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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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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7.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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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1.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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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0화. 시우십결(時雨十訣) (4)

DUMMY

“십비는 어디 있지?”

“우선은 사라진 천중을 쫓으라고 했어요. 아무래도 그자를 잡아야지만 이 일의 배경을 전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음, 정확한 판단이야.”


염천호는 담뱃재를 털어내고, 정성스럽게 곰방대를 정리했다.


“곧 미친 거지가 올 거다.”

“···할배가요?”

“그래. 아마도 광천이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건··· 미친 거지 때문일 테니까. 이쯤에서 모습을 드러내 주지 않으면 슬슬 곤란한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제갈민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할배는··· 사독파파 때문에 묶여 있던 것 아녜요, 개봉에?”

“맞아.”


웬일로 속 시원히 인정한 염천호가 곰방대를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


“분명 정주에 짱박혀 있던 정천호 나으리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나 싶더니, 개봉에 들어와 있더라고. 그런 짓을 할 사람이 대체 누가 있냐?”

“···사독파파뿐이죠.”


사독파파가 정천호 진량으로 행세하며 이목을 끌었다면, 하오문이 아니라 하오문 할애비라도 그걸 분간할 수 없을 것이다.


무림 사상 최악의 배신자 소리를 듣는 사독파파는, 무려 백련교의 오대호법을 제치고 ‘천하제일의 공적(公敵)’으로 취급받는 여자다.


그녀가 강호인에게 있어 이토록 경계심을 사는 이유는, 바로 넘칠 정도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란 점이었다. 무공으로도 당해낼 자가 많지 않은 강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각종 사술(邪術)에 탁월할 정도로 능하다.


사독파파를 대표하는 독공과 역용술, 그리고 사람의 정신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취혼령(醉魂鈴)까지···!


그 어느 하나 경계하지 않을 구석이 없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모든 강호인─ 아니, 온 천하가 사독파파란 네 글자에 벌벌 떨게 만든, 그 첫째가는 이유라면─


역시 멸혼산(滅魂散)이다.


“한 소가주님이 쓰러진 거··· 그냥 산공(散功) 때문인 거 맞아요?”

“그렇다니까?”


조금 전에도 그랬지만, 염천호는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백련교라는 대적을 앞에 두고 같은 편을 의심하긴 싫지만, 제갈민은 묘하게 촉이 당기는 것을 느꼈다.


“설마, 하는 건데요. 다른 이도 아니고 ‘사독파파’잖아요.”

“그래, 의심할 법도 하지. 하지만··· 같은 논리로 이야기해보자. 멸혼산에 당한 사람이 저렇게 멀쩡하게 의식을 유지하는 경우를 봤냐?”

“···아뇨.”


염천호는 그것 보라는 듯, 어깨를 으쓱, 들었다.


“그럼, 어떻게···. 좀 쉬어두겠어?”


제갈민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구정삼이 오면 바빠질 것이다. 잠시라도 쉴 틈이 있다면 쉬어두는 것이 좋다.


“두 분도 좀 쉬어두세요.”


제갈민은 달구와 고무래에게 말을 남기고 빈 객실을 향했다. 어쨌거나 살아남았으니, 이제는 다음을 준비해야 할 때다.



* * *



“아니, 천가방 개자식들이 물길을 죄 틀어막고 있더라고요. 꼼짝없이 죽나, 했는데 마침 하오문의 어르신께서 구해주신 겁니다.”


고무래의 말에 달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하튼 그 조총(鳥銃)이란 거, 신기하지 않습니까? 그냥 나무 막대기처럼 보이는데 말임다!”

“엉, 신기하더라.”

“빵! 하고 쏘면 사람 몸뚱이에 구멍이 뻥, 뚫리는 무기라니··· 그것만 있으면 우리도 어떻게, 좀─ 뭔가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엉··· 그런갑다.”


영 시원찮은 대답에 고무래는 달구의 안색을 살폈다.


“뭐, 무슨 일 있었습니까?”

“···.”


달구는 눕지도 못하고 엎드린 채로 끙끙거리며 몸을 돌렸다. 다친 왼쪽 다리를 위로 가게 옆으로 누웠더니 통증이 조금 덜하다. 그렇게 모로 누운 채로 달구가 고무래를 쳐다보았다.


“고무래.”

“예, 형님.”

“우린, 아무래도 생무지 아니냐?”

“생무지라뇨?”

“큰형님이랑 미친ㄱ··· 아니, 득구 놈은 고작 일주일 남짓 사이에 그 정도로 성장했는데, 나는 왜 제자리걸음이냐?”

“에이, 형님. 농담도. 저를 보십쇼. 전 아직 그 찬심인가 새참인가도 못 뗐습니다.”

“···난 지금 진지하다.”

“···.”


고무래는 다시 달구의 표정을 살폈다. 의외로 달구는 지금 기분이 썩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한 말대로,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왜지? 대체 무슨 차이가 나는 거냐? 득구 그놈은 어찌 그렇게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거란 말이냐?”

“···형님.”

“호랑이를 잡을 때만 해도···. 아니지. 처음 암놈만 해도, 나랑 그놈 둘 다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거 아녔냐? 그랬던 거 아니냔 말이다.”

“그때 얘기라면 사실 전 기절해 있어서 잘···.”


달구는 미간을 짚었다.


“···죄송합니다.”

“어쨌든!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 거다. 그놈과 내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냐? 고무래, 넌 머리도 좋으니까 나보단 많이 보일 거 아니냐?”

“글쎄요···.”


달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잠시 옆 침상에 누워 심하게 코를 고는 득구를 쳐다보았다. 설총의 치료에 방해가 되니, 좀 옮겨 달라 해서 여기로 데려온 것이다.


“그 제갈세가의 아가씨가 그러더라.”

“뭐라고요?”

“내가 땡땡이를 쳤다고.”

“예에? 형님이요?”


고무래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달구가 땡땡이를 쳤다니 그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에이, 그 아가씨 진짜 심하네. 형님이 무슨 땡땡이를 쳤답니까? 형님처럼 열심히 수련하는 사람,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한현보에도 없었을 겁니다.”

“득구 놈 있잖아.”


고무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하긴, 그놈은 정말 미친놈답게 미친 듯이 수련했지.


“···그, 왜, 있잖습니까. 비교 대상도 정상참작의 범위란 게 있는데, 그··· 뭐라 그르냐. 아, 음! 미친놈은 미친놈의 길이 있는 거고, 정상인은 정상인의 길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달구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번에야말로 심사가 뒤틀렸나 싶어서 고무래가 슬슬 엉덩이를 빼는데, 달구가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틀렸다.”

“예? 형님이 왜 틀렸다는 겁니까?”

“정상인으로는 안 돼.”

“그거야 당연하─ 예?”

“미친놈이 되어야만 갈 수 있는 영역이라면, 미친놈이 되어야지.”


고무래는 눈썹을 어긋매끼고 이리저리 문댔다.


“그으··· 왜요?”

“너도 들었잖냐.”


달구는 굳은 얼굴로 고무래를 쳐다보았다. 달구의 두 눈을 직시한 후에야 고무래는 깨달았다.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게 아니었구나. 지금, 형님은···.’


달구는 지금,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였다. 그것도 폭발하기 직전까지. 다만, 그 화가 바깥의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 자신을 향해 있을 뿐이다.


“설총 형님은 그 사독파파를 때려잡고, 득구 놈은···. 백련교의 오대호법 턱주가리를 아주 작살 내버렸다잖냐.”

“···예, 저도 들었죠.”

“날 봐라.”


달구는 이를 드러내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천중, 이 개자식에게 빚을 갚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쳤는데, 놈에겐 어디 주먹 한 방조차도 먹여주지 못했어. 심지어 그놈의 수하 놈에게조차···!”


달구는 눈을 꾹 감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씹어 삼켰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었다. 언제까지고 생무지, 풋내기로 있을 수는 없다.


“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형님.”



* * *



득구는 오랜만에 성채와 함께 꽃구경을 나선 참이었다. 사실 꽃구경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단지 성채가 얼마나 즐거운지가 중요할 뿐이다.


“아가씨! 재미있으세요? 괜찮아요?”

“응응! 재밌어!”


성채가 까르르, 웃으며 꽃밭을 뒹군다. 봄은 한참 전에 지난 것 같은데 어째 꽃밭에는 유채꽃이 흐드러지도록 피어 있었다. 득구는 어지간해서는 잘 안 보여주는 함박웃음을 짓고서 성채와 함께 굴러다녔다.


“이야아아아!”


언덕 위를 데굴데굴 굴러 내려왔다. 미끄러지는 그 속도감이 짜릿했다.


“아가씨!”

“응응!”


득구는 품에서 꽃실을 엮어 만든 화관을 꺼내 들었다. 이걸 씌워줘야지!


“아가씨! 어디 계세요?”

“응! 나 여기 있어!”


득구는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보이는 건 유채꽃들뿐이었다.


“헤, 참 내. 숨지 말구요! 어디 계시냐니까요?”

“아이, 참! 난 여기 있다니까?”


목소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득구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진짜 자꾸 장난치실 거면 저 화내요? 장난치지 말구요! 빨리, 어디예요?”

“나 여기라니까?”


지나쳐 버렸는지, 성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득구는 뒤를 돌아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누군가가 등을 덮쳐왔다.


“누구···?!”


성채의 머리에서 산산이 부서진 화관이 흩날렸다. 붉은 피가 땅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득구는 두 눈을 부릅뜨고 힘없이 흘러내리는 성채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성채의 팔은 핏물이 되어 녹아내리고 말았다.


“어어? 어?!”


어느새 유채꽃밭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일대가 전부 붉게 물들어버린 세계 안에서 득구는 충혈된 눈으로 성채를 찾아 뛰어다녔다.


“아가씨! 아가씨, 어디 계세요?! 아가씨!”


대답조차 없는 성채를 찾아 한참을 뛰던 득구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천중이었다.


“왜, 꼬마 아가씨를 찾아?”

“이, 썅! 네놈이 숨겼어?”

“당연한 걸 물어보고 그래? 등신이야? 앙?”

“이, 개자식아!”


득구는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어느새 득구는 자신이 커다란 호랑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콰릉! 크게 한 번 울부짖고, 이를 드러내고서 달려들어 놈의 목을 물어뜯었다. 목을 물어뜯긴 천중은 핏물을 가득 머금고 씩, 웃더니 이내 득구보다 두 배는 더 커다란 범으로 변했다.


콰르르릉!


“커헉?!”


귀 옆에서 천둥이 친 것 같은 포효 소리에 득구는 귀를 틀어막고 땅을 굴렀다. 집채보다 더 큰 범이 발톱을 휘둘러댔다.


“윽, 끄아악?!”


발톱에 옆구리를 찍힌 득구는 데굴데굴 굴러 간신히 몸을 피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연약한 사람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던 탓에, 상처가 너무 컸다.


“제길, 제기랄!”


그때, 은백광의 선을 그리는 나비 한 마리가 득구의 주변을 날았다.


“알겠느냐? 벤다는 것은 선을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쭈우욱.”


찌이익-


화선지가 찢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나비가 그리는 선을 따라 공간이 찢어졌다.


“네놈이 할 수 있겠느냐? 이것이 소청. 다시 말해 청소를 잘해야만 익힐 수 있는 비전의 검기인 것이다. 너처럼 더러운 녀석은 결코 완공할 수 없는 무공인 게다!”

“아뇨, 할 수 있습니다!”


핏빛 유채꽃밭이 종잇장처럼 나풀거리며 흩어진 뒤에 보이는 것은 한현보였다.


“네가 매일 꽃밭에 물을 주고, 서까래 소재와 비질을 열심히 하겠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너처럼 게으른 녀석이?”

“아뇨,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짐승과 사람, 사람과 짐승뿐이다. 사람은 말을 듣지 않으면 짐승인 게다. 짐승은 때려서 가르쳐야지 말을 듣지!”

“아뇨! 맞으면 아프니까 말을 듣습니다.”

“그래, 이제야 네놈이 좀 말귀를 알아듣는 게로구나. 그게 바로 정의로운 삶이다.”


득구는 머리를 긁적였다.


“정의는 뭐고, 사람은 또 뭡니까? 상식이 뭔데 그게 필요해요?”

“하하하, 이 자식. 그 무슨 헛소리냐? 이상한 소리를 할 시간이 있으면 검을 쥐어라!”

“하지만 도련님, 저는 검이 없는데요?”


설총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검이 없으면 안 되는데 말이다.”


득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까 설총이 가리킨 싸리비가 보였다.


“이거! 이걸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구나! 얼른 들어라!”

“옙!”


득구는 희희낙락 웃으며 싸리비를 치켜들었다. 싸리비에 달린 싸리가 아주 향기로웠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싸리에서 마치 버드나무 소리가 났다.


“와! 좋은 향기!”

“집중해라! 이제 곧 알곡이 떨어진다!”

“어디서 말입니까?”

“네놈 손에 들려 있지 않느냐?!”


설총의 갑작스러운 호통에 놀란 득구는 손에 들고 있던 싸리비를 놓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싸리비에 달려 있던 알곡들이 우수수 떨어져 땅에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 멍청···!”


싸리비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알곡들 탓에 설총은 그만 깔려 죽고 말았다.


“도려···도련님!”


망연자실한 득구는 그만 털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득구가 땅바닥에 주저앉자마자 알곡이 파도가 되어 득구를 덮쳤다.


“어푸, 어푸!”


파도에 휩쓸린 득구는 어느새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깊은 곳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 사려···푸! 살려, 헙!”


꾸르륵, 빨려 들어간 물속에서 득구는 간신히 눈을 떴다. 물속은 고요했다.


“집중해라. 집중해!”


방금 죽은 설총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못 해요! 할 수 없어요!”

“아니다! 할 수 있다! 집중해라!”

“못 해요! 아니, 안 해요!”

“아니!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집중해라!”

“못 한다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설총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여자··· 아니, 정확히는 노파의 목소리다.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꺼져!”


득구는 손에 쥔 검을 휘둘렀다. 손아귀에 어찌나 힘이 없는지, 단지 휘둘렀을 뿐인 검이 손아귀를 빠져나가 힘없이 날아가 버렸다.


“검이 없으면 무엇으로 싸우려고?”

“시끄러워! 닥쳐!”

“히히히히히힛히히히히히히히힛!”

“끄아악! 시끄러워어어어!”


쿵!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그래, 저 발을 내딛는 소리.


쿵!


연주행보와 등단선릉을 동시에 내딛는 새로운 보법이다. 앞으로 엉거주춤, 엉덩이를 내밀고 걸어야만 걸을 수 있다. 득구는 생각난 그대로 발을 내딛었다.


“끼야하하하하하하하하핫하!”


웃음소리가 들리자마자, 커다란 손바닥이 날아와 득구를 밀쳐버렸다.


쾅!


“컥?! 쿨럭!”


득구는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땅을 뒹굴면서 피를 게워내는데,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


쿵!


“안 돼! 나는 따라갈 수가 없어요! 안 돼!”


쿵!


“안 된다니까!”


득구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발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거기엔 설총이 커다란 대들보를 들쳐 메고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서고 있었다. 설총의 발이 떨어진 자리엔 핏자국 엉킨 발자국만 남아 있었다.


“도련님!”

“네가 가지 못하니, 내가 가는 수밖에 없다.”

“안 돼요!”

“네가 가지 않으니, 내가 가야만 하겠다.”

“싫어요!”

“네가 갈 수 없으니, 내가 가겠다.”

“제발, 제발!”


쿵!


마지막 한 계단을 남겨놓고 설총이 뒤를 돌아보았다. 설총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도련···님.”


설총은 입을 크게 벌려 웃으면서 말을 했다. 신기하게 입술은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기억해라. 하늘의 비는 때를 맞춰 내리니, 가뭄 때에 비를 바라듯 내가 그 큰비를 바랐다.”

“도련님···!”

“가뭄 때에 큰비를 바라듯, 내가 너를 바랐다.”

“도련님!”

“이것이, 시우십결이다!”


설총이 검이 되어 쏘아져 나갔다. 찬란한 은백광과 함께 쏘아져 나간 검은 세상천지의 모든 것을 다 가르고 부술 기세로 힘차게 날아갔다. 그러나 곧 득구를 밀쳤던 커다란 손바닥이 나타나 검 앞을 가로막았다.


“도련님! 안 돼요!”

“시우십결이다!”

“안 돼요, 안 돼!”

“시우십결!”

“안 돼애애액!”


쾅!


손바닥에 부딪힌 검이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 파편은 득구에게로 날아들었다.



* * *



“안 돼애앳!”

“엉?! 누구야?! 뭐야!”


잠이 덜 깬 달구가 벌떡 일어나 좌우를 살폈다. 득구는 식은땀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꿈?”

“이런 썅! 야, 이 미친···! 방금 잠들었는데!”


달구가 울상을 짓고 찡얼댔다. 득구는 이마를 훔치며 창을 내다보았다. 어느새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밤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오타 같은 걸 발견하시게 되면 꼭 좀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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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시우십결(時雨十訣) (4) +1 23.11.14 541 10 16쪽
73 20화. 시우십결(時雨十結) (3) +1 23.11.14 511 9 13쪽
72 20화. 시우십결(時雨十結) (2) +1 23.11.13 543 12 15쪽
71 20화. 시우십결(時雨十結) (1) +1 23.11.12 543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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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19화. 아우를 위하여 (1) +1 23.11.10 522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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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18화. 탐랑(貪狼) (4) +1 23.11.08 516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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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18화. 탐랑(貪狼) (2) +1 23.11.07 509 8 9쪽
64 18화. 탐랑(貪狼) (1) +1 23.11.06 553 9 17쪽
63 17화. 타초경사(打草驚蛇) (2) +1 23.11.05 536 10 15쪽
62 17화. 타초경사(打草驚蛇) (1) +1 23.11.04 575 9 18쪽
61 16화. 관화(關和) (2) +1 23.11.03 558 9 16쪽
60 16화. 관화(關和) (1) +1 23.11.02 571 10 15쪽
59 15화. 선(線) (5) +1 23.11.01 573 8 12쪽
58 15화. 선(線) (4) +1 23.11.01 567 10 16쪽
57 15화. 선(線) (3) +1 23.11.01 558 10 14쪽
56 15화. 선(線) (2) +1 23.10.31 558 13 15쪽
55 15화. 선(線) (1) +1 23.10.30 605 13 15쪽
54 14화. 암구명촉(暗衢明燭) (2) +1 23.10.29 597 10 15쪽
53 14화. 암구명촉(暗衢明燭) (1) +2 23.10.28 592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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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3화. 발톱 (6) +2 23.10.27 573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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