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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무명귀 님의 서재입니다.

누가 아저씨를 슬프게 했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완결

무명귀
작품등록일 :
2020.12.26 15:25
최근연재일 :
2021.02.09 18:3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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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추천수 :
25
글자수 :
125,420

작성
21.01.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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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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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5화 - 다 널 위해서야 -

DUMMY

로위는 품 속에 갖은 물건들을 한아름 품고 걸었다.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마리아는 그의 앞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솜사탕 같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보도블럭 위를 걸어갔다. 마리아가 기뻐보이니 로위 역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둘의 감정선이 이어진 것마냥.


“ 뭘 이렇게 많이 샀어? ”


로위가 물건들 너머로 물었다. 마리아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정도였다. 그는 제법 힘이 드는지 낑낑대고 있었다. 마리아는 한 바퀴 돌아서 뒷걸음질을 하며 로위를 마주봤다. 햇살의 빛을 받은 어엿한 숙녀가 된 그녀는 수도의 남성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로위는 그들을 경계했다.


“ 수도에는 멋진 게 많아! 왜 진작 나오지 않았을까? 내 인생이 너무 아까워! ”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하지만 너무 큰소리는 내지 마. 가까스로 숨기고 있지만, 누군가가 나를 뚫어져라 보기만 해도 금방 정체가 탄로날 거야. ”


로위가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마리아는 항상 목소리가 컸다. 입만 열면 수도의 남성들도 시선을 거둘 것이다. 그녀의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건 로위 뿐이다. 그는 자신했다.


“ 염려마시라니깐! 내가 골라준 옷이 있잖아. 자,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갈까? ”


마리아는 신이 나서 제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로위는 그를 뒤뚱뒤뚱 따라갔다.


“ 앞 좀 잘 보고 다녀! ”


로위가 먼저 뛰어가는 마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따라잡기는 글렀다.


“ 빨리 와, 아저씨! ”


그녀가 재촉했지만 이젠 한계인가,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물건을 든 팔이 저려왔다. 쉬고 싶었다. 그는 그 자리에 물건이 들어있는 상자를 내려놓고 허리를 폈다. 척추가 꺾이는 소리가 났다. 로위는 자신의 몸이 이렇게 됬어도 노화는 진행중인 것 같다고 느낀다.


“ 나는 좀 쉴게. 하고 싶은 거 끝나면 공원으로 와. ”


마리아는 뾰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표정을 풀고 말했다.


“ 역시 아저씨는 운동부족이라니까! 알았어. 그럼 이따 봐! ”


로위는 마리아와 떨어지고 홀로 공원 벤치에 앉아 쉬었다. 한산해서 다행이었다. 달력을 확인하진 않았지만 평일이었다. 바쁜 수도 사람들이 여유를 즐길 시간은 아니라는 건 굳이 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판기에서 뽑은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싶었지만, 외부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는 타는 듯한 목구멍을 침으로 달랬다. 갑자기 날씨가 너무 덥게 느껴졌다. 반인반수의 털과 두꺼운 후드티, 답답한 마스크의 삼중주.


오리털 파카를 두 겹이나 입은 듯했다. 누가 태양을 좀 가려줬으면 했다. 그때, 그를 향해 내리쬐던 태양이 모습을 감추었다. 일식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로위는 고개를 들었다. 개 입마개처럼 생긴 마스크를 쓰고 검은 와이셔츠에 보라색 타이를 멘 남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쪽 뺨엔 짐승에게 할퀴어진 상처가 나있고, 키는 원래도 큰 것 같지만 마른 체격이라 더 커보였다. 남자의 그늘진 눈이 로위를 향해 있었다.


“ 드디어 모습을 나타내셨군. 장소가 너무 뜻밖이지만. ”


남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로위가 해석할 수 없는 미소였다. 그보다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 것이 우선일 터였다.


“ 누구시죠. ”


그의 물음에 남자는 갑자기 숨이 넘어갈 듯이 웃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웃긴 걸까.


“ 장난이 지나친 거 아닌가, 로위. 아무리 시간이 흘렀더라도 우리의 인연이 그렇게 짧지도 않은데 말이야. ”


남자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로위는 불쾌한 기분이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 누구냐니까요. ”


로위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남자의 표정에선 범인을 완벽히 추리해낸 탐정처럼 확신이 가득했다. 너는 날 알아. 그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 자네가 나를 모를 리가 있나. 난 자네를 너무도 잘 아는데. 모를 수가 없지. 어떻게 자네를 잊겠나. 뭐, 여기서 할 말은 아니지. 나를 따라오세. 자네의 기억을 되살려주지. 그때도 모르는 척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


그는 조소에 가까운 웃음을 지으며 뒤돌아섰다. 그는 온몸이 온통 검은색이었다. 로위는 기분 나쁜 남자를 바라보며 뒤따랐다. 뒤따르는 와중에도 그를 따라가도 될지 망설였다. 혹시 자신이 사라진 사이에 마리아가 돌아오진 않을까 불안했다.


그는 로위를 으슥한 건물과 건물 사이 골목으로 인도했다. 마치 비밀 얘기를 하려는 것처럼, 아니, 비밀 얘기를 할 것이 분명했다. 긴장 탓에 뱃속이 들끓었다.


남자는 뜸을 들이다가 돌아섰다. 어둠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몸집이었다. 작은 체격이 아닌 로위에게까지 위압감이 들게 했다. 로위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지그시 웃으며 갑자기 웃옷을 벗었다. 그가 입고 있던 검은 와이셔츠 안엔 그림 같은 몸이 담겨져 있었다. 복근 여섯 개가 복부에 알알이 달라붙어 있었고 이두근과 삼두근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유일한 옥에 티라면 그의 겨드랑이와 왼가슴에 선명한 잇자국이 나있었다는 것이다.


“ 이래도 모른다고 지껄일 텐가, BIG DOG. ”


남자의 목소리가 로위를 찢어발기는 듯했다. 이 잇자국의 책임소재를 묻는 목소리였다. 로위는 혼란스러웠다.


로위는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이 남자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자신의 이빨이 그를 다치게 했다는 걸. 그는 한 발짝 다가서서 잇자국을 들이밀었다. 네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를 똑똑히 보란듯이


“ 이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러나 할 수 밖에 없겠군. 사실 나는, 아니지, 우린 널 많이 찾아다녔어. 네가 인사도 없이 우릴 홀연히 떠나버려서 얼마나 당황스러웠는 줄 알아? 거기다 약간의 사소한 트러블도 있었고 말이야. 그 트러블이 남긴 상처가 돌이킬 수 없이 컸지만, 뭐 그건 됬어. 우린 그 사건을 묻어두기로 했어. 아무튼 네놈이 어디서 뭘 하는지 난 알아야겠어. 어디에 있었길레 여태 우리의 정보망을 피한 거지? ”


갑자기 두통이 몰려왔다. 약기운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로위는 고장난 메트로놈처럼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로위는 넘어지지 않으려 건물의 외벽을 짚었다. 수상한 남자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 그래, 기억은 차차 찾도록 하지 뭐. 시간은 많으니까. 그나저나 많이 힘들어보이네?  너에게 필요한 걸 우리가 갖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너, 지금 진정제가 필요하지? ”


로위가 섬찟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상대방이 알아선 안 돼는 것을 안다는 듯이. 로위의 동공이 눈에 띄게 요동쳤다.


“ 당신이 그걸 어떻게. ”


탄식처럼 말이 흘러나왔다. 오랫동안 지켜왔던 비밀이었다. 그 자신만이 안고 가야할. 로위는 이 남자가 자신의 정체에 대한 것을 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아는 것 이상일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그가 일정 주기로 진정제를 손수 투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메리조차도 그걸 모를 정도니 로위는 그 사실을 죽음보다 소중히 다뤘다.


무의식적으로 진정제가 든 가방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만은 불안정한 정신 속에서 강한 집착으로 남아있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었다. 들이마신 숨이 독처럼 느껴졌다. 폐부에서 통각이 느껴졌다.


“ 모르는 척 하기는.. 그거 원래 우리 거잖아. 네가 이십 년 전에 훔쳐갔던. 그때 그걸 들고 도망치면서 네가 남긴 무지막지한 상처가 바로 이거야.. 정말 죽는 줄 알았다니까? 너 때문에 우린 진정제를 다시 만들 때까지 미치는 줄 알았다고! 넌 사업이니 실험이니 잘 모르겠지만, 약 하나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게다가 그런 중요한 약이 모조리 없어졌으니 남아있는 사람들은 미칠 노릇이지. ”


남자는 꼬리 밟힌 개처럼 으르렁대며 쏘아붙였다. 로위에게 원수라도 진 듯이. 그의 완벽한 몸에 잇자국이란 생채기를 낸 것이 분하다는 듯.


“ 이름이 뭐야, 당신. ”


로위가 낯선 사람의 출입을 목도한 문지기처럼 경계하며 물었다. 로위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기억이 그가 쓸 수 있는 패를 한정시켰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질문 뿐이었다. 질 수 밖에 없는 정보의 차이였다.


“ 이제야 기억의 조각이 조금씩 맞춰지는 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기억해야지. 네놈이랑 유일하게 대적했던 남자, 리노. ”


입마개 너머로 들려오는 “리노”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로위는 자신이 짚고 있던 벽의 반대쪽으로 휘청거렸다. 이제 버티기가 힘들었다.


“ 천천히 기억해도 좋지만, 이제 그럴 수는 없을 거야. 내가 아는 넌 궁금한 건 못 참는 녀석이니까. 또 네놈이 훔쳐간 진정제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까 네놈은 꽤 약발이 잘 받아서 하루 치로 다른 놈들의 두 배를 버틸 수 있었지. 네놈이 훔쳐간 진정제가 자그마치 십 년 치였으니까, 이십 년이 지난 지금 매우 쪼들리고 있을 거야. 줄어드는 주사기를 보면서 공포감에 사로잡히겠지. ”


리노는 그를 향해 다가섰다. 따뜻하다고 해야할지, 냉혹하다고 해야할지 모를 오묘한 눈빛으로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로위는 그 자리에서 두 다리가 무용지물이 된 것처럼 주저앉았다. 더는 힘을 낼 수 없었다. 지구의 중력에 불가항력적인 힘이 더해진 것처럼. 굴복할 수 밖에 없는 힘이 더해진 것처럼.


“ 애원해도 좋아. 나는 널 두고 가지 않아. 그저 오늘 나와 같이 가자. 나와 같이 가면, 네가 원하는 걸 주도록 하마. ”


로위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힘이 없었고, 억제제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그동안 약을 끊고 버틴 적도 있었다. 어떻게든 약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안에 잠재된 어떤 야수가 눈을 떴다. 로위는 온힘을 다해 본래의 자신을 깨웠다.


야수와의 영역다툼에서 지지 말라고 응원했다. 그는 종종 마을을 둘러싼 산중 서쪽 산에 들렀다. 그곳에서 남아있는 야수를 불태웠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역부족일 것이다. 진정제가 소멸되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비로소 괴물이 될 수도 있겠다. 마을을 떠나든지, 마을을 해치든지 둘 중에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 가자. ”


그때, 그의 귀를 찌르는 작은 외침이 들렸다. 너무도 작았지만, 남다른 청력을 지닌 그라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귀를 쫑긋 세웠다. 후드티 안에서 귀가 움직였다.


“ 아저씨, 어딨어? ”


마리아였다. 왜 하필 지금. 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목에서 경련이 일었다.


“ 아저씨, 어딨냐니까! ”


등줄기에서 땀이 흐르고 가슴이 일 초에 수천 번씩 뛰는 기분이었다. 이 위험한 자가 마리아를 알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로위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보았다. 리노가 마리아를 해칠 가능성을 머리에 그려보았다.


“ 널 찾는 건가? ”


눈치 빠른 리노가 고개를 기울이며 로위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로위는 침착하게, 들키지 않을 만큼의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말이라기보다 변에 가까웠다.


“ 그럴 리가 없잖아. ”


그는 기도했다. 등 뒤를 향해 다가오는 저 발소리가 골목에서 멈추지 않고 직진하기를. 그냥 지나쳐 그녀가 부르는 아저씨가 로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기를. 설령 헛된 희망일지라도.


“ 아저씨, 거기서 뭐해? ”


젠장. 등 뒤에서 곧바로 들리는 음성으로 미루어, 바로 뒤에 마리아가 있었다. 리노가 보지 못할 리가 없는 장소에. 낭패감이 밀려왔다.


“ 거봐, 너 찾는 거 맞잖아... 오, 너는.. ”


그는 놀란 표정으로 토끼눈을 떴다. 두 눈이 본 것을 의심하는 듯했다. 이내 그는 표정을 바꿨다.


“ 아주 흥미로운 구도네. ”


리노의 기분 나쁜 미소가 입마개 너머로 보이는 듯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알 길이 없는 미소였다.


“ 저 사람은 누구야? ”


마리아가 물었지만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로위 자신도 잘 몰랐다.


“ 도망쳐, 마리아. 최대한 빨리. ”


로위가 작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뒷걸음질치며 말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마리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설명해줄 것도, 그럴 시간도 없었다. 일 분 일 초가 급했다. 머릿속에 달리는 자신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 또 도망치기야? 이번엔 너한테도 좋지 못한 선택일 거야. 난 다시는 너를 놓치지 않을 테니까. ”


리노가 경고하듯 말했다. 언제든 잡을 수 있는 물고기를 놓아주는 낚시꾼처럼 거만한 어조였다.


“ 어서 가란 말 안들려? ”


로위가 마리아를 다그쳤다. 좀체 올라가지 않는 언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그랬다. 눈앞에 상대에게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를 넘어선 살기가 느껴졌으니까. 까딱 잘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모르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마리아가 꾸물대자 로위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 왜 이러는 건데? 말을 해줘야 알 거 아니야! ”


그녀가 안긴 채로 로위의 미친듯한 속도가 일으키는 바람을 맞으며  물었다. 그래, 왜 이러는 걸까. 로위도 알고 싶었다. 로위도 자신이 느끼는 공포감의 진위를 알고 싶었다. 당황하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뭔지 알고 싶었다.


“ 다 널 위해서야. ”


로위는 부모들이 자식을 논리 없이 납득시키기 위해 자주 애용하는 말을 인용했다. 지금 이 순간 정말로 유용한 말이었다. 그는 지금 오로지 마리아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온몸을 집중시켰다. 다리 근육은 미친듯이 펄펄 뛰었고, 후드티의 모자가 벗겨진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선이 느껴졌지만 야구모자를 믿고 게의치 않았다. 로위로 인해 신호가 뒤엉켰지만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오직 더 빨리 달려서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닿는 것이었다. 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그를 막은 건 차량 한 대였다.


누가봐도 한 사람의 갈비뼈를 으스러뜨리고 말겠다는 듯이 맹렬히 달려오는 검은 벤. 로위는 벤의 범퍼에 갈비뼈를 정통으로 들이받혀 일 미터 가량 튕겨져나갔다. 무의식적으로 그는 단 하나에만 신경 썼다. 마리아를 지켜야 한다는 것.


그는 있는 힘껏 그녀를 앞쪽 아스팔트에 내던졌고 홀로 벤의 공습을 받아들였다. 눈앞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하늘이 취객의 걸음걸이처럼 휘청거렸다. 가슴이 부풀지 않고 부르르 떨렸다. 숨이 멎을 듯했다. 마리아의 종이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리는 둥 마는 둥 했다.


누군가 서서히 그의 공명관을 갉아먹는 것처럼. 음성이란 것들이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볼륨을 낮추듯이 꺼져갔다. 그 누군가는 필시 검은 벤이리라. 충격은 한 방에 그의 갈비뼈를 부숴뜨렸으나, 소리는 질기게 살아남아 가장 잔인하게 사라져갔다. 마리아의 모습 또한 또렷하다가 서서히 뭉그러져 마침내 아무도 없는 어둠으로 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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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지막회 - 내 소원이 이루어졌어. - 21.02.09 27 1 18쪽
20 20화 - 아가 - 21.02.08 16 0 9쪽
19 19화 - 도망쳐 - 21.02.05 25 1 9쪽
18 18화 - 진짜 알약 - 21.02.04 17 1 13쪽
17 17화 - 빛을 향해 - 21.02.03 17 1 12쪽
16 16화 - 공모자들 - 21.02.02 20 1 13쪽
15 15화 - 컴 백 홈 - 21.02.01 20 1 20쪽
14 14화 - 잘 가 - 21.01.29 22 1 15쪽
13 13화 - 안대를 낀 여자 - 21.01.28 22 1 9쪽
12 12화 - 세상에게 물리다 - 21.01.27 26 1 11쪽
11 11화 - 가짜 에밋 - 21.01.26 20 1 13쪽
10 10화 - 누구랑 가는 게 중요해? - 21.01.25 19 1 10쪽
9 9화 - 과거 - 21.01.22 24 1 12쪽
8 8화 - 늙은 여우 - 21.01.21 24 1 10쪽
7 7화 - 집 나간 개 - 21.01.20 23 1 10쪽
6 6화 - 우리가 키워요 - 21.01.19 27 1 12쪽
» 5화 - 다 널 위해서야 - 21.01.18 26 1 16쪽
4 4화 - 마을 밖은 위험해 - 21.01.17 26 1 16쪽
3 3화 - 모두의 마을이니까 - +1 21.01.16 27 1 15쪽
2 2화 - 이방인 - +1 21.01.15 5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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