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어둑별의 다락방

오리엔트 특급 영웅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어둑별
작품등록일 :
2021.05.12 12:03
최근연재일 :
2021.07.11 18:05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40,962
추천수 :
1,448
글자수 :
284,803

작성
21.05.31 13:05
조회
458
추천
18
글자
7쪽

도르바이

DUMMY

사람들은 이들을 도르바이라고 불렀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르바이를 두고 실체가 없는 전설이라고도 했다.

도력을 부려 두억시니의 진창을 무력화한 이들은 도르바이, 호랑이 수인이다.


‘도르바이라니 대체···. 그리고 수인이 도력을 부리다니 이건 미처 몰랐다. ’


베르내 변경에 우나이가 많은 이유는 목리 씨의 수호 수인이 우나이, 늑대 수인이기 때문이다.

천년도 더 된 목리 가문과 늑대 수인과의 맹약은 아직도 유효했다.


도르바이는 해모 가문의 수호 수인이다.

도르바이는 모여 살지 않았다.

그 숫자도 적었다.

이 존재가 옛이야기가 될 만큼 희미해졌던 이유는 이들이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산에 틀어박혀 오로지 선힘 수행에 힘을 기울인 탓이다.

그런 도르바이가 수백이나 이곳에 나타난 것은 분명 예삿일은 아니었다.

앗센에서 도르바이를 소환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해모 가문의 수장인 가림이었다.

나무를 잘라 만든 작대기에 불과한 곤방이 푸스름한 기운을 머금은 궤적을 남기면 두억시니는 공중을 날았다.

악의로 가득 찬 두억시니는 전세가 불리해졌음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기세와 사기를 고려하지도 않았다.

진창이 얼추 사라지자 드디어 밑도 끝도 없는 대기 명령에 이만 득득 갈던 베르내의 기병이 땅을 박차고 요격에 나섰다.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에 난전 중이던 병사들은 힘이 솟았다.

사람과 말, 오랜 시간을 두고 형성된 유대는 무서운 무기가 돼 두억시니를 향했다.

중무장한 기병을 태우고 마갑까지 두른 전투마의 중량은 사람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리는 두억시니에게도 버거운 무게···.

전력으로 달려 그대로 들이받으며 지나가기만 해도 요물은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점점 전세는 앗센 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벽사의 도력을 지닌 도르바이가 독무에 이르자 완강했던 독무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진창과 독무를 만든 두억시니의 수괴가 멀리서 울부짖었다.


크아악!


귀청 떨어져라, 울부짖은 수괴 소리에 앗센의 병사들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런 젠장··· 여섯 굽이? 아니 여섯 굽이라니··· 저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


미늘창으로 적을 찍어 죽이던 걸무가 침음을 내뱉었다.

전초전에서 율이 수급을 벤 네 굽이도 흔하지 않았다.

다섯도 아니고 여섯 굽이는 아시두리에서도 두억시니 전쟁을 오래 치른 노병의 입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등위의 요물이었다.

요혈을 뒤집어쓴 가림이 지척에서 붉칼로 적을 지져대던 강에게 말했다.


“황자님, 조의를 불러 모아 두억시니의 본거지를 치십시오. 수괴는 변경백과 제가 척결하겠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어미 두억시니를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대장군.”


황자 강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베르내의 숙원이던 두억시니의 본거지를 치는 과업이 자신의 손에 맡겨졌다.

지난 100년의 숙원을 정리하고 새로운 100년을 기약하는 위대한 과업이 자기 손으로 이뤄진다면···.

강은 조의를 불러 모으고 말을 대령하라 명했다.

가림은 두억시니를 지워가던 율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황자님을 도와 어미 두억시니를 없애라. 선힘이 약한 자는 눈만 마주쳐도 요기에 홀린다. 조의가 나설 때다. 부디 조심하거라.”

“반드시 죽여없애겠습니다.”


율은 본진이 보이는 둔덕을 보며 외쳤다.


“로취!”


율은 땅의 말로 로취를 호출했다.

애꿎은 땅바닥을 때리던 로취는 신명이 나 제 주인 호출에 응했다.

로취가 저 스스로 전장의 주인을 찾아 나서자 경쟁 관계에 있던 흑영도 달렸고 마부들이 손쓸 틈도 없이 조의의 말들이 전장으로 달렸다.

명을 전하는 전령이 수고를 덜 수 있었다.


히이잉, 푸륵.


로취는 어느새 율의 곁으로 가 ‘내 왔소.’ 하고 소리를 냈다.

강은 빠르게 조의 중 부상이 심하지 않고 선힘이 아직 흐트러지지 않는 이들을 선별했다.


“남은 조의는 대장군을 도와라. 살아서 만나자.”


남게 된 조의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지로 들어가는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분한 마음과 전장보다 더 위험할 길을 나설 동료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역사를 이루려는 무리는 두억시니 군세를 크게 우회해 말을 달렸다.


가림은 아까운 수많은 인명을 희생하면서 베르내에 뿌리내린 두억시니의 대장 격인 여섯 굽이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전쟁의 대단원은 그저 여섯 굽이의 척결이 아니었다.

본거지에서 두억시니를 생산해내는 어미 두억시니를 죽여 없애야 했다.

어미를 없애지 않고는 수년이면 무수히 많은 두억시니가 장성할 것이고 이런 불행한 죽음이 되풀이될 것을 노장은 잘 알았다.


“대장군, 저 원수 놈은 내 몫이오. 건뜻하면 내 몫을 뺏지 않았소? 이번만큼은 대장군께 양보하지 않을 거요! 하하하.”

“허허허, 변경백의 농을 들으니 옛 생각이 나는구려. 부인께선 그거 아시는지 모르겠소. 초고를 놓고 우리가 다툰 일 말이오.”

“어허, 서로 묻기로 한 일을 어찌 새삼 꺼내시오? 그분은 내 놓쳤어도 저놈은 내 몫이오.”


탁주 한 사발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얘기꽃을 피울 시간은 이미 없었다.

두 노장은 마지막이 될 전투로 회한을 달래며 다가올 이별을 준비했다.


&


전장 후방 깊숙이 두억시니 본거지로 달리는 길엔 독무와는 또 다른 안개가 자욱했다.

곳곳에 사람의 인골을 쌓아둔 저주 걸린 흉물이 만들어낸 안개였다.

조의 수는 수백 명, 나이가 많아봤자 스물서넛, 적은 이는 열여섯이었다.

율이 만들어낸 영기의 도움으로 기분 나쁜 안개는 조의를 덮치진 못했고 주변 사위도 어느 정도 밝아졌다.

두억시니 본거지를 둔 숲이 나왔다.

조의는 말에서 내려 걸어 숲으로 들어갔다.

음침한 숲에는 뿔도 다 자라지 않은 저급한 두억시니가 어슬렁거렸다.

곧 몸놀림이 재빠른 조의가 쉽게 제압했다.

조의는 모두 몸을 낮추고 은밀하게 숲 깊숙이 들어갔다.

덜 자란 두억시니는 피할 수 있으면 피했고 길목을 가로막는 놈은 죽여 되도록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요기가 점점 진해지는 것을 느낄 때쯤 조의 눈에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이 펼쳐졌다.

사람들, 넋이 나간 사람들이 알몸으로 서로 뒤엉켜 있었다.

음탕한 몸짓으로 서로를 탐하는 사람들, 사람이라 부르기엔 이미 늦어버린 요물의 희생물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여인 형상이 눈에 띄었다.

얼굴은 사람 형태였다.

드러낸 젖가슴은 족히 수십 개는 돼 보였다.

땅에 깊게 나무뿌리처럼 박힌 수십 가닥의 다리 사이로는 알 덩어리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요물 근처엔 주먹만 한 새끼 두억시니가 설설 기어 다녔다.

낄낄대며 희생물들의 난교를 바라보는 십여 마리의 네 굽이 두억시니도 보였다.


“저게··· 재앙의 근원이 되는 어미인가···.”


맥달은 희생물과 어미 두억시니를 번갈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저들도 가족이 있었고 사람다운 삶이 있었으리라.

율은 사람의 음탕과 타락으로 두억시니가 잉태된다는 기록을 상기했다.

요물에 홀려 넋을 잃어버린 희생물의 몸짓이 무척이나 처연해 보였다.

tiger-2028215_640.pn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리엔트 특급 영웅 전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 공지 21.07.12 151 0 -
공지 안녕하세요. 어둑별이입니다. +2 21.07.08 64 0 -
공지 제목 변경 노트[재수정] +4 21.06.03 665 0 -
85 아뭄의 서 +6 21.07.11 177 5 8쪽
84 탑의 수호자 +4 21.07.10 200 6 7쪽
83 거꾸로 세운 탑 +8 21.07.09 219 6 7쪽
82 천형을 짊어진 망령 +2 21.07.08 231 5 7쪽
81 진Djinn +6 21.07.07 229 6 12쪽
80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4 21.07.06 237 6 7쪽
79 다재다능 키리얀 +4 21.07.05 235 5 7쪽
78 권능 현신 +10 21.07.04 244 6 8쪽
77 이딤의 성소 +8 21.07.03 250 5 7쪽
76 겁화지체劫火之體 +6 21.07.02 256 6 8쪽
75 작은 깨달음 +6 21.07.01 259 5 7쪽
74 마스터의 세계 +8 21.06.30 261 7 7쪽
73 굿바이 마이 라이프 +10 21.06.29 262 6 7쪽
72 순례의 길 +10 21.06.28 264 8 7쪽
71 '이데'로 가는 길 +10 21.06.27 272 7 8쪽
70 포스가 그대와 함께 +10 21.06.26 274 6 9쪽
69 네 검은 어쨌지? +10 21.06.25 284 6 8쪽
68 소년 노예 +8 21.06.24 281 4 8쪽
67 [제4장] 이디프를 향하여 +10 21.06.23 287 7 8쪽
66 남도에 꽃피운 사랑 +10 21.06.22 294 7 8쪽
65 피 흘리지 않은 처형식 +10 21.06.21 296 6 8쪽
64 타이마르의 몰락 +12 21.06.20 286 9 7쪽
63 쥐의 왕국 +10 21.06.19 292 8 8쪽
62 검은 갈기의 사내 +10 21.06.18 295 7 7쪽
61 사람과 사람의 전쟁 +12 21.06.17 304 6 7쪽
60 비역 +8 21.06.16 311 8 7쪽
59 세나비에게 ​알리지 마라. +12 21.06.16 303 8 7쪽
58 불휘 +12 21.06.15 301 9 7쪽
57 명도冥道의 도사들 +10 21.06.15 312 8 8쪽
56 잔도를 달리는 말 +8 21.06.14 317 6 7쪽
55 연금술 상인 +8 21.06.14 328 7 7쪽
54 깨어난 권능 조각 +8 21.06.13 354 8 7쪽
53 꿈에 그리던 해마리 산 +9 21.06.13 350 13 7쪽
52 [제3장] 세나비 Ⅱ +13 21.06.12 362 10 7쪽
51 영웅은 주색이다. +12 21.06.12 367 11 7쪽
50 누구 탓도 아니다. +14 21.06.11 368 15 8쪽
49 기도 +12 21.06.11 361 16 7쪽
48 어린새의 꿈들 +10 21.06.10 360 12 8쪽
47 마적 +10 21.06.10 364 9 8쪽
46 호형호제가 웬 말인가. +12 21.06.09 369 14 8쪽
45 능소능대能小能大 하였다. +14 21.06.09 383 19 7쪽
44 변경의 북소리 Ⅱ +10 21.06.08 402 14 8쪽
43 수상한 모정, 불타는 입술 +10 21.06.08 407 13 7쪽
42 여우 구슬과 칠황자 +16 21.06.07 415 16 8쪽
41 여들 땅의 새 주인 +11 21.06.07 412 16 8쪽
40 내 속엔 뭐가 너무 많아서··· +15 21.06.06 449 16 7쪽
39 반열에 오른 자 +13 21.06.06 425 12 8쪽
38 세나비 +8 21.06.05 417 11 7쪽
37 하필 그믐밤 +9 21.06.05 423 11 7쪽
36 체탐자 +9 21.06.04 437 11 8쪽
35 밀명密命 +9 21.06.04 456 12 8쪽
34 귀목鬼木 +11 21.06.03 450 15 8쪽
33 [제2장] 내 마음대로 되는 것 +11 21.06.02 452 20 8쪽
32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11 21.06.01 474 19 8쪽
31 어미 두억시니 +10 21.06.01 458 20 8쪽
» 도르바이 +11 21.05.31 459 18 7쪽
29 기울어진 전장 +7 21.05.30 475 17 8쪽
28 베르내의 기적 +6 21.05.29 490 17 7쪽
27 요력妖力이 검에 든다. +10 21.05.28 494 16 8쪽
26 초혼술燒魂術 +12 21.05.28 530 16 8쪽
25 휘날리는 대장군 기 +9 21.05.27 525 20 8쪽
24 꿈틀거리는 해모 가문 +9 21.05.27 551 20 8쪽
23 여인을 울리는 나쁜 남자 +11 21.05.26 565 21 7쪽
22 보이지 않는 미래 +11 21.05.26 554 19 8쪽
21 붉칼 +11 21.05.25 582 22 8쪽
20 그믄 팔매 +10 21.05.25 585 22 8쪽
19 [제1장] 변경의 북소리 +9 21.05.24 617 27 8쪽
18 문무겸전文武兼全 +9 21.05.24 611 18 7쪽
17 너는 커서 무엇이 되련? +11 21.05.23 627 18 7쪽
16 둔갑술 +9 21.05.22 648 24 7쪽
15 성인식 +11 21.05.21 673 28 8쪽
14 두억시니 +12 21.05.21 697 33 7쪽
13 씨줄, 날줄, 그리고 실타래 +9 21.05.20 713 29 8쪽
12 아이는 자라나 사내가 된다. +9 21.05.20 735 31 8쪽
11 불꽃이 될 큰 나무 +11 21.05.19 750 31 7쪽
10 성상은 아이가 궁금하다. +9 21.05.19 775 31 8쪽
9 외척난입 +13 21.05.18 788 36 7쪽
8 도발의 정석 +9 21.05.17 832 36 7쪽
7 첫 만남은 강렬하게 +13 21.05.16 855 41 7쪽
6 아시두리의 어린새 +11 21.05.15 905 47 7쪽
5 청강검기靑剛劍氣 +6 21.05.14 939 50 8쪽
4 국무國巫의 예언 +4 21.05.13 988 40 8쪽
3 귀족의 조건 +8 21.05.13 1,097 47 7쪽
2 황도의 귀공자 +8 21.05.12 1,448 52 7쪽
1 [서장] 해를 삼키고 나온 아이 +28 21.05.12 2,331 87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