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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3샷추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2:33
최근연재일 :
2023.06.06 00:4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109
추천수 :
19
글자수 :
73,059

작성
23.05.19 23:57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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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1.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2)

DUMMY

시끌벅적한 대로.


신호에 맞춰 달리고 멈추는 차들.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과 다양한 형태의 간판들.


길가에 내놓은 가판대에서 물건을 고르는 무리 지은 학생들.


핸드폰을 보며 서 있다가 신호등 알림음에 허겁지겁 횡단보도를 걷는 사람들.


인간뿐만 아니라, 꽤 이질감이 느껴질 법한 종족들도 자연스레 섞여 있었다.


“군도와는 다르죠?”


“아무래도 그렇지.”


반쯤 정신을 빼놓은 채 구경하던 아모르가 백작의 질문에 답했다.


그가 주로 머무는 본도는 대신전이 자리하고 있어 일반인이 거의 머물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는 급한 일이 벌어졌을 때나 가니 느긋하게 볼 시간도 없고.


이전 생까지 포함해도 그렇다.


보호자인 부모님이 잘 찾아오질 않으니 밖에 나갈 수 없었고, 간병인에게는 사적인 부탁을 하기 어려웠다.


병세의 주된 증상이 마비였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필사적으로 말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TV도 잘 보지 않았다.


가까이 위치한 경험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상실은 소년을 갉아먹었으니까.


그 대신, 아예 장르가 다른 판타지 소설을 읽거나 게임을 즐기곤 했다.


-빵빵!


상념에 깊게 가라앉으려는 그를 깨운 건 요란한 클락션 소리였다.


“시끄럽죠?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저희도 그랬으니까요.”


“······그런가.”


지금 상황만 얘기하는 건 아니겠지.


이제 군도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걸까.


아모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



삼십 여분을 달려 도착한 외곽의 한 건물.


입구 양쪽에 각각 다른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아네모네 교단’, 그리고 ‘아름 보육원’.”


“아, 미리 말하는 걸 잊었군요. 어쩌다 보니 같이 하게 됐습니다. 원래 교단에서 했던 일이기도 해서요.”


그건 그렇지.


소멸 직전의 꿈을 기꺼이 수호하겠노라 나서는 아네모네 덕에 각종 꿈의 난민들을 받다 보니 보육원은 필수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어라, 이거.


‘여기랑 상황이 비슷하지 않나?’


아모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몽과 이계에 습격당한 꿈의 생존자들이 모여드는 꿈 꾸는 군도.


외계에 침공당한 이들이 이주해오는 지구.


“성하?”


“아. 가지.”


팔짱을 끼고 생각하던 아모르는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백작에 걸음을 옮겼다.


“그거야 상관없는데 건물이 낡아 보여서.”


“아아. 실제로 꽤 가난하거든요.”


“왜?”


“나중에 설명해 드릴 테니, 일단 들어가시죠.”


어깨를 으쓱인 백작이 옆으로 비켜섰다.


아모르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서서 건물을 꼼꼼히 살폈다.


전체적으로 새하얀 외관이지만, 이곳저곳에 시멘트가 떨어져 있어 흉물스러워 보였다.


다만, 그와 반대로 안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평화롭고 안온했다.


먼저 온 교인들이 잘 하고 있는 듯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심호흡하려던 찰나.


덜컥, 드르륵.


문이 먼저 열렸다.


당혹스러움도 잠깐.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이가 팔을 벌리며 무릎을 살짝 굽혔다. 그 얼굴에는 희미한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오랜 꿈에서 깨신 사도를 뵙습니다.”


“-오랜 꿈에서 깨신 사도를 뵙습니다.”


이어 다른 이들이 복창했다.


중앙을 비워놓은 채로 양옆에 늘어서 있는 익숙한 얼굴들.


아모르는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애써 내리누르며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다행히 다들 어디 상한 곳은 없어 보였다.


내심 안도한 아모르는 조금 여유로워진 마음가짐으로 뒤에 선 인원들을 살폈다.


앞에는 기존에 알고 있는 이들이 서 있었다면, 뒤의 인원들은 대체로 안면이 없는 이들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이들,


아마 이곳에서 새로 편입된 이들과-


“꺄, 눈 마주쳤어!”


“숨어!”


“아이고, 너희 조용히 있으래도!”


어른들의 뒤에 딱 붙어 서 있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면 다시 고개를 숨기를 반복하는 아이들.


인간뿐만 아니라, 이종족의 아이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저 일이 아니니까.


아모르는 비어있는 길 가운데, 홀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을 향했다.


은발의 여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기원해 누군가의 꿈속에서 새로이 태어난 여인은 잠재우는 이가 되었다.


그리고 일전에 그를 봉인시켰던 파티(?)의 일원 중 한 명이었다.


그를 앞에 두고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여인이 사죄했다.


“죗값을 청합니다.”


“······무슨 죄?”


“성하의 의견을 듣지 않고 바로 신님의 의견을 따른 죄요.”


“······.”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에 조금 빡치긴 했다.


···진짜로 조금.


하지만, 지금은 시간도 많이 흘렀거니와 인정하긴 싫어도 결국엔 아네모네의 뜻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흙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는 걸 눈치챈 아모르가 한 차례 발을 굴렀다.


그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녹색 물결이 일어나 슬리핑 뷰티의 밑에서 솟아났다.


퐁, 위로 튕겼다가 보드라운 풀 위에 내려앉은 슬리핑 뷰티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아!”


“당연한 권한이니 죄를 청할 필요도 없지.”


아네모네 교단에서 교주와 교황이 차지하는 권리는 정확히 반반.


누구 하나가 더 높지도 낮지도 않으니 뜻한 자를 따르면 되는 건데도.


‘고지식하긴······’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운 아모르는 이제야 점점 풀어지는 이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 다들 그동안 모두 수고했고.”


“······성하!”


“자리 잡느라 진짜 힘들었다고요!”


"그래, 그래."


감동에 젖은 표정으로 달려드는 교인들.


본래 성질대로 다 튕겨내려던 아모르는 자신의 잘못이 큰 걸 알아 얌전히 받아줬다.


“저, 용서받았어요······.”


“하하!”


한편, 아모르 쪽으로 몰린 인파에 슬며시 푸른 백작에게 다가온 슬리핑 뷰티가 훌쩍였다.


백작은 그런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성하의 봉인 해제와 동시에 잠에서 깬 슬리핑 뷰티는 시종일관 초조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가서 죄를 빌겠다는 걸, 간신히 백작이 막아냈던 것이었다.


‘그랬으면 분명히 화내셨겠지···.’


오히려 그런 슬리핑 뷰티의 행동에 의아한 건 백작이었다.


“난 어째서 성하께서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두 분의 의견을 모두 다 듣고서 판단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뭐, 그야 그렇긴 하지만. 뭐, 어때. 이제 깨어나셨고, 용서도 받았잖아.”


“그, 그렇죠.”


둘은 잠시 멀찍이 서서 교인들이 교황을 둘러싼 광경을 지켜봤다.


꿈꾸는 군도의 사도이자 교황인 아모르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이었다.


오늘의 풍경이 이뤄질 때까지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백작은 작게 속삭였다.


“잠에서 깨신 걸 축하드립니다, 성하.”


그녀는 그가 이 답답한 상황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킬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찰칵.


어딘가에서 촬영음이 들렸다.


백작은 누가 찍었는지 알았으나, 신경 쓰지 않고 이제 막 건물 안으로 들어선 무리의 뒤를 쫓았다.



*



아네모네 교단.


대중들의 평가는 이렇다.


-거기 말만 교단인 곳 아니냐?

└ㅇㅈㅋㅋㅋ


교단임에도 특정한 신을 섬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교리도 없다.


따지자면 자원봉사자 집단에 가깝다.


다만, 특이한 점은 허가를 받은 장소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의 조각상을 세워둔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잘생긴 남자.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사내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별생각 없이 아네모네 교단이 운영하는 보육원에 봉사 갔던 한 사람은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과 놀아주던 도중, 왠지 모르게 교인들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산만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아, 어머멋! 먼저 말해드려야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어요! 손님이 한 분 오실 건데요······.”


예정에 없던 귀한 손님의 방문.


‘귀한 손님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나?’


교단이 지역의 관공서와 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 유명하지만, 그 외에는 딱히······


여하튼, 얼마 지나지 않아 교인들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줄을 맞췄다.


뒤에 서 있던 그는 이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청년을 보며 화들짝 놀랐다.


‘조각상이잖아!’


떠들려는 아이들을 간신히 뜯어말리던 봉사자는 조각상 남이 건물에 들어가기 전, 간신히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뒤에서 찍어 측면만 조금 보였지만, 이 정도면 조각상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리기에는 충분하리라.


그렇게 야심한 밤.


남자는 자신이 애용하는 사이트에 사진을 게시했다.


[ 실화냐. ㄹㅇ 살아 움직이는 조각상 목격; ]


그리고 같은 날 밤, 세계에서 제일 큰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튜브에도 한 영상이 올라왔다.


제목은 < 현존하는 갈라테이아 >.


공원 구석에 놓인 석상이 빛나며 한 사람이 빠져나오는 영상은 삽시간에 퍼졌다.


“히히. 미인은 공유해야지.”


영상을 수십 번 반복해서 보는 소녀의 뒤로 한 여인이 다가와 손을 들었다.


찰싹!


“공부나 해, 이 년아!”


“어, 엄마! 아파아악!”



*



신의 분신을 모시고 있는 본도의 대신전과 사도인 그의 조각상이 세워진 각 섬의 신전들.


신의 상징인 아네모네와 나팔꽃이 흐드러지게 펴있고, 심미학적으로도 무척 아름답다.


상주하는 무녀와 무관들이 성실하게 갈고 닦아놓으니 항상 새하얀 광채를 흩뿌렸는데.


밖에서 봐도 낙후된 건물이었는데, 안에 들어가자 더했다.


이곳저곳 갈라진 벽을 뭔가로 채운 흔적.


일관되지 않은 집기들과 깜빡이는 전등들.


나름대로 깔끔하게 청소하려고 유지했다지만, 오래된 건물 특유의 것은 숨기기 어려우니.


‘하지만, 내가 나서면······.’


돈이야 어떻게든 끌어올 자신이 있다.


그러나 바로 일선에 서려던 그를 말린 건 백작을 위시한 모든 교인이었다.


“안 됩니다. 적어도 이번 주는 쉬십시오.”


“괜찮대도.”


“안 됩니다. 자꾸 그러시면 제가 24시간 붙어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좀.”


“진심입니다.”

“알겠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던 아모르는 결국 백작의 말에 강제로 수긍했다.


그 대신 보육원 내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그동안 교단이 해온 일과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일에 집중했다.


“꺄아!”


“조용히 안 있으면 다 내보낼 거야.”


“아, 안돼!”


“돼. 그리고 존댓말 써.”


“이이잉.”


아모르는 제 무릎 위로 털썩 앉은 이종족 아이의 머리를 뿔을 피해 쓰다듬으며 서류를 넘겼다.


그 없이 이 세계에 도착했던 교인들은 두 명의 이단 심문관의 인솔에 따라 정착했다.


다만, 어떻게 된 연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정착지원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


정착지 역시도 기존 원주민들의 한 가운데 있었으며, 1년 후에 나가야 했다.


거기에 더해 다양한 외견을 가진 이들이 섞여 있다 보니 상당히 배척받았던 모양이었다.


아모르는 당시 회의록을 확인했다.


-···이주민이 늘어날수록 기존의 세력이 약한 이들이 밀려나는 구조를 보인다.


따라서, 약간의 무리를 감행하더라도 완전한 자치구를 형성하기로 한다.


꿈꾸는 군도처럼, 꿈의 영역에.


발안자 : 제 7 기사단장, 섬벨리나.


아모르는 만족스러운 결론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덮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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