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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의 서재입니다.

골동품 덕에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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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3
최근연재일 :
2024.05.28 23:2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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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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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480

작성
24.05.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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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플라이 미 투 더 문 (2)

DUMMY

나는 440헤르츠의 정식 멤버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정이의 부탁도 있고 나를 이태석이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에 호기심도 생겨서 한 번 와본 것이었다.


홍보팀 대리라고는 해도 사실상의 오너였기 때문에 이태석이 원하는대로 모든 돌아가는 작은 왕국 같은 분위기였다.


“과장님, 이 친구들이 문화대 클래식 기타 동아리, 440헤르츠 멤버들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이태석 대리님 후배라면서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440헤르츠면 무슨 주파수 아닌가요?”

“예, 기타 튜닝할 때 라 음에 맞추는 주파수가 440입니다. 튜닝할 때 기준이 되는 거죠. 함께 다 같이 하모니를 이루자 그런 의미죠.”


“하하, 전 음악은 전혀 몰라서요. 역시 이태석 대리님이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시고..”

“저, 장 과장님, 이제 공연 준비를 좀 해주시죠.”


“예, 알겠습니다.”


과장과 대리라고는 해도 재벌가의 오너에게는 그저 다 아랫사람인 것 같았다. 과장이라는 사람도 대리인 이태석을 무슨 사장처럼 깍듯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럼, 여기서 공연을 하는 건가요?”


“예, 무대는 이미 준비했으니까요. 다들 믿는 후배들이라서 부탁한 거지만 이번 공연은 나에게도 중요해요, 앞으로도 매주 주말에는 특별 공연을 할 계획이니까, 일단 첫 공연이 성공해야 할 거 아닙니까?”


5성급 호텔인 백제 호텔은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고급호텔이었다.


로비도 넓고 단순히 호텔 로비를 넘어서 호텔 손님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새롭게 이 호텔의 주인이 된 이태석의 야심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일단 평사원부터 일을 배우면서 나름 업적을 쌓기 위해서 기획한 것이기도 했다.


로비는 호텔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고 눈에 띄는 장소라서 여기서 문화행사를 하게 되고 그 기획자가 이태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이태석의 성과가 부각될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오늘의 컨셉은 오래된 기억들이라는 주제입니다.”


이태석의 말로는 백제 호텔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 도자기들을 전시하고 그 전시장에서 클래식 기타 공연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사실 전문적인 클래식 기타 연주자를 섭외할 계획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고객들이 찾으시는 장소니까, 최고의 연주자를 원했거든요. 하지만 최진수 씨의 연주를 듣고 나니까. 더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더군요.”


“제 연주 동영상을 보신 걸 말하시는 거군요?”


“그래요. 그게 유명하다고 하길래 나도 한번 봤습니다. 클래식부터 핑거스타일까지 다양한 연주를 기가 막히게 하시더군요. 최근에 걸그룹 콘서트에서도 연주하신 것도 봤고요. 화제성도 있고 실력도 좋다고 생각해서 오늘 공연에 최적이다, 그렇게 판단을 한 겁니다.”

“하하,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찬이시네요. 그냥 운 좋게 그렇게 된 것뿐입니다.”


“아닙니다. 지금 시대에 미국이나 유럽에도 진수 씨처럼 기타를 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거예요.”

“동영상 하나만 보고 그런 말을 하시는 건 좀 과대평가 아닐까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죠. 저도 기타는 좀 치는 편이라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너무 부담 가질 건 없어요. 평소처럼만 하면 될 테니까.”

“어쨌든 선배님의 초청을 받은 거니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나는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냈다.


440헤르츠에 맞추기 위해 따로 조율기는 필요 없었다. 나는 기타를 능숙하게 튕기며 자연스럽게 라 음을 찾았다.


김일남은 소위 말하는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었고, 따로 조율기를 쓰지 않고 귀로만 듣고도 기타를 조율할 수 있었다.


이태석은 내가 조율을 하고 있자, 옆으로 와서 내 기타를 빤히 쳐다보았다.


“수제 기타인가요?”

“아, 그렇습니다.”

“잠시만요. 이건..”


이태석은 기타를 들고 사운드홀을 살펴보았다.


“설마? 한영수 선생님 기타군요? 그렇게 표지가 보이는데.”

“하하, 들켜버렸네요. 맞습니다. 수제기타 장인인 한영수 선생님에게 받은 기타입니다.”


나의 말에 이태석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나도 한영수 선생님에게 기타를 산 적이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을 텐데..돈도 많으신 모양이네요?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하하, 뭐, 선배님에 비하면 저야 아무 것도 아니죠. 선배님이 이 호텔의 오너라고 들었습니다. 슈퍼카도 많으시다고 하던데..”


“그렇기는 하군요. 저도 슈퍼카를 좋아하죠. 여러 대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언제 한 번 같이 드라이브라도 합시다.”

“하하, 그러면 저야 영광이죠.”


이태석은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직접 로비에 전시된 도자기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건 여기에 있는 자기들 중에서도 제일 아끼는 녀석이죠.”

“이게요?”


큼지막한 하얀 항아리였다. 크기가 상당했는데 높이가 40에서 50센티쯤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모양은 그리 예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이게 그렇게 귀한 건가요?”


“도자기는 잘 모르시는군요. 이건 백자대호 그러니까 보통은 달항아리라고 불리는 조선의 최고 명품 백자입니다. 뉴욕에 있을 때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것보다 작은 녀석이 60억 정도에 낙찰되는 것도 보았죠.”


“정말요? 와, 굉장한데요.”

“한 번 만져보세요.”


“예?”

“학교 후배라는 이유로 막무가내로 불렀으니까 대신 제가 제일 아끼는 달항아리를 만질 기회를 드리죠. 아무튼 만져보세요. 손으로 만져보면 촉감이 아주 기가 막히거든요.”


나는 손을 내밀어 커다란 달항아리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져 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달항아리의 과거에 접속되었다.


수백 명의 일꾼들이 가마터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땔감을 나르고 잿물을 준비하고 그림을 그리는 화공들도 있었다. 족히 500명 정도가 마을 하나를 이루며 가족 단위로 일을 분업하며 도자기를 굽는 도공들의 마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한 사람, 나는 일본인, 이름은 아사카와 노리타카였다.


“형, 뭐 하는 거야?”

“다쿠미, 그림을 그리고 있어.”


“이걸 기록할 생각인 모양이군.”

“대충이라도 그려 놓으면 후대에 기록이 될 거야, 이 가마터는 이제 없어질 테고 소학교를 세울 거라고 하더라고.”



가마터?



그곳은 광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오래된 가마터가 있는 곳이었다. 분원이라고 불리던 곳으로 왕실의 관요를 제작하던 곳이었다.


조선시대가 되면서 우리나라의 자기는 백자로 바뀌게 된다. 백자를 만들라고 했던 것은 바로 세종대왕님이시다.


이유라면 분청사기를 만들던 염료들의 수급이 어려워진 점도 한몫을 하게 된다.


원래 한반도에 도자기 혁명을 일으킨 것은 장보고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교역을 하며 무역을 장악했던 해상왕 장보고는 당나라의 도자기를 수입해서 무역으로 큰돈을 벌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자기가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전라도의 강진 등에 가마터를 만들고 도자기를 스스로 제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자기는 말 그대로 고대의 반도체 같은 것이었다.


장보고가 몰락한 이후에도 한국의 남부의 가마터들은 계속해서 도자기를 생산했고 그것은 고려청자로 이어지게 된다.


이후에 송나라 시대에 원나라를 피해 항저우로 수도를 옮긴 송나라가 서긍을 보내 고려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


지금의 항저우에서 배를 타고 흑산도를 거쳐 남해안을 따라 강화도를 지나 현재의 개성인 송도의 벽란도에 송나라 사신 일행이 도달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중국에서 한반도로 이어지는 해상무역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서해바다를 우회에 요동반도를 거쳐 해안지역으로 배를 몰고 한반도로 오는 길이 첫 번째다. 한나라 무제의 수군이 고조선을 침입했던 길이었다.


두 번째로 산동반도에서 당진으로 들어오는 무역로가 있다. 인당수가 그 길목에 있어서 민간에도 잘 알려진 이 뱃길은 소정방이 당나라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던 길이기도 했다.


마지막 세 번째로 산둥반도를 원나라가 장악하자, 송나라는 고려에 가기 위해 항저우의 닝보를 출발해 남해항로를 따라 쿠로시오 해류의 지류를 타고 흑산도까지고 온 것이다.


당시로서는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 쉽지 않던 시절이었고, 어렵게 남해안에 도착해 벽란도에 오게 된 서긍의 일행은 고려도경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고려의 풍물을 묘사한 것으로 거기에 이미 고려청자의 아름다움과 우수함에 대해 묘사가 있다. 도자기의 나라인 중국이 감탄했던 고려청자는 이미 고려시대에 중국의 도자기 기술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후 고려청자는 송나라에 수출되며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게 된다.


고려시대에 청자를 통해 도자기 기술이 크게 발전한 한국은 조선시대가 되자 성리학적인 관점에서 화려한 고려청자들을 멀리하기도 했고, 청자를 생산하던 주요 가마터인 남해안 지역이 왜구들을 공격에 시달리게 된다.


가마터와 도공들이 왜구의 침입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청자의 생산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좀 더 담백한 분청사기가 나오게 된다. 하지만 분청사기에 들어가는 회회청은 아라비안 블루, 현재의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 계열의 산화코발트로 당시에는 수입을 통해서만 구할 수가 있었고, 금보다도 더 비싸게 거래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임진왜란 이후로 조선의 도공들을 납치해 이 분청사기 기술로 유럽에 도자기를 수출하게 되며 막대한 돈을 벌게 된다.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일본에 도착한 포르투갈인들이 아라비아 지역에서 나는 회회청을 공급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에 분청사기의 원조인 조선에서는 왜란과 호란으로 경제가 무너지자 값비싼 회회청을 쓰는 것을 금지하고 순수한 백자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남해안에 있던 가마터가 경기도 지역으로 옮겨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영정조 시대에 이르면서 왕실에 도자기를 관리하던 사옹원이 분원이라고 불리는 가마터, 도자기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전국의 장인들을 모아 요역으로 도자기를 굽게 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도자기를 굽는 일은 일종의 의무인 요역이었다. 도자기공들은 도자기를 관청에 바치면서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역을 면제받는 개념이었고, 할당량을 채우면 남는 시간에 도자기를 더 구워 시장에 팔아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기본이 도자기를 관청에 바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관에서 요구하는 도자기를 구워야 했다.


그런데 자기는 흙이 중요하고 백자는 청자와 사용하는 흙이 다르다, 청자는 염료를 쓰는 것이 아니라 흙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푸른빛이 나는 것이다. 백자의 순백의 색을 만드는 것도 염료가 아닌 흙의 성분에 기인하는 것으로


관요를 먼저 만들어야 했던 조선 중기의 도공들은 백자를 만들면서 청자를 만들 수가 없었고 나라의 정책에 따라 민간의 도자기의 형태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것이다.


백자를 만들 흙과 가마터를 지필 땔감을 원활하게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가 지금의 경기도 광주의 분원리에서 좋은 가마터 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이후 이곳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조선의 백자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분원은 전국의 도공들이 의무적으로 와서 도자기를 만들었던 곳이라 조선의 최고의 기술자들이 모이게 되었고, 역을 마친 도공들은 지방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이곳에 남아서 다른 자기들을 생산하며 조선백자의 메카로 성장한 것이다.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일본인이었지만 조각가로 도예에 관심이 많았고 도자기의 역사에 대해서도 치우치지 않는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세계 도자기의 최고 기술을 가진 곳이 바로 지금 이 눈앞에 보이는 분원리의 가마터였던 것이다.


“조선의 도자기 기술은 세계최고야, 유럽에는 운 좋게 일본의 자기들이 팔려나가고 있지만 조선의 백자는 일본의 기술을 전수해준 원조국가이고 또 백자의 기술력은 이미 고려시대의 청자나 분청사기를 뛰어넘고 있어.”


“형이 보기에 백자가 청자보다 더 뛰어난 기술이라는 거야?”


“그렇지, 겉보기에는 청자가 매끄럽고 세련된 느낌이지만 흙을 이용해서 이런 순수한 하얀색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오직 조선에만 있는 기술이야. 중국에서는 본차이나라고 해서 뼛가루를 이용해서 흰색을 만들지만 이곳 가마터의 도공들은 오직 흙으로만 백자를 만들어 내잖아? 이 자체가 가장 놀라운 기술이라는 거지, 거기에 너도 아까 봤겠지만 커다란 백자대호말이야. 나도 도예를 해본 적이 있지만 그런 커다란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세계 어디에도 없어. 물론 완벽한 원형은 아니지만 그건 흙을 빗어 만드는 도자기의 한계지, 물래를 돌려서 그런 크기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도자기는 바로 그 백자대호일 거야.”


“노리타카 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이 가마터는 왜 없애려는 거야?”


“플라타너스를 심는 거랑 비슷해, 요새 조선총독부에서 하는 일들이 다 그렇잖아. 조선의 특색을 가진 것들은 다 없애고 새로운 걸로 대체하려는 거지, 조선 왕실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이곳을 없애고 근대적인 소학교를 세우려는 거야. 조선의 것을 사라지고 잊혀지게 하려는 거지.”


아사카와 노리타카는 못내 아쉬운 듯 도공들의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까 본 그 백자대호가 자꾸 생각이 났다.


이곳의 우두머리인 대정의 집에 큰 백자가 있었는데, 아사카와 형제가 팔라고 간청을 했지만 대정은 팔 수 없는 물건이라는 이야기만 계속한 것이다.


“이제 가마터는 사라지게 될 겁니다. 일본인인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죄송하지만 조선총독부가 이곳을 헐어버리고 학교를 세우려고 하죠.”

“알고 있소, 어쩌겠소 이제 일본인들의 세상이니..”


대정은 50대 정도의 남자였는데 이 마을의 지도자였다.


그리고 그의 집에는 눈부신 달처럼 생긴 커다란 백자들이 있었다. 나름 도자기에 조예가 깊은 아사카와 형제들도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값진 물건을 보면 천금을 주고라도 사라, 아사카와 노리타카의 신조였다.


그리고 조선인 대정의 집에 있는 백자대호들은 노리타카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황홀한 보물이었다. 어떤 도자기도 이렇게 크고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었다. 거기에 조선의 백자 기술의 정수로 만들어진 이 순백의 백자는 어설프게 뼛가루를 쓴 본차이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보물 중에 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진짜 도자기였고 그 기술력이라는 것은 일본의 도공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언뜻 불완전하게 보이는 도자기의 형태와 크랙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이즈의 백자를 일본에서 만들 수 있을까?


중국이나 일본 어디의 가마터에서도 이런 자기를 생산할 엄두도 낼 수 없는 기술적 격차를 보여주는 도자기였다.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 기적의 도자기였다.


“이건 대체 뭐라고 하는 겁니까?”

“백자대호라고 부르는 도자기로 왕실에서 제례의식에 사용하는 거요.”


“그럼 조선왕실에서 쓰는 도자기군요?”


“만드는 것도 너무 어렵고 오직 왕실에만 팔 수 있는 물건이오, 원래는 주문을 받아 아주 적은 양만 제작하지만 언젠가부터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백자대호 기술이라는 것도 전수를 안 하면 사라질 것 같아서 기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거지.”


“그러면 이 도자기의 주인은 없는 거군요? 왕실에서는 이제 주문을 안 한다면서요?”


“그렇소만, 이걸 팔 수는 없소, 신성한 도자기라는 말이오, 일본인이라 안 된다는 것도 있지만 오직 왕족만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신성한 도자기라 오직 왕족과 관청에만 이걸 팔 수 있소, 하지만 조선의 왕실이나 관청도 다 일본에 넘어갔으니 나도 이걸 누구에게도 팔지 않겠소.”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군대가 이 마을에 들이닥칠 겁니다. 가마터를 파괴하고 남은 사람들도 다 내쫓을 거라는 말이죠. 도자기도 아마 다 군대에서 압수를 할 겁니다.”


“그러든 말든 난 상관없소. 나라가 망했으니 백성들도 망한 거지, 이 망할 놈의 가마터도 조선총독부가 훼방을 놓아서 도자기도 팔 길을 막아버렸으니까. 이래저래 다 망한 세상이라는 거요.”


대정은 화가 난 듯 아사카와 형제를 쫓아냈다.


그리고 얼마 후, 조선총독부에서 보낸 군대가 마을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노리타카 형, 이거 형이 탐내던 그 백자 항아리야.”


동생인 다쿠미가 백자대호를 들고 나타났다.


“이거 어디서 구한 거야?”

“가마터를 철거하러 들어간 군대 장교에게 돈을 쥐어줬더니 이걸 빼올 수 있게 해주더라고.”


백자대호, 아사카와 노리타카가 천금을 주고라도 갖기를 원했던 바로 그 백자대호였다.


“그런데 3개였잖아?”

“나머지 두 개는 모르겠어. 군인들이 창고에 보관하던 건 이것뿐이야. 나머지는 모른다고 하더라고.”


대정의 집을 찾아갔지만 이미 그곳에는 폐허가 된 건물의 잔해만 있을 뿐이었다.


아사카와 노리타카와 다쿠미 형제에 대한 과거,


하지만 그것 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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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타 레슨 +2 24.05.15 2,616 62 11쪽
11 음악천재의 기타 (4) +1 24.05.14 2,747 77 12쪽
10 음악천재의 기타 (3) +4 24.05.13 2,904 73 12쪽
9 음악천재의 기타 (2) +2 24.05.12 3,080 75 11쪽
8 음악천재의 기타 (1) +2 24.05.11 3,302 70 13쪽
7 하이엔드 타임즈 (2) +4 24.05.10 3,565 7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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