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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3샷추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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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3샷추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2:33
최근연재일 :
2023.06.06 00:4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107
추천수 :
19
글자수 :
73,059

작성
23.05.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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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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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3)

DUMMY

일주일 후, 집무실.


한껏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푸른 백작이 아모르를 찾아왔다.


아모르와 함께 있던 아이들이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 히익, 새된 소리를 내며 도망쳤다.


“왜 그런 얼굴이야?”


“역시 일주일도 모자랐군, 싶어서 말입니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갸르스름하게 뜬 눈으로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


아모르는 의자를 향해 턱짓했다.


순순히 자리에 앉은 백작은 아이들의 간식으로 올려뒀던 딸기 맛 사탕을 까며 입을 열었다.


“어째서 제가 일주일이라는 기한을 뒀는지 묻지 않으십니까?”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처음에야 마음이 다급해서 바로 뛰쳐나가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오려고 했었지만, 말리는 사람이 백작이라서 참았다.


“맞습니다. 꿈과 달리 이 세계에 머물려면 영혼 위상 주소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런 거 없었잖아.”


“없었죠. 그래서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이 세계는 불안정한 모든 요소를 혐오하더군요.”


“으음.”


아모르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영혼 위상 주소(靈魂 位相 住所).


영혼이 현재 소속된 세계와 가진 존재 질량, 그리고 성장 한계를 기록하는 표기법이다.


따지자면, 꿈은 모든 세계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경계 아닌가.


그런 게 있을 리가.


푸른 백작이 말을 이었다.


“기사단장 급은 안착하는 데 평균 5일, 저와 붉은 왕은 일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나를 너희와 동급으로 취급한 건 아닐 테고.”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그저 최소한의 안착률을 채우려고 그런 거죠.”


아모르는 계속 말해보라는 듯이 눈짓했다.


“이주해온 세계의 대표는 이 세계의 관리자와 만나야 하는데, 그 영혼과 이 세계 간의 최소한의 연결 고리가 생긴 후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영혼이 가진 존재 질량에 따라 기간이 다르거든요.”


“그게 왜?”


“제가 볼 때 성하는 지금 십분 지 일도 안 채워졌습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이래 봬도 나름 한 세계의 대표급이었는데.”


“아니죠. 존재 질량이 비상식적으로 많다는 말입니다. 다른 세계의 대표 중 가장 긴 안착 기간이 2주가 안 됩니다. 그런데 성하께서는 1주로도 십 분의 일도 못 채운 거라고요.”


“······.”


까드득, 사탕을 부숴 씹어 먹은 푸른 백작이 물로 입가심한 후, 한숨을 쉬었다.


“빨리 관리자를 만나야 시민권도 발급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혹시 모르니 지금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석 달을 기다릴 바엔 뭐든 해보는 게 낫겠지.”


일주일로도 충분히 무료했다.


애들을 돌보는 일도 나쁘진 않았지만, 자신이 이 안에만 있을 깜냥은 아니지 않은가.


바쁘게 돌아다녀도 모자랄 판에.


“그러면 ‘시스템 불러오기’, 라고 말해보십시오.”


“그게 여기에도 있어?”


아모르는 놀라서 눈을 껌뻑였다.


같은 건가?


“일단 따라 해보세요.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 드릴 테니. 왠지 될 거 같단 말입니다. 어서요.”


“···‘시스템 불러오기’.”


“그러면 바로 실행··· 되엘······”


앞에서 열심히 말하던 이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졌다.


“백작?”


“······.”


이내, 그녀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보이는 순간.

아모르는 천천히 뒤돌았다.


천천히 흑백으로 물드는 풍경 속.


트윈테일과 비슷하게 머리 양옆에서 흔들리는 홀로그램의 선들.


무기질적으로 빛나는 연녹색의 눈과 머리카락.


인간을 본떠 만들어졌으나, 그와 동시에 인간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외견.


[ 잠에서 깨신 사도를 뵙습니다. 환영합니다. ]


이모티콘으로 표현된 코 위의 모자이크된 얼굴 아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 저는 지구의 관리자, ‘연’이라고 합니다. ]



*



아주 서서히 흘러가는 시간 속.


지구의 관리자, 연이 말했다.


[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먼저 변명해보자면, 모든 대표가 저와 만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맞이하는 이들은 일정 이상의 존재 질량을 가진 자들입니다. 당신처럼요. 물론, 당신은 좀 많이 예외지만요. ]


“그럼 오늘 전에도 부르면 나왔을 건가?”


[ 오, 그건 힘들어요. 이단 심문관이 현명했다고 치죠. 지금 사도께서는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안착률이 1%도 되지 않거든요. 그래도 0.1% 정도는 채웠으니 저와 볼 수 있었던 거에요. 저쪽에 계신 분, 거의 짐승 같은 감각인데요. ]


백작이 좀 그렇긴 하지.


요란스럽게 바뀌길 반복하는 이모티콘을 보던 아모르가 덤덤히 말했다.


“궁금한 게 산더미인데, 우리 애들은 모를 거 같더라고.”


[ 아하하. ]


일주일 동안, 애들과 함께 있던 아모르는 핸드폰은 물론이고 문명의 산물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관련된 말을 꺼낼라치면 아이들한테 밀쳐지니 서류를 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시간 동안, 아모르는 의문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알려드리죠. 다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알아두세요. ]


아모르는 바로 질문했다.


“이 세계에는 신이 없나?”


[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습니다. ]


관리자 연의 눈가에서 이모티콘이 흐려지고 입가도 내려갔다.


‘답할 수 없다고?’


권한이 없는 건가.


“관리자는 어떤 역할이지?”


[ 관리자는 담당하는 세계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역할을 부여하는 존재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의 성장입니다. ]


신은 안 되고, 관리자는 된다 이거지.


아모르는 관리자의 말을 되짚었다.


세계의 가이드라인, 역할 부여, 그리고 세계의 성장.


여느 것 하나 빠짐없이 의미심장하기 짝이 없는 단어들이다.


“그럼 시스템은?”


[ ···짐작하셨겠지만, 꿈꾸는 군도에서 이주를 대가로 받아 현재 세계에 적용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


“역시.”


이 세계와 군도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여겼을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게 시스템이었으니까.


시스템(System).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정확한 수치로 기록된 창.


기본적인 HP(Health Point)와 MP(Mind Point)부터 스태미나, 개인이 가진 특성과 특기, 이능, 스킬, 그리고 성장 한계를 보여줘 한 개인의 끝이 어딜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퀘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컨텐츠가 있었지만, 여기도 그런지는 모르겠고.


“군도의 정착 지원금에 관련해서 묻고 싶은데.”


[ 그건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요. 이주와 정착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은 내렸지만, 실행하는 건 이 세계의 주민들이니까요. ]


“흠······.”


아모르는 눈살을 찌푸렸다.


관리자를 통하면 좀 쉽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이쪽의 높은 이들과 직접 대거리를 해야 할 듯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야 했다.


“아, 그리고······”


[ 질문은 그만 받고 설명으로 넘어가죠. ]


아모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 현재 당신의 존재 질량은 강제로 봉인된 상태입니다. 꿈에서 이쪽으로 넘어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절차였을 겁니다. 규격 외의 존재 질량이니까요. ]


“나 같은 경우가 드문가?”


[ 그럼요. 여하튼, 총 5단계 절차를 밟아 완전히 해금할 수 있고요. 음··· 정착지원을 못 도와준 대신, 예비 시민권을 받으면 바로 1단계가 풀리도록 조치해놓죠. 아, 쉽게 말해서 단계마다 기존 힘을 N 분의 1로 분배해놨다고 보면 됩니다. ]


딱!


관리자가 손을 튕기자 아모르의 옆에 반투명한 회색 창이 떴다.


봉인이 풀리기 전, 어둠 속에서 봤던 홀로그램 창의 색과는 달랐다.


‘그건 푸른색이었던가.’


그 아래에 뜬 글씨를 읽으려던 아모르를 제지한 관리자 연이 가장 위에 뜬 로딩 바를 가리켰다.


0.12474 / 100


[ 보이시죠? 아주 찔끔찔끔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까 처음 만났을 때 0.1을 조금 넘은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관리자인 저랑 만나고 있어서 빨리 차고 있는 거예요. ]


“···한 세월 걸리겠는데.”


봉인에서 풀리자마자 게이트 하나를 박살 내긴 했지만, 이후 대처를 보니 등급이 그리 높진 않은 것 같았다.


전체적인 적의 무력을 알지 못하니 항상 만전의 태세를 갖춰야 할 텐데.


1단계가 어디까지 통할까.


이리저리 부지런히 손을 대 제어하고 타다닥, 자판을 두드리던 관리자 연이 땀을 닦는 척, 이마를 쓸어내렸다.


“다른 방법으로도 올릴 수 있나?”


[ 예비 시민권을 받은 후에 게이트를 도시면 됩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빨리 찰 거에요.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소요했군요. 예비 시민권과 정식 시민권에 대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도록 해요. 아, 그리고······ ]


이어진 관리자 연의 말에 아모르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 아, 참. 교단의 신성은 3단계 달성 후에 같이 해방될 겁니다. 그때 봐요! ]


“-그걸 먼저 말해줬어야지!”


“···성하?”


“······하.”


아까 하려던 질문이 신성에 관한 거였는데!


아모르는 머리를 감싸 쥐고 소파에 풀썩 앉았다.


백작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아모르는 백작에게서 나머지 설명을 들었다.


시민권은 이 세계에 계속 머무는 데 필요한 자격증과 비슷한 개념.


아모르가 관리자를 만나 겪은 일을 들은 백작이 소파에 편히 기대며 말했다.


“원래 예비 시민권이 발급되기 전까지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희야 경계 출신이어서 그런지 언어에 제한이 없지만요.”


“그건 그렇지. 아, 그러고 보니 서에서도 시민권 얘기가 나왔었는데.”


“아, 그건 따로 처리했습니다.”


백작이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게이트를 정식으로 처리하려면 최소 예비 시민권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요. 얘기해서 일단 제 이름으로 올려뒀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 나온 답니까?”


“아, 그······ 교단이 정착 지원금을 못 받은 대신, 예비 시민권 발급 기간을 줄여 준다는 거 같아.”


아모르는 백작의 눈치를 살폈으나,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지난 일인데 그거에라도 도움이 돼서 다행이군요. 발급되면 관공서에서 연락이 오니 받으러 가야 합니다. 그건 이쪽 세계 사람들이 관리하거든요.”


“아, 그리고 힘이 조금 묶였어. 5단계로 묶여 있는데, 다 해방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


“그건 예상했던 일이니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수치가 절반 이상 깎여 있었거든요. 그래서 성하라면 더하면 더 했지, 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깎여서 왔다고?”


“네. 그 대신, 꿈과 다르게 레벨이라는 개념이 생겼는데, 게이트를 클리어하면서 경험치를 얻으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레벨?”


아모르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 아니무스 아모르(Animus Amor), ■■■(■■■)


칭호 : 경계를 넘은 자, 앉은뱅이 신의 유일한 사도, 아네모네 교단의 교황.


첫 번째 특성 : 꿈꾸는 아모르

└ 등급 : 전설(傳說) S+급 (성장 한계 : EX급)

└ 설명 : 이 특성 소유자의 행운 스탯(Luk)은 999, 999, 999, 999······ 에 고정되는 대신, 나머지 스탯은 초기 상태로 고정된다.


두 번째 특성 : 반신(半神)

└ 닫힘


-두 번째 특성에 관한 설명은 1차 봉인 해제 후 개방됩니다. ]


시야의 가장자리에 뜬 자신의 상태창에는 레벨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므로.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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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3) 23.06.06 27 0 12쪽
13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2) 23.06.06 30 0 11쪽
12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1) 23.06.02 23 0 12쪽
11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7) 23.05.26 29 0 11쪽
10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6) 23.05.25 32 0 12쪽
9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5) 23.05.24 33 0 13쪽
8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4) 23.05.23 33 0 13쪽
»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3) 23.05.21 44 0 12쪽
6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2) 23.05.19 47 0 12쪽
5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1) 23.05.16 76 1 12쪽
4 0. 코끼리 무덤 (3) 23.05.13 97 2 12쪽
3 0. 코끼리 무덤 (2) 23.05.12 137 3 12쪽
2 0. 코끼리 무덤 (1) 23.05.11 199 3 12쪽
1 5800만 아이튜버 타타의 인타뷰 23.05.10 301 1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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