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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파일럿 아카데미의 무한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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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0.09.14 23:20
최근연재일 :
2020.11.30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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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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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520

작성
20.10.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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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글자
10쪽

1st=데이트를 해줘요 (4)

DUMMY

레아는 내 볼에 손을 얹었고 난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곤 눈을 감았다. 타인의 체온과 체액이 내게 흘러들어왔고 난 나와 입을 맞추고 있는 그녀가 전쟁 영웅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당신에게도 들리나요, 별이 내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아이돌 가수의 노랫말이 귀에 들려왔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가 생각할 의식의 여유까진 없었다.


우린 그 노래가 끝날 때가 돼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그건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그건 도움을 청하는 시민의 것이었다.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러네. 시간도 늦었고.”


우리는 눈빛을 교환하곤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군사훈련 중의 일탈, 잠시 전쟁에서 한발 떨어져 맛본 일상은 끝나고 이제 돌아가야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코어 키를 작동시키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생각했었지만 결국 말을 꺼낼 겨를도 없었군.


난 검을 슬쩍 매만지며 생각하곤 그녀와 함께 소란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에 사정청취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수상한 자가 누구인지는 명백해 보였다. 허리를 숙이고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양 눈이 이리저리 휙휙 돌아가고 있는 괴한의 모습은 정상적인 인간의 것이라고 판단하기 힘든 것이으니까.


“마약 중독자?”


범죄는 아닌가? 그래도 일단 제압해야 하려나. 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레아를 쳐다보았다.


지구에서도 주거구에 따라 관련법이 달리지는 터라 달에서 단순 마약 소지 혹은 복용만으로 체포가 가능한지는 난 알 수 없었다. 내가 경찰도 아니고.


“잠시 물러서세요. 전 저러한 이상행동을 보이는 개체에 대한 경험이 있어요.”


여유롭게 고민하던 나와 달리, 레아는 보기 드물게 긴장하며 팔을 옆으로 뻗어 날 뒤로 밀어내고 허리춤의 코어 키를 꺼내들었다.


“뭐? 괜찮은 거야? 주변에 보는 눈이 많은데.”


“네. 며칠 전 생도들을 습격한 안드로이드와 같은 종류로 보이거든요.”


이야기는 나도 전해 들었다. 생도들 중 몇 명은 습격에 즉사하고 말았다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집중하니 괴한의 안면부가 광학위장처럼 치지직 거리면서 미세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슈발리에인가?”


“아! 나 저 사람 얼굴 알아.”


“tv에 자주 나오던 그?”


“좋아! 해치워라!”


어느새 우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원 밖에서 시민들은 레아를 응원하며 주먹을 흔들었지만 적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안일한 상대가 아니었다.


난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검을 뽑고 몇발자국 떨어져 레아의 뒤쪽을 지켰고 곧, 안드로이드는 삐그덕 거리는 몸짓을 그만두고 시선을 레아에게로 고정시켰다.


“코드······인식, 위험 인물, 판정. 레아······앙뒤트.”


그리고 곧장 팔을 뻗어 공격해왔다. 레아의 코어 키는 적을 베어내는 데에는 부적합한 형태지만 그녀의 재빠른 움직임이 그것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능숙하게 몸을 날려온 적을 옆으로 피하고, 손잡이 부분으로 후려쳐 팔을 빗겨낸 뒤 거리를 벌린 다음 찌르기. 공격은 명중해 안드로이드의 헤드를 뚫었지만 기계답게 쉬이 쓰러지지 않았다.


“화성, 마스, 아리스, 페,소다. 배신자!”


안드로이드는 한층 더 기괴한 소리를 내뱉으며 다시금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레아는 이번엔 몸을 순간 웅크려 적의 시야에서 사라진 뒤 아래에서부터 용수철처럼 뛰어올라 안드로이드의 몸통을 꿰었다.


그녀 역시 아직 키를 작동시키지는 못하는 건지, 안드로이드를 완전파괴하진 못했지만 이정도면 충분해 보였다. 검을 뽑아내고 다시 허리춤에 꽂아 넣은 그녀는 발끝으로 툭 하고 꿈틀거리는 괴한의 몸체를 건드렸다.


“오류, 심각.”


대체 저건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형식이길레 월면기지를 버젓이 돌아다니는 거지? 군의 비밀병기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중 난 정확히 근거를 댈 수 없는 어떠한 직감을 느꼈다. 분명 안드로이드는 한 번 더 움직인다. 그렇게 생각한 난 검을 쥐었고 예상대로 벌떡 일어난 안드로이드의 목을 후려쳐 날려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했다.


“휴······.”


내가 한숨을 쉬자 레아는 엄지를 들어보였다.


“나이스 서포트에요. 당신 근접전투 성적은 별로라 걱정했는데 페타고프스키 님의 훈련이 도움이 됐나보네요.”


“그런가?”


“네~ 엔도인지 하는 분에게도 배우셨나요?”


“아니, 조장하곤 이야기도 별로 안 해.”


“그래요? 그럼 다행이지만 말이에요.”


난 바로 옆에서 올려다보며 이마를 들이밀며 추궁하는 그녀에게 철저한 부정으로 일관한 뒤 검을 다시 허리로 돌렸다.


“다시 군인으로 되돌아 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러네요. 빨리 군에 알리고 돌아가도록 하죠.”


우린 곧장 군에 연락할 생각이었지만 공연을 보다 말고 모여든 시민들에게 둘러 쌓여 싸인을 해줘야 하는 레아를 두고 연예인과 경호원 노릇을 하느라 예정보다 더 늦고 말았다.


*


“어제부로 장교 신분이 돼서 살았군.”


“이런 식의 합리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죠.”


그녀는 늦은 것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지겠다고 호언 장담하며 날 밀어냈지만 뭐, 결국 기밀 프로젝트에 합류한데다 장교 신분을 얻게된 탓에 앞으로 조심하라는 충고 한마디만을 듣고 무사히 기숙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럼. 또.”


그녀는 나와 갈라지기 직전 반지를 낀 약지를 보이며 손을 흔들었고 나도 내 손을 보였다. 다시 혼자가 되어 걷는 와중에도 뭔가 술이 덜 깬 것처럼 흔들흔들하게 된다.


나 이렇게 들떠도 되는 건가? 이곳은 나의 현실이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어 괜히 손으로 인공 조성해놓은 나무를 건드려보았지만 역시 현실과 다를 바가 없는 감각이었다.


*


“미안~ 늦었어.”


난 조심스럽게 기숙사의 방문을 열었고 다행히 타냐는 불을 켜놓은 채로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아, 아니구나.


“조금만 더 늦었으면 교관에게 말할까. 했다구.”


타냐는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사실 이미 늦어서 한마디 주의를 듣고 오는 길이야.”


내가 말하자 그는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고는 웃을 벗는 내게 오늘 일에 대하여 물어왔다.


“어땠어? 오늘?”


“뭐, 나름 즐거웠던 것 같은데.”


사실 지금도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아 미칠 지경이었지만 호들갑 떠는 건 볼썽사납다고 생각돼 말을 아꼈다.


“그래? 그럼 했어?”


난 당황하며 미끄러진 발을 헛디딜 뻔 했고,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타냐를 힐끔 돌아봤다.


“야. 뭐 그런 걸 물어봐.”


“어? 그냥. 궁금해서. 안 되는 거였나?”


정말 모르겠단 표정으로 순진하게 물어오는 그에게 순간 그 순진한 것인지 음흉한 건지 모를 성 관념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캐묻고 싶은 욕망이 차올랐지만 시간도 시간이니 그만두기로 했다.


“그냥. 화해했어.”


“그건 잘 된 일이네.”


타냐는 해맑게 웃었고 난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환복한 뒤 잘 준비를 마쳤다.


“내일부턴 장교이자 파일럿으로서의 정규 훈련이구나. 같이 힘냅시다.”


“하하······. 그래.”


타냐는 걱정이 되는 건지 조금 시무룩하게 동의했고 난 불을 껐다.


*


다음날 아침 구보가 끝난 시점에서 프로젝트 M에 선발된, 그러니까 메타 코어를 배정받아 정식으로 장교가 되어버린 인원은 훈련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아미레 중사는 우리를 불러내 열외 시키면서 고개를 뻣뻣하게 들었다.


“너희들이 진짜 군인이 되면 경례하도록 하지.”


깐깐하게 굴긴. 뭐, 우리도 딱히 장교 대우를 원한 건 아니었지만.


피터를 제외한 4명은 경례를 하고 대열을 이탈했고 피터는 웃으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본인 말에 따르면 어차피 정비계통으로 보직 이동을 할 생각이었기에 슈발리에에 선발되면 일만 더 귀찮아진다나?


다른 교관의 인솔에 따라 이동한 우리가 받게 될 훈련은 의외로 평범한 이론 수업이었다.


“2개의 팀으로 나눠 한 팀은 메타 코어의 작동 원리에 대한 수업을, 그리고 나머지 한 팀은 한발 먼저 코어와의 동기화를 시도한다. 각자 마지막으로 코어 키를 확인하고 이동에 나선다.”


난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레아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다가 문득, 이게 어제 말했던 그것인가 싶었다. 난 자연스럽게 항상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고 훈련에 임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그녀와 나의 조는 이번에도 갈라졌고 우린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며 스쳐지나갔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레아는 반지를 낀 왼손을 보이며 손에 입을 맞추곤 내게 날리는 시늉을 했고 난 황당함과 동시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난 그녀가 멀어지기 전에 주먹을 쥔 왼손의 반지에 입을 맞추고 주먹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레아도 그걸 보곤 만족한듯 기분좋게 고개를 돌렸고 우린 각자의 조를 따라 멀어졌다.


“기분 나쁜데요?”


그때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가까이 붙은 미코가 내게 말했고 난 시치미를 땠다.


“뭐가?”


“아니~ 너무 히죽대는 게 티가 나서요~”


그랬나? 난 괜히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는 손으로 입을 닦았다.


그때 앞쪽에서 걷던 엔도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던 검집이 위로 올라와 내 다리를 때렸고. 난 불의의 고통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끄악!”


“짜증나게 굴지 말고 조용히 가라.”


“······미안.”


항의해볼 생각도 했지만 엔도의 표정이 지나치게 살벌한 편이라 난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슈발리에들······. 생도 입장에서 벗어났다고 벌써 풀어지면 안돼지. 요령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군인으로서의 군기는 잡혀 있어야······.”


소란스러운 우리에게 인솔하던 장교가 한숨을 쉬며 말했고 우리는 “죄송합니다!” 라고 소리치며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작가의말

숨은 설정: 프로젝트 M에 합류하면 특별 보안등급을 부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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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nd=더블 부킹 (3) +14 20.10.20 2,295 105 14쪽
29 2nd=더블 부킹 (2) +9 20.10.19 2,302 96 13쪽
28 2nd=더블 부킹 (1) +7 20.10.18 2,361 101 13쪽
27 1st=데이트를 해줘요 (5) +7 20.10.16 2,434 104 10쪽
» 1st=데이트를 해줘요 (4) +6 20.10.16 2,506 112 10쪽
25 1st=데이트를 해줘요 (3) +22 20.10.15 2,606 135 13쪽
24 1st=데이트를 해줘요 (2) +20 20.10.13 2,733 135 12쪽
23 1st=데이트를 해줘요 (1) +13 20.10.12 2,816 120 11쪽
22 세계선 이탈 +7 20.10.11 2,682 125 12쪽
21 프로젝트 M +11 20.10.09 2,731 126 15쪽
20 에페 모의전 (3) +10 20.10.08 2,757 110 12쪽
19 에페 모의전 (2) +10 20.10.06 2,751 113 13쪽
18 에페 모의전 (1) +8 20.10.05 2,831 105 12쪽
17 세레스 탈환 전투 (3) +12 20.10.04 2,944 120 12쪽
16 세레스 탈환 전투 (2) +10 20.10.02 2,961 106 14쪽
15 세레스 탈환 전투 (1) +10 20.10.01 3,056 125 13쪽
14 엔도 사키 (3) +10 20.09.29 3,010 118 14쪽
13 엔도 사키 (2) +8 20.09.28 3,042 125 12쪽
12 엔도 사키 (1) +16 20.09.27 3,248 125 11쪽
11 슈발리에 사관생도 제 15조 +9 20.09.25 3,396 131 12쪽
10 월면기지 크로스 델타 +14 20.09.24 3,641 126 12쪽
9 3rd=라 플람 기동 (4) +21 20.09.22 3,706 146 16쪽
8 3rd=라 플람 기동 (3) +19 20.09.21 3,909 157 16쪽
7 3rd=라 플람 기동 (2) +25 20.09.20 3,992 166 12쪽
6 3rd=라 플람 기동 (1) +17 20.09.18 4,251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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