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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3샷추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2:33
최근연재일 :
2023.06.06 00:43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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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추천수 :
19
글자수 :
73,059

작성
23.06.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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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3)

DUMMY

버젓이 존재하는 물리법칙을 내다 버린 듯이 태연히 사물을 투영하며 이동하는 차량.


자운영이 차량 정면으로 다가와 이내 스쳐 지나가는 벽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관리자가 인류에게 내린 한 줌의 자비 중 몇 알 되지 않는 혜택이죠.”


기존 인류가 가진 가장 큰 권한은 시민권 부여.


아모르가 생각하기엔 그것만으로는 원주민이 버티기에 역부족이었는데, 관리자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그 외 일종의 역할을 더했다.


역할을 받은 모든 이들을 공무원이라고 부르며, 중요도에 따라 0급부터 10급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공무원은 공식적인 활동에서 결코 등급을 알리거나 보일 수 없다.


등급을 알 수 있는 건 오로지 같은 공무원뿐이며, 그 외에도 발설할 수 없도록 다양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등급은 특정 단체를 가리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해요. 공무원의 정수는 등급이 없는 ‘언랭커즈(Unrankers)’에 있으니까요.”


“언랭커즈?”


“기밀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아니무스 아모르와는 차후 긴밀하게 협조할 일이 많을 예정이니 미리 언질 주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귀하께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저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자운영이 몸을 돌려 아모르를 바라봤다. 커튼 밖을 보던 아모르는 따갑게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녀를 마주 봤다.


자운영이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언랭커즈는 총 세 그룹으로 보름달, 손톱달, 그리고 그믐달입니다.”


보름달.


현재의 정부를 먹여 살리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원주민의 능력자들.


“이들에 관해서는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저도 몇 번 뵌 적이 없는지라.”


손톱달.


외부에서는 이들을 3급 공무원인 비밀 정보기관에 속한 인원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자운영 자신과 같이 보조 인원에 속하는 이들.


본격적인 전투에 사용하기 어려운 능력을 가졌거나, 각기 갈고 닦은 특기를 가진 인원이라고.


“이상하게도 밖에서는 저희를 누구 하나 의심 없이 첩보 기관이라고 의심하더군요.”


“······.”


그리고 그믐달.


“그믐달은 훌륭한 운전사들이죠. 지금 이 차를 운전하고 계신 분입니다.”


스윽.


운전석에 앉은 이가 슬쩍 손을 들어 올려 아는 체했다.


“그럼 이 능력도?”


“네. 관리자가 그믐달에게 부여한 능력입니다. 총 12팀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체 인원은 그 집단에 속한 분들만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아니무스 아모르를 담당하게 되면서 그믐달을 처음 봤거든요.”


그믐달에게는 모든 이동 수단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100%라는 능력이 주어진다. 그에 더해 그들이 운전자로 탑승한 순간, 그 이동 수단은 세계의 물리법칙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


“안에 타고 문을 잠그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 차를 인지할 수 없게 됩니다. 동시에 모든 사물을 투영할 수 있게 되죠.”


돌아갈 필요 없이 일직선으로 달릴 수 있는 이동 수단이라니.


“좋은 능력이네.”


좋다 못해 사기적인 것 아닌가.


솔직히 이것 하나만 있어도 관리자가 제 원주민들을 얼마나 아끼고 편애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자운영은 고개를 저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그믐달이 이동 수단에서 내리면 이 효과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공무원이야 제한 없지만, 아니라면 1명밖에 타지 못하거든요.”


“아아. 어쩐지 혼자만 나오라고 하더니.”


회의 후, 뜬금없이 걸려왔던 통화 내용을 떠올린 아모르가 그 이유를 알아채고 납득했다.


그러나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보름달이라는 그 능력자들을 그믐달을 이용해 이동시켜서 전투하면 되지 않나?’


이걸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전황을 뒤집을 만한 무력을 가진 1명이 없다는 말과 같다.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전투력을 가진 이가 적거나, 아니면-


‘다른 임무에 이미 배정되어 있거나.’


후자라고 선명하게 답하는 직감을 잠시 집어넣은 아모르는 차창 너머에 집중했다.


건물을 뚫고 지나는 풍경에 그 안에서 식사를 하는 일가족들과 예배를 드리는 교회, 멍한 얼굴로 핸드폰을 보는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 등등이 지나갔다.


그믐달.


보름달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금, 아모르가 보기에 이들이야말로 공무원의 정수나 다름없었다.


‘차 안에만 있으면 이런 감시 작업도 들킬 염려 없이 할 수 있는 거잖아.’


아무리 이 세계의 관리자라고 해도 이런 능력을 다수에게 부여할 순 없을 거다. 처음 얘기했던 대로 12그룹, 12명이 끝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아모르께는 그믐달 한 명이 전속으로 배정될 겁니다. 저처럼요.”


“영광이군.”


탁.


쪼르륵.


차의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지한 아모르는 제 손으로 와인을 따랐다. 잔의 끄트머리까지 아슬아슬하게 찰랑거리는 붉은 액체를 단번에 마시고는 바로 다시 채웠다.


자운영의 잔은 몇 모금 마신 것 외에는 그대로였다.


“이제 곧 도착입니다.”


“음.”


자운영의 무표정에서 질린다는 기색이 느껴진다.


이어 그녀는 폰을 들어 누군가와 통화했다.


“손톱달입니다. 도어를 확인해주세요.”


-네.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도착했습니다.”


달칵.


자운영이 통화를 끊으며 문을 열었다.


문밖은 바로 건물 안으로 이어져 있었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깔끔하게 잔을 비운 아모르가 성큼성큼 걸어 하차했다.


“아, 안녕하십······!”


“미안한데, 잠시만 기다려 줘요.”


“에?”


손바닥을 보이며 양해를 구하자 인사하던 사람들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아모르는 뒤돌아 자신이 내린 문을 관찰했다.


차의 외관은 전혀 보이지 않고, 열린 문과 내부만 조금 보인다.


이 상태로 닫히면 완전히 투명해지는 듯했다.


아모르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도 운전석에 앉아있는 이와 자운영의 기척이 꺼질듯한 촛불처럼 미약하게 느껴졌다.


“다 보셨습니까?”


“······그래.”


“그럼 가실 때 연락해주십시오.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입구에 서 있던 자운영이 꾸벅 허리를 숙이며 차 안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틈새가 완전히 닫힌 순간, 배경이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다.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아모르는 자신이 인지하는 자운영의 기척을 쫓았다.


약지의 손톱보다도 더 작은, 머리카락 한 올- 아니, 그보다 더 얇고 가느다란 것이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다.


아모르가 이 정도면, 다른 이들은 투명해진 그믐달의 차량을 인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푸른 백작에게도 한 번 물어봐야겠어.’


교단의 이단 심문관 정도의 급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을 정리한 아모르는 뻘쭘히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이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이런 건 처음 겪어서 신기했거든요.”


“아, 아닙니다. 진짜 신기하긴 하네요. 저희도 말만 들어본 거라······.”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아네모네 교단의 아니무스 아모르. 잘 부탁드립니다.”


“루세라 종족 대표인 아세라입니다.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한 종족의 대표와 세계의 대표가 서로를 관찰하다가 동시에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첫인상은 괜찮다고,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



안내에 따라 내실로 이동한 아모르는 가난함이 물씬 풍기는 보며 현재 본단으로 쓰고 있는 보육원을 떠올렸다.


이곳은 언뜻 보기에도 보육원보다도 더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다.


습하고 축축한 공기.


그늘진 곳에 자리한 곰팡이들.


반지하다.


티 나지 않도록 주변을 둘러보던 아모르는 자신을 상석에 앉히려는 아세라의 제안을 거절하며 그 옆에 앉았다.


“다른 이들이면 몰라도 교단과 얘기할 때는 절대 그러지 말게, -말아요. 당신은 한 종족의 대표잖습니까.”


“아······.”


앳된 얼굴의 아세라가 입안의 살을 깨물며 왈칵, 눈을 크게 떴다.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했다.


아네모네 교단 역시 악몽의 습격을 받은 다른 꿈의 주민들을 대거 받아온 만큼, 이런 상황에는 제법 익숙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런 말 하나에 감동 받는 이가 종족 대표면 안 된다.


당장이라도 쓴소리를 내뱉고 싶은 것을 참은 아모르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좋겠군요. 아, 그리고 이 지금부터는 녹음해도 될까요? 최고 실권자가 저이긴 하지만, 같이 의논해야 하거든요. 그쪽도 녹음해도 됩니다.”


“아. 그러면 저희 측도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루세라 측에서도 아모르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런 순수한 놈······.’


뭐, 나쁘지 않은 경험일 거다.


어딘가에 녹음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 마디 한 마디를 신중하게 말하게 되니까.


아모르가 손깍지를 풀자 아세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 알려드리지 못했음에도 백안시 요원의 말을 듣고 찾아와 주신 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백안시 요원?”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백안시가 이름이라고?’


백안시하다, 이런 식으로 쓰이는 단어 아니었나.


“아, 아마 임무 중에는 B요원이라고 불릴 겁니다.”


“······.”


본명이 그거였나?


이름 가지고 뭐라고 하면 탈룰라인 건 알지만, 거 참······.


아모르는 그 이름을 기억해두기로 했다. 아니,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이름이니 그럴 수도 없겠지만.


“그럼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까요? 아직 이쪽에 오신지 얼마 안 됐다고 알고 있어서요.”


“음. 142위. 스칼린에 속해 있음. 이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아아. 그러면······.”


똑똑.


-다과를 가져왔습니다.


대화를 절묘하게 가르고 들려오는 노크 소리.


말을 멈춘 아세라가 아모르의 의향을 살폈고, 그가 반응이 없자 안으로 사람을 들였다.


그러고 보니,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종족이었다.


잔에 따라진 채로 들어온 차를 받은 아모르가 감사 인사를 하려던 순간, 멈칫했다.


쟁반을 들고 온 이는 아세라와는 다르게 한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었다.


그가 빤히 바라보자 볼을 붉히며 물러난 이가 가슴팍에 가볍게 쥔 주먹을 가져다 대며 인사했다.


[ 손님을 뵈어요. 무스란티나의 딸, 란티무입니다. ]


“아니무스 아모르입니다. 차, 잘 마실게요.”


[ ······어? ]


헤헤, 웃으며 쟁반을 들던 란티무가 뒤늦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말이 이해돼······? ]


“음?”


막 과자를 집던 아모르가 의아한 얼굴을 하며 아세라를 바라봤다.


아세라 역시 란티무와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저어, 혹시 저 아이의 말을 이해하신 겁니까?”


“······했지요?”


“어떻게······?”


아모르는 눈을 껌뻑였다.


말이 안 통해야 정상이란 말인가?


아.


“란티무는 예비 시민권의 기한이 지난 자인 모양이군요.”


“······저 역시 지난 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특수한 아티팩트를 사용하고 있어서 말이 통하는 겁니다.”


“아아.”


아모르를 비롯한 꿈의 군도의 주민들은 그 어떤 세계의 언어든 상관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어 벌어진 상황이었다.


소녀, 란티무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며 손을 올려 벌린 입을 가렸다.


[ 당신이 하는 말이 이해돼요. 이게 대체······ ]


“란티무, 저분의 말도 네가 이해할 수 있다고?”


[ 네! 저희 세계를 아는 분이신가요? ]


“일단 물러가거라.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아직 이 사실은 알리지 말도록 하고.”


[ 네에. ]


문을 닫기 직전까지 아모르를 힐끔거리던 란티무가 사라진 후, 잠시 둘은 침묵했다.


과자를 몇 개 집어먹고, 차를 몇 모금 마신 후.


아세라는 아까 하려던 말을 이었다.


“염치없는 부탁인 건 압니다만, 저희 종족의 정식 시민권 취득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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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3) 23.06.06 28 0 12쪽
13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2) 23.06.06 31 0 11쪽
12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1) 23.06.02 23 0 12쪽
11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7) 23.05.26 29 0 11쪽
10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6) 23.05.25 32 0 12쪽
9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5) 23.05.24 33 0 13쪽
8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4) 23.05.23 33 0 13쪽
7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3) 23.05.21 44 0 12쪽
6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2) 23.05.19 48 0 12쪽
5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1) 23.05.16 76 1 12쪽
4 0. 코끼리 무덤 (3) 23.05.13 97 2 12쪽
3 0. 코끼리 무덤 (2) 23.05.12 138 3 12쪽
2 0. 코끼리 무덤 (1) 23.05.11 199 3 12쪽
1 5800만 아이튜버 타타의 인타뷰 23.05.10 301 1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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