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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별의 다락방

오리엔트 특급 영웅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어둑별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3
최근연재일 :
2021.07.11 1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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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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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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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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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세나비에게 ​알리지 마라.

DUMMY

곰바르에 남은 오황자 강도 연일 올라오는 두억시니의 준동에 대처하느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 태자로 책봉되진 않았지만, 그 소임을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황제를 보좌했다.

강은 체탐관으로부터 콴에서 올라온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콴에 변고가 있었습니다. 황제의 후궁 아홉이 처형됐고 일가가 몰살됐습니다.”


강은 보고서를 읽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황권 교체기가 되면 으레 있어 온 이런 살극이 맘에 들지 않았다.


“황제가 오늘내일한다는 것이 수년째입니다. 황명으로 집행되긴 했으나 황제 스스로 내린 결정인지는 미심쩍습니다. 처형된 후궁 중엔 평소에 황제가 총애하던 이도 있습니다.”


강은 얼마 전 율과 나눈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벌써 소천했어야 할 황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건 누군가 정한 이치를 거스른다는 것, 이는 콴의 태자에겐 좋은 징조는 아닙니다.’


율은 주카이와 세이를 언급하진 않았다.

자신이 본 황제는 생명이 다 된 반송장과 다름없었으며 이제 곱게 죽지도 못하니 제국을 호령한 이의 말로가 참으로 비참하다 했다.

주카이의 즉위가 알 수 없는 작위로 늦춰지고 있다고 율은 생각했다.

말로 옮기진 않았으나 무엇을 걱정하는 지는 강도 잘 알았다.

강은 보고서를 읽다가 마지막 장에서 험악한 얼굴로 체탐관을 쳐다봤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주카이가 어쨌다고?”


체탐관도 굳은 얼굴로 잠시 침묵하더니 떨어지지 않은 입술을 떼었다.


“결정적인 증좌를 저희가 확보하긴 어렵습니다만, 황후전 중심이 돼 끊임없이 뒤를 캐고 있습니다. 태자부와 암투가 거의 매일 벌어진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주카이 너란 놈은 사람 새끼도 아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강은 주름진 미간을 깍지 낀 손으로 괴였다.

체탐관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강의 기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더 보탰다.

그것이 그의 소임이었다.


“지금의 황후는 네 번째로 황후가 된 몸입니다. 처음 두 황후는 역모에 휘말며 일족과 처형됐고 태자의 모후인 황후 역시 외척의 비리에 연루돼 10여 년 전 자결하였습니다.”


강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여인들의 암투가 극에 달한 곳이 콴의 황실입니다. 그곳에서 자란 태자가 그런 성향을 가질 가능성은 다분합니다.”

“이 사실을 어디까지 아는가?”

“윗전엔 처음 올리는 보고입니다.”

“이 사실을 세나비가 알아선 안 된다. 연결된 모든 선은 내가 직접 관리하겠다.”

“하오나 폐하께선 체탐사의 전권을 이미 세나비에게 맡기신 터라···.”

“체탐관, 그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가?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즉시 이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내 직속으로 배속하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눈으로 보듯 보고해 주길 바란다.”


체탐관도 더는 강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다.

체탐관이 물러간 후에도 강은 한참을 그 자세 그대로 상념에 빠져있었다.


‘아이들은 어찌 된 것인가?’


강은 야사野史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대를 이어야 하는 자가 저지르는 온갖 변태와 인연과 약조를 무시한 반인륜이 스스럼없이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비참한 상상을 하다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이 아니어야 한다. 아니어야 해! 만약에라도 이것이 사실이라면··· 내 친히 너를 찢어 죽이리라. 내 누이동생을 구해내리라.’


강은 자신의 분노와 살의가 헛된 일이 되길 간절히 빌고 빌었다.


&


타이마르로 가는 잔도를 벗어난 일행은 길이 넓어진 완만한 산길을 산책하듯이 내려가고 있었다.

페이라와 퀘라를 데려다주는 길엔 업무를 위해 타이마르로 향하는 쾌지와 치누가 동행했다.


퀘라와 치누는 그새 친해진 모양이었다.

괴이끼리는 번식이 아닌 다음에야 남녀가 큰 의미가 없으므로 눈여겨볼 것도 없었다.

두 남녀 괴이는 말에서 내려 산길을 오붓이 걷고 있었다.

길에서 난 치누는 워낙 거칠게 자랐고 체탐자가 된 이후에도 사지를 넘나들었다.

몸에도 얼굴에도 크고 작은 상처가 많았다.

퀘라는 이런 거친 외모를 한 치누에게 관심이 갔고 치누 역시 흰 털이 보송한 퀘라의 바다색 눈이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많은 말을 나누진 않았지만 축약한 그들의 대화는 많은 얘기를 담고 있었다.

이들과 달리 율과 페이라는 대화가 거의 없었다.

답답함을 먼저 느낀 건 페이라였다.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는군요.”

“뭘 물어야 하는 것이오?”

“승려가 한 말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궁금은 한데 물을 맘은 없소.”


페이라는 피식 웃고는 담담히 얘기해나갔다.


“내 머리카락은 칙칙한 갈색이었죠. 이렇게 화려한 금발이 아니라··· 눈동자도 퀘라처럼 파랗지 않았어요. 몸매도 당신들이 쓰는 젓가락처럼 빼빼했죠.”


페이라는 제대로 굴곡이 진 아름다운 몸매를 하고 있었다.


“여인이 아름다워지고 싶은 바람은 죄가 아니오.”

“그 승려의 말대로 숨기는 것이라면요?”

“그도 무슨 피치 못한 사정이 있지 않겠소.”


율은 따져 묻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도 연금술이란 것이 대단한 것 같소. 혼불을 재로 만들고 사람을 재우질 않나··· 둔갑술도 아니면서 신체를 변형하질 않나···.”

“세나비인 당신의 무위만 하겠어요. 눈으로 보고도 아직 믿겨 지지 않은데.”


이번엔 율이 피식 웃고 말았다.


“그 향에 대해서 말인데 다시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 난 꼼짝없이 당할 것 같소. 피할 방법이 있겠소?”

“어머, 내 비기의 파훼법을 알려달란 말인가요?”

“그대가 쓴다면 세상 누구 하나는 쓰는 사람이 있지 않겠소. 미리 대처할 생각이지 그대의 비기를 들여다볼 생각은 없소.”


페이라는 눈에 이채를 띠며 말했다.


“중독의 종류는 먹고 마시는 음식 종류만큼이나 다양해요. 그걸 전부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죠. 약간의 성분 합성으로도 새로운 독이 나온답니다.”

“이거야 원, 숨을 막아버리는 그 수법이 참 난감하군.”

“후후후, 잘못 알고 있군요. 내가 쓴 향은 숨으로만 들이켜는 것이 아닙니다. 몸에 닿아도 중독을 일으키죠. 사실상 중화제가 없다면 접근할 방법이 없지요.”

“그건 몰랐소.”


율은 새로운 얘기에 눈이 동그래졌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율이 다시 말했다.


“혹여 그대 같은 자가 흑심을 품어 전쟁에 이걸 이용한다면 많은 이가 다치겠군.”

“이만한 물질을 연성해내는 연금술사가 흔하진 않아요. 게다가 재료도 구하기 쉽지 않죠. 연금술은 카실로스의 많은 나라에서 금지된 학문이죠. 나도 언제 화형대에 오를지 몰라요.”

“몸조심하시오.”


페이라는 고해성사라도 마친 듯 홀가분해진 기분에 마냥 헤실거리고 있었다.


“퀘라의 몸에 든 정령은 또 무엇이오?”


율의 말에 페이라는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건 전부 다 밝히긴 어려워요. 다만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신수神獸의 정령이 스민 정도만 밝혀두죠. 사실 이 향로도 그걸 대비한 용도라는 것도 덧붙여서요.”


페이라는 사연도 비밀도 많은 여자였다.

어느덧 일행은 타이마르의 월석 산지가 멀리 보이는 곳까지 다가갔다.


탕, 탕, 탕.


월석 깨는 정 소리가 메아리가 돼 들려왔다.

59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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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순례의 길 +10 21.06.28 264 8 7쪽
71 '이데'로 가는 길 +10 21.06.27 272 7 8쪽
70 포스가 그대와 함께 +10 21.06.26 274 6 9쪽
69 네 검은 어쨌지? +10 21.06.25 284 6 8쪽
68 소년 노예 +8 21.06.24 281 4 8쪽
67 [제4장] 이디프를 향하여 +10 21.06.23 287 7 8쪽
66 남도에 꽃피운 사랑 +10 21.06.22 294 7 8쪽
65 피 흘리지 않은 처형식 +10 21.06.21 296 6 8쪽
64 타이마르의 몰락 +12 21.06.20 286 9 7쪽
63 쥐의 왕국 +10 21.06.19 292 8 8쪽
62 검은 갈기의 사내 +10 21.06.18 295 7 7쪽
61 사람과 사람의 전쟁 +12 21.06.17 304 6 7쪽
60 비역 +8 21.06.16 311 8 7쪽
» 세나비에게 ​알리지 마라. +12 21.06.16 303 8 7쪽
58 불휘 +12 21.06.15 301 9 7쪽
57 명도冥道의 도사들 +10 21.06.15 312 8 8쪽
56 잔도를 달리는 말 +8 21.06.14 317 6 7쪽
55 연금술 상인 +8 21.06.14 328 7 7쪽
54 깨어난 권능 조각 +8 21.06.13 354 8 7쪽
53 꿈에 그리던 해마리 산 +9 21.06.13 350 13 7쪽
52 [제3장] 세나비 Ⅱ +13 21.06.12 362 10 7쪽
51 영웅은 주색이다. +12 21.06.12 367 11 7쪽
50 누구 탓도 아니다. +14 21.06.11 368 1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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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내 속엔 뭐가 너무 많아서··· +15 21.06.06 449 16 7쪽
39 반열에 오른 자 +13 21.06.06 425 12 8쪽
38 세나비 +8 21.06.05 417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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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밀명密命 +9 21.06.04 456 12 8쪽
34 귀목鬼木 +11 21.06.03 450 15 8쪽
33 [제2장] 내 마음대로 되는 것 +11 21.06.02 452 20 8쪽
32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11 21.06.01 474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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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요력妖力이 검에 든다. +10 21.05.28 494 16 8쪽
26 초혼술燒魂術 +12 21.05.28 530 16 8쪽
25 휘날리는 대장군 기 +9 21.05.27 525 20 8쪽
24 꿈틀거리는 해모 가문 +9 21.05.27 551 20 8쪽
23 여인을 울리는 나쁜 남자 +11 21.05.26 565 21 7쪽
22 보이지 않는 미래 +11 21.05.26 554 19 8쪽
21 붉칼 +11 21.05.25 582 22 8쪽
20 그믄 팔매 +10 21.05.25 585 22 8쪽
19 [제1장] 변경의 북소리 +9 21.05.24 617 27 8쪽
18 문무겸전文武兼全 +9 21.05.24 611 18 7쪽
17 너는 커서 무엇이 되련? +11 21.05.23 627 18 7쪽
16 둔갑술 +9 21.05.22 648 24 7쪽
15 성인식 +11 21.05.21 673 28 8쪽
14 두억시니 +12 21.05.21 697 33 7쪽
13 씨줄, 날줄, 그리고 실타래 +9 21.05.20 713 29 8쪽
12 아이는 자라나 사내가 된다. +9 21.05.20 734 31 8쪽
11 불꽃이 될 큰 나무 +11 21.05.19 750 31 7쪽
10 성상은 아이가 궁금하다. +9 21.05.19 775 31 8쪽
9 외척난입 +13 21.05.18 788 36 7쪽
8 도발의 정석 +9 21.05.17 832 36 7쪽
7 첫 만남은 강렬하게 +13 21.05.16 855 41 7쪽
6 아시두리의 어린새 +11 21.05.15 905 47 7쪽
5 청강검기靑剛劍氣 +6 21.05.14 939 50 8쪽
4 국무國巫의 예언 +4 21.05.13 987 40 8쪽
3 귀족의 조건 +8 21.05.13 1,097 47 7쪽
2 황도의 귀공자 +8 21.05.12 1,448 52 7쪽
1 [서장] 해를 삼키고 나온 아이 +28 21.05.12 2,331 8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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