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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3샷추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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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3샷추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2:33
최근연재일 :
2023.06.06 00:4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108
추천수 :
19
글자수 :
73,059

작성
23.05.12 00:47
조회
137
추천
3
글자
12쪽

0. 코끼리 무덤 (2)

DUMMY

익숙한 기척.


꿈꾸는 군도의 중심인 본도의 관리자, 제 4 기사단장의 것이다.


아모르는 반사적으로 피어오른 살기를 슬쩍 내리누르며 공중에 몸을 띄웠다.


“큰일 났습니다!”


“본론부터.”


본도의 관리자가 직접 왔으니 심각한 상황이겠지.


다만, 그 뒤의 내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비보였다.


“-본도가 습격당했습니다! 지금쯤이면 내성 바로 앞까지 쳐들어갔을 겁니다.”


“뭐?”


아모르는 몸을 홱 돌렸다.


주변 섬에 있던 기사단장들은 뭘 하고 있었기에?


그가 입을 열기 전, 부기사단장이 처절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군도의 모든 섬이 공습받는 중으로, 본도는 특히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부기사단장의 상태가 보였다.


여기저기 찢긴 복장과 형편없이 헝클어진 머리카락, 시커먼 재가 내려앉은 얼굴.


도착하기까지의 고생을 고스란히 말해주는 듯했다.


간신히 서 있던 부기사단장이 비틀거리다 풀썩 주저앉았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한시라도 빨리!”


아모르는 그 즉시 날아올랐다.



*



곳곳에서 불이 타오른다.


바닥에 짙게 깔린 매캐한 연기가 거센 바람에 휩쓸려 상승했다. 그것들을 맞이하는 건 양을 쫓는 늑대처럼 몰려온 먹구름이다.


콰쾅!


요란하게 내려치는 천둥과 번개.


불길한 먹빛을 띤 창이 실선을 가르며 꽂히는 곳마다 지형을 파괴한다.


대장은 핏발이 선 눈으로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다 이를 악물었다.


“지원 요청은!”


“현재 일시다발적인 총공세로 모든 섬이 공격받는 중이라 여유 있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젠장! 진형 정비해!”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급해 물어봤다.


주먹을 세게 움켜쥔 대장은 머리를 차갑게 식히려 노력하며 부하들을 지휘했다.


어떤 상황이든 상관이 침착해야 그 아랫사람들도 흐트러지지 않는 법.


다행히 소란은 빠르게 정리됐다.


진열 역시 다시 가지런히 갖춰지던 중, 앞을 경계하던 수하가 의아한 표정을 했다.


“대장, 저기 뭔가 이상한 게 나옵니다!”


“뭐?”


번개가 내리꽂혀 움푹 파인 지형.


-■■■■······


갈라진 곳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기이한 형체는 점점 덩치를 불리더니 머리가 세 개 달린 코뿔소로 화했다.


집채만 한 것이 콧김으로 유황이 섞인 검은 불꽃을 뿜으며 이쪽을 바라봤다.


달궈진 대기에 일그러진 배경에 잠시 경계가 흐트러진 사이, 앞발로 대지를 긁던 코뿔소들이 일제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막고 있는 내성 앞 성문을 향해서.


“무조건 막아야 한다!”


이 뒤에는 군도의 핵심, 대신전이 자리하고 있다.


절대 뚫려서는 안 되는 위치.


병사에 더해 본도에 머물던 주민들 역시 각자 무기를 부여잡고 뭉쳐 벽을 만들었다.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인 걸 알면서도.


-쾅, 콰아앙!


“아아악!”


“더 가까이 붙어!”


코뿔소의 돌진 한 번에 수십 명이 맥없이 튕겨 나갔다. 하지만, 뒤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 앞으로 당겨오며 꿋꿋하게 대형을 유지했다.


대장은 이제 숫제 악을 썼다.


“회수조, 부상자들을 모아 뒤로 이동! 2차 방어선, 전진! 방패 올려!”


“라져!”


“성하께서 오실 거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압니다악!”


“알고 있다고!”


마찬가지로 악을 쓰며 대답한 이들이 방패를 꾹 쥐었다. 눈을 부릅뜬 병사와 주민들은 곧 다가올 충격을 대비했다.


쿠구구궁-!


코뿔소들의 두 번째 돌격.


거대한 덩치 탓에 발을 디딜 때마다 대지가 거세게 요동쳐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다만, 이번에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


“머, 머리가······!”


“으아아악!”


흡사 뇌를 휘젓는 듯한 소음.


코뿔소의 양옆에 달린 대가리 두 개가 인지를 비틀게 하는 괴성을 질렀다.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에 귀를 막으려 손을 올리다 방패를 놓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나마 정신을 빠르게 차린 대장은 급히 옆의 동료를 흔들었지만, 진형은 이미 무너진 후였다.


“아, 안 돼······!”


대장은 급히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기사단장 역시 한쪽에서 코뿔소를 지배하는 주술사를 상대하기에 정신없어 보였다.


젠장!


“가, 가려거든 나부터 밟······!”


대장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으로 간신히 병사들의 앞에 서서 방패를 올렸다.


그 순간,


촤아아악!


쿵, 쿵, 쿵, 쿠웅······


-■■■■······!


코뿔소 무리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놈이 갑자기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뒤이어 코뿔소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줄줄이 이어졌다.


대장은 조심스럽게 방패를 내렸다.


누군가 허공에 서 있었다.


전장의 바람에 휘날리는 높이 올려 묶은 검은 머리카락.


“일어나라.”


꿈꾸는 군도의 주민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목소리.


고개를 돌린 청년의 보라색 눈과 마주친 순간, 깨질 것 같은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다.


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하!”


그들이 기다리던 사도였다.



*



아모르가 도착했을 때, 적은 이미 내성 입구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신의 사도는 일말의 자비 없이 한 호흡 만에 코뿔소 무리를 말소했다.


“성하를 뵙습니다!”


“할 일 하도록.”


“예!”


이적을 목격한 이들의 얼굴에 서려진 경탄을 무심히 지나친 아모르는 뒷일은 다른 이들에게 맡기고 입성했다.


목적지는 본도의 중심, 대신전.


본도의 대로를 쭉 걷다 보면 나팔꽃이 흐드러지게 핀 높은 쇠창살이 나타난다. 그 안이 모두 대신전의 영역이다.


사도의 권한으로 절차 없이 쇠창살을 통과하자, 그를 발견한 무관들이 창을 내리며 경의를 표했다.


아모르 역시 묵례로 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선명한 연보라색 외벽의 건물에 도착했을 즈음, 이미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신전 안의 살림을 돌보는 무녀들과 그들의 수장인 대무녀였다.


이마부터 콧등까지 내려오는 천을 착용한 이들이 사도 겸 교황인 아모르에게 예의를 갖췄다.


“어서 오세요. 성하.”


“수고가 많아.”


“뭘요.”


가슴 앞에 깍지 낀 손을 천천히 양옆으로 벌리며 손등을 보이는 자세.


반대로 손바닥을 보이며 마주 인사를 나눈 아모르는 바로 용건을 꺼냈다.


“여유가 있는 이들은 나가서 지원해줬으면 좋겠군.”


“이미 보냈습니다만······.”


“내가 있을 테니, 최소 인원만 남겨도 돼.”


“그렇다면 안심이지요.”


싱긋, 입꼬리를 끌어올린 대무녀가 손짓했다.


뒤에 서 있던 무녀들이 발소리 하나 없이 신전을 빠져나갔다.


아모르는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어디 계시지?”


“여전히 그곳에.”


“독대를 청하지.”


“알겠습니다.”


대무녀는 무녀 중에서 신을 직접 배알 할 수 있는 직위.


앞장선 대무녀의 속도는 무척 느렸다. 아모르는 별말 없이 그 뒤를 따랐다.


대신전에는 신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그의 분신이 놓여 있다.


그 때문에 신전의 모든 이들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눈을 가려야 한다. 신의 분신에 불과한 육체조차도 그보다 격이 낮은 이들의 눈을 멀게 하기에는 충분하므로.


홀로 안에 들어간 무녀가 몇 초 지나지도 않아 고개를 끄덕이며 빠져나왔다.


“허락하셨습니다. 저도 그럼 지원을 나가보도록 하지요. 부탁드립니다.”


“그래.”


아모르는 대무녀가 복도를 빠져나간 뒤에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콰르릉-


무녀가 사용했던 문 옆의 벽 가운데가 완벽하게 갈라졌다.


오롯이 사도에게만 허락되는 중앙 통로였다.


아모르는 그제야 방 안에 들어섰다.


천장을 메운 다양한 색깔의 유리들과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새하얀 석상 하나.


그곳에 한 소녀가 있었다.


양옆의 높이가 다른 경단 머리 아래, 바닥까지 내려온 기다란 머리카락.


기이할 정도로 비쩍 마른 다리를 힘없이 늘어트린 꿈 꾸는 군도의 주인, 아네모네.


그의 신이다.


일부러 조금 거리를 둔 아모르는 그녀가 눈을 뜨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네모네는 자신이 석상인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그의 신 아니랄까, 이쪽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속으로 한숨을 내쉰 아모르는 입을 열었다.


“-아네모네.”


성소가 신의 이름에 공명했다.


햇살이 맺힌 유리창이 고스란히 쏟아지며, 분신에 색을 입혔다.


이내 새하얀 속눈썹이 떨리며 맑은 연보라색 눈동자를 보인다. 몇 번쯤 깜빡이자 선명하게 초점을 잡은 눈이 그를 불렀다.


“나의 사도여. 이리 오라.”


“······?”


왠지 모르게 심상치 않은 분위기.


아모르는 명령에 따라 조금 더 앞에 섰다.


“더 가까이.”


그러다 계속 채근하는 목소리에 결국 바로 앞에 도착했다.


아모르는 신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기꺼이 무릎을 꿇었다. 신상의 단 위에 앉아 있는 아네모네의 눈높이는 그럼에도 그보다 조금 위에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크흠, 흠.


몇 번 헛기침한 신이 운을 띄웠다. 아모르는 대충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갑자기 왜 진지한 척이람.


“잘 듣도록.”


“······말하십시오.”


“우리, 조졌단다.”


“예?”


나긋나긋한 목소리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표현에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했다.


아랑곳하지 않은 신이 평소의 말투로 돌아왔다.


“네가 없는 사이, 지시를 내려놨어. 애들 데리고 떠나도록 해.”


“그게 갑자기 무슨······. 가긴 어딜 갑니까.”


“가야 해.”


“어디로요.”


“다른 세계로.”


“예에?”


아무래도 아모르의 삶은 다시 또 장르를 바꿀 변곡점에 선 듯했지만······


아모르는 쌍심지를 치켜세웠다.


“누구 마음대로?”


순순히 그럴 생각은 없었다.



*



꿈은 안정적이지만, 동시에 불안정하다.


누군가의 꿈에서 태어나 꿈결처럼 사라질 것들이 있는가 하면, 굳게 자리 잡아 평생의 길이 되는 꿈도 있으니까.


다만, 애초에 꿈은 어디에서든 침입하기 좋은 조건을 가졌다.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것.


사이, ‘경계’라는 속성을 강하게 가지는 탓이다.


악몽을 비롯해 세계 밖에서도 쉽사리 뚫고 올 만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군도는 적이 많았다.


소년이 왔을 때도 그랬고, 완연한 청년의 태를 가진 지금까지도.


그런데 그게 왜?


“우리 잘 버티고 있었잖아. 인제 와서?”


“아모르.”


악몽이고, 이계고 뭐고.


조져진 거로 치자면 그의 운명을 빼놓을 수 없지 않나.


“아네모네.”


“아모르.”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


아모르는 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짙은 노기를 품은 보랏빛 눈동자가 시퍼렇게 빛난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신의 정수리가 보였다.


평범했던 소년이 사도가 되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그는 이 고난 역시 성장의 계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은 그의 신이 한숨을 내쉬듯 읊조렸다.


“버틸 수는 있겠지.”


“······너!”


장난스러운 어조 탓에 뒤늦게 눈치챘다.


아네모네의 상태가 이상했다.


신의 목소리는 마치 노래처럼 운율을 담고, 신성을 그득 담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마치-


‘사막의 모래 같아.’


성큼, 한 발자국 더 다가선 그는 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아네모네는 그 자리에서 한 뼘도 움직이지 않고 얌전히 손길을 받았다.


신성은 믿음과 사랑에서 기원하는 것.


군도의 모든 주민은 그들의 신을 사랑했고, 그의 사도인 자신을 믿었다.


그러니 마를 리 없는 것인데.


어째서?


아모르는 의문을 품기 무섭게 그 원인을 바로 파악했다.


사내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아네모네, 더 늘리지 말라고 했잖아!”


이 오지랖 넓은 그의 신이 또 자신의 영역에 다른 꿈을 받아들인 거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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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3) 23.06.06 27 0 12쪽
13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2) 23.06.06 30 0 11쪽
12 2. 관리자의 의도를 파악하시오 (1) 23.06.02 23 0 12쪽
11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7) 23.05.26 29 0 11쪽
10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6) 23.05.25 32 0 12쪽
9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5) 23.05.24 33 0 13쪽
8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4) 23.05.23 33 0 13쪽
7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3) 23.05.21 44 0 12쪽
6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2) 23.05.19 47 0 12쪽
5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1) 23.05.16 76 1 12쪽
4 0. 코끼리 무덤 (3) 23.05.13 97 2 12쪽
» 0. 코끼리 무덤 (2) 23.05.12 138 3 12쪽
2 0. 코끼리 무덤 (1) 23.05.11 199 3 12쪽
1 5800만 아이튜버 타타의 인타뷰 23.05.10 301 1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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