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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무명귀 님의 서재입니다.

누가 아저씨를 슬프게 했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완결

무명귀
작품등록일 :
2020.12.26 15:25
최근연재일 :
2021.02.09 18:3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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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
추천수 :
25
글자수 :
125,420

작성
21.01.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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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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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4화 - 마을 밖은 위험해 -

DUMMY

잡히지 않는 석양을 향해 달리듯 차가 도로 위로 미끄러졌다. 이 길을 지날 때면 메리를 처음 만난 그때로 돌아가곤 했다. 마리아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메리가 자주 부르던 멜로디였다. 로위도 자주 들었었다. 잠이 들지 못하던 그를 재우는 노래였다. 마리아는 오랜만에 할머니를 만나는 것이 기쁜 모양이다.


“ 좋니?”


로위는 그녀를 힐끔 보며 말했다. 그는 우울할 일이 없는 이 아이가 내심 부러웠다. 언제나 낙천적이고 해맑았다. 로위를 힘내게 하는 미소는 사라질 줄 몰랐다.


“ 그럼 당연하지. ”


그녀의 표정이 알면서 뭘 물어, 하듯 웃음바다가 되었다. 누가보면 제 생일인 줄 알겠다 싶었다.


“ 왜 좋은데. ”


로위는 또 알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행복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 할머니를 보러 가잖아. 그것도 아저씨랑 같이. ”


로위는 늘 홀로 메리를 보러 갔다. 마리아 앞에서 흔들리고 무너지고 싶지 않아서. 이제 그녀에겐 자신 밖에 없으니까. 책임감이 그를 지탱하고 있었다.



차는 마을을 둘러싼 산 중 서쪽 산으로 향했다. 그곳엔 마을 사람들의 공동묘지가 있었다. 죽어서도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조성한 망령들의 마을이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의 하늘은 흐려져있었다.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로위와 마리아는 무덤과 무덤 사이를 지났다.


조, 레이, 한나. 익숙한 이름이 적힌 석판이 꽂힌 무덤들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 마을에선 모두 하나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로위는 자신의 고향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대답할 것이다.


여기서 죽 살았노라고.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십 년이면 그런 말을 해도 되지 않을까. 로위는 가족 같은 사람들의 무덤을 천천히 둘러봤다. 마리아는 기억도 못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 이브? 이 사람도 아는 사람이야? ”


로위가 이브의 무덤을 바라보자 그녀가 머리를 굴리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얼굴엔 나는 도저히 모르겠어, 라는 글씨가 쓰여있었다.


“ 너에게 처음으로 손수 옷과 모자를 떠준 사람이야. 메리는 그런 걸 못했거든. ”


그녀는 놀란 듯 입을 벌렸다. 자신이 아기 때 입었던 옷과 모자를 이름도 모르는 아줌마가 떠줬다는 게 신기한 건지, 메리가 뜨개질엔 소질이 없었다는 사실이 신기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모습이 귀여워서 그는 피식 웃음이 새는 걸 막지 못했다.


“ 왜 웃어? ”


마리아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물었다. 로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 네가 너무 못생겨서. ”


로위의 장난에 마리아는 콧방귀를 끼며 자리를 떴다. 성큼성큼 무덤들을 지나쳐갔다.


“ 미안해, 같이 가. ”


로위가 소리치며 뒤따랐다. 그가 그녀를 따라잡고 앞에 섰다. 로위는 마리아가 진심으로 화가 나지 않은 걸 알았다. 로위가 마리아의 볼을 잡아당겼다. 날카로운 발톱이 그녀의 볼에 생채기를 내지 않게 주의하며


“ 삐지면 더 못생겼으니까 웃어, 스마일! ”


그녀는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되었지만 더 화를 내진 않았다. 애초에 그럴 아이가 아니었지만. 마리아는 항상 웃으니까, 라는 말이 어느새 믿음처럼 굳어졌다. 한편으론 마리아도 화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려 애썼다. 누군가를 단정해버리는 건 위험하다는 걸 아니까.


“ 가자. 할머니가 기다리겠다. ”


마리아가 끄덕였다. 로위와 마리아는 메리의 무덤 앞에 섰다. 메리가 좋아했던 마티니 한 병을 들고서. 그녀는 마티니에 빠져살았다. 밤이면 마티니를 마셨고, 밤마다 상기된 얼굴로 로위에게 고백했다.


“ 네가 마리아의 곁에 있어줘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정말로. ”


그렇게 말하는 메리의 표정은 언제나 사뭇 진지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녀의 집은 펍처럼 느껴졌다. 술이 아주 많았고 손님이 잦았다. 메리는 자신의 집을 파티의 장으로 만드는 취미가 있었다. 그는 그런 메리가 좋았다. 늘 누군가에게 베푸는 메리가.


실망스러운 세상에서 메리만은 달랐으니까. 메리가 좋은 마음만으로 술을 모으고 나눠주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술을 마실 때 진정으로 행복해했다.


“ 어릴 땐 술이 싫었어. 아버진 술에 빠져살았지. 무심코 마셔본 술은 어린 내게 쓰고 맛없는 물이었어. 목도 아팠고 속도 쓰렸지. 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제 술없인 못 사는 노인이 되어버렸네. 아버지도 그랬고 내 딸인 미라도 그러는 중이야. 미라는 중학교 때부터 술을 마셨지. 지랄 맞은 혈통이야. 피가 아니라 알코올이 흐르는 가족이지. ”


어느 날 메리가 해준 말이었다. 만월의 빛이 창으로 드리웠을 때였다. 메리는 술에 취한 건지 달에 취한 건지 모를 표정으로 속삭였다.


“ 마리아는 술을 마시게 하지 말아줘. 아침마다 토하는 걸 대물림하긴 싫으니까. ”


로위는 그녀의 말을 지켰다. 마리아는 다행히도 피에 알코올이 섞이지는 않은 듯했다. 술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가끔 로위가 메리를 생각하며 마실 때도 적당히 마시라는 잔소리만 늘어놓을 뿐 같이 마시자는 말조차 건넨 적이 없으니까. 내심 같이 마셔주길 바란 적도 있었지만.


무덤에 잠든 메리는 하늘에서도 술을 마실까. 그러기를 바랐다. 남들 걱정은 그만두고 원 없이 마시길 바랐다.



“ 메리, 오늘은 당신의 손녀가 같이 왔어요. ”


로위가 말했다. 메리는 대답이 없었다. 무덤에는 고요한 바람이 불어 잡초들이 살랑거렸다. 마리아는 무덤을 향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칼처럼 길어진 풀을 어루만졌다.


“ 우리 할머니, 언제 이렇게 머리가 많이 자랐대? ”


그녀의 손녀가 말했다. 무덤은 마치 살아있는 듯 바람에 움직였다. 손녀의 따뜻한 음성과 손길을 받는 메리는 분명 웃고 있을 것이다. 로위도 살짝 웃었다. 이 평화가 오래 지속되기를 빌면서.



*



“ 기대이하인데. 신약 개발에 진척이 아직도 이 정도 단계란 말이야? ”


얼굴이 노랗게 질린 케이가 목을 떨었다. 무슨 말로 이 남자의 실망어린 눈빛을 달랠까 고민하는 눈치다. 매사에 철두철미한 이 남자는 케이의 상사다. 잠자리에 들 무렵에도 문자로 업무를 지시하는 남자. 리노는 그런 상사다. 그러나 케이에게 리노는 자아실현의 매개일 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할 수 있으니까. 목적이 같느냐 다르냐는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 리노는 케이의 경직된 몸을 훑었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 지저분한 얼굴, 빨지 않은 듯한 연구복이 거슬렸다.


“ 아직도 연구실에서 자는 건가. ”


케이는 눈알을 굴렸다. 졸립다. 그는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다. 리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 가봐. ”


케이에겐 바라던 바였다. 리노는 전화를 받았고 케이에게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어차피 이 녀석, 연구결과 읊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없으니. 리노는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나서야 전화기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집중한다.


“ 듣고 있나. 왜 대답이 없어. ”


올시였다. 할망구가 웬 일인가, 싶었다. 리노는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그는 눈앞에 할망구가 있는 것처럼 눈가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리노를 한껏 무시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 찾았어, 그녀석. ”


누구, 라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가 찾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뿐이니까. 그의 심장이 요동쳤다. 심장이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어떤 기름을 쏟아부어도 쉽사리 뛰지 않았던 까다로운 심장이다. 리노를 뛰게 할 심장은 오직 그녀석이었으므로.


리노는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나 사무실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올시에겐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얕보이기도 싫었다.


“ 누구요? ”


리노는 물었다. 기특한 할망구, 비행기 좀 태워줄까 해서. 그녀의 신나 하는 음성이 이어졌다.


“ 누구긴 누구야. 로위지. 오, 내 사랑 로위.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


그녀는 흥분해서 날뛰고 있었다. 리노는 키득거리고 싶은 심정을 억눌렀다.


“ 그래요. 진정하고 말해봐요. 어디서 당신의 사랑을 찾은 거죠. ”


이건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로위는 어디로 갔을까? 죽었을까? 살았다면 어디서 사는 걸까? 왜 그를 찾지 못할까? 하늘로 솟았나? 아님 땅으로 꺼졌나? 올시의 답을 들어야 했다.


리노는 마음을 진정하려 창밖을 바라봤다. 이 세상 어딘가에 로위는 분명 존재한다. 그동안 모호했던 것이 분명해졌다. 기분이 좋았다. 웃음이 잇새로 새어나왔다.


“ 아주 작은 마을이야. 산으로 둘러싸인. 이제 어쩔 거야. ”


그녀가 종용하듯 물었다. 어서 데려오자고 보채는 목소리였다. 할망구, 여전히 성질이 급하다. 리노는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때, 사라진 주사기의 양을 생각했다. 이제 곧 모자라질 터였다.  리노는 읊조리듯 대답했다.


“ 그랬단 말이지. 거기에서 죽치고 숨어 살았었단 말이지. ”


“ 어쩔 거냐니까. 들이닥칠 거야? ”


올시가 재촉했다. 잠도 설쳐가며 로위를 찾아다니던 할망구였다. 리노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했다. 자신도 근질근질하던 참이다. 당장 그 마을이라는 데로 가서 로위를 붙잡아오고 싶었다.


“ 보채지 마, 할망구. 내가 알아서 해. 함부로 적진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니까. 때를 기다릴 거야. 일단.. 계속 주시해. ”



*



“ 쇼핑을.. 가자고? ”


밥을 먹던 로위는 생뚱맞은 마리아의 제안에 짐짓 놀란다.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마리아다. 이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 응. 아저씨, 언제까지 마을에 쳐박혀서 살 거야? 나도 그래. 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마을 밖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잖아. 요즘 같은 세상에 바깥 세상을 아주 모를 수도 없는 거고. ”


마리아가 스마트폰으로 수도의 휘황찬란한 랜드마크들을 보여주었다. 높은 빌딩, 비싼 옷과 가방을 파는 가게, 생전 본 적도 없는 고급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수도는 사치품들의 세상이었다.


“ 지금까지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니.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 없었잖아. ”


“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야. ”


“ 왜 안했어? 난 너의 보호자인데. ”


로위는 자신이 이러는 것이 과도한 아버지 노릇임을 안다. 그러나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 역시 마을 밖은 낯설고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세상이었다. 마을 밖으로 나가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마리아를 핑계로 말리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사실은 그 자신이 더 두려우니까. 마리아도 자신과 함께 군말없이 머물러주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욕심이 지나치다는 것을 외면하고 너를 위해서 그랬다며 본심을 왜곡했다. 바깥은 위험했다. 이 마을은 안전했다. 로위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 누가 누구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거야? 나없인 아무것도 못하면서. 그저 남들 도와주는 것만 잘하고 자기 몸은 못 챙기면서. 아저씬 밖을 좀 나다녀봐야 돼. 세상에 아저씨 같은 바보는 없다는 걸 느껴봐야 한다고. ”


로위는 말없이 찻잔에 든 차를 들이켰다. 뜨거운 액체가 목구멍을 데웠다. 화가 났다. 누구한테 내는 건지 모를 화가.


“ 그래. 그렇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구나. 나도 너무 한 곳에 머무른 채 안주해버렸어. ”


로위가 마리아의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여전히 그는 차를 마셨고 마리아는 식사를 하는둥마는둥했다. 기립하는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로위는 자신이 싫어졌다.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자신이. 더 넓은 세상을 선물하지 못하는 겁쟁이인 자신이 몸서리치게 흉물스럽게 느껴졌다.


“ 그럼 가는 걸로 한 거다? 무르기 없어! ”


“ 하지만, 나는 이 마을만으로도 좋아. 힘겹고 척박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편견 없이 대해줘. 마을 밖은 궁금하지 않아. ”


로위가 차를 마저 홀짝이더니 단호한 얼굴로 고집을 부렸다. 마리아의 마음은 알지만, 로위는 용기가 서지 않았다. 마을 밖에 나가면 또다시 그때의 빗길로 소환될 것만 같았다. 다시 발을 다치고 다시 방황의 길로 들어설 것 같았다. 마리아 마저도 잃어버릴 것 같았다.


“ 사람들이 왜 그런 거 같아? 다 아저씨가 호구처럼 자기들의 모든 일을 해주니까 그런 거야! 다 자기들 필요에 의해서.. ”


“ 그만두자. 마을 사람들을 모욕하지 마. 못 들어주겠구나. 다 내가 자처한 일이야.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주니까. 내가 이 마을에 필요하다고 말해주니까. 마리아, 너는 평생 이쁨만 받아왔으니까 잘 모르겠지.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기분을. ”


로위는 잠시 흥분해서 날카롭게 쏟아부었다. 로위에겐 두 가지 약점이 있었다. 하나는 메리와 마리아였고, 다른 하나는 마을이었다. 그는 이 마을을 사랑했다.


“ 아저씨, 정말 왕바보구나? 나도 알거든, 그 기분? 난 더 잘 알아! 난 엄마가 날 버렸어! 난 지금도 엄마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른다고! ”


마리아는 엄마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울컥했는지 자리를 박차고 제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갔다. 로위는 서둘러 그녀의 방으로 따라들어가려 일어났지만 이미 늦었고 안에서는 울음소리보다 더 무서운 정적이 흘렀다. 로위는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정비소장 러들리가 말해준 딸의 사춘기 증상 중에 하나를 마리아가 할 줄은 몰랐다.


러들리는 딸이 방문을 걸어잠근 때를 회상하며 등골이 오싹했다고 했다. 대화를 거부 당했다는 사실에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고. 로위는 그 시기를 지난 마리아를 보며 러들리의 딸이 유난을 떠는 유형의 여자이리라 생각했다. 마리아는 절대로 화를 내는 법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마리아가 문을 잠그고 그에게 침묵이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는 러들리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머릿속에서 아무 말이나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지만 목구멍에 차단막이 쳐진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숨이 찰 정도로 말을 하려고 목에 힘을 주어야 했다. 말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 아저씨가 미안해. 그래, 가지 뭐. 간다고 죽기야 하겠어? ”


그가 문 밖에서 마지못해 그녀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 문을 열지 않으면 마리아가 사라질 것 같아서. 마을 밖에 나가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이 일어날까봐. 그러기가 무섭게 방문이 벌컥 열리고 문 밖에 서있던 로위의 코가 부딪혔다.


코가 아팠지만 눈앞에 무사히 모습을 드러낸 마리아가 반가웠다. 걱정 속에서 망가져간 마리아의 여러 모습들 중에 하나가 아니어서 다행스러웠다. 그녀는 팔을 긋는다거나 술집 여자처럼 화장을 하지 않았다. 자기 모습 그대로, 운 기색도 없이 나왔다.


“ 아, 미안. 어쨌든 그 말 취소하기 없기. 취소하면 똥개! ”


마리아가 짓궃게 웃으며 그를 똥개라고 불렀다. 로위는 자신이 뭘 걱정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로위의 아픈 역사였지만 이제는 귀여운 애칭이 되버린 단어가 그녀의 입을 타고 나왔다. 메리가 가끔씩 그를 부르던 애칭이었다.


메리는 그 애칭을 손녀에게 물려주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하면 똥개라고 부르라고.


“ 그래, 대신 단단히 무장해야겠지. 도시에서는 내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소동이 벌어질 테니. ”


이래도 될까, 싶지만 마리아의 웃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그래, 어떻게든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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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지막회 - 내 소원이 이루어졌어. - 21.02.09 26 1 18쪽
20 20화 - 아가 - 21.02.08 16 0 9쪽
19 19화 - 도망쳐 - 21.02.05 24 1 9쪽
18 18화 - 진짜 알약 - 21.02.04 17 1 13쪽
17 17화 - 빛을 향해 - 21.02.03 17 1 12쪽
16 16화 - 공모자들 - 21.02.02 20 1 13쪽
15 15화 - 컴 백 홈 - 21.02.01 20 1 20쪽
14 14화 - 잘 가 - 21.01.29 21 1 15쪽
13 13화 - 안대를 낀 여자 - 21.01.28 22 1 9쪽
12 12화 - 세상에게 물리다 - 21.01.27 26 1 11쪽
11 11화 - 가짜 에밋 - 21.01.26 20 1 13쪽
10 10화 - 누구랑 가는 게 중요해? - 21.01.25 19 1 10쪽
9 9화 - 과거 - 21.01.22 24 1 12쪽
8 8화 - 늙은 여우 - 21.01.21 24 1 10쪽
7 7화 - 집 나간 개 - 21.01.20 23 1 10쪽
6 6화 - 우리가 키워요 - 21.01.19 27 1 12쪽
5 5화 - 다 널 위해서야 - 21.01.18 25 1 16쪽
» 4화 - 마을 밖은 위험해 - 21.01.17 26 1 16쪽
3 3화 - 모두의 마을이니까 - +1 21.01.16 27 1 15쪽
2 2화 - 이방인 - +1 21.01.15 50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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