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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세상에서 - 캡틴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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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체인
작품등록일 :
2021.10.05 09:39
최근연재일 :
2021.10.15 20:18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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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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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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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화

DUMMY

다시 정신을 차리니 의무대 병실 그대로였다.


젠장, 꿈이길 바랐는데 현실은 좀비 세상이었어.


몸으로 겪은 좀비 세상을 머리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정지혁이었다.


그런데 몸이 개운하다. 머리도 맑고 몸을 움직여보니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어! 돌연변이에게 물어뜯긴 어깨도 살이 다 차올라 멀쩡하게 돌아와 있었다. 좀비가 되고 나서 생긴 힐링 팩터 능력 덕분인가보다.


좀비 탐지에 힐링 팩터까지 이거 좀비가 될 만하네.


“어, 일어났어.”


정지혁의 어수선함에 신태웅이 말을 건네왔다.


“응, 오랜만에 푹 잤네. 나 얼마나 잔거야?”

“사흘하고 한 시간.”


그렇게나 오래 잠들다니, 어쩐지 개운하더라.


“근데 너 뭐 하고 있어?”


병상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태웅이었다.


“빌어먹을 경위서 쓰는 중이다. 젠장, 경위서에 보고서에 반성문까지 언제 다 쓰냐고!!”

“반성문? 뭐 잘못한 거 있어?”

“묻지 마라. 쪽팔린다. 근데 무슨 꿈을 꿨길래 한바탕 난리를 피운 거야?”“난리를 피다니?”

“갑자기 경기를 일으켜서 또 좀비화가 일어난 줄 알았잖아. 5분 대기조까지 출동하고 난리였어.”

“좀비화? 그런 기억은 없었는데.”

“다행히 좀비화는 아니었어. 단순 경련이래. 대체 뭔 꿈을 그렇게 요란하게 꾼 거야?”

“그게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고 마지막 기억이라기엔 말이 안 돼서.”


태웅에게 마지막 기억과 기억 이후의 황당한 폭발 상황을 말해주었다.


“너 기억이 돌아온 거야?”

“기억이 돌아오다니? 설마 그 폭발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란 말이야?”

“응, 사실이야.”

“그 정도 폭발에 화상 자국 하나 없고 아니, 살아있는 것 자체가...”

“사고가 나고 여섯 달 동안 코마 상태에 빠져있었어. 의사도 깨어난 게 기적이라고 했고. 남아 있던 화상 자국은 좀비가 되고 사라졌어.”

“......”


대체 기억을 잃은 사이에 무슨 일을 이렇게나 겪은 거지?


“그럼 좀비는 언제 나타난 거야?”

“네가 정신이 들고 일주일쯤 지나서였을 거야. 나랑 해린이도 네 병문안 갔다가 최악의 사태는 면한 거고. 병원이 외진 곳이라 1차 피해는 없었거든.”


기억을 잃은 상황을 시간별로 정리해보면 10년 전 난 폭발 사고로 코마에 빠졌고 6개월간 의식이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좀비 사태가 터졌고 태웅과 채린 아니 이해린과 생존하여 필립을 만났다.

그리고 5년 전에는 좀비에게 물려 몸이 좀비로 변했고 4년 전에는 필립의 실험에 참여했다.


이 정도가 지금까지 파악한 전부인데 기억이 나는 건 하나도 없다. 아니, 사고가 일어나는 건 꿈에서 봤지만 이게 기억이 났다고 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사고 이후로 기억나는 건 더 없어?”


태웅이 희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어왔다.


“내가 본 건 그게 다야. 아, 사고 날 때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긴 했어.”

“이상한 목소리?”

“응, 명확히 들리진 않아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들었어.”

“음.. 그런 쪽으론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중장님한테 말씀드려봐. 혹시 뭔가 알고 계실지도 모르니까.”


그때 병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일어났네.”


문을 열고 이해린 소령이 들어왔고 태웅이 화들짝 놀라며 다시 펜을 잡고 끄적이기 시작했다.


“지혁 오빠, 상태는 좀 어때?”

“아, 어.. 괜찮아.”


꿈에서 해린을 본 상황을 제외하면 태웅과 칵테일 바에서 채린으로 본 상황 두 번, 정신을 잃기 전 이해린 소령으로 한 번. 겨우 세 번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데 부인이라니 이거 참.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어색할 뿐이다.


“자, 이거 받아. 기억을 잃었다는 건 들었어. 필요할 것 같아서 정리해봤어. 시간 날 때 읽어봐.”


해린은 자연스럽게 다가와 서류 한 뭉치를 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서류에는 내 상태가 기록된 것과 부대의 조직도와 내부 약도, 사람들의 인적사항이 기록되어 있었다.


“일단 시간이 없어서 급한 거만 추린 거니까 확실히 외워둬. 오빠 상태는 간부 몇 명만 알고 있으니까 기억 잃은 건 최대한 티 내지 말고. 아니, 그냥 말을 하지 마.”

“응, 알았어.”


기분이 묘하다.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 줄 몰랐다.

그리고 갑자기 태웅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절절한 모습을 봤는데 친구가 좋아한 여자를 뺏은 것 같아서 말이다.


그것보단 부부면... 그것도 했을 텐데..

지금은 좀비라서 그건 못하려나? 스킨십이 가능하기는 할까?

무언가 방법은 있겠지. 이거 쑥스럽네.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귀까지 빨개지고. 빨리 외워.”

“..어. 알았어.”


나의 당황한 모습에 태웅이 킥킥대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오빤 뭘 그렇게 웃고 있어. 적으란 건 다 적었어?”

“아니, 양이 너무 많아. 노트북이라도 주면 안 될까?”

“노트북 같은 소리 하네. 붓으로 적어볼래?”

“아닙니다. 열심히 적고 있습니다.”


해린의 눈치에 다시 펜을 든 태웅이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정보 4팀장님.”


태웅의 말에 해린이 노려보며 말한다.


“또 무슨 소릴 하려고?”

“같은 대대라고 해도 정보부, 특수부 엄연히 부서가 다른데 이거 직권남용입니다.”

“...신태웅 중위.”


나지막한 해린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살기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위험을 감지한 난 태웅에게 눈빛을 보냈지만, 나의 눈빛을 무시하는 태웅이었다.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당신 직속 상관인 특수부장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종이 한 장을 태웅에게 던졌다.

종이에는 해린의 말대로 특수 9팀의 상황 모든 것을 위임한다는 특수부장의 공문이었다.


“으.. 부장은 언제 또 구워삶은 거야. 아니 협박이겠지. 난 인정 못 해.”

“신태웅 중위, 상관모욕으로 경위서 추가 작성해.”

“윽. 아니, 내가 언제 모욕을 했다고.”

“듣는 내가 상당히 모욕적이었어.”

“그건 억지다.”

“그래서 항명까지 추가해줄까?”

“씁니다. 써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을 되돌릴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와이프에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친구까지 앞으로의 남은 인생이 그리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 볼일 보고 올 테니까 오빤 그거 다 쓰고 오빤 그거 다 외워.”

“어.”

“......”


태웅은 대답이 없었다. 내가 아는 한 백 퍼센트 삐졌다.


“왜 대답이 없어?”

“써, 쓰면 될 거 아냐.”


기어코 태웅의 대답을 듣고 사라진 해린이었다.


태웅은 구시렁거리면서 펜을 휘둘러댔고 난 해린이 가져다준 서류를 살폈다.


먼저 내 상태가 기록된 서류는...

뇌 사진이 기록되어 있고 알 수 없는 용어들이 가득했다.


일단 패스.


그다음은 부대 조직도와 내부 약도였다.

조직도를 보니 꽤나 제대로 된 부서를 갖춘 부대였다.


조직도는 기억을 잃기 전 군대와 비슷하니 패스.


약도는 내가 길치 끼가 조금 있으니까 따로 가지고 다녀야겠다.


약도도 챙겼으니 패스.


다음은 부대 사람들의 인적사항이었다.

인적사항이라고 해봐야 증명사진과 계급, 직급 정도였다.

다만, 특이한 건 군인들 외에도 일반인 다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수 직업을 가지고 내가 자주 만날 만한 사람들의 인적사항인 듯했다. 그리고 서류를 휘리릭 넘겼다.


오케이. 안면은 익혔으니 패스.


서류는 무심히 던져버리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너 벌써 다 외웠어?”

“남자라면 설명서 따윈 읽지 않는다.”

“역시.”


태웅은 엄지를 치켜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펜을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해린이 다시 병실을 찾았고 테스트에 떨어진 난 태웅과 같이 반성문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테스트도 떨어진 뒤 해린에게 대들었다가 경위서까지 작성하고서야 빌어먹을 설명서를 제대로 읽고야 말았다.


그렇게 지루했던 시간이 지나고 병실에 해린이 아닌 최구현 중장의 방문이 있었다.


“정 대위, 검사 결과가... 이게 무슨 꼴이야.”


최구현 중장은 병실 여기저기 구겨져 널브러진 A4용지와 마주했다.


“이것들이 종이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인력이 드는 줄 알아! 여기가 니들 놀이터야!!”


추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해린은 물자 낭비로 경위서를 썼다고 한다. 이번에는 종이가 아닌 전자문서로 부대장의 결제까지 올라갔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최구현 중장의 화가 사그라들자 원래 하려던 말을 꺼냈다.


“이거 한 번 확인해보게.”


최구현 중장은 태블릿 PC를 보여주었고 화면에는 서류에서 보았던 뇌 사진이 보였다.


“자네 MRI 영상이네.”

“이건 봐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어! 머리가 멀쩡해.”


화면에 반응한 건 오히려 태웅이었다.


“대체 필립이랑 무슨 실험을 했길래 상태가 이렇게까지 호전된 건가?”

“평소랑 별로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다른 사람이랑 별 차이 없지 않습니까?”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는 게 맞겠지.”


두 사람의 말에 나 역시 놀라서 질문을 던져본다.


“그럼 바이러스도 치유된 겁니까?”


최구현 중장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으며 말한다.


“여전히 감염 상태인 건 변함없네.”


그의 대답에 잠시나마 기대했던 희망이 사라졌다.


“앞으로 상태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분간 좀비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어.”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그럼 지혁이 안 죽는 거죠?”

“다음 좀비화를 겪어봐야 알겠지만, 못해도 오 년은 괜찮을 거로 생각하네.”


최구현 중장의 말에 태웅이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최구현 중장이 말을 잊기 시작했다.


“정 대위, 앞으론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필립의 실험을 계속 이어갈지 말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실험을 지속하면 회복된 뇌가 다시 나빠질 수 있나요?”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네. 지금 호전된 게 실험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네.”

“너 뭘 고민하는 거야. 여기서 그만하자. 지금까지 할 만큼 했어. 이런 기적이 생겼는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그때 해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반대야. 이제 황당한 건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와 줘.”


태웅과 해린의 간절한 목소리에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기억을 잃기 전의 내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아니, 무슨 생각을.”


답답한 태웅이 나서려 했지만, 최구현 중장이 조용히 그를 말렸다.


“시간은 충분하니까 천천히 생각해보게.”


최구현 중장은 조용히 해린을 데리고 나갔고 태웅은 제대로 삐졌는지 말도 꺼내지 않고 등만 보여주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는 동안에도 난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했다.


“야. 웅아.”

“......”

“너 언제까지 그럴 거야?”

“네가 포기할 때까지.”

“애도 아니고 시간을 좀 달라니까.”

“......”


그때 최구현 중장이 병실로 들어왔다.


“이 징그러운 놈들아, 아직도 그러고 있나. 둘 다 니들 방으로 꺼져.”

“네? 그게 무슨?”

“퇴실하라고. 신 중위, 넌 아직 뼈가 덜 붙었으니까 무리하지 말고. 그리고 환자복은 나중에 꼭 반납하도록. 이상.”


그렇게 우린 환자복을 입은 채로 쫓겨나듯 의무대에서 나와야 했다.


“웅아, 이제 어디로 가?”

“어디긴 생활관로 돌아가야지.”


그렇게 태웅의 뒤를 따라 생활관으로 향하는데 부대 안의 모습이 평소에 알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모든 건물 옥상과 화단에는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긴 이런 세상에 발전소가 돌아갈리 만무하니까.


그리고 연병장이라고 추정되는 곳은 유리 온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온실 안으로는 다양한 식물과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역시 이런 세상에서는 자급자족해야겠지.


“어이, 지혁이, 태웅이. 벌써 퇴원하는 거야?”


농기구를 가득 실은 경운기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그를 보고 태웅 역시 인사를 건넨다.


“형님, 잘 지내셨죠. 뭐 먹을 거 없어요? 병실 밥이 영 부실해서 말이죠.”

“마침 몇 개 챙겨둔 게 있지.”


그는 잘 익은 토마토 두 개를 던져줬다.


“형님, 땡큐. 다음에도 부탁드려요.”


그렇게 경운기는 지나갔다.


“자, 먹어봐. 유기농이니까.”


태웅에게 건네받은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너무 길게 고민하진 말라고. 무슨 결정을 하든 밀어줄 테니까.”

“개 폼 잡기는. 입이나 닦아.”


태웅은 츄릅하고 입가에 흘러내리는 토마토를 닦았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지냈다던 생활관에 도착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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