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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상에서 - 캡틴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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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체인
작품등록일 :
2021.10.05 09:39
최근연재일 :
2021.10.15 20:18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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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4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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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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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화

DUMMY

3. 노아 빌리지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최구현 중장이 추모공원 앞 부대 본부 건물로 서둘러 움직이고 있었다.


“중장 최구현 입니다.”


‘부대장실’이라는 팻말이 적힌 문을 노크했다.


“들어와.”


부대장실 안에서 중후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대장실 안은 40대 중후반의 덩치 큰 사내가 책상을 지키고 있었다.

세 개의 별이 어깨에 자리하고 있었고 특이한 점은 그의 왼쪽 팔, 팔꿈치 아래가 없다.


“충성. 부대장님, 의수는 또 빼놓으신 겁니까?”

“거추장스러워서 말이야.”

“그래도 착용하셔야 합니다.”

“그러도록 해보지. 그런데 무슨 일이지?”

“가단마을 변이 좀비 보고서입니다.”


최구현 중장이 부대장 책상에 서류 뭉치를 올려놓았다.


아무런 표정 없이 천천히 서류는 천천히 살피는 부대장이었다. 그런데 중간쯤 확인했을 때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좀비를 조정하는 좀비라. 예전 그 친구 아니, 돌연변이와 관련 있는 거 아닌가?”

“예전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중장은 그때 없었지.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었지.”

“아, 기록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아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관련 자료는 구해주겠네. 분석 부탁하네.”

“예, 알겠습니다.”


다시 표정 없이 서류를 계속해서 읽어나가던 부대장이 마지막 장의 내용을 확인하자 서류를 그대로 구겨버렸다.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부대장실 안을 가득 메웠다.

그의 살기를 느낀 최구현 중장의 등골이 얼어붙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내 팔을 이렇게 만든 놈이다.”


구겨진 서류에는 필립의 뒤를 노린 그자의 모습이 프린트되어있었다.


“한 시간 뒤 회의를 소집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부대장의 살기에 얼어버린 최구현 중장이 서둘러 그의 방을 빠져나왔다.


최구현 중장이 나가자 부대장은 책상 위에 놓인 여러 대의 전화 중 다이얼이 없는 전화기를 노려보았다.


전화기에는 ‘헌터협회장’이라고 적혀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형님, 잘 지내십니까? 어쩐 일로 친히 연락을 주셨어요?

“화류야.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이라는 말에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 저희 쪽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같은 시각 취사장에서 투덜거리는 정지혁이었다.


“아니, 나만 전부 풀때기뿐이잖아.”


정지혁의 불만에 샐러드에 들어 있는 닭고기를 얄밉게 씹는 태웅이 답한다.


“다 네 건강을 위해서 그런 거야. 고기를 먹으면 네 상태가 불안정해진다고.”

“그럼 어떻게 되는데?”

“좀비화가 일어날 수도 있고 네 머리 상태도 안 좋아진다고.”

“의무대에서 맨날 죽만 먹어서 이제 제대로 된 밥을 먹나 했는데. 너무 슬프다.”

“뭐가 그렇게 슬퍼요? 여보~”


식판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는 해린이었다.


“그만해라.”

“갑자기 남편이 둘이나 생겨버렸네.”


태웅에게 자신을 남편이라고 착각한 이야기를 들은 해린이 아침부터 약을 올리고 있었다.


“입 싼 자식, 그새 그걸 다 말했냐.”

“그럼 어떡해. 그 상황에서 수건 하나 달랑 걸치고 나타난 놈이.”


태웅의 말에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내가.. 고..”

“그만하고 얼른 밥 먹어.”


충격에 빠져드는 내 모습에 해린이 애써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때 취사장에서 군인들의 휴대폰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려대기 시작했다.

해린 역시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07시 정각 대대장급 긴급회의 소집]


“갑자기 무슨 회의야. 오빠들 나 먼저 간다. 식판 좀 치워줘.”


남은 음식을 후다닥 먹어 치워버리고 자리를 뜬 해린이었다. 해린 외에도 취사장의 많은 인원이 자리를 비웠다.


“우리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태웅이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우리한테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위급상황은 아닌 모양인데. 신경 끄고 밥이나 먹어.”


태웅과 난 특수부 소속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위험한 실전에 우리가 투입되는 모양이다. 그럼 지금 회의는 행정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와 태웅의 휴대폰이 울렸다. 책상에 있던 걸 가지고 온 것인데 실제로 연락이 울릴지 몰랐다.


[특수 9팀 전원 07시 정각 본부 1층 회의실로 필히 참석.]


“아니, 우린 왜 찾고 난리야.”


태웅 역시 허겁지겁 남은 음식을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태웅을 따라 남은 풀때기를 처리했다.


“이모님, 잘 먹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우리는 해린의 식판까지 반납하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태웅의 말대로 계급과 명찰이 달린 군복을 입었다. 그리고 외부 작전 중일 때 아무 표식이 없는 군복을 입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회의 시작 10분 전에 회의실에 도착한 우리는 당번병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회의실 중앙에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빔프로젝트가 화면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테이블이 아닌 구석 자리에 놓인 간이의자로 안내되었다.


잠시 뒤 회의 참석자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별이 하나, 별이 둘, 별이 하나, 별이 둘.

줄줄이 이어지는 스타들의 연속 등장에 경례와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최구현 중장과 부대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우와.”


부대장의 모습이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과하게 벌크업 된 몸을 지녔고 인상 역시 범상치 않았다. 그리고 휘날리는 왼쪽 소매가 압도적인 포스를 배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최구현 중장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당번병이 회의실 모든 사람에게 태블릿 PC를 나누어주었다.


최구현 중장이 리모컨을 만지자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빔프로젝트에서 돌연변이 좀비의 사체가 벽면에 비쳤다. 한쪽 팔, 다리가 찢겨버린 모습이었다.


“먼저 이번 가단마을에 나타난 변이 좀비에 관해서는 들으셨을 겁니다. 현재 변이 좀비의 정체는 파악 중이며 확인되는 대로 관련 자료는 공유토록 하겠습니다.”


다시 리모컨을 만지자 돌연변이가 함께 출몰한 좀비들의 나체 사진이 나왔다.


“이 부분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구현 중장이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해 좀비의 목라인과 팔뚝 그리고 허벅지에 살이 탄 자국을 가리켰다.


“모든 좀비에게도 동일한 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누군가가 말한다.


“노아 빌리지 사람이군요?”


노아 빌리지.

그때도 중장님과 태웅이 말한 곳이다.


“예, 맞습니다.”


이어 다음 사진으로 넘기는 최구현 중장이었다.


윽. 이건 심하잖아.


태블릿에 나타난 화면은 좀비를 해부한 사진이었다. 실제로 해부된 사진을 본 것이 처음이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


“모든 좀비의 위 속에서 닭 조직과 뼈, 깃털까지 검출되었습니다. 조직을 검사해보니 노아 빌리지에서 사육되는 종들과 일치했습니다.”

“그럼 노아 빌리지에서 좀비를 키운다는 말입니까?”

“그 부분부터는 제가 설명드리죠.”


누군가의 질문에 최구현 중장 대신 나선 사람이 있었다.


“에이, 재수 없는 자식.”


그의 등장에 태웅이 작게 속삭였다.


해린 준 서류에서 본 사람이었다. 직책은 정보작전대대장으로 직위는 투스타였다.

서류에서는 나나 태웅이 또래로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우리보다 어려 보였다.


“저희 정보부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들어 세례와 구마라는 의식을 명목으로 아이들을 매매하고 반기를 드는 이를 좀비로 만드는 처형을 하고 있습니다.”

“에이, 나쁜 새끼들.”

“쯧.”

“내 결국 그럴 줄 알았지.”


그의 말에 대부분이 한탄이나 욕설이 나왔다.


“아니, 그런 집단에 우리가 지원을 쏟아붓는단 말이야!”


가장 연륜 있어 보이는 직할대대장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화는 부대장에게로 향했다.


“부대장, 입이 있으면 말이라도 해봐. 부대장이 강행해서 무리한 지원까지 하는 마당에, 저런 상태면 우리가 좀비 사육을 지원한 꼴이 되지 않나.”

“중장님, 회의 중입니다. 발언을 조심해주십시오.”

“작전대장, 너도 노아인지 뭐시깽인지 사이비 집단한테 지원을 반대했잖아. 젠장, 이따위 탁상공론에 우리 애들이 쓸데없는 일을 하는 거 아니야!”


직할대장의 행동에 정보작전대장이 말리고 나섰지만, 그의 화는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


그때 부대장이 입을 열었다.


“직할대장, 당신은 아무 죄 없는 천여 명의 사람이 이 땅에서 또 지워졌으면 좋겠나?”


부대장의 말에 모두가 엄숙해졌고 회의실의 공기마저 무거워졌다.


“우리가 여기 모여있는 이유를 잊지 말게.”


직할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내가 계속하겠네.”


최구현 중장이 발언을 이어나갔다.


“정보작전대장 말씀대로 이번 일에 노아 빌리지가 관여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음 사진을 화면에 띄우는 최구현 중장.


저 사진은 필립을 공격한 자다.

실험 장면을 녹화하기 위해 설치된 카메라에 찍힌 그림자 같은 녀석이었다.


“현재 특수 9팀에서 진행 중인 작전에 찍힌 사진입니다.”


9팀의 작전이라면 시간을 돌리는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작전이다. 대대장급 간부들에게 대외비로 알려진 작전이었다.


“아직도 진행 중이었어?”

“에휴~”

“아주 낭비란 낭비는 다 하고 있네.”


간부들이 대놓고 무시하는 속삭임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집중해주십시오.”


잠시 술렁거린 장내를 진정시킨 최구현 중장이 말을 이었다.


“저자는 C9 한국지부의 프런트맨으로 알려진 연정수 입니다.”


최구현 중장의 말에 다시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C9이 존재했어?”

“작전대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한국지부는 전부 전멸됐습니다.”


스타들의 술렁거림에 태웅에게 조용히 묻는다.


“대체 C9이 대체 뭐길래 다들 저러는 거야?”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고 세상에 퍼트린 세력들.”


태웅 역시 심각해진 얼굴로 답해주었다.


“조용.”


술렁이는 장내를 낮은 음성 한마디로 제압해버린 부대장이었다.


“연정수가 살아있다는 건 C9이 아직 건재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반드시 C9을 뿌리 뽑는다.”


부대장의 단호함에 장내를 한 번 더 정리하였고 C9의 존재에 간부들의 눈길에서 살기가 번뜩거리기 시작했다.


“정보화대장, 그 연정수라는 놈의 은신처는 확보됐나?”


간부 중 불만 가득했던 직할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회의의 목적이 연정수의 거처를 알아내기 위함입니다. 저희는 먼저 연정수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노아 빌리지를 칠 예정입니다.”


최구현 중장의 말에 놀란 정보작전대장이 나섰다.


“지금 전쟁이라도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연정수 아니, C9의 현재 규모도 파악되지 않았고 설사 C9의 개입이 없다고 해도 노아 빌리지가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우리 쪽 피해도 막대할 겁니다.”


정보작전대장의 말에 부대장이 직접 나섰다.


“이번에는 헌터협회와 합동 작전으로 진행된다. 전투 인원은 헌터를 위주로 구성될 것이고 우리는 헌터협회를 지원하는 작전이 될 것이다.”


다수의 간부가 헌터협회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체 헌터협회는 또 뭐길래. 다들 저렇게 안심하는 거야.


“하지만 우리는 다른 작전도 함께 수행한다.”


다른 작전이라는 말에 모두가 부대장에게 집중했다.


“우리는 노아 빌리지의 죄 없는 사람들을 구한다.”


부대장의 말에 몇몇은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반대로 몇몇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정보작전대장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져버렸다.


“직할대장, 노아 빌리지의 다음 지원이 뭔가?”

“삼 주 뒤에 상하수도 보수 지원 공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부대장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우선 삼 주 뒤 지원 공사에 선발대를 투입한다. 특수 9팀장 정지혁.”


갑작스러운 지명에 잠시 놀랐지만, 정신을 차리고 부대장을 마주 보았다. 정면에서 느껴지는 아우라에 압도되어버릴 것 같았다.


“대위, 정지혁.”

“현재 자네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강요하진 않겠다.”


지금까지 회의를 본 결과 우리는 없어도 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선택지를 주는 건 나를 시험해보고 싶어서겠지.


기억이 사라진 내가 예전 같은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예전의 내 모습이 어쨌건 상관없다.

그리고 나 역시 궁금해졌다.

필립의 실험 즉, 나의 결단을 방해한 연정수가 궁금해졌다.


“작전에 참여하겠습니다. 대신, 연정수랑 한 번 붙게 해주시면 작전에 참여하겠습니다.”


나의 딜에 다시 한 번 장내가 술렁거렸다. 그리고 태웅이 바지춤을 끌어당기며 말리기 시작했다.


“그건 말리지 않겠지만, 연정수가 적이 많아서 기회가 있을진 모르겠네. 나도 갚아야 할 빚이 있어.”

“죄송하지만, 그 빚. 제가 대신 받아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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