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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체인 님의 서재입니다.

잃어버린 세상에서 - 캡틴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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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체인
작품등록일 :
2021.10.05 09:39
최근연재일 :
2021.10.15 20:18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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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49,347

작성
21.10.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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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DUMMY

1. 잃어버린 세상에서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지혁이 기억이 날아간 거야!”

“위험한 건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내 탓을 하는 거야?”

“애초에 문제가 있으니까 이런 일이 생긴 거잖아!”

“문제가 뭔지 확인하려고 실험한 거 아니야. 난 분명 위험하다고 경고했어. 실험을 강행한 건 지혁이 본인이야.”

“그래서 그 문제가 대체 뭔데!”

“내가 그걸 알면 너랑 입씨름하고 있겠냐.”


두 사내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투는 중이다.

지금 가장 황당한 건 나인데 말이다.


정지혁은 최근 10년간의 기억을 상실하고 말았다.


뭔가 큰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10년 전 마지막 기억마저도 희미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몸을 일으키려는데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가슴이 갑갑해지며 숨 쉬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을 두고 다투는 두 사람의 높아지는 언성에 정신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지금은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으윽.”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였다. 여전히 몸은 말을 듣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현관을 향해 움직였다.


철컥.

현관문이 열리고 바깥 공기를 맞이하는데,


“대체.. 이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른 키만큼 자라나 버린 잡초가 무성한 작은 정원, 잡초 사이로 보이는 울타리 너머 폐허가 되어 주택가.


비틀거리며 잡초 숲을 헤치고 대문을 밀었다.


얼마나 관리가 되지 않았는지 녹슨 철문을 열기조차 쉽지는 않았다. 끼익하고 녹슨 쇠의 마찰음이 날카롭게 들리며 대문이 열리고 잡초 너머의 세상이 보였다.


쩍쩍 갈라진 아스팔트. 그 틈을 비집고 올라온 이름 모를 잡초들. 폐허가 되어버린 집들이 늘어선 곳.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여긴.. 서바이벌장인가?”


그것 말고는 떠오른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 멀쩡한 아스팔트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현관에서 대문을 지나 집 앞까지 나오는 일이 이렇게 험난한 일이었는지 몸 상태가 엉망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


“좋네.”


몸 상태는 엉망이지만, 바닥에 누워서 보는 하늘은 전혀 달랐다.


하늘이 유난히 깨끗하고 파랗다. 미세먼지로 탁한 하늘을 주로 보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갑갑해졌던 가슴도 뚫리는 기분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지금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 마지막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분명 태웅이랑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고 칵테일 바에 갔어. 그리고...”


그 뒤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윽.”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면 할수록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떤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금 전까지 두통을 유발하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마지막 기억 속에서 함께 있던 절친 신태웅이었다. 그의 모습은 30대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울 속 30대가 되어버린 모습으로 충분했으니까.


태웅과 다툼을 벌인 또 한 명. 이름이 필립 최라고 했던가.

그가 어떤 실험을 진행했고 그 실험 때문에 기억을 잃어버린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을 위해 위험을 알고서도 실험을 자처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실험과 관련된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기억을 잃어버린 지금, 의지할 수 있는 건 태웅과 필립 최, 그들밖에 없다.


신선한 공기와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이 효과가 있었는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던 몸이 어느 정도는 돌아온 모양이다. 답답했던 가슴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듯했다.


그들에게 기억을 날려버린 실험의 진상에 대해 알아보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지?”


느껴지는 기척이 한 명이 아니었다. 대략 20~30명 정도의 기척인데.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단순한 감이 아닌 확실한 기운이다. 마치 레이더가 탐지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더욱 놀란 것은 기척이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더러운 기분은 또 뭐야.”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에 놀란 것도 잠시, 기척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상당히 역겨웠다. 당장이라도 10년 전에 먹은 삼겹살이 역류할 것만 같다.


“또 뭐지?”


역겨운 기운에 정신이 집중되자 마치 고장 났던 레이더가 고쳐진 듯 정확한 기척이 감지되었다.


20~30명으로 느껴졌던 기척이 27명의 정확한 수로 느껴진다. 조금 전 느꼈던 거리보다 약간은 더 가까워진 950미터 내외의 거리 그리고 하나의 기척에서 소름 돋게 기분 나쁜 느낌이 든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방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기척 셋이 바로 근처에서 느껴진다. 느껴진 기척은 멀리 있는 다른 것들보다 약하고 역겨움도 덜 했다.


“바로 앞이다.”


그때 기척을 느낀 골목에서 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오오..”

“크아.”

“크르르~”


짐승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신음을 토하며 골목에서 모습을 보인 존재들.


“저건 또 뭐야.”


그들은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은 찢어지고 헤지고 말라붙은 피에 절어있었다. 옷보다 놀라운 건 그들의 살점이 중간중간 떨어져 나가서 허연 뼈가 다 보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부위는 썩어 문드러져 수십 마리의 구더기가 바글거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걸어 다니는 썩은 시체였다.


“저건 좀비잖아.”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좀비였다. 오히려 영상에서 봤던 좀비가 청결하게 보일 정도로 저들의 모습은 역겨웠다.


갑자기 등장한 좀비에 너무 놀라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크와!”


그들 중 하나가 정지혁을 보고 달려들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달려든 좀비 하나가 눈앞에 도달했을 때였다.


“악!”


생존 본능이었을까? 울부짖으며 달려드는 좀비의 양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달려든 좀비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 좀비와 함께 바닥에 넘어졌다.


“크아악!!”


위로 포개진 좀비가 울부짖음과 함께 날뛰기 시작한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둥이와 양팔. 공격을 당했다기보다는 굶주린 짐승에게 사냥당하는 기분이다.


굶주린 좀비를 밀어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마구잡이로 움직여대는 좀비를 뿌리치기가 힘겨웠다. 그저 물리지 않게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문제는 격렬히 움직이는 좀비에게서 흩날리는 끈적하고 검붉은 피고름과 점액 그리고 좀비에게 기생하던 구더기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이 문제였다.


피고름과 점액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고 눈, 코, 입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기를 쓰고 고개를 돌렸다. 최소한 좀비에게 감염되는 건 피하는게 국룰이니까. 알고 있는 좀비가 맞다면 말이다.


“젠장! 젠장!”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때,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동시에 좀비의 뒤통수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이어 언제 생겼는지 좀비의 이마 정중앙 작은 구멍에서 끈적한 핏물이 주룩 흘렀고 격렬히 날뛰던 좀비는 사라지고 몸을 축 늘어뜨린 힘없는 시체로 바뀌었다.


포개어진 좀비를 치워버리고 굉음이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문에서 권총을 든 태웅과 필립 최의 모습이 보였고 권총에서 희미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뭐야. 겨우 세 마리에 이 난리야.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네. 정리는 알아서 해.”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필립 최였다.


언제 봤다고 저따위로 말을 하는 거야. 방금 죽을 뻔했는데.


태웅 역시 별일 아니라는 듯 총소리를 듣고 달려들기 시작하는 나머지 두 좀비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두 번의 굉음. 그와 동시에 두 좀비의 뒤통수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허무하게 힘을 잃고 쓰러져버린 두 좀비.


이렇게 개고생을 했는데 겨우 손가락 세 번을 움직여서 상황이 정리되니 약간은 허무했다.


“이걸로 닦아.”


태웅이 하얀 손수건을 건네왔다.


“좀비 같은 저건 뭐야?”


태웅에게 건네받은 손수건으로 좀비의 피고름과 점액으로 얼룩진 얼굴을 닦고 꿈틀거리는 구더기를 털어내며 물었다.


“보이는 그대로 좀비야. 좀비 때문에 세상이 망해버렸거든.”


예상한 대답이었지만, 태웅의 덤덤한 모습에 오히려 놀랐다. 얼마나 저런 좀비들을 봐왔던 걸까?


“우욱!”


그때 속이 뒤틀리며 구토가 올라왔다.


“괜찮아!”


신태웅이 놀라며 정지혁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 괜찮아. 고약한 냄새 때문에 그래.”


안전이 확보되자 긴장이 풀렸는지 좀비에게서 풍기는 고약한 악취가 느껴졌다. 생선 비린내나 고기가 썩는 냄새와는 비교 불가한 아주 고약하고 역겨운 시체 썩은 내였다.


“웅아, 저것들이랑 같은 게 느껴지는데 내가 예민한 걸까? 그러기엔 너무 확실해서 말이야.”

“어떻게 느껴지는데?”

“느껴지는 건 스물일곱, 저 셋보다 강한 기운이고 특히 한 놈이 강하게 느껴져.”


27이란 숫자가 나왔을 때 태웅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상한데. 근처에 그 정도 규모는 없을 텐데. 혹시 총소리 때문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아. 총을 쏘기 전부터 이쪽으로 오고 있어.”

“확실히 이상해. 혹시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있겠어?”

“지금은 700미터 정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좀비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확인해봐야겠어. 위험할 수 있으니까 넌 필립이랑 같이 있어.”

“같이 갈게. 지금 느끼는 게 착각은 아닌 모양이니 도움은 될 거야. 내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니까.”


좀비 세상에서 10년을 버티고 살아있다면 얼마나 많은 좀비를 상대했겠나. 그럼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조금 전처럼 맥없이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음... 알았어. 대신 조심해야 한다.”

“걱정 마. 나도 죽긴 싫으니까.”

“스물일곱이라, 장비를 더 챙겨야겠네.”


태웅은 그렇게 말하고는 실험을 진행한 집 옆에 주차해둔 SUV로 향했다. 차량의 번호판은 파란 바탕에 ‘태양 1991’이라는 특이한 번호를 달고 있었다.


태웅은 차량 트렁크를 열었고 거치된 K2 소총 한 정과 공구 박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잡다한 용품들이 있었다.


30발 탄창 두 개를 챙기고 소총을 어깨에 둘러메는 태웅에게 물었다.


“내껀 어딨어?”


태웅은 무심하게 공구 박스를 열더니 공구 하나를 건넸다.


“뭐냐? 이 생뚱맞은 몽키스패너는.”

“네가 평소에 자주 쓰는 놈이야.”

“폼 안 나게 이게 뭐야. 넌 소총 챙겼으니까 그 권총이라도 넘겨.”

“네 힘을 확인하고 싶다며. 평소에 쓰던 거로 해. 큰일 치르기 싫으면.”

“큰일이라니?”

“지금은 저쪽이 먼저.”


일단은 몽키스패너를 받아들었다. 300밀리, 12인치 몽키스패너였고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이다. 기억을 잃기 전에도 항상 사용하던 장비였으니 당연한 거였다.


장비를 챙긴 후 태웅과 좀비 무리를 향해 움직였다.


“내가 좀비를 감지하는 능력은 언제 생긴 거야? 혹시 필립이라는 녀석 실험 때문이야?”

“능력이 생긴 건 ‘오 년’ 전쯤이고, 실험하고는 관계없어.”

“그럼 어떻게.”

“쉿.”


주택단지를 벗어나 6차선 도로가 보였고 도로 위를 걸어오는 좀비 무리가 보였다.


“뭐야. 왜 저딴 게 튀어나오는 거야.”


좀비 무리를 발견한 태웅이 놀라 몸을 숨기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왜? 뭔데?”

“저기 가운데 있는 놈 보여?”


태웅이 알려준 좀비를 자세히 보았다. 그 좀비는 다른 좀비와는 달랐다.


방금 발견한 좀비 무리는 아까의 좀비들과는 달리 몸이 썩지 않았고 입고 있는 옷가지도 비교적 깨끗했다. 하지만 딱 하나 태웅이 말한 좀비는 반바지 하나만 걸치고 있었고 피부색이 진한 회색이었다.


“사람 시체 맞아?”


자세히 보니 피부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껍질이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아무래도 돌연변이 같아.”

“돌연변이?”

“방사능에 긴 시간 노출된 좀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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