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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님의 서재입니다.

파일럿 아카데미의 무한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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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상어
작품등록일 :
2020.09.1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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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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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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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 탈환 전투 (3)

DUMMY

새카만 조종실 안에서 조종간을 잡은 채로 앉아있는 율 테이의 주변에 하나 둘 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주공간을 비춘 카메라 화상과 관제실로부터 전달받은 전황표가 그의 화면을 가득 채웠던 것이다.


[타임 리미트 2분15초! 부탁합니다. 율 대위!]


“라저.”


율 테이는 눈을 감았다 천천히 뜨며 손가락 끝에 닿은 조종간의 감각에 집중했다. 후두부에 삽입된 정신파 감응장치, 루트 임플란트가 확산시키는 정신망을 통해 공간을 인지한다. 그것이 메타 코어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어려운 개념이지만 해낼 수밖에 없지.”


화면의 사이미터(psymeter)는 87% 안정권에 돌입한 수치였다.


평생을 익혀온 감각, 율 테이는 건반을 두들기듯 조이스틱 레버의 버튼을 차례대로 누르며 팔을 밀었다.


“메타닉 에페, 문 리커버. 출격한다.”


전파를 타고 전역에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병사들의 사기를 증진시켰지만 이번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이미 전황은 상당히 기울어 고기방패신세에 체념한 대다수의 병사에게 그의 등장은 에이스 파일럿조차 버림말로 삼을 만큼 피해가 막대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현재 세레스 공역에서 분투하고 있는 전 대원에게 알린다. 앞으로의 타임 리미트는 2분. 그동안 율 테이 대위가 함대 호위를 위한 전 구역을 커버한다. 제 3함교, 우현의 5번 구역 그리고 후방의 윙거 부대의 정예를 제외한 전 병력은 함 안쪽의 침입기를 처리하는데 집중하라.]


“테이 대위 혼자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황당한 명령에 다리 한 짝을 잃은 채 구축함을 향해 사격을 계속하던 테레이 부대의 대장인 테레이가 의문을 표했다.


“대장! 좌측 상단 32도!”


그때 거의 아슬아슬한 사각에서부터 명백히 테레이의 대장기를 노리고 등장한 디아볼을 뒤늦게 감지한 테레이는 당황해 팔을 올렸지만 직감적으로 자신의 방심이 죽음으로 직결될 것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5발의 소형 미사일이 후방에서부터 날아와 적기에 닿더니 찌그러지며 추진력을 잃지 않고 테레이의 기체서부터 멀리 밀어냈고 곧이어 폭발하며 적 디아볼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테레이로서는 처음 보는 형식의 미사일. 더군다나 상당한 효율성을 자랑하는 물건이었다. 이게 페소다 박사가 말했던 신병기인가? 설마 원거리에서 근접공격 없이, 소규모 화력 투사만으로 디아볼을 물리칠 수 있게 됐다면 정말 이름값은 한 셈이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테레이는 유성우처럼 함대를 향해 쏟아지고있는 적의 소형기들을 보며 한참은 부족할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하지만 그 순간 레이더의 경보가 울렸고 그 내용은 화력 투사로부터 몸을 피해야 할 안정구역을 지정해 놓은 지도였다. 분명 함대의 화력 투사는 우리들을 지원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테레이 부대의 대원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게······.”


수를 가늠할 수조차 없을 만큼의 대량의 미사일이 한기의 에페로부터 나선형으로 발사돼며 공간을 메워가고 있었다.


율 테이의 기체는 지나치게 두꺼운데다 뭉뚝해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워 보이는 기체였지만 막대한 화력을 내뿜으며 무게를 순식간에 줄여나가고 있었다. 소형 탄두들이 만들어 내는 특유의 연기가 마치 회전하며 물살을 가르는 것 처럼 보이게도 했다.


다른 에페 수배의 크기를 자랑하는 대 화력전용 메타닉. 그건 이미 하나의 작은 요새라고 불리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율 테이 대위는 눈과 고개를 미친 사람처럼 휘꺽휘꺽 돌려가며 적 기체가 조준선에 들어간 순간 스위치를 눌러 미사일들을 사출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처럼 격렬하고 복잡해보였다.


“테레이! 후퇴하라고 했을 텐데!!”


20초 만에 전부 발사된 미사일들이 적 기체들을 격추하는 동안 문 리커버는 두꺼운 외장갑과 미사일 사일로를 퍼지하고 그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디아볼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모방한 듯한 기동병기였다.


테레이는 얼떨떨하게 부스터를 작동시키며 인간형 병기로 탈피한 율 테이의 기체를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문 리커버의 손이 브이를 만들어 보이며 그에게 인사했고 테레이는 피식 웃으며 기체의 뒷면에 달린 6개의 구가 대체 무엇일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 그에겐 남은 임무가 있었다.


“빨리 기함으로 귀환해 대위가 흘린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자고.”


“배부르겠네요. 율 대위는”


대장의 농담에 크큭 웃으며 부하가 대답했고 그들은 빠르게 기함을 향해 날아갔다.


대규모 폭격이 있은 직후 적 구축함과 소형 기체들은 신세대 에페의 저력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연필로 색칠된 우주공간을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대규모의 병력이 단 한기에게 격추당해 그 공백이 노골적으로 눈에 띄었으니 말이다.


디아볼과 위도우 메이커의 무리가 각개격파를 멈추고 일제히 그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예측보다 빠른 즉각적인 대응, 하지만 대위는 오히려 웃음지었다.


이 기체야 말로 일 대 다 상황에 최적화된 무장으로 도배된, 시험기이자 특수기. 그렇기에 코스트따위 고려되지 않은 온갖 기술들의 집약체였던 것이다.


“미러볼 세트.”


그의 음성에 따라 메타 코어의 ai가 여섯 개의 울퉁불퉁한 구체를 움직였다. 당연히 테트라 들은 정체불명의 구체가 준비를 마치기 전에 먼저 공격해왔다.


“쯧.”


율은 혀를 얕게 찬 다음 이를 앙다물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마에 핏줄이 서고 조금씩 두통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뇌각삽입기구를 통해 확산된 사이킥 필드를 사용해 그는 미러볼의 위치를 바꿔 적의 공격을 회피했고 이어서 빔 런처를 꺼내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미러볼이란 병기는 그 이름 그대로 빔을 증폭, 확산시켜 다수의 적을 격추하기 위한 것, 그렇기에 무려 6개의 메타코어가 사용된 과투자 병기, 그것을 출격시킨 것은 율 테이의 기량을 믿은 연구진들이 행한 일종의 도박이었다.


문 리커버가 발사한 빔이 미러볼의 후면 작은 인풋 라인에 적중하면서 볼은 붉게 빛나기 시작했고 곧 거북손처럼 튀어나온 20개의 노즐이 각각 움직이며 빔을 분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율 대위는 차례대로 5개의 볼에 각각 빔을 쏴 넣었다.


점차 공간을 메워나가기 시작하는 빔줄기는 전함의 것에 비하면 빈약할 따름이었지만 그 유연성과 즉흥성은 함 주변 강습기를 막기엔 충분한 특성이었다.


볼이 점점 달궈지기 시작하면서 화력을 올리고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빔을 공유해 하나의 루프 링이 만들어진다. 단 한기에서 나올 수 있는 화력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포화, 그야말로 혁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물망을 뚫고 침입하는 소형기는 존재했다. 2기의 노련한 디아볼이 스페이드를 그리며 능숙하게 양각을 잡고 율의 기체를 노려왔지만 그는 왼손의 런쳐와 오른손의 빔 소드를 빼들고 왼쪽의 적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그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적 기체의 양 팔과 다리가 차례대로 사라졌고 결국 4발 째에 머리가 날아가 폭발했다. 그리고 그는 곧장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빔 소드를 휘둘렀고 후방을 노리고 기습하던 두번째 기체 역시 두동강이 나 폭발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의식의 한켠에선 사이킥 필드를 통해 인식하고 있는 적들을 미러볼로 요격하고 있었고 그는 곧장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적이 구역 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하는데에 집중했다.


[대장. 그거 뭐야? 엄청 재밌어 보이는 장난감인데?]


“늦었구나. 리안. 빨리 함 내로 복귀해 아군을 도와라.”


스쳐지나가는 자신의 전 전용기인 사치를 보곤 율 테이가 말했다. 그가 전투에 익숙해지자 사이미터는 91%까지 올랐고 이젠 능동적으로 다른 미러볼들을 이끌고 전장을 헤집으며 적을 베어대기 시작했다.


[율 대위는 진짜 괴물이네요. 옆에서 대장을 계속 봐온 저로서도 어마어마하다고 느껴버립니다.]


그녀의 부관이 통신으로 말했고 리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속력을 올리며 현란한 동선을 그리며 앞서나갔다, 곧 자신도 가지게 될 압도적 성능의 메타닉이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다른 대원들은 고개를 저으며 한탄하고는 그녀의 장단에 맞췄다.


*


붉은 사자호는 함포를 마구 쏘아대며 각을 비트는 데에만 온 힘을 쏟고 있었고 그 여파를 피해 착지한 리안의 기체는 선내 네트워크를 통해 설계도와 현재 침입 현황이 전송받았다.


“벌써 20%가 당했군.”


파괴된 제 2구역의 피해도를 확인하고는 그녀가 중얼거렸다. 지금대로라면 앞쪽 헤드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가정 하에 적 함대를 빗겨내고 오히려 엇각을 노릴 수 있다.


필요한 희생이라는 말은 그녀가 가장 혐오하는 말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희생은 불가피.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희생을 최대한으로 줄여보기 위해, 가능한 한기라도 많은 침투기를 사냥하는 것뿐이었다.


중력도 방향도 정해지지 않은 우주공간에서 함대 단위의 돌진과 회전. 그야말로 전장이 변형되기 시작한다.


치열한 전장 속에서도 시간은 병사들에게 불공평하게 흘러갔고 기어코 그들은 충돌 예정시간까지 10초를 남긴 시점에 도달했다.


“작전 성공! 최소한의 피해로 함대를 온존한 채 충돌 가능합니다! 예상 피해율 33퍼센트. 남은 건 역습뿐입니다!”


“좋아! 정면부 구역 인원 대피를 끝마치는 즉시 분리해 피해를 최소화 하고, 함포의 방향을 조정해 적을 노린다.”


식은땀을 닦아내고 미소지으며 함장이 소리쳤다. 전력의 33프로가 당할테지만 적은 진형을 유지하지 않은 채 돌진하는 데에만 신경을 쏟았기에 기세는 그들에게 넘어온 셈이었다. 하지만.


“함장님! 정면 스크린을!”


거대한 화면에 나타난, 여태껏 우직하게 질량을 처박기 위한 돌진만을 목적으로 해왔던 적의 신형 기함은 수천개에 달하는 해치를 일제히 개방하고 순식간에 대량의 함재기를 쏟아붓기 시작했고 메뚜기 떼처럼 몰아치는 물량은 율 테이도 그리고 둔중한 함대의 함포도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적기 다수가 함 내로 침입했고 지쳐있던 병사들은 다시 전투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됐다.


[리안 대장! 위도우 메이커!]


“알아! 나도 보인다고!!”


부대원의 외침, 리안은 격렬하게 소리를 지르며 뛰어올랐지만 첫 실전이라 조절이 능숙하지 않았던데 더해 상황이 상황인지라 극한까지 사용된 사치의 부스터가 픽하고 꺼지고 말았다. 리안은 넘어지듯 둥실 떠오르고 말았고 위도우 메이커는 곧장 빔포를 두 줄기 발사했다.


“젠장.”


허탈하게 죽음을 예감한 그녀는 조종간을 놓았고 공격이 닿기를 기다렸지만 그보다 먼저 잡아당기는 어떤 힘에 의해 거칠게 내동댕이쳐졌고 빔은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전진 기지 포레스트 2의 에페 부대. 증원 도착했습니다.]


“미안 아가씨. 보고만 있긴 좀 그래서 말이야. 그래도 잘난척 했던 것에 비해 많이 궁지에 몰린 것 같은데 쌤쌤으로 퉁 치는 건 어때?”


포핀 대위가 그녀 앞에 부대를 정렬하며 말했다.


“긴급 조정 시간 끌어줄 테니 다시 정신 차리고 오라고.”


붉은 사자 함대를 상대하느라 시선이 몰린 탓에 포레스트 2는 전장에서 벗어나 병력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곧장 지원을 온 것이다.


이제 시작되는건 총력전이자 초 근접전. 두 진영의 기함이 서로 달라붙은 기묘한 전투는이제 막 중반을 들어선 참이었다.


*


한편 붉은 사자 함대가 이탈한 크로스 델타에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나 혼란이 한창이었다. 개중에서도 사관생도들의 여자 기숙사에선 대참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205호, 212호 그리고 523호는 접근 금지다! 현재 정체불명의 괴한이 생도들을 습격하고 있다!! 개인행동은 엄금! 그리고 공격을 받았을 때에는 즉시 주변에 알리고 교관에게 보고하라!!”


작가의말

숨은 설정: 현재 생산된 메타코어의 수는 30개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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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nd=더블 부킹 (4) +12 20.10.20 2,232 104 9쪽
30 2nd=더블 부킹 (3) +14 20.10.20 2,295 105 14쪽
29 2nd=더블 부킹 (2) +9 20.10.19 2,302 96 13쪽
28 2nd=더블 부킹 (1) +7 20.10.18 2,361 101 13쪽
27 1st=데이트를 해줘요 (5) +7 20.10.16 2,434 104 10쪽
26 1st=데이트를 해줘요 (4) +6 20.10.16 2,505 112 10쪽
25 1st=데이트를 해줘요 (3) +22 20.10.15 2,605 135 13쪽
24 1st=데이트를 해줘요 (2) +20 20.10.13 2,733 135 12쪽
23 1st=데이트를 해줘요 (1) +13 20.10.12 2,816 120 11쪽
22 세계선 이탈 +7 20.10.11 2,682 125 12쪽
21 프로젝트 M +11 20.10.09 2,731 126 15쪽
20 에페 모의전 (3) +10 20.10.08 2,757 110 12쪽
19 에페 모의전 (2) +10 20.10.06 2,750 113 13쪽
18 에페 모의전 (1) +8 20.10.05 2,831 105 12쪽
» 세레스 탈환 전투 (3) +12 20.10.04 2,944 120 12쪽
16 세레스 탈환 전투 (2) +10 20.10.02 2,961 106 14쪽
15 세레스 탈환 전투 (1) +10 20.10.01 3,056 125 13쪽
14 엔도 사키 (3) +10 20.09.29 3,010 118 14쪽
13 엔도 사키 (2) +8 20.09.28 3,042 125 12쪽
12 엔도 사키 (1) +16 20.09.27 3,248 125 11쪽
11 슈발리에 사관생도 제 15조 +9 20.09.25 3,396 131 12쪽
10 월면기지 크로스 델타 +14 20.09.24 3,641 126 12쪽
9 3rd=라 플람 기동 (4) +21 20.09.22 3,706 146 16쪽
8 3rd=라 플람 기동 (3) +19 20.09.21 3,909 157 16쪽
7 3rd=라 플람 기동 (2) +25 20.09.20 3,992 166 12쪽
6 3rd=라 플람 기동 (1) +17 20.09.18 4,251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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