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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aHaL 님의 서재입니다.

극랑전(極狼傳)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6.28 18:00
연재수 :
2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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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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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2
글자수 :
1,848,181

작성
23.1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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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5쪽

18화. 탐랑(貪狼) (3)

DUMMY

“그럼, 다녀오지요.”


저잣거리에 산책하러 나가는 사람도 저렇게 무심하진 않을 것이다. 제갈민은 까득, 잇새로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저도 가겠어요!”

“연화신산.”


설총은 눈썹을 어긋매꼈다.


“위험합니다.”

“그걸 알면서 가요?!”

“가야 할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이유 하나만 더해요.”

“···무엇을?”

“난 진짜로 이딴 곳에서 죽고 싶지 않으니까, 나 살려서 돌아오라구요.”


설총이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데, 제갈민이 팔짱을 끼고 흥! 콧김을 뿜었다.


“아니면 지금까지 도와준 거 싹 다 토해내든가.”

“···.”


설총은 잠시 미간을 두드리다가 말했다.


“득구야.”

“저 못 합니다.”


득구의 즉답에 이번엔 제갈민이 이를 드러냈다.


“뭐예요?! 이 미친개 소협보다는 제가 세죠! 누구한테 누굴···!”

“미친개 소협이 뭡니까, 미친개 소협이!”

“아무튼, 소가주님이 알아서 하세요. 나 죽기라도 하면 소가주님한테 책임 물을 거니까!”


설총은 이마를 짚었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 * *



“오는군요.”


천중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맛살을 팍, 찌푸렸다. 천중도 나름 무인이다. 내로라하는 절정고수들 사이에서 이름을 내밀 수준은 못 되지만, 적어도 칼질로 밥벌이하기에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까 자존심 상하게 불쑥불쑥 뒤에서 나타나는 건 그만둬줬으면 좋겠다. 빌어먹을.


“아, 옵니까? 그보다 오실 때는 미리 언질을 좀 주십사···.”

“후후후, 소첩이 불편하신가요?”

“아뇨, 뭐.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 왜, 있잖습니까. 사람이 깜짝 놀라버리면 저도 모르게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거고···. 조심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어머나, 천 방주께서는 배짱이 두둑한 사내중의 사내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거 하난 마음에 든다.


이 빌어먹을 백련교 빡빡이들은 광륜을 제하고 누구도 천중을 방주라고 불러주는 이가 없었는데, 교랑은 처음 만났던 그날 이후로는 꼬박꼬박 방주라고 불러준다.


“으하하, 제가 또, 한 사내 합지요. 또 좋은 평가 깎일라, 몸조심 좀 해야겠습니다.”

“후후후.”


교랑은 천중을 지나쳐 방의 창문을 열었다.


“음, 흐린 날씨.”


천중은 곁에 누워 있던 계집을 돌려보냈다. 아무래도 이번엔 이 방에 계속 있을 모양이다.


“한데, 뭐가 온다고 하신 것인지···.”


창밖을 바라보던 교랑이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어머, 설마 소첩의 말을 알아들은 척만 하신 것이온지···?”

“어이쿠,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오라···.”


천중은 관자놀이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제가 애매모호한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터라, 가능하면 확실히 말씀해주십사 하고···.”

“어머나! 후후후훗!”


교랑이 갑자기 교소를 터뜨리자, 천중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여튼 매사에 전조가 없는 계집이로세. 뭔 일을 할 때 맥락이 있어야지, 모든 행동이 다 뜬금없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니, 도무지 심기를 읽을 수가 없다.


“후후, 광륜사자께서 천 방주를 신임하는 가장 큰 이유를 찾은 것 같군요.”

“아, 그렇습니까?”

“광륜사자께서도 애매모호한 것을 굉장히 싫어하시거든요.”


천중은 광륜이란 작자의 면상을 떠올리고서는 바로 수긍했다.


“아아, 그거,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후후, 그럼, 오해 없도록 분명하게 말씀드리지요.”


교랑은 돌아서서 천중을 똑바로 바라보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수의(壽衣)를 입을 아이들이 오고 있어요.”



* * *



“크어엉···푸르흐!”

“이건 뭐···.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보통 ‘번을 서다 졸았다’라는 게 올바른 경우다. 지금처럼 아예 자는 게 아니라. 제갈민이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설총은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자신도 피해자였다고 말할 수는 있게 해줘야지요. 점소이야 아무 죄가 없으니.”

“그건 그런데···. 송화루주 입장에서는 큰 죄를 지은 죄인 아닐까요.”

“그거야, 그쪽 사정이지요.”


픽! 설총이 점소이의 마혈(痲穴)을 찌르자, 의자에 몸을 뒤집어 놓을 듯이 널브러져 있던 점소이가 몸을 파르르, 떨더니 딱, 굳어버렸다.


송화루의 정문 앞에 선 득구는 문을 걷어차려다 말고 고개를 휙, 돌렸다.


“뭐, 암습 같은 거 안 해요?”


제갈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이제 와서요?”

“아니, 뭐랄까···. 아가씨를 안전히 보호한달까, 그 몰래 잠입해서 어쩌구 한달까···.”

“하, 참 내. 넌 그냥 단순히 그런 게 해보고 싶었던 거 아니냐?”


달구가 끼어들자, 득구는 미간을 구겼다.


“넌 좀 닥치고 있어. 어쨌든 구출작전? 뭐, 그런 거잖아요.”

“득구야.”

“네.”

“사람이 말이다. 갑자기 안 하던 걸 하면 왠지 좀 불안해지거든. 죽을 때가 됐나, 싶달까.”


설총의 말에 달구는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제갈민도 피식, 웃음을 지으며 득구를 힐끔거렸다. 득구는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 저는 생각도 못 해요?”

“그냥 놀던 대로 놀아.”

“쳇!”


득구는 퉷, 하고 침을 뱉더니 송화루의 정문을 걷어찼다.


뿌득! 쿠당!


빗장 걸린 문짝이 그대로 뜯겨져 서너 번을 구르고 나서야 멈추었다.


“처어언주우웅!! 나와, 이 개자식아!”


화통 터지는 소리가 송화루의 고요하던 아침을 박살냈다. 귀를 막고 있던 제갈민이 달구의 팔뚝을 툭 치더니 말했다.


“이거 어디서 본 장면 같지 않아요?”

“···그러게 말임다. 어째 많이 본 장면인데.”

“그 왜, 있잖아요. 사람이 갑자기 변해도 이상하지만, 뭐랄까 너무 안 변해도···. 그걸 뭐라고 하지?”

“머저리?”

“아, 그거요.”

“거기, 뒤에! 좀 안 들리게 얘길 하든가!”


뒤에서 키득거리는 소리에 득구는 이마에 핏대가 돋은 채로 이를 갈았다.


“열 받으니까 오늘은 상판대기들을 싹 다 갈아버려야겠다.”

“어느 쌍놈의 몰상식한 새끼가, 엉? 문짝을 죄 뜯어놓고 와서 패악질이야, 패악질이?!”


천중이 여송연을 꼬나물고 나타나자, 득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달구는 양손에 침을 퉤, 뱉어서 비비적댔다.


“으, 디러.”


제갈민이 슬쩍 옆으로 비켜서는데, 그 어수선한 몰골을 본 천중이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아주, 개판이구만? 미친놈들.”

“너만 하겠냐, 이 양아치 새끼야.”

“미친개한테 미쳤단 소리를 다 듣고, 이거 오늘 일진 개판이구만?”

“울 아가씨 어쨌냐.”

“그걸 나한테 왜 물어봐!”


천중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안색을 싹 바꾸고 말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뭐, 피차 오래 보고 싶은 면상은 아니니까, 거, 뭐야. 긴 얘긴 서로 삼가자구.”

“동의한다, 개자식아. 그래서 어딨냐.”

“으이그, 이 무식한 새끼야. 당삼망태기루다가 요기 송화루에 있겠지, 어딨겠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세요, 상식적으로. 뭐, 어디 한현보 안방에다가 모셔놨을까 봐? 등신 아냐, 저거?”


득구의 주둥이가 콱 틀어 막혀 아무 반박을 못 하자, 달구가 속 시원한 표정으로 말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야.”

“십 년 묵은 똥이나 싸라, 돼지 새끼야.”

“뭐야?!”


보다 못한 설총이 득구 앞으로 나섰다.


“천중.”

“이거, 오랜만에 뵙소. 미친개 주인··· 아니, 도련님.”


설총은 천중의 호칭에 피식, 웃음을 띠었다.


“평생 듣기로 이렇게 존중이 없는 도련님 소리는 처음 듣는군.”

“그렇지? 나도 좀 그래. 어디 허섭스레기 같은 무가의 도련님도 도련님이랍시고 이딴 촌구석의 저잣거리서 도련님, 도련님 떠받들어주는 게 아주 눈꼴시어서 말이야.”

“피차 긴 얘긴 삼가자 하지 않았나?”

“어이쿠야, 계속 떠들어서 심기가 불편하신감? 나는 오늘 시간 많은데.”

“하긴, 대인 나리 소리 듣다가 하루아침에 왈패로 전락하면 그야 미련이 남을 법도 하지.”

“하? 무슨 개소리야?”

“그렇잖은가? 굳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닐 텐데.”


천중의 눈썹이 어긋맞았다. 천중은 톱날 같은 눈을 가늘게 맞물리고서 말했다.


“무슨 소리지? 뭘 안다고 지껄여?”

“뭘 좀 알고서 지껄이는 것이다. 모르는 이야기를 입에 담는 취미는 없으니.”

“헛소리 말고 좀 자중하십쇼, 예? 주둥이를 썰어버리기 전에.”


설총도 눈을 가늘게 뜨고서 말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지 않았느냐. 정 듣고 싶다면, 들려주랴? 초작(焦作)현의···.”

“그만.”


천중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어떻게···. 아니 뭐, 조사를 했다면 어떻게든 알았을 테지.”


이내 한숨을 폭 내쉰 천중은 고개를 숙인 채 잔뜩 그늘진 얼굴로 안광을 빛냈다.


“이거, 나름 신분 세탁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아시네?”

“이만하면, 내 목를 노려야 할 당위성이 더 커지지 않느냐?”

“오우, 충분하지.”

“그럼, 채아는 해방하는 것이 어떠냐?”

“오우, 멍청한 소릴.”


천중은 손을 들었다. 곧, 천가방 패거리가 천중의 뒤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좋아, 썅! 덤벼!”

“천중 놈 모가지는 내 거다. 건들지 마.”

“네가 알아서 따! 내놓으라느니 어쩌니 하지 말고!”

“말 안 해도 그럴 셈이다!”


득구와 달구가 먼저 달려 나가자, 설총은 조금 뒤로 물러나 제갈민에게 말했다.


“십비는 어디 있습니까.”

“근처에 있어요.”

“연화신산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되도록 십비와 힘을 합하여 싸우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뭐, 전략이니까.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어요.”


설총은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뽑아 들었다.


“백련교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천중을 먼저 잡을 생각입니다만···.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군요.”

“애초에 무리수 아닌가요?”

“길고 짧은 건,”


설총의 몸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대봐야 아는 법!”



* * *



짜르르!


성채는 귓전을 울리는 방울 소리에 눈을 떴다.


‘꿈···?’


신기한 꿈이었다. 왜냐하면 잠든 중에도 묵직하게 오른쪽 관자놀이를 짓누르던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쁜 사람.’


성채는 방울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알게 되었다. 분명히 객관적으로 매우 예쁜 여인이 서 있는데, 그 여인의 손에 방울 달린 장식이 매달려 있는 것이다.


마치 넝쿨이 손등과 손가락 사이에 얽혀있고, 그 위에 방울이 달린 기묘한 장식이었다.


“어머나, 이렇게 귀여운 얼굴에 생채기를 내다니···.”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무척이나 기묘한 목소리였다. 분명 귀로 들리기는 청량한 음색인데, 머릿속에 전달되는 음성은 걸걸하고 묵직한 음색이었다. 두 가지 목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기묘한 현상에 성채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


“아아, 이런. 취혼앵(醉魂譻)을 듣고도 고통이 느껴질 정도인가요? 광운사자도 참 못된 분이시로군요.”


여인은 허리를 굽혀 성채의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붕대가 풀려나가는 것이 눈에 비치는 것을 보아 상처를 보려는 것 같았다.


‘취···혼. 광운사자?’


기억이 거의 없지만,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자유자재로 차크람을 날리던 중이 있었다. 득구의 목이 날아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몸이 멋대로 움직인 것이 생각났다.


‘···그 사람과 같은 편.’


성채는 자신과 득구를 적대하던 자들에게 잡혀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왈패···. 천가방? 그자들과 한 패거리일까?’


주변에 천중은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 같았다. 성채의 눈에 비치는 방은 분명히 송화루 별관의 모습이었으니까.


송화루는 주루 겸 객잔이긴 하지만, 저잣거리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고급술과 요리를 파는 곳이기도 했다. 한주윤은 간혹 귀한 손님이 오면 이곳에서 식사를 대접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꼭 성채를 데려왔던 탓에 성채는 이 별관을 잘 알고 있었다.


성채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침착하게 창문을 찾았다. 다행히 창문은 머리 쪽이 아니라 발 쪽에 있었다. 창밖으로는 송화루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황산기송(黃山奇松)이 끄트머리만 간신히 비쳤다.


‘3층이야.’


좀 더 자세히 살피자, 왼쪽 창틀에 송화루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기등(奇燈)의 끄트머리가 걸쳐 있는 것이 보였다.


‘기등이 붙은 곳은 어디였지···?’


성채가 송화루 별관의 겉모습을 떠올리고 있는데, 손에 방울이 달린 예쁜 여인이 성채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후후, 생각보다는 실력이 괜찮은 의원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그리고 성채의 상처를 매만지는데, 감각이 매우 둔해져 있는데도 따끔, 통증이 울려왔다.


“안쓰러워라.”


여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많이 아프시지요? 후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여인이 손을 흔들자, 다시 방울 소리가 짜르르, 울려 퍼졌다.


“···부르셨습니까.”


그리고 여인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놀랍게도, 아는 얼굴이었다.


‘왕···태하?’

“가서 뜨거운 물을 좀 받아오세요.”

“···예.”


여인은 품에서 나무로 된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다란 금침 하나를 뽑아 들었다.


“후후, 곧 아프지 않게 해줄게요.”


분명 상냥하기 그지없는 말투인데, 성채는 몸이 바들바들 떨려올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다.


저 금침으로부터 무언가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귀로 들리는 소리는 아닌데, 이해할 수는 없지만, 성채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십, 수백 명이 동시에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저 작은 바늘 안에 갇혀서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만 같은 소리다.


“좋아요, 거기 두세요.”


달그락, 소리가 나고 여인이 등을 돌렸다. 아마 뜨거운 물에 금침을 담그는 것 같다. 여인은 품에서 반들거리는 종이에 싸인 무언가를 꺼내었다. 검은 뭉치 같은···. 뜸, 뜸이다. 여인은 뜸을 성채의 미간에 올려놓았는데, 후각이 굉장히 무뎌진 상태에서도 끔찍한 냄새가 났다.


“후후후, 아프기 싫죠? 저도 그래요. 사람은 왜 고통 같은 걸 느낄까요? 그런 것 따위가 없었더라면 훨씬 살 만했을 텐데. 영원히 아프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뜸의 끄트머리에 불이 붙고, 그 끔찍한 냄새가 향이 되어 성채의 콧속을 더욱 지독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성채는 저도 모르게 꿈틀, 하고 미간을 찌푸렸지만, 여인은 뒤를 보고 있어서 성채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다시는 아플 일이 없을 거예요. 좋겠지요?”


푸욱!


금침이 성채의 정수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온몸의 통각이 오로지 정수리에만 몰려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한 격통이 성채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에 비명을 지를 수는 없었지만, 성채는 마음속으로 온몸이 찢어지도록 울부짖었다.


“처어언주우웅!! 나와, 이 개자식아!”

“어머나.”


득구의 목소리다. 성채는 사력을 다해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움직이려 할수록 통증이 더 격하게 밀려들었다. 마침내 성채가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자, 성채는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손님을 맞으러 가야겠어요. 잘 지켜···.”


그 뒤는 들리지 않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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