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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슬기로운 망나니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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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6
최근연재일 :
2024.06.07 18:3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541
추천수 :
16
글자수 :
153,045

작성
24.05.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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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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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관군에 포위 되다

DUMMY

노팔룡이 부축해 줘서 몸을 세웠다.


도와준 그에게 고맙다고 생각했다.


“이제 괜찮아졌어.”


그런데···.


노팔룡은 여전히 내 팔을 붙잡고 있었다.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하자 더욱 힘을 주더니 나를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게 알고 보니 나쁜 놈이었군. 너만 넘겨주면 우린 사면을 받을 수 있을 거야.”


황대칠도 나의 다른 쪽 팔을 꽉 잡으며 광만구에게 소리쳤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현상범을 넘길 테니 우리 같은 잡범은 풀어 주시오.”


그러자 광만구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놀고들 있네! 금씨 집안에서 죽은 하인의 수가 90명이 넘었으니, 이는 한 사람이 저지른 일이 아니다. 너희 모두 공범일 터니 모두 체포한다. 만일 무고한 자가 있다면 그때 가서 풀어 주마.”


그때 한 포졸이 소소구를 가리키며 외쳤다.


“제가 저놈을 잘 압니다. 저 자식은 소소구라는 녀석으로 저잣거리에서 야바위꾼으로 살고 있습니다.”


광만구가 웃으며 말했다.


“야바위꾼이라니? 불법 도박하는 자를 그리 부르지 않느냐?”

“불법 도박을 하는 범법자의 뒤에는 조직 폭력배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들의 뒤를 캐보면 금씨 집안의 비극을 일으킨 일당을 다잡을 수 있을 겁니다.”

“과연··· 네 말이 옳다.”


그들의 대화에 나를 잡고 있던 노팔룡과 황대칠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졌다. 그들의 손을 뿌리쳐 자유를 찾았다.


노팔룡은 광만구에게 큰소리로 자신을 변호했다.


“나는 일평생 범죄라고는 저질러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 무고한 사람을 모함하지 마시오.”


광만구가 대답했다.


“그걸 믿을 것 같나? 생김새만 봐도 8척 장신에 힘을 꽤 쓸 것 같군. 누가 봐도 악당의 관상이야. 저들의 우두머리가 분명해.”


노팔룡은 그들을 향해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러고 나서도 분이 안 풀리는지 몸을 부들거리며 중얼거렸다.


“내 무기만 있었어도···!”


광만구가 모두 체포하겠다는 말에 소소구가 말했다.


“노형! 빠져나갈 방법이 있소.”

“어떻게?”


그러자 황대칠도 옆에서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팔룡은 얼굴을 활짝 피며 물었다.


“언제 작업했어?”

“밤새 작업을 해 뒀소.”

“잘 됐구나. 그런데, 이 녀석은 어떡하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했지만, 저들의 눈치를 보니 소소구도 뭔가 준비한 게 있는 것 같았다.


얼른 세 사람에게 말했다.


“결투는 미루고 같이 빠져나갑시다.”


소소구가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을 놈들에게 던지면 시간을 벌 수 있어.”


내가 그에게 항의했다.


“아니, 왜?”


소소구가 노팔룡에게 말했다.


“저 녀석 때문에 어제 내가 피해 본 게 얼마인지 아시오? 덕분에 나는 저잣거리에서 사기꾼이 되고 말았소.”


노팔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 어린 녀석이라 불쌍하지만, 저지른 죗값은 치러야겠지.”

“내가 금무혁이야. 금씨 집안의 아들이 왜 자기 집 하인을 죽이겠어?”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그 거짓말, 정말이냐?”

“거짓말이 아냐. 내가 금천석 아들 금무혁이라고.”

“신분패를 보여봐. 그럼 믿어주지.”

“못 들었어? 신분패를 잃어버렸다고.”

“그 말은··· 그 집 도련님이란 증거가 전혀 없네?”

“그런 셈이지.”


노팔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새끼, 완전 사기꾼이네.”


황대칠도 한마디 거들었다.


“어린 주제에 반말이나 하고. 난 저 녀석이 양아치라는데 동전 1문을 걸겠어.”


소소구도 말했다.


“내 손이 얼마나 빠른지 알지? 이 녀석이 내 속임수를 알아차릴 뻔했어. 귀공자가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없지.”


갑자기 노팔룡의 언성이 높아졌다.


“소소구. 너 아직도 그 버릇 못 버렸냐? 도박판에서 어쭙잖은 속임수는 절대로 쓰지 말라고 했잖아?”

“날 뭐로 보고 그래? 내가 노형처럼 어리숙하게 속임수를 쓸 것 같아?”


웃기는 놈이다.

처음에는 도박하지 말라는 줄 알았다.

하다못해 속임수를 쓰지 말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법과는 먼 인간들이구나.


그렇다면··· 방법이 있다.

돈이면 된다.


“나를 도와 이 위기를 벗어나게 해 준다면 황금 2냥을 주지. 보통 사람은 5년간 모아야 하는 돈이지.”

“정말이냐? 정말로 황금 2냥을 준다고?”


황대칠, 소소구는 뛸 듯이 기뻐했으나 노팔룡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았다.


“나이도 어린놈이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 맘에 들지 않아.”

“싫어? 할 수 없군. 각자 황금 2냥을 싫어하는 사람도 다 있었군.”


내가 뒤를 돌아서자 노팔룡이 한숨을 쉬더니 나를 불렀다.


“잠깐! 네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어. 너희가 돈 찾는 것도 도와줘야지.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아니···. 그 정도의 일이라면 2냥으로는 부족해.”

“얼마면 되겠어?”

“3냥.”

“좋아.”


내가 가볍게 승낙하자 소소구가 노팔룡을 책망하며 말했다.


“저 녀석이 너무 쉽게 승낙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노형이 실수한 것 같아. 더 불렀어도 될 뻔했어.”


노팔룡은 잠깐 생각하더니 다시 나를 불렀다. 순간, 그가 얼마나 더 가격을 올릴지 걱정이 되었다.


“금공자, 3냥을 받고는 도와줄 수 없어.”

“뭐? 좋아. 얼마면 돼?”

“2냥이면 해 주지.”


그의 말에 소소구가 펄쩍 뛰며 반대했다.

노팔룡이 말했다.


“싫으면 관둬. 난, 우리는 나쁜 놈이 아니야. 황씨, 소씨, 상도덕이 없는 인간이 되고 싶다면 오늘 이후론 아는 척하기 없기다.”


노팔룡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군.


소소구와 황대칠이 노팔룡을 지칭하며 ‘얼간이’, ‘등신’이라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소소구가 다가오더니 말했다.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이 있소.”

“말해.”

“내가 만든 함정이 하필이면 오행진의 사문(死門) 밖에 있어.”

“뭐? 사문으로 가려면 꽤 복잡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왜 거기에 함정을 판 거야?”


소소구가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내가 함정을 만든 게 먼저야. 네가 진식을 쌓은 게 나중이란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래서··· 어쩌라고?”

“나의 진식을 다루는 실력으로는 그곳으로 갈 수 없어.”

“무슨 말인지 접수했어.”


나는 바로 움직이려다 멈추고 소소구에게 물었다.


“함정이라는 게 정확히 뭐야?”

“구덩이가 함정이지.”

“언제 팠어?”

“어젯밤에 죽어라 팠지.”

“함정은 정확히 어디에 있는데?”

“내가 숨어 있던 바위 앞이야.”


그의 말을 듣고 바위 앞을 보았으나 멀쩡한 땅으로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데?”

“있어.”


나는 솔직히 이들을 믿을 수 없다. 야바위꾼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방법이 아니면 나는 우리 집 하인들을 학살한 살인마가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다.


“사문을 지나 포위망을 뚫으려면 대충 다섯 명을 제쳐야 하는데··· 괜찮겠어?”

“우리도 숫자가 있으니 가능할 듯싶어.”

“싶은 정도로는 곤란하지···. 무조건 뚫고 나가야만 해.”


그때 광만구가 소리쳤다.


“이제 마음을 정했으면 어린놈을 먼저 우리에게 보내라. 그러면 너희 세 명은 형량을 낮춰 줄 용의가 있다.”


노팔룡이 광만구의 뒤를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큰일이다! 요괴! 마물이 나타났다.”


오행진을 포위한 포졸과 광만구가 뒤를 돌아보자 노팔룡이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튀어!”


내가 먼저 뛰어나가자 세 사람이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소소구는 오행미혼진의 사문으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고 있었기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광만구가 어이가 없는 듯 웃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녀석들이군! 여봐라 저놈들이 돌무더기에서 나오면 즉시 체포하라.”


직선으로 오행미혼진을 벗어난다면 순식간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만일 발자국을 헛디디는 순간 환영에 빠진다.


나는 뒷사람들이 제대로 쫓아오는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진식의 사문에서 벗어나는 순간 어떻게든 바위 위로 올라가면 된다.


사문 앞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노팔룡과 황대칠은 내 발자국을 밟으며 쫓아 왔으나 소소구는 그만 헛디뎌 넘어졌다.


소소구는 그 자리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었다.

아마도 죽음보다 무서운 공포의 환영에 빠졌으리라···.


‘어? 이러면 곤란한데? 저 인간이 함정의 위치를 알고 있는데···.’


그 사이에 노팔룡은 이미 진식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 뒤를 따라 황대칠이 당황한 나를 지나쳐 노팔룡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소소구는?”


내가 그들에게 묻자 황대칠이 나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황금 2냥을 버릴 순 없지. 따라와.”


노팔룡은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포위망을 지키던 포졸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황대칠도 다른 한 놈을 오행진 안으로 내 던졌다.


나도 달려드는 포졸을 진 안으로 밀어 넣고는 노팔룡을 쫓아갔다.


갑자기 노팔룡이 외쳤다.


“모두 바위 위로 올라가!”


넓게 우리를 포위했던 포졸들이 모두 몰려왔다.


노팔룡이 번쩍 뛰어오르자 직감적으로 그 밑에 함정이 있을 걸로 생각했다. 나 또한 노팔룡의 발자국을 밟으며 뛰어올랐다.


어···?


잘 못 디뎠나?

왜 땅이 물컹거리지?

몸이 흔들거리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드디어 나의 경공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바위까지 뛰지 못한 나는 함정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이때 황대칠의 허리를 묶은 천을 풀어서 내게 던졌다.


으아악!


땅이 푹 꺼지고 있다.


나는 죽어라 다리를 움직였다. 내 발이 바닥에 닿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황대칠이 교묘하게 천을 잡아당기고 있어서 아직 나는 함정에 빠지진 않았다.


아래를 내려 보니 시커먼 구멍만 보인다. 나를 쫓아오고 있던 포졸들은 달려오던 기세를 이기지 못했다. 몇 사람이 함정을 보고 섰으나 뒤에서 밀려오는 포졸이 그들을 함정으로 밀어 넣고 그 자신도 빠졌다.


함정 안에서는 비명와 고함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누가 내 머리를 밟고 있어!”

“비켜. 숨을 못 쉬겠어.”


나 또한 함정에 허리까지 잠겼다. 누가 내 발을 잡아당긴다. 나는 발버둥을 치며 그의 손과 팔을 찼다. 몇 놈을 찼더니 하체가 자유로워졌다.


그러는 동안에 황대칠은 침착하게 나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황금 2냥, 괜찮아?”

“그렇게 부르지 마! 난 금무혁이야.”


나는 숨을 헐떡이며 노팔룡에게 물었다.


“너도 함정 위치를 알고 있었지? 왜 내게 말 안 했어?”

“아니. 하지만 소소구가 함정을 팔 때는 표식을 남겨 놓지.”

“무슨 표식?”

“표식은 우리만 알아볼 수 있어.”


함정에 빠진 광만구가 소리쳤다.


“야! 꺼내줘.”


함정 안을 보니 광만구는 부하들을 짓밟고 서 있었다. 그러나 함정이 꽤 깊어 올라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왜 나를 모함한 거야?”

“흥! 잡히면 반듯이 네 멱을 따 버리겠다.”

“그렇다면 흙을 덮어 줘야겠네?”


포졸들은 아우성치며 사정했다.


“제발 부탁이야. 살려줘.”

“우리 총기 나리가 실수한 거요. 나는 공자를 잡을 마음이 전혀 없었소.”

“우리를 살려주면 절대로 이 일은 없던 걸로 하겠소.”


이때, 노팔룡이 말했다.


“일각이면 이들은 밖으로 나올 거야. 그 전에 소소구부터 구해서 도망가야 해.”


나는 바위에서 내려가 오행진 안으로 뛰어들었다. 소소구를 부축하며 나올 때였다. 진식에 갇혀 벌벌 떨고 있는 포졸들도 구해 두어야 뒤탈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소소구를 데리고 나온 후 오행진 돌담 일부를 발로 차 무너뜨렸다.


“멍청이들! 이렇게 돌담을 무너뜨리기만 해도 진식이 파괴되는데···.”


오행진이 파괴되자 포졸들은 더 이상 비명 지르진 않았다. 공포로 가득했던 환영이 사라졌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우리를 쫓아 오지는 못하겠지.


우리 네 사람은 죽어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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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노예 경매 24.06.07 15 0 13쪽
26 홍지수 (3) 24.06.06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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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황금패의 행방 (2) 24.05.27 37 0 13쪽
17 황금패의 행방 (1) 24.05.24 44 0 12쪽
16 늑대와 호랑이 24.05.23 37 0 12쪽
15 수어지교 24.05.22 44 0 14쪽
» 관군에 포위 되다 24.05.21 47 0 12쪽
13 삼대일의 결투 24.05.20 64 0 11쪽
12 결투를 신청하다 24.05.19 67 0 13쪽
11 황금패를 분실하다 24.05.18 90 0 12쪽
10 장부의 진실 24.05.17 102 0 14쪽
9 복수 24.05.16 113 1 12쪽
8 무기를 구하다 (3) 24.05.15 136 1 12쪽
7 무기를 구하다 (2) 24.05.14 151 0 12쪽
6 무기를 구하다 (1) 24.05.13 182 2 12쪽
5 동굴에서 나가다 24.05.12 208 2 13쪽
4 환골탈태 24.05.11 222 1 13쪽
3 상산대협 24.05.10 234 3 11쪽
2 기연 24.05.09 248 4 12쪽
1 죽느냐 사느냐 24.05.08 29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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