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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상에서 - 캡틴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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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체인
작품등록일 :
2021.10.05 09:39
최근연재일 :
2021.10.15 20:18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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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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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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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DUMMY

필립의 말에 놀란 태웅이 묻는다.


“실험데이터? 그럼 어떻게 되는데? 지혁이 기억은?”

“내가 너희처럼 바본 줄 알아?”


필립은 구석 바닥의 낡은 카펫을 들어 올렸다. 카펫 아래에 작은 구멍이 있었고 그 안에 작은 장비가 하나 보였다.


“만일을 대비해 전부 실시간으로 백업하고 있었지. 어떤 놈인지 확인해보자고.”


필립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장비에 연결했다.


스마트폰 액정에 거실의 모습이 비쳤다. 이상한 헬멧을 쓰고 잠든 정지혁의 모습이 지나고 신태웅과 필립 최가 말다툼하는 장면 그리고 한참 뒤 2층 계단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이놈이다.”


그자는 시커먼 로브에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질 않았다. 그는 조용히 필립의 뒤로 다가가 맨손으로 필립의 후두부를 가격했고 필립은 맥없이 픽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태웅이 말한다.


“쯧쯧, 이렇게 허약해서 어디다 써.”

“시끄러.”


필립이 쓰러진 걸 확인한 그자는 필립의 노트북과 장비들에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를 꺼내고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대체 어떤 실험이길래 내 기억은 사라지고 저런 귀신같은 놈이 달라붙는 건데?”


필립이 조심스레 답하기 시작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실험.”

“뭐? 과거? 타임머신을 실험했다는 말이야?”

“쉽게 설명하면 영혼을 과거로 돌리는 실험이야.”

“영혼이라니...”


기억을 잃기 전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런 황당한 실험을 하고 있었을까?


말 같지도 않은 타임머신, 더구나 영혼이라니. 오늘 벌어진 일 중에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다. 아니, 오히려 이해하기 싫었다.


그때 태웅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자세한 건 따로 말해줄게.”


그리고 필립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거야?”

“기억을 왜 잃은 건지 데이터부터 확인해봐야지.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필립의 말에 태웅이 발끈하며 말한다.


“이 꼴이 됐는데 실험을 계속한다는 소리가 나와!”

“난 지혁이랑 약속대로 할 뿐이야. 실험할지 말지는 지혁이한테 달린 거니까 잘 생각해봐.”

“말 같지도 않은.”


화가 잔뜩 태웅을 막았다.


“생각해볼게.”

“야.”


당장은 거부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실험에 지원했는지 그것부터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우린 뭘 하면 되지?”

“딱히 준비라면 마음의 준비. 아, 영상 속 이 새끼 좀 찾아봐. 나도 찾을 거지만, 이런 건 너희 쪽이 빠를 테니까.”


필립의 말에 최구현 중장을 바라보자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상황은 정리되고 필립을 도와 장비를 정리하는데 최구현 중장이 필립 앞에 섰다.


“이제 우리한테 왔으면 좋겠는데, 필요한 장비나 인력은 얼마든지 지원해주겠네.”

“...싫습니다.”

“자네 미래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제 미래요? 교수님 미래겠지요.”


필립의 말에 최구현 중장이 이를 악물었다.


“철없는 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렇게 고집부릴 셈인가?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되겠나?”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그럼 죽은 준이부터 데리고 오세요. 그럼 생각해보죠.”

“......”


최구현 중장은 아무 말이 필립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저긴 왜 저렇게 심각한 거야?”


심각해진 분위기에 조용히 태웅에게 질문을 던졌다.


“예전에 중장님은 잘나가는 대학교수였대.”

“필립은 중장님 제자?”

“응, 같이 무슨 연구를 했었다는데 그 연구에서 누가 죽었나 봐.”

“필립이 말한 준이라는 사람이겠지.”

“마침 그때 좀비 사태가 터져버린 거지. 그때부터 두 사람 계속 저 상태라고 들었어. 그 이상은 나도 잘 몰라. 결국 둘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우린 괜한 참견 말자고.”


태웅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의 말처럼 두 사람의 일은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지금의 내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지금의 나로 살기 위해서는.








3. 특수부 9팀장 정지혁




필립은 자신이 지내는 곳으로 돌아갔고 최구현 중장과 태웅 그리고 난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태양 1991’이라는 번호판이 달린 SUV에 탑승했다. 물론 운전석에는 최구현 중장이 앉아있었다.


“이것들이 내 짬이 니들 운전이나 해줄 짬이야?”

“심각한 중상으로 저흰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잖습니까. 여기 안 보이십니까? 가슴과 팔에 칭칭 감긴 붕대가.”

“저놈의 입을 붕대로 감았어야 했는데.”


최구현 중장의 말에 조수석에서 차창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해대는 태웅이었다.


“정 대위, 자넨 좀 어떤가?”

“조금 전부터 어깨가 좀 욱신거리긴 한데 그것 말고는 괜찮습니다.”

“신 중위, 운전대 좀 잡아.”

“어어. 다 죽일 셈이십니까?”


최구현 중장이 갑자기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몸을 돌려 돌연변이에게 물린 어깨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살이 많이 차올랐는데 회복력이 빠르긴 했지만, 이렇게 빨랐나?”


회복력이 빠르다고?

확실한 건 기억을 잃기 전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거다.


“어.. 기억이 잘..”

“참, 그랬지.”

“진짜 제 갈비뼈는 멀쩡했습니까?”

“정확한 건 엑스레이를 찍어봐야겠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네. 문제라도 있나?”

“돌연변이랑 싸울 때 갈비뼈가 몇 개는 부러졌다고 느껴서 말입니다.”

“음.. 이번 기회에 전제적으로 검사해보자고. 필립이 어떤 실험을 했는지 예상은 되니까 기억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네.”


다시 운전대를 잡은 최구현 중장이 이제는 고향이 되어버린 그들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익숙한 이 풍경을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역 후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위병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충성!”


위병소 근무자가 운전석의 최구현 중장을 확인하자 큰 소리로 경례를 올렸다.


“차량 안전 검사 실시하겠습니다.”


근무자는 자연스럽게 차량을 위병소 뒤쪽의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주차장에는 조금 전 보았던 지원 차들이 보였고 그중 한 대의 차량에서 시신 가방에 넣어진 여러 구의 좀비가 이동 중이었다.


“말씀대로 좀비들은 영안실로 이송 중입니다.”

“수고 많다. 우선 일반 좀비부터 부검 준비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기 두 사람은 의무대로 이송해서 검사 준비를 부탁하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정지혁과 신태웅은 응급 차량에 실려 의무대로 이송되어 병실 침대에 나란히 눕게 되었다.


병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니 조금 전 생존의 사투를 벌인 일이 꿈처럼 느껴진다.

아직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좀처럼 쉽지는 않았다.

갑자기 내가 알던 세상은 기억과 함께 사라졌고 상상 속 좀비와 싸우질 않나 전역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재입대 되어 있는 현실.


다시 생각해도 최악이다.


“이제 말해봐 내가 왜 타임머신 같은 실험을 하고 있는지.”


세상이 망해버리고 살아남기 위해 군에 다시 들어온 건 알겠다. 이런 좀비 세상 속에서 겨우 살아남았으면서 왜 다시 죽을지도 모르는 이런 실험을 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그걸 알아야 이 말도 안 되는 실험을 계속할지 결정할 수 있을 거다.


기억을 잃기 전의 난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을 태웅에게 던졌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몸으로 겪었으니 말 안 해도 알겠지.”


태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그렇지만 지금 살아있는 모두가 좀비 따위는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태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 꽉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우리가 이 부대에 들어오기 전엔 다른 생존자 무리에 있었는데 거기에 필립이 있었어. 처음에는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어. 과거로 돌아갈 방법이 있다고 떠들고 다녔으니까.”

“단지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서 내가 지원을 했다는 거야?”

“아니, 우린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근데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다수의 지원자가 나오기 시작했어.”

“죽을지도 모르는데?”

“가족, 친구도 다 잃고 희망 없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실험은 어떻게 됐어?”

“전원 사망. 세 번에 걸쳐 실험이 진행됐고 전부 뇌가 터져서 죽어버렸어.”

“......”

“결국엔 실험은 중지됐고 필립은 무리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았지.”

“이후에 실험은 없었어?”“필립은 어떻게든 연구를 계속하려고 했는데 지원자가 더는 없었어. 그렇게 필립의 존재가 잊어지고 있었는데 네가 좀비가 되고 말았지.”

“오 년 전에 말이야?”

“응. 우리도 놀랐어. 좀비한테 물렸는데 죽지 않고 신체만 좀비가 되어버렸으니까.”

“내가 좀비가 된 거랑 실험이랑 무슨 관계야?”

“좀비가 되면서 네 회복 속도가 남들보다 빨라졌거든.”

“힐링 팩터 능력이 생긴 거야?”


태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돌연변이한테 뜯긴 어깨의 살이 금방 차올랐고 부러진 갈비뼈가 붙었다는 말인가.


“실험을 해도 난 뇌가 터지지 않고 회복한다는 거지?”

“응.”

“그래서 실험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내가 지원한 거라고?”

“필립이 그렇게 제안은 했었지. 근데 넌 필립의 제안을 거절했어.”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도 실험에서 뇌가 버틸지 확신은 없으니까.


“그렇게 일 년 정도 지났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네가 갑자기 실험에 지원한다는 거야.”

“내가?”

“응.”

“뭣 때문에?”

“그건 잘 모르겠지만, 네가 확고해 보였거든.”


하긴 나나 태웅이나 확실히 뭘 정했으면 서로 묻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네 상태가 점점 나빠졌어.”

“내 상태가?”

“응. 아까 기억나?”

“어떤 거?”

“돌연변이랑 싸울 때 갑자기 세진 거.”

“확실히 갑자기 시간이 느려지고 그렇게 두들겨도 멀쩡하던 돌연변이가 한방에 나가떨어지고 이상하긴 했지.”

“좀비가 되고 난 뒤부터 그런 증상 아니 상태가 종종 일어났어. 문제는 그때 당시를 네가 전혀 기억을 못 한다는 거지.”

“그 싸움 다 기억나는데, 혹시 내가 말한 부분에서 빠진 게 있었어?”

“아니, 없었어. 이런 일은 처음이야.”

“강해지면 좋은 거 아니야?”

“문제는 그때마다 네 뇌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거든.”

“뇌 상태가?”

“우리도 나중에 알았지만, 바이러스가 네 뇌로 침투하진 못했어. 그래서 정신이 멀쩡했던 거고.”


몸은 감염되었지만, 머리는 멀쩡했다는 소리네. 그러면 좀비한테 물리고도 멀쩡한 거였나.


“그 상태를 우린 좀비화라고 부르고 있어. 아무튼 좀비화 상태가 되면 네가 정신을 잃고 보이는 건 다 때려 부숴서 일정 시간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널 처리하려고...”


그래서 태웅이가 총으로 겨누고 있었던 거구나.


잠시 말을 잊지 못하던 태웅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두 번째 좀비화를 겪은 다음에 네가 필립의 실험에 지원하겠다고 한 거야.”

“그럼 지금 내 상태가 어느 정도로 나빠진 거야?”

“중장님 말로는 기껏해야 한두 번 정도 남았다고 보고 있어.”

“실험은 어떻게 됐어? 지금 멀쩡하건 성과는 있다는 말이네.”

“약간은.”

“약간?”

“빠른 회복 속도 덕분에 네 머리는 잘 버텼어. 그리고 잠깐이지만 과거를 보고 왔다고도 했고.”

“과거를 봤다고? 그냥 기억이 떠오른 거 아니야?”

“너나 필립이나 확실하다고 하니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지금도 난 실험에 반대하는 쪽이니까.”


태웅과의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필립의 실험을 참가 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것과 어느 정도의 실험 성과다. 실험의 성과는 나와 필립만의 의견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난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기억을 잃기 전의 내가 왜 실험에 지원했는지 정확히 풀리진 않았다.


그때였다. 병실 문이 세게 열리며 누군가가 병실로 들어왔다.


“둘 다 잘한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은 포니테일 머리를 한 여군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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