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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던전에서 고이다 못해 석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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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파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6.18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204
추천수 :
86
글자수 :
229,143

작성
23.05.28 18:00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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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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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에라메인

DUMMY

22. 에라메인.


내 목소리를 들은 알은 잠깐 멈칫했다. 나는 그 사이에 빠르게 마나의 파동을 모아 양 팔로 밀어 넣었다.


우-웅! 팡!


-크어억?!


강하게 뿜어진 파동이 검은 연기구름을 흩어버렸다.


파화악.


-끄어...


마창의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녀석이 터져 나온 마나에 얻어맞고 빈사 상태에 빠진 것이다.


띵!


[주인 잃은 마창]

공격력 보통.

주인을 잃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

[힘이 약화되어있습니다.]


아까 떠오르지 않았던 상태창이 이제야 떠올랐다. 아무래도 마창 안에 살고 있는 녀석을 제압해야 아이템 취급을 해주는 듯 했다.


“허어. 대단하시군요.”


그 모습을 본 집사의 두 눈이 동래 졌다. 그는 나를 보고 말했다.


“신혁님, 마나 컨트롤이 대단하셨군요. 정말 훌륭합니다.”


나는 그의 칭찬에 빙긋 웃었다. 생판 남이 하는 칭찬이라도 듣기는 참 좋았다.


“하하. 이거 별것 아닌 걸로 칭찬 들으니 쑥스럽습니다.”


사실 그를 구했을 때는 마나를 각성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마나 기술의 습득 여부는 본인이 밝히지 않으면 모를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휴... 놀랐잖아. 신혁아 그런 걸 할 때는 미리 말을 하고 해줘.”


“미안해요. 궁금해서 그만.”


사실 그 구름이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어떤 대상이 내 피부 위로 흐르는 마나를 뚫을 수 있을 것인지 없을 것인지 대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이정도면 됐습니다. 알은 더 챙길 거 없어요?”


“응. 난 연금술사잖아. 정령수만 좀 넉넉하게 얻었으면 좋겠네.”


“정령수 정도야 후계 분쟁만 끝난다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맹수를 사냥하지 못하셔도 나중에 다시 방문해 주신다면 꼭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놓지요.”


아르겐티아는 아쉬워하는 얼굴이었다.


“당장 주긴 어렵군요. 뭐 어쩔 수 없죠.”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말했다.


“앗, 또 쓰다듬다니. 머리 헝클어진 다구.”


“알. 맹수를 잡아와서 정령수로 바꾸면 되죠. 너무 아쉬워하지 말아요.”


“웅...”


아르겐티아는 알겠다 대답하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워하는 얼굴이었다. 우리는 얻은 장비를 추스르고 집사의 뒤를 따라 저택을 나섰다.


“주인님을 구해주신 일.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나는 저택 현관문까지 따라 나온 집사의 말에 화답했다.


“별말씀을요. 그럼 의뢰 끝나고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저택 밖으로 나서는 나와 아르겐티아의 뒤로 집사의 말이 들려왔다.


“무운을 빕니다.”


----


“그래서, 어떻던가?”


집사는 그의 주인이 한 물음에 가볍게 대답했다.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어설펐습니다.”


“어설프다고?”


“예. 아는 것을 맹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행동에 조심성이 없어보이더군요.”


리즌 싱글볼트는 빙긋 웃었다.


“괜찮군. 역시 잘 드는 칼로 써먹기 딱 좋은 인물이야. 고생했네.”


그의 말에서는 귀족 특유의 냉정함이 듬뿍 묻어나왔다.


“별말씀을요. 아,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뭐지?”


“김신혁이 마창을 들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뭔지 모르는 눈치였지만 마창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알아챘습니다.”


“오호. 그거 재밌군. 사람을 하나 붙이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집사는 주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저택을 나섰다.


----


우리는 싱글볼트 가에서 나와 여관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여기 맛 괜찮네요.”


“그렇지? 나도 이 도시에서 살았을 때 종종 들렸었어. 이게 또 투박한 맛이 있거든.”


빈말이 아니라 여관에서 파는 스튜는 제법 맛있었다. 건더기도 많고 국물도 걸쭉한 것이 서양식 국밥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아르겐티아에게 창고에서 꺼냈던 포션에 대해 물었다.


“알. 아까 꺼냈던 포션 있잖아요. 폭발주의인가 써져 있는 포션이요.”


후룩.


스튜를 국밥 국물 마시듯 들이긴 아르겐티아는 뜨끈한 국물을 마신 것처럼 감탄사를 냈다.


“햐. 국물 시원하다. 잠깐만.”


그녀는 주머니를 뒤적여 유리병 같은 것을 꺼냈다.


“보자... 아까 꺼낸 포션이면 이거?”


탁.


나는 유리와 나무 식탁이 부딪히는 소리에 움찔 놀랐다.


“네, 맞네요. 폭발주의. 그거 그렇게 툭툭 내려놔도 괜찮은 거예요?”


“당연하지. 이정도 충격에도 터지면 운반은 어떻게 하겠어? 유리병이 깨질 만큼 강한 충격을 받으면 당연히 터지겠지만 사소한 충격는 괜찮아.”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르겐티아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이건 언제 만든 거예요? 저번에 는 없다고 했었지 않아요?”


아르겐티아는 폭발 포션을 다시 주머니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응. 그랬었지. 이건 첫도시 연금술사 길드에 맡겨놓았던 짐에서 만들었던 것들을 가져왔어. 생각해보니까 그때 말고도 폭발 포션이 있었으면 많이 도움 됐겠더라고.”


“그럼 폭발 포션만 챙겨 온 거에요?”


아르겐티아는 내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어? 당연히 이것저것 가져왔지.”


“그거 잘됐네요.”


유틸리티의 왕에게 서포트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 던전이 쾌적해진 기분이었다. 그녀는 나와는 달리 살짝 근심이 들어찬 얼굴이었다.


“근데 우리, 자신만만하게 말하긴 했는데 괜찮을까?”


나는 아르겐티아의 걱정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괜찮죠. 알, 저 못 믿어요?”


“믿지.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잖아.”


“걱정 마요. 다 잘 될 테니까.”


아르겐티아는 내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반신반의 했다.


“미리 세워둔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음, 있긴 하죠.”


그때 내 등 뒤에서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여기서 또 보네?”


“아.”


짧은 소리를 낸 아르겐티아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있었다.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 목소리의 주인은 에라메인이었다.


“잠깐 합석해도 되지?”


드르륵. 털썩.


“종업원! 여기 시원한 맥주 3잔!”


그녀는 대답도 듣지 않고 의자를 빼서 앉았다. 그것도 부족해서 맥주 주문까지. 예의 바른 여자는 아니었다.


“...좀 꺼지지?”


야생동물이 으르렁 거리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를 내는 아르겐티아는 제법 위협적이었다. 딱 분노한 치와와 만큼.

에라메인은 화난 치와와 같은 아르겐티아를 티끌만큼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알. 이제 용서해줘... 나도 많이 고통스러웠어. 차라리 거기서 같이 죽었으면 싶었어...”


“...”


진심일 것이다. 아르겐티아의 동생은 아르겐티아에게 친혈육였지만 에라메인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었다. 그녀에게도 그 일은 깊은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착하고 이해심 깊은 아르겐티아가 지금까지 그녀를 용서하지 못했던 것은 그저 증오의 관성에 끌려간 것일 뿐, 사실 그녀도 에라메인을 용서하고 싶었을 것이다.


“쯧...”


아르겐티아가 혀를 차긴 하지만 어쨌든 희생한 것은 동생 본인의 의지였다.

거기에 에라메인은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으니 그런 마음이 안 들 수가 없었다. 나는 아르겐티아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알. 저 여자한테 둘째쪽 정보를 캐보는 건 어때요?”


“정보?”


아르겐티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에라메인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아르겐티아도 조금은 온화한 태도를 보일 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한 번 아르겐티아를 구슬렸다.


“믿져봤자 본전이잖아요? 한번 시도나 해봐요. 정 껄끄러워서 도저히 안 되겠으면 제가 해볼 테니까 맞장구만 쳐줘요.”


아르겐티아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그 사이 에라메인이 우리에게 말했다.


“흐응... 내가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너무 대놓고 속닥속닥 따돌리는 거 아니야? 서럽네, 서러워.”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서러움이라곤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질책을 개구지게 받아쳤다.


“에헤이. 남의 데이트에 난입했으면 얌전히 기다리세요. 원래 불청객은 환영 못 받는 거 모르셨어요?”


말을 던진 대상은 에라메인이었는데 엉뚱하게 아르겐티아가 맞았다.


“미, 미쳤어?! 못 하는 말이 없어 정말!”


그녀는 잘 익은 토마토 마냥 붉은 얼굴을 하고 내 어깨를 때렸다.


퍽퍽퍽!


“아, 아아! 아파요! 그만!”


그녀의 주먹은 생각보다 무척 야무졌다. 나는 양손으로 그녀의 두 손을 잡아 붙들었다.


“쒸익, 쒸익.”


아르겐티아의 얼굴은 화가 난 것인지 부끄러워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붉은 사과처럼 달아오른 동그란 얼굴이 제법 귀여울 뿐이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에라메인이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알겠어. 초대 못 받은 손님은 어서 꺼져줄게. 사랑싸움 재밌게 해.”


드르륵.


나는 아르겐티아를 붙잡은 채로 고개만 돌려서 반쯤 일어난 에라메인에게 말했다.


“아, 잠깐만요. 뭣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꼴로?”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아르겐티아를 내려 봤다. 여전히 얼굴은 붉었지만 몸부림은 멈춰있었다.


“알?”


“...”


“알? 괜찮아요?”


“...!!”


아르겐티아가 갑자기 크게 몸부림을 쳤다. 나는 그녀가 다칠까 걱정돼서 더 이상 잡고 있지 못하고 놔주었다.


호다다닥!


“어머나...”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아르겐티아의 뒷모습을 보며 에라메인이 작은 감탄사를 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알 하고는 무슨 사이에요?”


“바로 거기서 부터 시작 하는 거군요?”


내 말에 에라메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전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서요. 궁금한 건 못 참거든요.”


“연금술사답군요. 일단 그녀와는 동료 사이 입니다.”


그녀는 마음에 안 든 다는 듯 짧은 비음을 냈다.


“흐응. 일단?”


나는 그녀의 강조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네. 일단.”


“치사해라. 남자가 그래도 되는 거예요?”


난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면목이 없네요.”


아르겐티아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나는 그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당연히 그 매력에 끌렸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정말 전부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지요.”


모험을 하는 동료 사이에 정분이 나면 파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던전월드를 플레이 할 때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도 바로 동료 간의 상호작용을 컨트롤 하는 것이었다.

몬스터는 때려잡을 수라도 있지 상호작용은 건들기도 힘든 것이다.


“비겁한 변명 인데. 그냥 본인이 나쁜 남자라고 인정하는 건 어때요?”


그녀는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 그 탓에 로브아래에 있는 육감적인 몸매가 곡선을 그리며 들어났다. 참 눈 둘 곳이 애매한 상황이었다.


“맥주 나왔습니다.”


에라메인이 시켰던 맥주가 나왔다. 맥주 위로 보글보글 흰 거품이 올라와 있었다.


“건배나 한번 할까요?”


나는 슬쩍 말을 돌리기를 시전 했다. 차가운 이슬이 맺힌 맥주잔을 들고 에라메인을 향해 치켜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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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넌, 못 지나간다! 23.06.17 18 1 11쪽
42 친구와 친구 23.06.16 16 1 12쪽
41 과거와의 조우 23.06.15 21 1 13쪽
40 죽은 동생의 연인과 죽은 연인의 누이. 23.06.14 20 1 11쪽
39 배신자 응징 23.06.13 22 1 12쪽
38 2단 가변형 카벙클 오수. 23.06.12 29 1 12쪽
37 쾌락 없는 책임. 23.06.11 29 1 12쪽
36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줄여서 세나개. 23.06.10 28 1 12쪽
35 신의 존재증명 23.06.09 29 1 12쪽
34 장남, 차남, 그리고 남은 하나. 23.06.08 24 1 12쪽
33 습격 23.06.07 26 1 12쪽
32 전조 23.06.06 29 1 11쪽
31 왕거미 23.06.05 32 1 12쪽
30 준비 23.06.04 33 1 11쪽
29 장인정신 23.06.03 33 2 12쪽
28 형제 23.06.02 31 1 12쪽
27 에그몽 23.06.01 31 1 11쪽
26 비극 23.05.31 31 1 12쪽
25 카벙클 매직 23.05.31 35 2 12쪽
24 헌티드 퀘스트 23.05.30 32 1 12쪽
23 복수 23.05.28 35 2 12쪽
» 에라메인 23.05.28 34 2 11쪽
21 전력보충 23.05.26 32 2 11쪽
20 애증 23.05.25 34 2 11쪽
19 카벙클 도그 23.05.24 35 1 11쪽
18 라스트 월드급 자아성찰 23.05.23 34 1 11쪽
17 내가던전석유다 +2 23.05.22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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