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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6.28 18:00
연재수 :
2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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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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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2
글자수 :
1,848,181

작성
23.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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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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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6쪽

18화. 탐랑(貪狼) (4)

DUMMY

챙!


“으허! 으와이씨!”


천중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뺐다. 얼마 전에 약관을 갓 넘은 애송이 도사 놈이 검풍을 날려 머리칼을 베어내더니, 이제 약관인 한현보의 애송이 놈은 허공을 격하고 날아든다.


“어휴, 제기. 애 떨어질 뻔했네! 뭐, 개나 소나 다 날라댕겨, 어린놈의 쒜끼들이! 떽!”


설총은 천중을 보고 있지 않았다. 설총의 눈은 오로지 자신의 검을 막아낸 차크람을 향해 있었다.


“오랜만이오.”


광운은 한쪽만 남은 눈으로 말없이 씩, 웃어 보였다. 헝겊을 감아 가린 오른쪽 눈은 딱히 안대를 댄 것이 아니라 광운이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며 그 속이 얼핏얼핏 비쳤다.


“이번엔 다음을 기약하지 않을 생각이네.”


광운이 왼손의 차크람으로 자신의 오른쪽 얼굴을 가린 채 말하자, 설총은 검을 한 차례 흩뿌리고서 기수식을 취한 다음 답했다.


“다음을 기약할 생각이었소? 어지간히 우습게 보였나 본데?”

“그러는 시주야말로 아주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게 아니신가?”

“건방은?”


설총의 검이 곧게 광운을 향했다.


“자신감이지.”

“쯧쯧, 교만일세.”

“한번 대봅시다, 어디.”


설총이 쏘아져 나갔다.


“누가 긴가!”



* * *



‘개봉부에 가서, 할배··· 아니, 구보신개 구정삼 어르신을 찾아요. 개봉부에 있는 거지 중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무조건 가르쳐줄 거예요.’


고무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아니, 그러니까 여기서 개봉부까지 얼마나 먼데 거기까지 가냐고···. 아으, 짜증나.”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었다. 천가방 패거리와 그 무시무시한 백련교도들이 포진하고 있는 송화루에 고작 다섯 명이 쳐들어간다는 개소리를 들었는데, 어찌 안 갈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뭔 성질머리가 글케 급해? 고까짓 무공 고작 일주일 익혔다고 뭐가 어마어마하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미친 거 아냐? 어휴···!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솔직히, 여전히 한설총이나 미친개는 썩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내대장부가 한 입으로 두 말할 수는 없는 법. 달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가야 한다.


“음···.”


개봉까지는 역시 황하로 배를 타고 가는 길이 가장 빠르다. 문제는, 그 뱃길을 잘 탈 줄 아는 사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뱃길을 잘못 들었다간 갑자기 빨라진 격류에 그대로 휩쓸려 물고기 밥이 되든가, 아니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수비 놈들에게 고대로 꼬챙이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참, 내가 수비지. 아니, 수비였던 건가.”


중얼거리던 고무래는 자기 이마를 딱, 때렸다.


“뭔 헛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진짜.”


비 맞은 중마냥 중얼중얼 공염불을 읊어가며 산길을 걸은 지 벌써 한 시진이 슬슬 넘어간다. 이제 곧 나루터로 올라가는 길목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창서촌 길인데, 어째 저번에 도끼 녀석이 여기서 괴승 무리를 봤다고···.


“괜찮으려나? 갈 수 있을까···? 개봉부.”


고무래는 울상을 지었다. 가는 것도 문제지만, 제시간에 못 맞추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기껏 천하삼절의 고수를 모셔 왔는데, 막상 도착하니 너무 늦어버렸다면? 그만큼 허망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고무래는 걸음을 서둘렀다. 얼마간 잰걸음으로 걷자, 곧 창서촌 입구가 보인다. 이제 여기서 좀 비껴가면 공의나루다.


“···역시 좀 불안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끼 녀석이 보았다는 그 괴승무리가 마음에 걸렸다. 이미 일주일 넘도록 지금까지 코빼기 한 번을 안 보였고 하지만─ 그들이 사라졌다는 증거 또한 없지 않은가?


고무래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창서촌의 수호신 증장천왕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어중간히 깎아 세운 석상의 얼굴이 묘하게 불길해 보였다.


“···역시.”


결국, 고무래는 발길을 돌렸다.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더라도 무리해서 위험한 길을 택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쪽이 나은 법이다.



* * *



설총과 광운, 두 사람의 전장은 어느새 송화루 본채 안으로 옮겨가 있었다.


쐐애액!


차크람이 크게 휘돈다. 설총은 목젖을 향해 날아오는 차크람을 쳐내는 대신, 휘돌고 있는 차크람의 아래쪽 면에 검을 비껴 넣었다.


핑!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차크람은 본래의 궤도를 벗어나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설총은 차크람을 비껴낸 그대로 검을 찔러 들어갔다.


차르륵!


광운은 오른손에 남은 차크람 안에 설총의 검을 끼워 넣으며 이를 갈았다.


“실력이 늘었군.”

“당연한 것 아니오.”


설총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검을 빼지 않은 채 베기로 공세를 전환했다. 회전하며 안쪽의 압력으로 검을 압박하던 차크람이, 힘의 방향이 바뀌자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갔다.


“사흘을 격하였어도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야 하는 법. 하물며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소?”


설총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후,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달라진 것이 없군.”


두 개의 차크람을 모두 잃은 광운이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소.”


설총은 검을 겨누고 낮은 어조로 말했다.


“일전에 꺼내다 만 패는 지금 꺼내는 것이 좋을 것이오.”


설총의 검이 점점 광운의 목을 압박해 들어갔다.


“그렇지 않으면 꺼낼 틈조차 없을 테니.”

“이대로 베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거늘···. 벌주를 자처하는가?”


피식, 설총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웃기는 소리. 내 귀는 장식이 아니오.”


그 말에 광운은 정말 놀란 듯, 하나 남은 왼눈이 커졌다. 이내 광운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과연, 괄목상대를 자처할 만하구나.”


키이잉!


한참 멀리 날아갔던 두 개의 차크람이 허공을 격하여 돌아왔다.


‘···이기어검(以氣御劍)인가.’


설총의 눈이 가늘어졌다. 분명, 경악할 만한 재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차크람, 곧 륜(輪)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것은 이미 비도(飛刀)라는 재주에 익숙한 사람이란 뜻이기도 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강대한 ‘힘’을 다루는 방식이다. 이런 경지에 오른 자가 어찌 이렇게 미숙한 제공권(制空權)을 보인단 말인가?’


광운은 몸 안에서 흐르는 힘(眞氣)을 몸을 통하지 않고도 허공을 격하여 칼날에 불어넣는─ 곧, ‘문’을 열어버린 개문고수(開門高手)다.


육체라는 관문을 열고, 일으킨 기세를 의념(意念)의 칼에 담아내는 경지에 이른 자들은 제 몸이 아니라 그가 딛고 선 공간을 장악해 싸운다. 즉, 절정의 고수가 펼친 제공권은 그 자체로 그가 다스리는 권능의 영역인 셈이다.


그렇기에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이전까지 상대방의 수를 읽어내는 법에 불과했던 관화(關和), 곧 ‘공간’에 대한 이해력이 승패를 가르는 가늠자가 된다.


자연히 경지가 높아질수록, 장악하는 공간에 대한 이해력도 깊어진다.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아무렇지 않게 피해내거나, 좁쌀 크기의 틈에 정확히 칼끝을 찌를 수 있는 것도 바로 인간을 초월한 공간지각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자는··· 미숙하다. 가진 힘에 비해··· 많은 것이 부족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그 소리를 어찌 들었느냐를 네게 묻는 것이 무례한 일인 줄을 내가 알았도다.”


광운의 양손에 각각 쥐어진 차크람이 다시 그의 손을 떠나 마치 스스로 살아 있는 것처럼 그의 몸을 휘돌기 시작했다.


광운의 외눈에서 시커먼 불길이 쏟아졌다.


“다르마(戒律)를 여기 선포하노라.”


말 그대로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설총은 검을 세웠다. 기묘한 위화감이 설총의 전신을 옥죄어 왔다. 일전에도 분명히 느껴본 것이다.


‘역시···. 저번에도 그랬듯이, 변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정신을 놓고 있다가는 목숨을 잃을 것이로다!”


챙!


불꽃이 피어올랐다. 설총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것이 바로 위화감의 원인이다.


‘분명 기교와 제공(制空)을 위주로 하는 검기(劍伎)의 소유자이거늘, ‘다르마’라는 것 이후에는 그 품새가 일변하지 않는가?’


설총은 시험 삼아 초식을 펼쳤다. 이전까지 설총이 보이던 간결하고 속도와 정확함을 바탕으로 하는 검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목을 어지럽히는 환검(幻劍)의 검술이다.


“으하하! 어설프구나!”


채채채챙!


허실이 가미된 변초가 순식간에 광운의 인중, 목젖, 비중, 겨드랑이와 명치에 날아들었지만, 광운은 그 모든 수를 단 일수 만에 쳐냈다.


‘···전부 막았다. 하나도 비껴내지 않고서!’


광운이 비릿한 조소와 함께 공세로 전환하려는 순간, 설총은 검을 세워 들었다.


“···역시.”


설총은 이를 드러내고 사납게 웃었다.


“그 힘, 범상한 과정으로 얻은 것이 아니로군.”

“···뭐라?”


설총은 가벼운 손놀림으로 오른 다리 쪽으로 검을 떨쳤다. 챙! 차크람이 튕겨 나갔다.


“칼날에 담긴 내력은 강력하지만─”


설총의 미간이 좁혀졌다.


“어설프다.”


설총이 차크람을 가볍게 쳐내자, 광운은 그야말로 경악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한설총이 보여준 경지를 생각하면 그는 ‘다르마를 선포한 자신’에게 감히 저항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과 확신에 가득 차 있던 광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건방지구나···!”

“굽이치며 흘러야 할 강물이, 마치 굽이마다 끊겼다가 저 멀리서 다시 나타나는 느낌

이랄까? 본래는 이어지지 않아야 할 것을, 무리하게 억지로 이어 붙인 느낌이랄까.”

“무슨 헛소리를···!”

“관석화균(關石和鈞)을 알지 못하는 어설픈 자에게서나 보일 법한 일이지. 결코 이기어검을 구사하는 초인에게서 나타날 법한 현상은 아니오.”


설총은 검을 흔들어 자신의 제공권에 침입하려는 차크람들을 떨어낸 후 말을 이었다.


“게다가 당신의 검기(劍伎)···. 그 다르마란 것을 선포하기 전과 후가 매우 다르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야.”

“···!”

“일전에 한 가지 의문이 남았지. 당신에게 오대호법의 일원이냐 물었을 때, 긍정도 부정도 표하지 않았소. 뭐, 지금 보면 그 이유가 부족한 실력 때문이라 짐작이 되오만─”


딱딱하게 굳은 광운의 얼굴이 얼어붙은 수면이 쩍, 갈라진 모양으로 일그러졌다.


“어쨌든, 백련교의 오대호법은 가벼운 이름이 아니지. 심지어, 이전에 죽은 대호법의 법명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 아니오?”


설총은 눈썹을 어긋매끼고 말을 이었다.


“죽은 대호법의 자리와 함께 이름을 이어받는다. 이것까지야 흔하진 않지만, 가능한 일이오. 그러나─ 고작 15년 만에 천하삼절과도 능히 겨룰 수 있는, 그야말로 초절정의 고수를 키워낸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지.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도 무방해.”


서로를 바라보는 설총과 광운의 눈은 마치 거울처럼 동시에 천천히 가늘어졌다.


“해서, 나는 지금 아주 ‘기묘한 가설’을 하나, 떠올리는 중이오.”

“···.”

“나는 무축(巫祝)의 일을 좋게 보진 않소. 하나, 이 공의현에선 그런 걸 질리도록 자주 볼 수 있지. 몇 없는 즐길 거리니까.”


뜬금없는 설총의 말에 광운은 눈썹을 뒤틀었다.


“무슨 소릴 하려는 것이냐?”

“혹, 근자에 꽤 유명세를 누리는 영매(靈媒)를 본 적 있소? 흑적아(黑的兒)라는 이름의 역법가(曆法家)인데, 서역인이라오. 눈이 붉은 기가 도는 밤색인 색목인(色目人)이지.”

“···너는 언제까지 신변잡기를 입에 담을 참이냐? 더는─”

“─그 역법가가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계기가 바로!”


광운의 말을 자른 설총의 시선은, 눈앞의 광운이 아니라 2층의 어딘가를 향해 있었다. 기묘한 인기척이 느껴진 탓이다.


“서역의 강령술(降靈術)이라오.”

“···무슨 저의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지금, 내 눈에는··· 당신이 그 역법가와 많이 닮아 보여서 말이오. 아주 사이하고, 사특한 술법을─”

“감히─!!”


이번엔 광운이 설총의 말을 잘랐다.


“감히, 그따위 잡술을 어디에 비유하는 것이냐···?”

“댁들의 ‘삼제진경’과 그 잡술을 비교하는 중이오.”

“─놈! 그 입 닥치지 못할까!”

“그만 되었네.”


목소리가 난 쪽은 2층이었다. 완전히 늙어빠진 한 노인이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광야사자···!”

“광운은 너무 스스로 자책하지 마시게. 강호는 본래 주머니를 찢고 나서는 송곳 같은 자들이 용담호혈을 이루는 곳이 아니던가.”

“···.”

“저 사내는 천검을 떠올리게 하는 자로군.”


설총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대의 기도를 살폈다.


“이 늙은이는 크게 경계할 것 없네. 자네가 경계할 자는 이 늙은이가 아니니 말일세.”

“후후후···.”


광야사자라 불린 자의 뒤에서 나타난 것은 아주 젊은 여인이었다.



* * *



“죽어라!”

“···지랄한다.”


묵직한 철퇴가 득구를 스쳤다. 지나친 기세를 멈추지 못한 철퇴가 땅에 떨어져 쿡, 박힌다.


“···옘병을 한다, 아주 옘병을 해.”


득구는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린 놈의 발을 툭, 차올렸다. 붕, 놈의 발이 떠오르면서 삽시간에 머리와 발의 위치가 뒤바뀐다. 놈이 철퇴를 쥔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원치 않는 곡예를 펼치는 와중에, 득구는 사악한 웃음을 띠고 허리를 검지로 톡, 찔러주었다.


우드득!


“끄아아악!”


놈의 허리가 뒤틀리며 땅으로 떨어진다. 주춤, 다른 놈들의 기세가 멈칫하는 것이 느껴진다.


“야, 조무래기들은 네가 알아서 처리해.”

“뭐라고?!”

“천중은 됐고,”


득구의 눈이 광운을 향했다. 득구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말했다.


“그 민대가리 놈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

“민대가리?”

“울 아가씨 마빡에 칼침 놓은 그 새끼.”

“아아···.”


달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 성질머리에 한성채에게 생채기를 낸 놈을 여태 살려뒀다는 게 아주 기적적인 일이다. 달구조차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채에게 생채기를 낸 일이 없다. 성채의 몸에 상처 하나라도 나는 날엔 사생결단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칼침이라니.


“그럼 간다.”


달구가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 별채 쪽에서 “와아아!” 함성이 나더니, 한 무리의 왈패 놈들이 합세했다. 추가 주문한 기억은 없는데. 달구는 음, 앓는 소리를 내더니, 찜찜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왜?”

“혹시 너 귀찮은 거 걍 떠넘기고 갈라는 거 아니냐?”

“왜, 후달려?”

“···니미.”

“도와줘?”


알고는 있는데, 저놈의 표정을 보면 울컥 치미는 화를 참을 수가 없다. 묘하게 동정하는 표정에,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듯 저 깔보는 시선이 합쳐지면 도무지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가, 자식아!”

“후달리면 도와주고.”

“아, 꺼지라고!”


득구는 키득거리면서 송화루의 본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해? 비켜.”

“뭐, 뭐야? 이 미친···!”


우직! 까드득!


“끄악!”

“늬들한텐 어째 주먹을 내는 것도 겁나 아까우니까, 절루 꺼져! 저기, 저 덩치 산만 한 돼지 새끼가 놀아줄 테니까.”

“이···! 야! 너 돌았냐?!”

“야! 봐봐! 쟤 손발이 놀잖아! 이래 가지고 모가지 딸 수 있겠어? 팍팍 가서 조지라구!”

“진짜 미쳤냐? 엉? 미친···!”


득구는 한 놈의 엉덩이를 달구 쪽으로 걷어차면서 말했다.


“얼른 가라구! 저놈 아직 심법 수련이 3성을 못 넘겨서 경력 발출이 맘대로 안 돼! 지금이 기회야, 이 등신들아!”


그 말에 우왕좌왕하던 왈패 놈들이 눈을 빛내더니 달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 이, 개···! 으악, 쿠억?!”

“히히히. 꼬시다. 새끼.”


득구는 희희낙락하며 천가방의 왈패 놈들을 헤치고 걸어 나갔다. 한 놈이 흘깃 득구를 쳐다보자, 득구는 바로 콧잔등을 후려갈겼다.


콰직!


“뭘 봐, 새끼야!”


콧대가 주저앉은 놈이 그대로 꼬꾸라지자, 이젠 아무도 득구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어째, 오늘따라 힘이 과하게 넘치거든.”


득구는 입술을 핥았다.


“어디 보자.”


득구의 두 눈에서 창화(猖火)가 피어올랐다. 시퍼런 도깨비불 두 개가 떠오르자, 이내 득구의 심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듯, 허공에 피어올랐다.


“오늘 이후로 고기 뜯을 생각 하지 마라.”


득구의 눈이 점점 가늘어지며, 동공에 피어오른 불길 또한 날카로운 칼날처럼 벼려졌다.


“턱주가리를 일곱 등분 해줄 테니까.”


득구는 본채의 문을 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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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14화. 암구명촉(暗衢明燭) (1) +2 23.10.28 584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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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13화. 발톱 (5) +2 23.10.26 572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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