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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의 서재입니다.

골동품 덕에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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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5.28 23:2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6,832
추천수 :
1,509
글자수 :
126,480

작성
24.05.20 07:23
조회
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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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2쪽

인디언 주술사 (1)

DUMMY

“이게 맘에 드시는 모양이군요.”


김선영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무슨 행운의 부적이라도 되는 줄 알고 산 거였지만 내심 쓸데없는 걸 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 이걸 가지고 온 것도 적당한 가격이면 다른 놈들에게 팔아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예, 개인적으로 오래된 물건이나 그런 걸 좋아해서요. 이것도 평범한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인디언이나 그런 사람들이 쓰는 물건 아닌가요?”

“인디언 주술사가 쓰던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이건 독수리의 깃털과 여기 보이는 건 발톱이에요.”


“오, 진짜요?”


김선영의 몸에 접촉을 하면서 김선영의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의 기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김선영이 이 부적을 팔고 싶어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오래된 물건, 그것도 인디언 주술사가 쓰던 물건이라면 꽤나 흥미가 생기고 있었고 말이다.


직접 그 깃털 부적을 만져보았다.


그러자 인디언 주술사의 과거에 접속이 되었다.


“제발 부탁이야. 100달라만 주게..”

“또 그 소리군요. 돈을 주면 또 술을 사서 마실 거 아닙니까?”


“술을 마시는 게 어때서, 세상만사 술을 마셔야 제대로 보인다고.”


주술사였던 조는 어렸을 때부터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애리조나에 살고 있었지만 언뜻 봐서는 인디언인지 구별이 가지 않은 외모에 그저 조상이 인디언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혈통을 조사하면 여러 가지 다양한 민족의 혈통이 나오는 일은 흔했다.


유명한 헐리우드 스타들 중에도 인디언의 혈통을 받은 사람들이 제법 있기도 하고...


조 해밋의 조상 중에도 아메리칸 인디언이 있다는 정도..아버지에게 대충 그렇게 들었을 뿐이었다.


“증조할머니의 오빠가 유명한 주술사였지. 대대로 그 집안의 남자들은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하니까, 물론 주술사가 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말이야.”


초능력, 주술사, 어릴 때는 재밌는 옛날 이야기라고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조에게도 신비로운 일이 일어났다. 아니 황당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친구들을 따라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술에 취하면 뭔가 몽롱한 상태에서 환각 같은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술에 취한 것뿐이고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그렇게 취한 상태에서 본 환상들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의 언젠가 그런 환상이 현실이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조 해밋은 그것이 아버지가 얘기했던 인디언 주술사의 초능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였다.


미래에 일어날 일은 미리 볼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를 알콜 중독자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그저 지인들이나 주변에 일어나는 미래의 일들이 꿈처럼 단편적으로 보이는 것이라, 그것으로 무슨 큰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좋은 일이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나쁜 일이 보이기도 했다.


친구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고를 막을 수도 없었다.


조 해밋이 친구에게 그 사고에 대해 미리 예언을 했지만 친구는 알았다고만 하고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고 결국은 조가 환상 속에서 본 사고를 당해 죽은 것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조의 삶은 피폐해졌다. 남과 다른 능력, 때로는 미래를 알고 있다는 책임감에 미친 사람처럼 위험을 경고하기도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조롱뿐이었다.


조의 능력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그가 말해주는 미래가 실현이 되더라도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자꾸만 미래를 보기 위해 습관처럼 마시던 술 때문에 알콜에 중독되면서 나름 전도유망했던 젊은이 조 해밋의 삶도 완전히 나락으로 빠진 것이다.


결국, 백인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던 조 해밋은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낯선 인디언의 옷을 입고 주술사 흉내를 내며 알콜 중독에 빠져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조..주말에 도박을 하러 갈 건데..딸 수 있겠죠? 그것만 말해줘요. 그럼 100달러를 줄게요.”


조의 능력을 믿고 찾아오는 단골 중에 하나인 루크라는 녀석이었다. 주로 불법 도박장에서 돈을 걸고 여러 가지 내기를 하는 놈이었는데..그나마 술이라도 사 먹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런 녀석들의 미래라도 봐주어야 했다.


조는 미래를 보기 위해 술병을 입에 대고 한 모금 입안으로 들이켰다.


환각을 보기 위해, 미래를 보기 위해 마시게 된 술..하지만 이제는 술을 마시기 위해 미래를 보는 처지가 된 것 같았다.


알콜이 몸으로 들어오자 몸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우울했던 기분도 다시 좋아지고, 몸에 좋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술에 취한 순간은 모든 것이 편안해지니까, 이 다음에 다시 고통이 올 거라는 것을 알지만,


단지 지금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그런 거 아닌가? 삶이라는 것도 장기적으로 보면 죽음과 질병, 피할 수 없는 고통들로 이어지는 외길을 걷는 것이고, 그 결말이 비참한 최후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저 오지 않은 미래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현재만을 사는 것이 인생인데..


“조..어때요? 도박에서 돈을 딸까요?”

“그래, 큰 돈을 따겠어, 자네에게 행운이 찾아오겠군.”


술을 마실 때마다 미래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와서도 엉터리 주술사 소리를 듣는 이유라면 항상 미래가 보이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미래는 가끔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왔다. 그래서 돈을 내는 고객들의 미래도 맞출 때도 있었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면 대충 직감으로 미래를 전망하기도 했다.


모호하게 추상적으로 둘러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골인 루크의 죽음이 보였다.


불법도박장에서 운 좋게 큰 돈을 따지만 결국 그것 때문에 싸움이 나고 누군가가 쏜 총에 맞고 그대로 즉사하게 되는 것이다.


말해줄까?


하지만 루크는 단순한 놈이다,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 여기에 오고, 그런 대답을 들을 때만 돈을 지불한다.


내가 오늘은 불길하니 도박장에 가지 말라고 한다면 주겠다던 100달러도 다시 빼앗아 가고 말 것이다.


그러면 당장 술을 살 돈도 없게 되지..


“돈을 딸 거야? 그게 궁금했겠지. 큰 돈을 따는 모습이 보이는군.”

“정말이죠? 지난번처럼 안 맞으면 다시 돈을 받으러 올 거라고요.”


“그래, 자네가 돈을 잃는다면 이 돈은 다시 돌려주지, 언제든지 찾으러 오라고.”


결국 루크는 돌아오지 않았고, 가끔 오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불법 도박장 사고 소식을 들었다.


“총에 맞았어요. 그 자리에서 즉사했죠. 누가 쐈는지는 모르고, 덕분에 도박장은 폐쇄가 되었죠. 망할 놈들..나도 거기서 잃은 돈이 엄청난데..이제 뭐하고 살지?”


단골이었던 루크가 죽은 후에 조도 주술사 노릇은 그만두기로 했다. 몸도 더 엉망이 되고 있었고..


루크 녀석이 죽든 말든 술 마실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워진 것이다.


마침, 조가 가지고 있던 인디언 옷과 자기도 예전에 돈을 주고 샀던 부적이나 장신구들을 처분하려고 할 때..한 동양인이 찾아온 것이다.


“이 부근에서는 유명한 주술사라고 들었습니다. 미래도 봐주신다면서요?”

“이제는 은퇴했어요. 몸이 안 좋아져서, 몸이 아프니까 미래를 보는 능력도 사라졌죠.”


“아, 그렇군요. 사실은 한국으로 돌아갈지 말지 결정하기가 힘들어서 한 번 물어보려고 찾아온 건데..”


“인생이라는 건 알 수가 없죠. 내가 미래를 보기는 했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그 사람에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더군요. 어떤 일이 나중에 보면 나쁜 일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일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한국인인 모양이군요. 돌아가세요. 미국은 그리 좋은 곳이 아닙니다. 나라면 한국이든 어디든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고 싶어요.”


김선영은 주술사, 아니, 주술사를 그만둔, 조 해밋이 내민 부적을 천 달러에 샀다.


“행운의 부적이죠. 우리 부족에게서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입니다.”


물론, 조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독수리 깃털과 발톱으로 만든, 이 부적은 그 역시도 막 주술사를 일을 하려고 인디언 구역으로 왔을 때 어떤 노인에게서 20달러에 산 것이었다.


“진짜요? 비싸기는 하지만 오래된 골동품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겠군요.”


“진수 씨라고 했죠? 마음에 들어요? 내가 미국에서 2천 달러에 산 골동품인데..사실 나한테는 그다지 필요가 없어서요. 산 가격에 팔 수도 있는데..”


“2천 달러면?”

“환율이 1350원이니까. 270만 원이네요.”


“좋습니다. 제가 사죠. 물 건너온 귀한 물건이니 말입니다.”


주술사의 부적이라..


진짜 인디언의 오래된 골동품은 아니었지만, 인디언 혈통을 이어받은 초능력자? 아무튼, 미래를 예견하는 예지몽 같은 것을 꾸는 조의 능력이 서려 있는 것 같았다.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했다.




***


한남동, 빌라 더 그린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말이지?”


조 해밋의 기억은 확실히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조 해밋 역시도 맨정신으로는 미래, 예지몽을 보지는 못했다. 그를 알콜 중독자로 만든, 술..


결국, 알콜에 취해야 미래를 볼 수 있는 건가?


나는 와인셀러에 와인 한 병을 꺼냈다.


와인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당장 술은 따로 없고, 와인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한 잔..다시 한 잔..


조 해밋은 미래를 보기는 했지만 자기 자신에 관한 미래를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지인들의 미래를 환각처럼 볼 뿐이었고, 그것도 자기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사람의 미래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주술사로도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알콜 중독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미래를 굳이 보려는 생각도 없었고, 그저 호기심에 이 부적에 담긴 조 해밋의 미래예지 능력을 시험해 보는 정도였다.


은근히 취기가 올라오네..와인을 취하도록 마신 적은 없는데..그래도 여러 잔 마시니까, 좀 취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술을 마셔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니 이거 꽤 불편하잖아..


그래도 미래예지 능력이 진짜 있다면? 그건 엄청난 힘이 될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아직 저녁인데..벌써부터 혼술인가?


살짝 취한 것 같아서 김선영에게서 사 온 부적을 들고 소파에 누워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깐 졸았던 것 같은데...



어? 이게 뭐지?


전에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느낌이다.


눈을 뜨자 낯선 장소에 내가 있었다. 아니 내 몸은 없는데..내가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그리고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혜린이잖아?


뉴스타일스의 멤버 혜린, 하지만 혜린이는 나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모른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 몸에 두르고 있던 타월을 스르르 내린다..


진짜 내가 안 보이는 모양이네..


그때였다.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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