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됐고, 하자니까.

눈부신 너의 날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아동소설·동화

완결

킨나이프
작품등록일 :
2020.07.17 09:03
최근연재일 :
2020.07.17 09:3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46
추천수 :
0
글자수 :
112,195

작성
20.07.17 09:13
조회
54
추천
0
글자
10쪽

2. 프랑은 날개를 접고 창공을 바라본다.

화창한 축복 받는 날이 되길.




DUMMY

문 밖으론 나가는 일없이, 집 밖으로도 나가는 일없이, 그 아이는 ‘나’ 쳐다봤다.

오늘 내내 그렇단 말이다.

동그란 새장에 처박힌 나를 말이다.

[참 한가하기도 하시지.]

이 프랑은 기분이 저조한데 말이지.

*

짹짹짹. 삐익-!

나는 참새는 아니다. 그렇다고 병아리도 아니다.

나는 새다. 날아다니는 새.

지금은 좁은데서 퍼덕대며 걸어 다니기만 하고 노래만 부르는 게 내 일인 듯싶지만···.

그 여자애는 내가 입을 열기만 하면, 뭐라고 짖어대기만 해도, 먹을거릴 들고 우리 집에 잠시 방문한다.

그 아이의 손가락만이··· 나를 방문하는 거다.

그 녀석의 몸통 기타 등등은 늘 내 방, 그러니까 새장 창살 틈으로 보일뿐이다.

그 녀석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오늘 뭐했어? 난 학교 갔다 왔어! 헤헤. 오늘 배고파? 내가 밥 줄까? 우리 ‘삐악’인 집 잘 지키고 있었던 거야? 이야. 착하네. 착해! 그럼 조금 있다가 밥 줄게! 또 노래 해줘야해!”

여자애는 나이도 어리고, 어린 철없는 7세 정도?, 심하게 쫑알댄다. 그러나 내가 알아들을 리가 있나. 전혀 못 알아들을 말뿐인, 완벽한 소음이다.

난 너무 귀찮아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근데, 또 그 녀석이 쫑알댄다.

“응? 정말? 진짜? 노래 해주겠다고? 우왓! 그럼, 난 정~말 좋을 거야!”

나름대로 딴청을 부려도, 저 아인 웃고 있다. 완전 귀찮아 죽겠다.

[야! 비웃지 말라고! 꼬맹이 주제에!]

저 웃음, 질투가 나기도 하고, 날 비웃는 거라 생각되기도 한다. 아니 정말로 비웃는 게 맞을 거다. 새장 속에 갇힌 나를, 미친 듯이 비웃는 거다.

다음엔 발톱으로 할퀴어주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근데 요즘은 점점 몸이 뚱뚱해져서 무거워지고 있는 통에 예전 친구들이 말하던 ‘돼지’란 생물이 되어가는 건 아닌가하고 걱정이 든다.

그래서 저 여자애에게 타격을 주려다 내가 도리어 발랑 뒤집혀 넘어지는 게 아닐까하는 고민도 든다.

[에라. 몰라. 귀찮다- 이거다.]

그 아이가 가버렸다.

또 늘 하던 대로 난 명상의 시간을 가질 성 싶었다. 길게 뻗은 세로 창살을 양쪽 날개로 붙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넓은 창공을 바라봤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태어날 때 날개를 달고 나온 것까진 좋았는데, 비행시간은 아예 없다. 아니, 예전에 많이 날았던 거 같은데 요즘은 왠지 가물거릴 뿐이다.

그래서 단 한번도 날아본 적 없는 것만 같아서 ‘날개’란 게 장식용은 아닌 가해서 간혹 부리로 거길 쪼아본다. 그러고 있자니 아프긴 아팠다.

[내 날개는 진짜였어···. 가짜가 아니라.]

이렇게 두 눈을 감으면 어느새 하늘 속에 바람을 친구삼아 날고 있는 내가 보이는데 다시 눈을 뜨면 거짓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아래로 축 떨구며 뒷짐을 진 채 이리저리 걸어 다녔다.

[아~ 너무 좁아!]

나가고 싶었다. 근데 방법을 모르겠다.

또 다시 한번 저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나보고 어서 날아보라고 손짓하는 저 바람의 속삭임조차 한 큐(cue)에 무시할 순 없어서 ‘가고 싶다’란 그리움만 가득 쌓여갔다.

난 구슬프게 노래했다.

목이 쉬어가는 거 같다. 눈물은 아직 이다. 아직 징징대진 않을 거니까. 굳건히 외칠 거다.

내 뜻이 전해질 때까지.

[보내줘. 날 보내줘. 날 저 멀리. 보내줘···!]

*

며칠 후, 그 여자애가 주는 밥은 역시 맛이 없다. 지긋지긋하다.

숨통이 꽉꽉 막힌다. 싫다. 지루하다. 슬프다.

하지만 ‘눈물’은 아직 이다.

근데도 너무 애통해서 다른 노래가사를 부르는 나, 이미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이다.

하늘이 날 부르는 소리가 내 귀를 멀게 한다.

그에 나도 호응해 줘야한다.

두 눈 가득 하늘을 담고서 그 여자애를 노려봤다.

[날 놔줘. 날 놔줘. 놔달라고!]

또 며칠 후, 역시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 여자애는 지긋지긋하게도 웃고 있었다. 밝은 웃음, 어린이들의 상징, 누구나 치유 받을 수 있는 따스한 빛의 근원!

핫! 그게 뭐지? 누가 그랬는가. 나는 믿지 않는다. 단지 믿는 것이라곤, 저 아이의 사악함정도일까? 그저 날 갖고 싶은 욕심만이 가득한 저 눈빛!

저거 좀 보시라. 저 웃음 따윈 지겨워. 더는 싫다. 이젠 노래도 하기가 싫다. 입을 꾹 닫았다. 항의했다. 온몸으로···!

내 방이, 새장이 시끄럽게 쿵쾅댄다.

아니, 내 온몸이 이리저리 부딪힌다. 그 덕에 나도 아프지만 이 새장도 아픈 모양이었다.

이럴 땐 눈물이 갖춰 줘야하는데. 참다 참다 보니까 울지 못하게 된 모양이다. 이런 바보 같은 경우가!

“흑흑. 하지 마. 하지 마. 새야. 삐악아!! 하지 마!”

그 대신 저 여자아이가 운다. 서글프게 운다. 절대로 예전처럼 비웃지도 않는다.

조금은 불쌍해 보이긴 했지만, 그것보단 내가 더 불쌍하니까.

나는 지금 슬그머니 무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 일을 했다. 장식용 날개 따위 날지 못하는 이곳에서 쓸모도 없으니까 이런 비참한 춤이라도 추기로 했던 거다.

이러다 보면 알아주겠지. 안 그래?

[나가고 싶다고. 이거 안 보이냐? 그만 포기해라. 너. 날 놔줘라. 놔줘. 놔···줘. 놔달라고···.]

지금 내 눈에 슬픔이 가득일까? 방금 저 여자애 눈이랑 내 눈이 겹쳐진 거 같은 기분이 드는데.

정말인가?

피가 난다. 바닥에 고인 핏방울이 내 장식용 날개에도 붉은 수를 놓고 있다.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힘없이 쥐어짜내 중얼댄다.

[나, 빨강색 안 좋아하는데···.]

마지막으로 철창에 얼굴을 들이박고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 내 발에 걸린 걸까. 내 날개에 걸린 걸까. 실은 그런 건 그다지 관심 없지만···, 피곤하다.

이제 막 두 눈에 눈물이 고여 든다.

순간 세상이 온통 까매졌다.

나는 더 이상 춤도 추지 못하는 것일까.

*

“으왓! 깨어났어요! 새가 삐악이가. 흑. 우리 삐악이가. 눈을 떴어요! 아빠··· 엄마···! 이것 좀 봐요!”

기막힌 치료, 누구의 솜씨인지 잠에서 단지 깨어났을 뿐인 나는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또 다시 쫑알대는 어린애의 말이 들린다.

밝은 목소리였다가 우울한 목소리였다가 이리저리 뒤바뀌는 것도 귀찮아진다.

고개를 배꼼 돌려 바라본 그 광경, 또 다시 그 맑고 푸른 하늘이었다.

다시 그것이 두 눈에 담겨버린 탓인지 그 그리움을 참을 수 없어 힘없는 몸에 억지로 힘을 넣어 삐걱대며 움직였다.

“우왓! 움직여요! 우리. 삐악이가! 움직여요! 노래도 불렀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무리겠죠? 엄마? 아빠?”

“지금은 피곤할 테니까 조금 있다가 해달라고 하렴. 알겠지?”

“네, 엄마. 헤헤.”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던 내가 한 행동이란 예전 그 짓이었다. 철창에 몸을 부딪치는 것.

그 여자애, 놀란 눈이다.

그 모습에 씨익 웃어주고 싶지만, 그것마저도 지쳤다. 다시 바닥으로 꽈당 엎어졌다. 그런 일이 길고도 질기게 느림보 반복이 이뤄지고 있을 때였나?

그 여자애의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풀어주자. 이제.”

“네? 싫어요! 왜요? 삐악인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줬다구요! 몸도 부르르 떨어주면서 좋다고 했다구요! 삐악인 절 좋아한다구요! 여기서 헤어질 순 없어요! 없다구요! 싫어!”

그러며 여자애는 새장을 양손으로 꽉 잡고 나를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봤다.

“너 내가 좋지? 그지? 나와 헤어질 수 없지? 그지? 뭐야. 너 왜 말을 안 해! 대답해봐! 싫잖아! 너도 싫은 거잖아!”

그때 나는 직감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아픈 와중에도 이런 짓이라니 정말 나도 장난이 아니다 싶었다.

“역시 삐악이도 싫은 거였어! 나와 헤어지는 일은. 이것 봐! 삐악인- 날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히히.”

웃고 있는 저 모습, 정말 싫어서 또 도리도리 고갤 저은 나였다.

그 모습에 여자앤 뭔가 맘속에서

‘이건, 이런 건 절대로··· 아니야!’

라고 외치는 듯이 다소 움찔대던 표정을 지으며 순간 눈물바다가 되어 뒤도 안 돌아보고 방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그제야 나는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해지는 듯했다.

이제 전해졌나? 내 마음.

그 후 난 눈을 감아버렸다. 아니 저절로 감겨든 거였다.

그 뒤로 저 여자애의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가 어지러이 오갔다.

“어떻게 할까요? 저 새.”

“음, 그냥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치료는 다 마쳐야하니까.”

*

드문드문 핏빛 얼룩 붕대를 새것으로 바꾸고, 그 새것도 꾀죄죄하게 변해서 또 새것으로 바꾸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보다.

오늘 붕대를 풀었다. 다 나아버렸다.

그런데도 노래 같은 건 부르고 싶지 않다. 하늘이 더 예쁜 거 같다고 생각할 뿐이다.

언제 갈 수 있을까? 저기···.

어느새 폼 나는 우수에 젖은 눈빛을 가진 내가 되었다. 그 덕에 기운도 없다. 밥도 잘 먹고 싶지가 않다.

핼쑥한 내게 뭔가 바늘을 꽂아서 그 바늘이 무슨 짓을 했는지 난 안 먹어도 죽어버리진 않았다. 살아있었다. 하지만 죽은 채였다.

마음에 한가득 꿈만 싣고 죽어있었다.

이 새장 안에서.

[보내주지. 보내주지. 날 놔주지. 놔주는 거야 쉬운 거면서. 놔주지. 조금만 문 열어주지. 이봐. 문 좀 열어달라고. 앙?]

순간 인상이 팍 찌푸려진 나, 한쪽 다릴 건들건들 거린다.

[거기! 내 말 안 들려? 또··· 행패 부린다? 행패 부릴 거야? 확 해버릴 거라고!?]

예전엔 멋도 모르게 저질러버렸던 그 짓, 역시 아픈 건 싫긴 했다.

이미 죽음에 닿아 있지만 통증은 싫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축 처져서 철창에 머릴 기대고 앉아 있는 나다.

그때 어렴풋이 들린다. 여자애의 엄마 목소리가. 끼이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조차 들렸다.

“어서 나오렴. 새야. 이제 나가도 돼.”

[아···. 문이 열렸어. 와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눈부신 너의 날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1. 간만에 좋은 꿈을 꾸었다.(완결) 20.07.17 36 0 10쪽
20 20. 울먹이는 너의 목소리*손님. 20.07.17 25 0 12쪽
19 19. 오늘은 문득 소풍을 가고 싶었어. 20.07.17 18 0 11쪽
18 18. 그런 현재가 나는 가지고 싶어! 20.07.17 19 0 13쪽
17 17. 나 이제 평범해질까? 20.07.17 30 0 13쪽
16 16. 마치 순간 내 기억이 연결된 것처럼. 20.07.17 34 0 12쪽
15 15. 네가 모두 나빠. 20.07.17 27 0 14쪽
14 14.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 마. 20.07.17 50 0 12쪽
13 13. 나를 비추고 있는 그것은? 20.07.17 17 0 13쪽
12 12. 여기 무슨 보물이 있다는 거지? 20.07.17 24 0 13쪽
11 11. 금화를 땅에 묻으면 뭐가 열리지? 20.07.17 37 0 12쪽
10 10. 내가 ‘좋은데’ 알고 있는데 알려줘? 20.07.17 20 0 12쪽
9 9. 뭐가 신경 쓰이는데? 20.07.17 17 0 13쪽
8 8. 원래는 소중한 게 아닐지도 몰라. 20.07.17 58 0 12쪽
7 7. 어째서 소중한 걸까? 20.07.17 28 0 11쪽
6 6. 처음 보는 녀석*클라우드. 20.07.17 48 0 14쪽
5 5. 무섭지만 꼭 숨겨야만 하는 비밀. 20.07.17 31 0 11쪽
4 4. 유혹에 빠진 자신*바보 같은 고백. 20.07.17 39 0 12쪽
3 3. 고양이 머리 위에서 춤추는 새. 20.07.17 25 0 12쪽
» 2. 프랑은 날개를 접고 창공을 바라본다. 20.07.17 55 0 10쪽
1 1. 삐에로가 준 캔디를 입에 머금고서. 20.07.17 109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