----


싱글볼트 저택이 위험에 빠져 있는 이 시간, 연금술 길드에 맞겨놓았던 오수의 알에서 신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띵!


[충견이 주인의 위기를 감지합니다. 부화 시간이 대폭 줄어듭니다.]


[카벙클의 알]

개체명 : 충견 오수

신비한 힘을 얻어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충성스러운 영혼이 간절한 염원에 따라 깃들었다. 부화하고 있다.

[부화까지 남은 시간 : 0분(부화 중)]


흔들, 흔들.


카벙클 도그 오수가 만들어낸 검은 알껍데기의 안에서 살아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 알 전체가 이리 저리 흔들렸다.


쩍, 쩌적!


그리고 알의 검은 표면을 따라 그어지는 실금들.


파사-삭!


금간 알을 깨고 튀어 나온 것은 카벙클 도그가 아니었다.


“압빠!”


귀여운 아기정령이었다. 정령의 배꼽 위에는 붉은 빛을 요요롭게 빛내는 루비가 박혀있었다.


“엄므아?”


정령은 자신의 부모를 찾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웅?”


카벙클 정령으로 새롭게 태어난 오수는 자신이 혼자 놓여있었음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우, 킁!”


팡!


오수는 작은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개로 변신했다.

카벙클 정령이 변신한 모습은 오수가 개의 모습으로 크게 성장했다면 됐을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킁, 킁킁!”


녀석은 주변에 떠다니는 냄새를 맡았다. 엄마와 아빠의 냄새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탁! 타닥!


오수는 친근한 냄새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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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진 보스. 23.06.18 19 1 12쪽
43 넌, 못 지나간다! 23.06.17 18 1 11쪽
42 친구와 친구 23.06.16 16 1 12쪽
41 과거와의 조우 23.06.15 21 1 13쪽
40 죽은 동생의 연인과 죽은 연인의 누이. 23.06.14 20 1 11쪽
39 배신자 응징 23.06.13 22 1 12쪽
38 2단 가변형 카벙클 오수. 23.06.12 29 1 12쪽
37 쾌락 없는 책임. 23.06.11 29 1 12쪽
36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줄여서 세나개. 23.06.10 28 1 12쪽
35 신의 존재증명 23.06.09 29 1 12쪽
34 장남, 차남, 그리고 남은 하나. 23.06.08 24 1 12쪽
» 습격 23.06.07 26 1 12쪽
32 전조 23.06.06 29 1 11쪽
31 왕거미 23.06.05 32 1 12쪽
30 준비 23.06.04 33 1 11쪽
29 장인정신 23.06.03 33 2 12쪽
28 형제 23.06.02 31 1 12쪽
27 에그몽 23.06.01 31 1 11쪽
26 비극 23.05.31 31 1 12쪽
25 카벙클 매직 23.05.31 35 2 12쪽
24 헌티드 퀘스트 23.05.30 32 1 12쪽
23 복수 23.05.28 35 2 12쪽
22 에라메인 23.05.28 33 2 11쪽
21 전력보충 23.05.26 32 2 11쪽
20 애증 23.05.25 34 2 11쪽
19 카벙클 도그 23.05.24 35 1 11쪽
18 라스트 월드급 자아성찰 23.05.23 34 1 11쪽
17 내가던전석유다 +2 23.05.22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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