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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던전에서 고이다 못해 석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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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파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6.18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198
추천수 :
86
글자수 :
229,143

작성
23.05.1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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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추천
6
글자
11쪽

석유의 탄생

DUMMY

1. 석유의 탄생.



“이제 마지막 보스다. 재정비 하자.”


남자의 목소리가 어두운 동굴 안에서 울린다.


“불켜? 불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남자에게 되돌아왔다.


“그래.”


남자의 대답에 장난스러운 목소리의 주인이 들고 있던 횃불에 불을 붙였다.


치익- 화륵.


그의 정체는 소인족 도적이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처음 말한 남자는 소인족에 비해 아주 큰 몸을 가지고 있었다.

얼추 2미터에 달하는 장신에 전신은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뒤덮여있었다. 그는 자신을 따라 걸음을 멈춘 파티원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다섯 모두 부족한 부분 없나? 상급 마법사, 그림자 도적. 마나는 충분해?”


“난 항상 준비 되어있다구!”


“물론이지.”


소인족과 차가운 미모를 가진 마법사가 대답했다. 남자는 다른 둘을 보고 말했다.


“연금술사, 정령술사. 마법 촉매들 챙겨놨지?”


“날 뭘로 보는 거야? 당연한 것을.”


“그럼요. 걱정 마세요.”


그는 모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의 방패와 창을 집어들었다.


“좋아. 그럼 돌입하지.”


남자는 입안으로 작게 주문을 외웠다.


“[박수 치는 영혼]”


스-윽.


그의 등 뒤로 커다란 손아귀가 두 개 떠올랐다. 한 쌍의 손은 남자보다 앞으로 나와 거대한 돌문을 잡았다.


“휘우! 긴장 되는 데?”


소인족 도적의 호들갑에 엘프 정령사가 반응했다.


“처키. 미소라도 숨기고 말하는 게 어때요?”


“희희! 그럴 수 없지. 난 도오적이라구~”


장신의 남자는 둘의 대화를 들으며 문을 짚고 있는 손에 힘을 줬다.


끼-이익!!


문짝이 뒤틀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쿵!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끝까지 열린다. 앞을 가득 매운 것은 어둠이었다.


“...아무 것도 없네?”


연금술사의 혼잣말에 상급 마법사가 대답했다.


“아뇨. 있어요.”


“뭐가?”


창을 든 남자는 그 질문에 대신 대답했다.


“용.”


“용? 드래곤?”


그 의문에 대답한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그렇다. 이 작은 짐승아.]


콰아-!


“큭!”


어둠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그 자체로 강력한 압력을 가졌다. 그 힘에 눌린 파티원들은 자신들의 능력치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틱, 틱틱틱틱!


문 앞에서부터 안쪽을 향해 작은 촛불들이 나타났다. 촛불의 행렬이 도달한 곳은 어떤 거대한 물체의 발 밑이었다.


“...어마어마하네.”


거대한 용의 모습을 본 그림자 도적의 중얼거림에 모두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창과 방패를 든 남자는 제외하고.


“그래. 어마어마하지. 그래도 이길 수 있는 적이다.”


그의 말에 드래곤은 불길로 된 콧방귀를 뀌었다.


“[이길 수 있다? 흥. 건방진 벌레구나.]”


옆으로 들어누워 있던 드래곤은 자신의 자세를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그래도, 재밌어. 감히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한 놈은 오랜만이야.]”


바르게 앉은 드래곤의 모습은 실로 위엄 있었다. 드래곤의 머리 위로 거대한 글자가 떠올랐다.


[심연의 지배자, 타르타로스]



“후우. 가보자고. 모두 작전 대로 움직인다.”


남자가 말하기 무섭게 드래곤은 커다란 날개를 펼쳤다.


후웅-!


크게 날개를 펄럭인 자리 위로 무수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남자는 그 모습을 확인하기 무섭게 외쳤다.


“산개!”


“[벌레 잡는 데는 불꽃놀이가 제격이지. 가라.]”


드래곤의 말에 셀 수 없는 숫자의 화염구가 일행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파티원들은 그 불벼락을 피해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다만 남자의 대처는 조금 달랐다.


“[동기화]”


작게 말한 주문은 등 뒤에 떠 있던 커다란 손에게 도달해 거대한 창과 방패로 변화했다. 남자가 들고 있는 것과 같은 것들이었다.


콰과광!


화염구가 남자의 주변에 충돌하며 피어오른 불꽃으로 남자의 모습이 가려져 버렸다. 바위라도 증발 시켜 버릴 강렬한 불길이었다.


“어어! 파티장! 괜찮아!?”


놀랍게도 그런 화염 속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괜찮아. 버틸만 하네. 예상대로야.”


끓어오르는 열기 사이로 들어난 것은 아주 멀쩡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의 앞에는 반투명하고 거대한 방패가 세워져 있었다.


“[호오. 제법인걸. 이제 제대로 상대해주마.]”


“하, 그거 영광이네.”


드래곤은 숨을 크게 들이 쉬고 남자를 향해 포효했다.


쿠와아아아아!!!!


----


나는 고인물이다. 던전 월드의 고인물.


팡! 파팡!


짝짝짝!


“축하해~” “축하한다!” “역시 김신혁이야.” “겜창 석유 끝판왕!”


내가 문 열고 들어 가자마자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나를 향해 폭죽을 터트렸다. 나와 같은 동아리의 회원들이었다.

동아리 이름은 [던전끝판왕]. 던전 월드를 제작한 회사에서 걸어놓은 상품을 타기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다.

당연히 이 사람들도 나와 맞먹는 고인물들이다.


“아니, 님도 겜창 막장 고인물이잖아요.”


“응~ 아니야~ 나는 그렇게 어려운 게임 못 깨는 걸?”


나보다 한 살 많은 누나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척하며 눈을 깜박인다.

옆에서 박수 치던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고 극혐하며 말했다.


“으, 누나 귀여운 척 진짜 안 어울린다. ”


“이 새끼가?”


퍽!


“아! 때렸어?!”


“그래 이색갸!”


투닥투닥!


두 남녀가 싸우기 시작했다. 연년생 남매라서 그런가 자주 싸우지만 사이가 좋아서 금방 화해한다.


“야야, 너네 저리 가서 싸워.”


그 둘을 밀어내고 안경 쓴 남자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동아리 회장을 맡은 형이다.


“김신혁이! 라스트 월드 모드 클리어 한 거 축하한다. 그거 우리 덕분이기도 하니까 한 턱 쏠거지?”


동아리 회장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들고 온 봉투를 들어보였다.


“당연하죠. 이미 고기 사왔어요. 한우 투플러스급으로요.”


정말로 옆으로 비켜서 싸우고 있었던 남매가 내 말을 듣고 반응했다.


“와! 한우! 신혁아 사랑해!”


“헉! 신혁이형! 날 가져요!”


“엉. 사랑 고맙고 넌 필요 없고 고기 먹을 세팅이나 해놔.”


“옛, 썰!”


“난 술 사올게~”


나는 호다닥 달려온 남매에게 고기를 넘기고 회장과 함께 동아리 방 안쪽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회장은 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들어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 데... 우리가 하드 난이도에서 버둥거리는 동안 순식간에 올 클리어하고 1등 상금을 가져갈 줄이야.”


“전부 동아리 사람들 덕분이죠. 다 같이 모은 빅데이터가 없었으면 어림도 없었을 거예요.”


말 그대로다. 던전 월드 최초 올 클리어의 영광은 나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모두가 온 힘을 다해 모은 정보들이 없었다면 내가 아무리 던전 월드의 고수라고 해도 마지막 보스를 클리어할 추진력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결국 해낸 건 너야. 우리들은 너처럼 못했을 걸? 넌 고이다 못해서 석유 그 자체가 돼버렸는데 겨우 우리 정도 썩은 물이 주제 넘게 비벼보긴 어렵지.”


“뭐, 석유는 혼자 만들어 진 답니까? 땅 밑에서 고열 고압으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다 동아리 여러분 덕분이죠.”


회장은 나에게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본인이 석유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 구나?”


나는 그의 말을 쓴 웃음으로 받았다.


“1등 상금 5천만원에 상품까지 독식하는 데 부정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지나가던 똥강아지도 안 믿을 겁니다.”


“알긴 아네. 아무튼 던전 월드 최초 클리어 축하한다. 1등 상품 받고 나면 뭔지 알려주는 거 잊지 말고.”


“나도! 게임사쪽에서 절대 유출 못하게 막길래 궁금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고!”


갑자기 남매중 동생쪽이 튀어나와서 대화에 난입했다.


“알겠어. 처음으로 알려줄테니까 걱정 마라.”


“아싸!”


“고기 구울 준비 끝내고 온거니?”


회장의 물음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미 굽고 있어요. 빨리 와서 드세요.”


“좋아쓰.”


나는 그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고기를 향해 돌진했다.


----


광란의 밤을 지나 아침이 됐다. 나는 동아리방 창살 너머에서 들어오는 햇살에 눈알을 공격 당하고 잠에서 깨어났다.


“어욱. 속 쓰려... 물 어딨냐...”


어젯밤에 들이켰던 술이 그대로 숙취가 돼서 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으. 아, 여깄다.”


나는 통째로 굴러다니던 생수병을 열어서 목을 축였다.


꿀꺽. 꿀꺽.


“크으. 어, 살겠다. 역시 해장에는 맹물이지.”


그러고 나니 대충 정신이 들어왔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코오...”


동아리방 여기저기에 패잔병들이 쓰러져 있었다.


“너무 마셨나...”


하지만 아무래도 오천만원어치 기쁨을 토해내다보니 폭주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고럼고럼. 당연한 일이지.”


나는 깔끔하게 자기합리화를 마쳤다.


“근데 상품은 언제 오냐. 내 닉네임은 바로 홈페이지에 박제 해줬던데.”


나는 자는 사이 무슨 연락이 왔나 싶어 휴대폰을 열었다. 과연 개인 메신저에 무어라 말이 와있었다.


“보자. 당사에서 보낸 상품이 금일 오전 9시에 귀하에게 도착할 예정입니다. 본인 부재시 대리 수령할 수 없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9시 다 되지 않았나?”


메신저를 끄고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아. 미친 8시 58분. 2분만에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 이거 설마 못 받으면 끝인 건가?”


나는 다급히 게임 회사 홈페이지로 들어가 고객센터로 전화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왜 안 받냐아... 빨리 받아라!”


내 간절한 기도를 들었는 지 금새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네~ 주)올림푸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던전 월드 1등 상품 때문에 전화드렸는 데요!”


-아~ 김신혁님?


직원은 몇마디만에 내가 누구 인지 알아차렸다. 살짝 놀라웠다.


“네네. 맞습니다. 지금 제가 자택이 아니라서 상품 배송을 못 받는 상황이거든요? 근데 배송 예정 시간이 9시까지 라서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착오 없이 바로 본인에게 배송되니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예? 본인이요?”


-네~ 아! 근처에 도착했다네요?


“예?”


나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근처라니? 여긴 내 집이 아니라 동아리 방이다.


똑똑똑.


그때였다. 동아리방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문 밖을 향해 외쳤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나는 동아리방으로 택배를 주문한 사람이 있나 의문이 생겼지만 문을 열어줬다.


끼익.


문 앞에는 택배 라고 쓰여있는 조끼를 입은 잘 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저한테 주시면 됩니다.”


그는 택배를 건내주는 대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혹시 김신혁씨? 맞으십니까?”


“예? 절 아세요?”


분명 초면인 사람이 나를 알아봤다. 살짝 당황스러웠다.


“정확하게 찾아왔네요.”


그는 가슴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서 쓰더니 안주머니에서 길쭉한 은색 원통을 꺼내들었다.


“김-치.”


“예?”


나로서는 물음표만 늘어나는 상황이었-


기이이잉- 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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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넌, 못 지나간다! 23.06.17 18 1 11쪽
42 친구와 친구 23.06.16 16 1 12쪽
41 과거와의 조우 23.06.15 21 1 13쪽
40 죽은 동생의 연인과 죽은 연인의 누이. 23.06.14 20 1 11쪽
39 배신자 응징 23.06.13 22 1 12쪽
38 2단 가변형 카벙클 오수. 23.06.12 29 1 12쪽
37 쾌락 없는 책임. 23.06.11 29 1 12쪽
36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줄여서 세나개. 23.06.10 28 1 12쪽
35 신의 존재증명 23.06.09 29 1 12쪽
34 장남, 차남, 그리고 남은 하나. 23.06.08 24 1 12쪽
33 습격 23.06.07 25 1 12쪽
32 전조 23.06.06 29 1 11쪽
31 왕거미 23.06.05 32 1 12쪽
30 준비 23.06.04 33 1 11쪽
29 장인정신 23.06.03 33 2 12쪽
28 형제 23.06.02 31 1 12쪽
27 에그몽 23.06.01 31 1 11쪽
26 비극 23.05.31 31 1 12쪽
25 카벙클 매직 23.05.31 35 2 12쪽
24 헌티드 퀘스트 23.05.30 31 1 12쪽
23 복수 23.05.28 35 2 12쪽
22 에라메인 23.05.28 33 2 11쪽
21 전력보충 23.05.26 32 2 11쪽
20 애증 23.05.25 34 2 11쪽
19 카벙클 도그 23.05.24 35 1 11쪽
18 라스트 월드급 자아성찰 23.05.23 34 1 11쪽
17 내가던전석유다 +2 23.05.22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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