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슬기로운 망나니 생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6:16
최근연재일 :
2024.06.07 18:3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538
추천수 :
16
글자수 :
153,045

작성
24.05.15 18:30
조회
135
추천
1
글자
12쪽

무기를 구하다 (3)

DUMMY

점원은 이를 바득 갈면서 말했다.


“금천석은 천하의 개자식이오. 다시는 내 앞에서 그 이름을 올리지 마시오.”


이것 봐라?

네가 뭔데 감히 아버지를 욕해?


그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너 죽고 싶어?”


대장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힘이 세다.


점원은 나를 바닥으로 밀어 버렸다. 그 바람에 나는 땅에 쓰러지며 뒹굴었다.


그가 씩씩대며 말했다.


“금천석 같은 자를 아비로 두고도 부끄럽지도 않아?”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그가 주먹으로 복부를 때렸다.


“캑!”


숨을 쉴 수조차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그는 쓰러진 나를 발길질했다. 맞은 데를 다시 맞았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명치를 맞아서 그런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간신히 외쳤다.


“그만 때려!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몰라도 나한테 보복하면 안 되지!”


점원도 발이 아픈지 발을 매만지며 말했다.


“금천석이 얼마나 악랄한지 몰라서 그래?”

“모르겠는데. 남들은 다 칭송하기 바빠.”


점원은 쭈그려 앉은 채로 멱살을 잡아 왔다.


“그거야 네 아버지에게서 나올 콩고물이라도 생길까 아부 떠는 거고! 정말 몰라?”

“몰라!”


잠시 후, 점원은 아버지가 저지른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점원의 이름은 목규만이라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낙양의 관아에 비단을 납품하는 비단 상인이었다. 장사가 잘되어서 잘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금천석은 낙양의 관아에 납품하는 모든 상점을 모조리 자기 손에 넣었다. 그때 반대하던 상인들은 협박당했고 끝내 말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은 죽었다.


목규만의 부친은 금천석에게 가게를 빼앗기자 울화병이 생겼다.


그는 저잣거리에 나가 금천석을 비방하는 글을 써 붙이며 저항했지만, 곧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목규만의 모친도 남편의 죽음에 비통해하다가 목을 매고 죽었다.


그 후, 금천석은 목규만의 부친과 모친의 장례를 성대히 치렀다. 그리고 목규만에게는 가게를 파는 조건으로 황금 10냥을 넘겨줬다.


“그때 나는 어려서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 부모님이 네 잘난 아버지에게 돌아가신 것도 몰랐고.”


비단 가게가 어딘지 짐작이 갔다. 저잣거리의 가장 좋은 길목에 있는 낙양에서 가장 큰 비단 상점이다. 금 1,000냥으로도 팔지 않을 좋은 가게다.


거기까지 떠올리자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잘 몰라. 하지만 잘못된 일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지. 그건 약속할게.”


목규만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답답하다. 사부님의 함구령만 없었어도 전부 말해 줬을 텐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함구령이라니?”

“들었잖아! 함구령이니 말 못해.”

“목형의 사부가 만물장괴 아저씨가 맞지?”

“맞아.”

“목형 사부도 아버지와 한패야?”


목규만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손님,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갖고 갈 수 없습니다. 철주봉과 쇠구슬을 갖고 싶다면 황금 10냥을 갖고 오십시오.”


이 녀석! 태도 전환이 전광석화 같네?


나도 일어나며 말했다.


“목형은 주먹이 약해. 이런 솜방망이로 무슨 복수를 할 수 있겠어?”

“이 자식···!”


그때 품속에 있던 황금패가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얼른 주워 품속에 다시 집어넣었다.


목규만이 소리쳤다.


“그거 잠깐만 보여 줘!”


순간, 그 말이 황금패를 담보로 잡아 주겠다는 말로 들렸다.


그건 아니지.

처지가 딱한 건 알겠지만,

이건 어머니의 유품인걸.


“뭘?”

“아까 땅에 떨어진 거.”

“왜?”

“확인할 게 있어.”


떨떠름한 기분으로 주머니에서 황금패를 꺼내 목규만에게 보였다.


“너··· 이게 뭔지 알아?”


목규만은 황금패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재빨리 엎드려 말했다.


“주공!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어?”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증표를 처음부터 보여 주셨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어? 어?”


당혹스럽다.

갑자기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지?

이 황금패가 뭐길래?


“왜 나를 주공이라 부르지?”

“원래 비단 가게는 공주님의 소유이며, 저의 아버지는 지배인이었습니다. 이 대장간도 그분의 소유입니다.”


어이가 없었다.

조금 전에 비단 가게는 그의 부친의 소유라고 하지 않았나?


“부친이 비단 가게의 주인이었다면서?”


목규만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실은··· 부친께서는 총지배인이셨습니다.”

“이상하네. 지배인이 가게를 처분해도 되나?”

“그래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저잣거리에 방을 쓰려다 변을 당하신 겁니다.”

“황금 10냥을 받고 가게를 넘겼다면, 사문서위조에 사기죄가 성립해.”


목규만은 머리를 땅에 박으며 말했다.


“부디 제 부친을 용서해 주십시오.”

“부친은 잘못이 없지. 돈을 받은 건 너니까.”

“어려서 잘 몰랐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넌 나를 때렸어.”

“그러니 저를 용서해 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증표를 미리 보여 주셨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나는 만술장괴가 황금 10냥을 받겠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왜 황금 10냥이었을까?


“하필이면 황금 10냥이군. 너는 부정한 돈을 받았어. 눈 감아 줄 테니 그 돈으로 철주봉 값을 치른 거로 하지.”


목규만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가 말했다.


“하지만 제게 그런 큰돈이 없습니다. 이미 다 써버렸습니다.”


당연히 다 썼겠지.


“일어나. 그리고 황금패에 대해 아는 걸 다 말해 줘.”


목규만은 일어나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황금 10냥 받은 건 부조금일 뿐이야. 그렇게 알아.”

“네?”

“사문서위조니, 사기죄니 하는 건 잊으란 말이다.”


목규만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내가 황금패의 주인이야. 그러니 내가 철주봉을 가져가도 되겠지?”

“당연합니다.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은 주공의 소유입니다.”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목규만은 내 어머니를 낙릉공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황족도 왕족도 아닌데 왜 공주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내 어머니를 알고 있어?”


그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괜찮아. 나도 몰라.”


나는 봉을 어깨에 걸치고 창고에서 나왔다.

목규만은 공손한 태도로 나를 따라 나왔다.


그의 극진한 배웅을 받으면서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나는 떠나기 전에 그에게 물었다.


“여기 장사는 잘돼?”

“네. 덕분에···.”


나의 덕분일 리가 없다.

난 여기에 처음 와 봤으니까.


“여기서 버는 돈을 내가 쓸 수 있을까?”


목규만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그건 사부님께서 허락하셔야 합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알았어. 내가 직접 물어볼게.”


만술장괴를 다시 만나 낙릉공주에 관해 묻고 싶었으나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


아무도 없는 한적한 장소에 간 나는 철주봉, 아니 여의봉을 앞에 두고 쇠구슬을 꺼냈다. 쇠구슬을 여의봉에 대자 쇠구슬은 봉에 달라붙었다.


이번엔 양손으로 구슬을 잡으니 구슬은 쉽게 떨어졌다. 이것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몇 번이고 반복해 보았으나 반발력을 만들지는 못했다.


생각처럼 잘되지 않아 한숨을 내 쉬고는 객잔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흘 동안이나 방에서 쇠구슬로 자성을 시험했다.


자석은 두 개의 자성을 가진다. 다른 자성이면 서로 달라붙지만, 같은 자성이면 서로 밀어낼 것이다.


무공을 닦는 사람도 수없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구슬을 시험했다. 힘을 적당히 줘 보기도 하고 쥐는 방법을 달리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새 나는 방안에 구슬을 깔아놓고 구슬치기하고 있었다.


내 인생에 열심히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어릴 때부터 참을성이 부족했기에 책을 읽어도 오래 읽은 기억도 없었고, 무공은 처음부터 익힐 마음도 없었다.


그 천성이 어디 가겠나?


하지만 노는 건 달랐다. 노는 거라면 남보다 훨씬 집중력이 있었고 승부욕도 강했다.


구슬치기하는 동안 어느새 나는 자연스럽게 구슬에 자성을 넣기 시작했다. 구슬과 구슬을 떨어뜨리기 위해 자성을 없애는 것도 가볍게 해내고 있었다.


같은 자극끼리는 서로 밀어내는 것을 깨달았다. 자극이 서로 다르면 서로 달라붙었다.


금속으로 만든 주사위만 있다면 속임수를 얼마든지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짜가 되는 것이 낫겠다.’


연습하는 동안에 느끼지 못했던 기이한 힘이 몸속에서 움직이는 걸 알게 되었다.


무공을 익힌 자들이 내공이 이런 것일까? 하지만 이 힘의 근원은 단전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단전보다 깊숙한 곳? 아니, 그보다는 단전 뒤가 맞을까 싶은 장소에 그 힘의 근원이 있었다. 나는 상산심법으로 그 힘을 운기 해 보자 신기하기도 기운이 내 몸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상산대협은 내게 말했다.


‘네가 익힌 구결엔 비밀이 있으므로 너는 연성할 수 없다. 그 비밀은 조기룡에게 들어라.’


하지만 나는 이미 상산심법을 익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비밀을 풀지 않고도 상산십팔검을 펼칠 수도 있을지도 몰랐다.


상산대협은 상산십팔검으로 평생을 강호 최강으로 이름을 떨쳤었다. 내가 상산검을 펼칠 수만 있다면 전백승쯤은 얼마든지 이길 수 있겠지.


여의봉의 마개를 열었다. 두 개의 관이 보인다. 아래 구멍에 구슬을 넣으니 50개가 모두 들어갔다.


살짝 자성을 주입하자 관속에 들어간 구슬은 모두 찰싹 달라붙었다.


여의봉의 마개를 닫고 나는 비룡폭포가 있는 방향으로 떠났다.


중간에 공터에서 여의봉을 휘두르며 상산십팔검을 펼쳐 보았다.


그럭저럭 검법이 펼쳐지는 듯 느껴진다.


근처에 커다란 돌이 보인다.


여의봉을 휘두르며 바위까지 걸어가서는 바위에 내리쳤다.


쾅-.


바위가 깨지고 파편이 튀어 올랐다.

생각 이상의 파괴력에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고 보니 바위가 깨졌는데

내 여의봉은 멀쩡할까?!


뒤늦은 걱정에 여의봉을 살펴보았으나 작은 흠조차도 나지 않았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스승님 말대로 전백승을 잡아야겠어.’


여의봉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룡폭포로 가서 정의단의 살수 수십 명을 상대할 자신은 여전히 없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전백승만 생각하면 두려웠다.


하지만 내 복수의 상대는 전백승 한 사람뿐이었다.

굳이 정의단의 살수를 전부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비룡폭포 앞에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폭포 뒤 동굴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호수를 보면 아직도 물속에 빠져 죽기 직전의 상황이 생생했다. 나는 앞으로 강물이나 호수, 바닷물에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


폭포의 바로 앞까지 가서 심호흡했다,


폭포의 물기둥을 피해 바위로 이루어진 돌벽에 등을 기대고 조심스럽게 폭포수를 피해 그 뒤의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입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에 내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란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누구에게 들키기 전에 은신할 곳을 찾아야 했다.


동굴 속으로 살금살금 걸어가다 보니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서로 다르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으나 적어도 두 명은 아니다.

셋? 아니면 네 명일지도 모른다.


말을 하지 않고 듣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적어도 네 명 이상이 있을 것이다.

10명이 넘을지도···.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슬기로운 망나니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노예 경매 24.06.07 15 0 13쪽
26 홍지수 (3) 24.06.06 18 0 11쪽
25 홍지수 (2) 24.06.05 20 0 12쪽
24 홍지수 (1) 24.06.04 19 0 13쪽
23 북망산 묘지 24.06.03 27 0 13쪽
22 정의로운 사나이 24.05.31 23 0 13쪽
21 재물을 찾아라! 24.05.30 26 0 15쪽
20 신풍권 권민기와의 만남 24.05.29 30 0 14쪽
19 황금패의 행방 (3) 24.05.28 39 0 13쪽
18 황금패의 행방 (2) 24.05.27 37 0 13쪽
17 황금패의 행방 (1) 24.05.24 44 0 12쪽
16 늑대와 호랑이 24.05.23 37 0 12쪽
15 수어지교 24.05.22 43 0 14쪽
14 관군에 포위 되다 24.05.21 46 0 12쪽
13 삼대일의 결투 24.05.20 64 0 11쪽
12 결투를 신청하다 24.05.19 67 0 13쪽
11 황금패를 분실하다 24.05.18 89 0 12쪽
10 장부의 진실 24.05.17 102 0 14쪽
9 복수 24.05.16 113 1 12쪽
» 무기를 구하다 (3) 24.05.15 136 1 12쪽
7 무기를 구하다 (2) 24.05.14 151 0 12쪽
6 무기를 구하다 (1) 24.05.13 182 2 12쪽
5 동굴에서 나가다 24.05.12 208 2 13쪽
4 환골탈태 24.05.11 222 1 13쪽
3 상산대협 24.05.10 234 3 11쪽
2 기연 24.05.09 248 4 12쪽
1 죽느냐 사느냐 24.05.08 299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