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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의 서재입니다.

골동품 덕에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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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5.28 23:2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6,797
추천수 :
1,509
글자수 :
126,480

작성
24.05.23 07:36
조회
1,936
추천
58
글자
10쪽

아들러의 안경 (1)

DUMMY

하지만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오혜린과는 송지은의 솔로앨범을 준비하면 좀 만난 정도였다.


뉴스타일스의 무대에서는 카리스마를 가진 현란한 춤실력도 선보이고 얼핏 섹시하고 화끈한 느낌도 있지만 평소에는 좀 얌전한 편이었다.


오히려 무대에서는 좀 차분한 스타일은 송지은이 평소에는 더 말도 많고 사교성이 좋다고는 할까?


그렇다고 큰 성격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다른 멤버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기는 하지만..변기태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변기태의 욕망도 문제지만 오혜린도 스스로 자기 인생의 중심을 못 잡는 그런 부분도 분명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성숙한 어린 여자의 감성과 하이에나 같은 중년 남자의 욕망이 만나면..그런 파국이?


하지만 미성숙한 걸로 치면 나도 마찬가지라서..


딱히 뭐, 조언을 해주거나 그럴 처지는 아니었다. 그저 먼 발치에 걱정이 해주는 정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태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어쩐 일이세요?”

“진수 씨, 시간 있어? 청담동에 분위기 좋은 와인바가 생겼는데..한번 가볼래?”




***


청담동, 르망 24



“무슨 와인바 이름이 르망 24냐?”

“왜, 자동차 동호회 회원들에게 어필하기에 좋은 이름이지..”


이태석이 가보자고 했던 곳은, 슈퍼카를 타는 지인이 새로 연 곳이었다.


청담동에 있으면서 나름 분위기가 좋은 와인바였는데..듣기로는 돈 벌려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 그냥 자기들 아지트로 쓰려고 만들었다는 것 같았다.


“우리끼리 놀만한 곳이 없잖아? 거기에 태석이는 어디 가면 다 알아보는데, 보통 술집에 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얼씨구, 그러면 태석이 편하게 와인 마시라고 여기 창업한 거냐?”

“뭐, 태석이도 그렇고, VVIP 고객만 상대할 거라는 말이지 어중이 떠중이 다 오는 그런 싸구려 와인바는 아니라는 말이야.”


회원제로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 같았다.


가까운 지인들 위주로 거기에 지인 추천을 받으면 나 같은 사람도 올 수 있고, 그런 식으로 믿을만한 최상류층 고객들만 회원으로 모아서 최고급 와인바를 운영한다는 그런 계획인가?


“진수 씨라고 했죠? 지난 번에 보기는 했는데, 작곡가라고 했던가?”

“아..예..”


“예는 작곡은 부업이고 본업은 골돌품 거래라고, 우리 아버지에게 달항아리를 팔았다는 사람이 바로 얘야.”

“와..정말요? 이광우 회장님에게 도자기를 팔아요? 보통 분이 아니구나.”


“하하, 뭐, 그냥 취미 겸, 옛날 물건들을 좀 모으기도 하고 그럽니다. 좋은 분이 있으면 팔기도 하고요.”


와인바를 개업한 서주영은 이태석과는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라고 했다. 아버지도 큰 기업의 오너고, 이태석 말대로 와인바는 그냥 자기랑 친구들이 놀려고 만든 것 같았다.


르망 24라는 이름도 과거에 유럽에 유명했던 자동차 레이싱대회에서 따 온 것이고..


약간 복고풍이라고 해야 하나,


오래된 유럽풍의 소품들을 인테리어에 활용해서 흡사 1930년대의 유럽이나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컨셉이라면, 1930년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죠. 르망 24가 시작되었던 유럽의 30년대 그런 빈티지 그런 감성으로..그런 물건들만 모아 놓은 거예요. 꽤 괜찮지 않나요?”


“와..좋은데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그런 기분입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 클래식한 느낌의 안경을 집어 들었다.


“아..그거 골동품 전문가에게 감정을 받아 봐야겠네..”


“예?”

“그거, 런던에 갔을 때 아주 비싸게 산 안경인데..무슨 아들러? 그런 사람이 끼던 안경이라면서..그런데 보증서도 없고..좀 사기 당한 것 같기는 해요.”


“아들러?”

“왜, 아들러라고 유명한 심리학자 있잖아요?”

“아..그..그렇죠.”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유명한 사람이 쓰던 물건이라고?


호기심에 나는 안경을 집어들었다. 어차피 서주영이 감정을 부탁했으니까..


안경을 만져보다가 한번 직접 써보았다.


안경을 한 번 써보자 아들러의 과거에 접속이 되었다.


“지그문트, 당신을 존경하지만 당신의 이론은 모순투성입니다.”

“알프레드, 지금 나에게 뭐라고 하는 건가? 모순이라고?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나를 그렇게 모독하는 건가?”


“지그문트 당신의 업적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당신은 콤플렉스 덩어리에요. 그리고 그런 열등감을 정신분석학을 통해 해소하려는 것뿐이라고요. 하지만 인간의 정신을 분석하려고만 하지 당신은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분석이 바로 이해라네..자네의 이해력이 떨어지는 거야.”


“아닙니다. 당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예를 들어 트라우마만 해도 당신은 그것이 영원한 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제는 트라우마도 부정하는 건가?”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트라우마가 인간의 정신을 영원히 지배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트라우마 역시도 인간의 의식이 창조한 피조물일 뿐이죠. 마치 집안의 가구들처럼요.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거죠. 지그문트, 당신도 양자역학에 대해 들어보셨죠? 트라우마도 존재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인간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재구성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도구이자 장치일 뿐이지, 그게 인간의 정신을 만든 것이 아니에요.”


“알프레드, 이제 이 지겨운 논쟁은 그만하기로 하지, 자네와 나는 서로 생각이 달라. 자네는 내가 일군 정신분석학을 파괴하고 있네.”


“하하, 지그문트 프로이트, 당신은 언제나 이기적인 어린아이일 뿐이에요. 보세요, 당신이 정신분석학을 일궈요? 당신은 당신에게 상담받은 환자들의 고통에는 관심도 없죠.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조립하듯, 당신의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어요. 당신은 대체 왜 상담을 하는 거죠? 치료하기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당신의 정신분석이론 책에 넣을 사례들을 수집하는 건가요?”


“나가..당장 나가 알프레드..여기서 나가서 네 녀석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그리고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갈 겁니다. 나는 당신처럼 이기적인 분석가가 아니니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게 내가 원하는 거죠. 나는 진정한 상담사가 될 겁니다.”


“마음대로 하게, 하지만 사람들은 내 이론을 더 믿을 걸세, 이게 더 단순하거든.”


“그러겠죠. 당신이 원하던 건 명성일 테니까요. 언제나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그 꼬맹이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내게는 보여요. 당신은 전혀 자라지 않았어요.”


아들러가 본 프로이트의 모습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당대 최고의 심리학자였던 프로이트와 갈라서기는 했지만 자신만의 이론으로 역시 최고의 심리학자 반열에 올랐던 알프레드 아들러..


방향은 좀 달랐지만 둘 다 뛰어난 심리학자로 특히 아들러라면 심리상담 분야의 최고의 능력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알프레드 아들러가 쓰던 진품이 분명했다.


“어때요? 진짜인가요?”

“솔직히 무슨 도자기도 아니고, 안경을 보고 누가 쓰던 안경이라고 감정할 수는 없죠. 하지만 아주 클래식하고 고급 제품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거라면 제가 구매하고 싶은데요.”


“음, 정말 사고 싶어요? 그건 살 때 우리 돈으로 한 2천만 원을 주고 산 거였는데..”

“2천요? 그럼 제가 3천 드리죠.”


“야, 주영아 팔아, 감정서도 없는 건데..이거 여기서 썩히느니 천만 원이 어디냐?”


다들 돈 천만 원은 우스운 재벌들이지만 재미 삼아 거래를 부추기고 있었다.


“아..이거 진품이면 내가 손해보는 거 아냐?”

“뭐, 그럴 수도 있겠죠.”


농담반 진담반, 진품이니 뭐니 그런 말이 오고 갔고 결국 3천만 원에 아들러의 안경은 내 손으로 들어왔다.



***


신사동, 올드앤뉴



“그래? 그런 고민이 있는 줄은 몰랐네..”

“예,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그나저나 안경 잘 어울리시네요?”

“아, 눈이 나쁜 건 아닌데..그냥 안경 쓰는 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가끔 재미 삼아 쓰는 거야.”


“뭔가, 안경을 쓰시면 스마트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딘지 믿음이 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저도 이런 얘기 안 하는데 최 프로듀서님에게 처음으로 말한 거라고요.”


평소에도 자주 보던 연습생이었다. 그냥 지나갈 때 인사도 잘하고, 나이도 어린 고등학생이라


나도 보면 그냥 힘내라고 그런 말이나 해주고 그랬는데..


아들러의 안경을 쓰고 만난 오늘은 뭐랄까? 술술 상담이 된다고 할까?


아들러는 심리상담을 연구하기도 했지만 태생적으로 분석가 스타일이었던 프로이트와 달리 사교적이고 따뜻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의 내면에 골몰했던 프로이트와 달리 외부에 관심이 있었고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나름 초능력 같은 것도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만의 상담에 기반을 둔 심리학 체계도 만들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스승이자 파트너였던 프로이트와는 크게 갈등을 빚으며 갈라서게 되기도 한 셈이었다.


아무튼 아들러의 안경을 쓰자, 나도 뭔가 되게 편하게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했고, 특별히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듣기만 하면서도 그 사람의 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꺼내도록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들러의 능력을 내가 쓸 수 있게 된 건가?


그렇게 복도에서 마주친 연습생과의 짧은 대화에서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깊은 대화가 가능했다.


“그럼, 나중에 어려운 일 있으면 오빠에게 연락해도 되는 거죠?”

“그..그래, 내가 뭐든 도와줄게..”


“오빠는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여기에 온 지 1년 넘었는데, 사람들하고 진짜 편하게 대화한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


좋은 능력이 생긴 것 같기는 했다. 그런데 사람들과 너무 친해지는 것도 좀 조심해야겠어..


그나저나 이런 상담능력이라면 오혜린과도 좀 친해질 수 있으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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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음악천재의 기타 (2) +2 24.05.12 3,078 7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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