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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됐고, 하자니까.

눈부신 너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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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킨나이프
작품등록일 :
2020.07.17 09:03
최근연재일 :
2020.07.17 09:3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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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95

작성
20.07.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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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울먹이는 너의 목소리*손님.

화창한 축복 받는 날이 되길.




DUMMY

“아! 미안!”

인간의 쓰다듬기 기술로 인해 나름 기분 좋음을 느끼고 있었던 스타였지만, 상대편에서 꽤 당황해했기에 헛기침조차 속으로 삼키고 한 박자 쉬고 난 뒤, 말한다.

-인간에게 약하지 않다고. 나는. 절-절대로다!-

“라이의 상황은 좋지 않아. 시한폭탄 같은 녀석이야. 좀 귀찮고, 좀 번거롭고, 하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지.”

자연스럽게 바람이 불고, 그 엷은 바람은 삐에로의 까만 머리칼을 흔들고 지나갔다. 그 사이로 삐에로의 얼굴이 생기가 도는 듯 조금씩 밝은 빛을 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요즘은··· 라이 친구라면 알겠지만, 라이의 고민은 상상 이상이라서, 조금씩 어쩔 땐 멍청해지기도 해.”

“녀석이 늘 걱정이지? 스타는.”

“뭐- 걱정은 안 해. 그 녀석은 알고 보면 나름대로 가슴속에 뜻을 품고 있는 사내, 아니 그냥 수컷이지. 바보라서 그렇지만. 뭐 좋은 녀석이니까.”

“···그래.”

“그 녀석은 너무 흥분해서는 완전 설레이고 있어.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져서 깨져버린다면···, 하여간 그게 싫은 거야. 난.”

분노의 기색이고 화난 듯 했지만, 스타는 그것이 절절한 진심을 표현한 거였다.

“그렇구나.”

“네가 친구라면, 이쯤에서 막아주면···, 아니다. 아냐. 하여간, 라이는 형태를 가진 실제를 갖고 싶어 해. 조만간 일을 칠지도 모르는 그런 녀석이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힘을 주어 또박또박 말을 건네는 스타였다.

“하지만 난 바라보는 것밖엔 못할지도 몰라.”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나조차도 그럴 테니까. 단지 난, 지켜보고 싶은 거야. 그 녀석. 라이는 내 소꿉친구니까. 가능한 좋은 꿈만을 꾸고 나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를··· 최대한 좋은 쪽으로 지켜보고 싶다고. 나는. 그래.”

“···최대한 좋은 쪽-이란 거지.”

좀 더 부드러워진 눈빛이 삐에로의 두 눈에 담겨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후,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던 스타는,

“응. 그것이 내 바람이야.”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스타.”

“고마워.”

-넌 진짜 라이의 친구인 거 같다. 믿지 않아서 미안하다. 인간.-

속이 후련해지는 걸 느끼며 스타는 주위를 돌아봤다. 어딘가 낯익어 보이는 것이 자신이 아는 숲인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삐에로가 말을 건넸다.

“아, 이거 내 간식인데, 아까부터 미안해서 주려고. 받아줄래?”

양손(앞발)으로 받아들고 그걸 입에 넣어가는 것을 차근히 바라보던 삐에로였다. 이어 스타가 그걸 입속에 넣어 우물거리는 모습까지 보았다.

그 후 머지않아 라이와 마찬가지로 스타마저 스륵 사라져버렸다.

지금 현재, 하늘엔 멋진 햇살이 쏟아져 나무 잎새 사이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럼 우드도 불러야 하지만, 그냥 그만둘까.”

네모난 도시락 바구니를 꺼내고, 그 뚜껑을 열고,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서 입에 무는 삐에로는 한동안 거기서 경치를 관람하며 시식을 했다.

청량한 하늘. 구름이 떠 있고. 풀숲과 나무가 있고 또 나무가 있고···.

“우드는 라이를 만난 다음에 뭘 하려고 할까?”

우물우물.

“라이를 만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텐데.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우물우물. 꿀꺽.

*

나는 삐에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새하얗고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한 마리의 백조를 보았다.

눈부신 날개를 근사하게 파닥이고 있는 녀석.

그 녀석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희한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드. 우드. 우드드.”

그 녀석이 나의 품으로 달려 들어왔다.

나는 물었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고.

하지만, 그 녀석은 단지 똑같이 울고 있을 뿐이었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그 울음소리는 마치 내 머릿속을 새하얗게 채우는 눈물의 비 같았다. 심장이 반응하고 있었다.

“우드. 우드. 우드드.”

그래서였을까. 내 심장은 내 입술을 울먹이게 만들었다.

아. 이것은 아마 내 심장도 내 입술도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꿈이니까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실 속의 나는 도무지 표정을 알 수 없는 가면을 썼으니까.

그 가면이 바로 나 삐에로 그 자체니까.

나는 삐에로라서 내 얼굴을 알 수 없으니까.

또오옥.

나도 모르게 눈물이란 것이 두 눈가에 맺혔고, 그것들은 곧장 그 녀석의 새하얀 털에 스며들어버렸다.

“우드. 우드. 우드드.”

그렇게 새하얀 그 녀석은 울음을 멈출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물방울의 기포가 일어나 나를 감싸고 그 백조 녀석을 온통 감싸버렸다.

물속이라···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이 녀석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역시 마음이란 것이 무엇인진 잘 알 수 없었다.

아. 이것은 아마 내 마음도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음을 모르는 삐에로니까.

그럼에도 난 책이란 지식을 알기에 백조를 아프지 않게 꼭 끌어안았다.

“울지 마. 울지 마. 이름 모를 새야.”

내 것이 아닌 백조의 마음이 지금의 내 눈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 이것은 아마 내 눈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 이런 감각을 알지 못한다.

나는 삐에로인데도 눈물이 흘렀다.

눈물은 강을 이루고 숨 막히도록 애달픈 고통을 주며 나를 잠수시켰다.

여긴 너무도 명백한 ‘꿈’속이니까 많은 것들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나는 그 감각에 익숙지 않더라도.

*

여기는 골동품점, 그곳에 모노클(외눈안경)을 착용한 소소아저씨-고양이임을 잊지 말자!-가 있었다.

오늘은 인터넷 방문객이 있는 날, 그는 한가한 시간대인 오후 4시쯤 도착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똑똑.

앞문도 아닌 뒷문에서 나무판때기를 때리는 둔탁한 음이 들려오고 사사삭 몸을 움직이던 소소, 그때 잠시 약간 진동음이 뒤편에서 들려왔기에 손님먼저라는 상식을 버리고 소소는 등 뒤를 바라본다.

“···저건! 저번에 길과 렉이!”

길과 렉, 그들이 들고 와서는 오두방정을 떨며 ‘굉장하다’ 등의 말을 이리저리 붙여댄 물건, 즉 ‘나무함’안엔 흔하디흔한 평범한 깃털 하나뿐이었다~라고 살포시 떠올리던 소소, 방금 전에 꽤 놀란 척했던 자신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 꽤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시 일련의 상황을 개무시하고 손님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 문을 열었다.

“어···!”

소소의 외마디비명, 무척 짧다.

거기 뒷문 앞엔 쪼그리고 앉아있는 삐에로 복장의 누군가가 와 있었다. 그의 새까만 손톱은 길고 광택이 번쩍였다.

허나 그 누군가의 얼굴을 보자니 약간 미소를 뿌리고 있었고 소소 자신도 그에 응답하듯 미소를 뿌렸다. 용기내 말을 건네 본다.

“아- 저기 안녕하세요.”

그것-미소와 말투-은 매우 어색했지만, 싸한 바람이 지나가고 나서 삐에로가 말한다.

“안녕.”

간단히 인사 투척을 하던 삐에로는 문득 자신의 턱을 조심스레 손으로 쓸다가 뭔가를 보고는 눈을 깜박거렸다.

“저건?”

“아- 예? 무엇을···?”

소소의 뒤편, 삐에로의 정면 쭈욱~부근에선 나무함이 달그락거리며 바닥을 통통 얕은 뜀박질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끊임없이 그러는 것도 아니고 달깍거리다가 조금 쉬고 또 달깍거리는 것이 얼른 자신을 눈치채달라고 요청하는 듯 보였다.

허나, 소소는 삐에로보다 늦게 눈치 채며 그의 시선을 따라갔고 그제야 나무함을 보게 된다.

-아~ 저거.-

싸구려틱한 그 나무함의 쓸모없는 용도를 알아챈 후 또 관심이 없어졌긴 했지만, 나무함 그 자체가 움직인다는 것은 꽤 신기한 일이기도 했지만, 이 인간, 삐에로란 작자에 이미 이전에 충격적이게 놀랐기에 다른 일은 무용지물이었다.

굳이 더 놀랄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었다.

“음. 내가 인터넷으로 요청한 건 알고 있었지?”

“아. 음. 그 손님이로군요!”

바로 그 방문객이었다. 장사가 잘 안 될쯤해서 인터넷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판매하는 일이 적지 않다. 거기서 물건을 먼저 보고 결정짓겠다고 하는 몇몇이 방문하는 일이 있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근데, 그것이 ‘인간’일 줄이야.

“···몰랐어?”

“예에. 야옹야옹 전파 인터넷 상으론 아이디만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디명도 ‘캔디’였고, 정말 놀랍군요. 당신은 어떻게-”

“아, 고양이 언어를 읊냐고? 그건 틀렸어!”

갸웃거리는 고갯짓의 소소, 나이든 고양이치곤 안아주고 싶어질 정도로 귀여운 척이다. 그래서였을까? 삐에로는 말을 하다가 순간 멍해졌다. 그리고 소소의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소소는 뚜벅뚜벅 나무함이 날뛰는 그 공간을 피해서 두 발(뒷발)로 서서 걸음을 옮기더니 척! 하고 삐에로를 쳐다봤고, 순간 ‘왜~봐’라고 외치듯 눈을 껌뻑이던 삐에로였다.

“그리고 남자일 줄도 몰랐군요. 아이디명이 캔디였잖아요!? 어째서 그런 아이디명을···! 나름대로 청소를 한 노력도 허사가 되었어요.”

그 후 이어진 직격타 긴 고뇌의 한숨이 삐에로의 심장을 눌러왔다. 그래서 변명 아닌 변명을 잇고 마는 그였다.

“그, 그래? 하지만 깔끔해져서 좋은데 뭘. 나도 일단은 손님이고.”

앞에서 할 말이 더 있었는데, 소소의 말꼬리를 잇다가 이리저리 길을 새는 삐에로였다.

*

“아니, 근데 그것보다··· 저거 좀 어떻게 해보는 게-”

“아,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평범한 깃털이니까요.”

흘끔 쳐다볼 뿐인 소소, 역시 싼 물건내지 가치가 없어 보이는 물건엔 관심 없나보다.

“하지만, 움직이고 있는데!”

딸그락딸그락.

“하지만, 당신도 움직이고 있지요. 움직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은 고양이 언어도 하는데다가. 게다가 캔디인 주제에 남자였지요.”

역시 몇 번의 의견에도 소소는 삐에로가 여성이 아니란 게 맘에 걸리는 듯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삐에로는 이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고 싶지 않은 기분에 처했다.

딸깍딸깍. 통통.

소소의 관심 없음의 흐름을 파악한 건지 그 나무함은 삐에로 옆에서 아는 척을 해댔다. 그리고 삐에로도 말하자면 그것에 관심이 있었다.

꽉 닫혀있긴 했지만 어느 센가부터 그 나무함이 닫히는 부분의 얇은 틈사이로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을 본 순간 호기심은 금방 일었고 삐에로의 손길은 나무함을 꽉 잡아챘다. 그러자마자 빛은 사라졌고, 이 찰나의 순간은 삐에로만 기억했다.

“저어. 이름이 뭘까나.”

“소소. 그렇게 부르세요. 인간.”

나무함을 잡고 있는 그 모습을 소소가 본다. 이제야 삐에로와 함께 있는 그 나무함을 본거다. 인간이 말을 잇는다.

“내가 방문한 이유는 싸게 건질만한 물건을 찾는 거니까. 이게 어떨까 하는데?”

“그래요. 그럼 가지세요.”

날름 답하는 소소, 아무래도 이 나무함이 공간만 차지한다고 여긴 모양이다.

“그리고, 몇 개 더 봤음 좋겠어.”

“인간이 왜 고양이 물건에 관심이 많은지~. 원.”

“그냥. 특이하다고 봐줄래? 소소.”

“그렇게 봐준다면 다음엔 ‘여성’을 데려올 건가요?”

“아··· 그냥 맘대로 생각해도 돼.”

왠지 일을 복잡해질 것 같아서 그냥 종결하는 아쉬워하는 삐에로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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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너의 날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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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간만에 좋은 꿈을 꾸었다.(완결) 20.07.17 36 0 10쪽
» 20. 울먹이는 너의 목소리*손님. 20.07.17 25 0 12쪽
19 19. 오늘은 문득 소풍을 가고 싶었어. 20.07.17 18 0 11쪽
18 18. 그런 현재가 나는 가지고 싶어! 20.07.17 19 0 13쪽
17 17. 나 이제 평범해질까? 20.07.17 30 0 13쪽
16 16. 마치 순간 내 기억이 연결된 것처럼. 20.07.17 34 0 12쪽
15 15. 네가 모두 나빠. 20.07.17 27 0 14쪽
14 14.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 마. 20.07.17 50 0 12쪽
13 13. 나를 비추고 있는 그것은? 20.07.17 17 0 13쪽
12 12. 여기 무슨 보물이 있다는 거지? 20.07.17 24 0 13쪽
11 11. 금화를 땅에 묻으면 뭐가 열리지? 20.07.17 37 0 12쪽
10 10. 내가 ‘좋은데’ 알고 있는데 알려줘? 20.07.17 20 0 12쪽
9 9. 뭐가 신경 쓰이는데? 20.07.17 17 0 13쪽
8 8. 원래는 소중한 게 아닐지도 몰라. 20.07.17 58 0 12쪽
7 7. 어째서 소중한 걸까? 20.07.17 28 0 11쪽
6 6. 처음 보는 녀석*클라우드. 20.07.17 48 0 14쪽
5 5. 무섭지만 꼭 숨겨야만 하는 비밀. 20.07.17 31 0 11쪽
4 4. 유혹에 빠진 자신*바보 같은 고백. 20.07.17 39 0 12쪽
3 3. 고양이 머리 위에서 춤추는 새. 20.07.17 25 0 12쪽
2 2. 프랑은 날개를 접고 창공을 바라본다. 20.07.17 55 0 10쪽
1 1. 삐에로가 준 캔디를 입에 머금고서. 20.07.17 10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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