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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됐고, 하자니까.

눈부신 너의 날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아동소설·동화

완결

킨나이프
작품등록일 :
2020.07.17 09:03
최근연재일 :
2020.07.17 09:39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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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195

작성
20.07.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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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금화를 땅에 묻으면 뭐가 열리지?

화창한 축복 받는 날이 되길.




DUMMY

“···역시 넌 내 친구다. 라이.”

여간해선 라이에게 칭찬하지 않던 스타였건만 지금 라이의 어깨를 툭툭 치고 있던 그다.

다소 머뭇대려는 맘과는 달리 물어볼 것은 확실히 외치고 마는 라이, 소소 아저씨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저기··· 아저씨? 이거 다 얼마지요?”

그 사이 스타는 냅킨으로 입가를 슬슬 닦는 여유와 물 한 잔 들이키는 여유로 그간의 포만감의 회포를 풀고 있었다.

소소 아저씨의 빙그레한 그 웃음이 왠지 오싹하게 느껴지는 라이,

그러나 들리는 건 들을 수밖에 없는 터, 듣고 만다.

“음. 우리 라이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할 정도의 금액이구나. 하하. 괜찮지?”

“예에.”

왠지 ‘얼마나 더 열심히’인지는 차마 묻지 못하는 라이다. 오늘은 스타가 한없이 미워지는 그다.

-정말 많이도 먹었구나. 스타.-

순간 스타는 라이가 쳐다봐서인지 먼저 시선을 돌린 뒤라 그의 뒤통수가 유난히 따갑다는 걸 느꼈다.

*

다음날 이른 아침, 공원부근.

“어서 파.”

라고 담담한 라이 엄마의 목소리가 라이를 주시하며 명령한다.

“그럼, 저는 솔~.”

“장난 치냐? 아들?”

“에? 아하하하. 근데 엄마. 이거 왜 해야 하지요? 길을 가다 우연히 여길 지나치다 어떤 물건을 잃어버리기라도 하셨나요?”

“오호호. 묻지 마. 오호호. 얼른 파아~!”

“아. 하하. 하하하. 어머니. 정말 해요?”

일말의 고민 없이 단호히 상하운동의 끄덕임을 하는 라이 엄마,

현재 여긴 요즘 수상한 소문이 끓고 있는 그곳이다.

라이의 눈앞엔 하늘을 향해 1자로 꽂혀진 나뭇가지가 무수히 보인다. 그 나뭇가지 아래는 라이가 알고 스타가 알다시피 새 무덤이었다.

오늘 다짜고짜 여기로 라이를 끌고 온 그의 엄마, 어디선가 삽-고양이 사이즈에 맞춘 작은 것-을 꺼내 와서 라이 옆에 탁 던져놓고는 ‘파’를 외치고 있었다.

-이거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닷!-

맘속으로 체감하고 있다가 머릴 굴려보기로 한 라이다.

-만약에 새의 잔해라도 발견되면 뭐라고 그럴까? 어떡하지? 으왁!

대관절 중관절 소관절 어쩌면 좋냐고~오!-

상식적인 고양이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별 긴장감은 없을 터다. 하지만 라이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온통 잡생각과 혼돈 속을 헤매며 한 가지 혹은 여러 가지 ‘답’을 찾고 있었다.

그의 엄마가 오해하지 않고 지나가길 바라는 그런 답을 원했다.

그러는 도중, 삽은 지면에 꽂힌 상태고 라이의 앞발만이 삽의 손잡이에서 까딱거리고 있었다.

“뭐해?”

“아, 아무것도···.”

그러며 처음으로 제대로 된 삽질을 시도하는 척 볼록하게 튀어나온 무덤 바깥부분 흙을 살살 긁어내고 있는 라이다. 누가 보기에도 ‘하기 싫다’는 몸짓 그대로였다.

“라이 너 요즘 밤에 뭐하고 다니는 거야? 스타랑 만난 적 있지?”

순간 눈이 동그래져서 크게 깜빡거리는 라이, 음성이 절로 높아졌다. 들고 있던 삽도 덜~컥 놓쳐버리고 만다. 긴장감에 비례해서 말도 휘릭 빨라졌다.

“네-에? 언제요? 제가요? 으갸 으우익. 진짜? 그, 그럴 리가요.”

아래 놓친 삽을 쳐다보며 다시 번쩍 집어 드는 라이, 곧 집요하지도 않으며 서두를 것도 없다는 듯이 느긋한 말투로 그의 엄마가 말한다.

“···음. 그럼 잘못 본걸까.”

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폼이 여간 많이 해본 짓이 아닌 생뚱맞은 위선자 포즈였다.

“네에? 누가요? 으우익. 누, 누가 봤대요? 엄마가···요? 거짓말!”

언젠가부터 울그락불그락 사색으로 변질되며 땀도 군데군데 돋아나고 있는 불안증세의 라이가 거기 강림해 있었다.

“거. 짓. 말? 어머머. 언제 이 엄마가 봤대? 오호호. 그냥 지나가던 동네 여편네가 봤댔지-머. 근데 너 가끔씩 ‘으우익’이란 건 뭐니? 큰 비밀이라도 들통 난 것처럼···. 아냐!?”

그 물음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휘젓는 라이의 이마에 어느새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들어 있었다.

“오호호. 그 동네 여편네. 날씨도 따스하니~ 바람이라도 필 겸하고 나왔다가 우연히 본거겠지. 아아. 누군 진 못 밝히는 거 알지? 수컷들이 알았다간 그 여편네 아작 날 테니까. 절대 ‘비밀’이라고.”

“아···. 하하. 그러세요. 오오~! 아~! 그렇구나!”

묘한 억양으로 ‘오르락내리락’을 구사하던 라이, 순간 적절한 안도감으로 멍청해진 라이의 틈을 비집고 자연스레 연결 짓는 라이 엄마의 교묘한 술수가 그곳을 치고 들어왔다.

“그니까 밤에 돌아다녔구나! 뭐했어?”

“머··· 그냥 동네감찰···이지요! 밤엔 도둑도 많이 돌아다니고 야간의 불량한 새끼 고양이의 선도교육도 해야 하고 하니까. 할일이 많죠. 에헤헤.”

이 말을 하는 내내 라이의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댔다. 고로 ‘인정’한 셈이 되었다. 어쨌거나 둘러댔으니 그럭저럭 다행이라 여겼으나 라이는 그의 엄마가 여기서 끝내리라 보진 않았다.

그렇기에 라이는 또 뭔가를 꾸며대야 했다.

라이의 고민은 계속이다. 생각은 알을 낳고 또 알을 낳는 연속과정이 이어지고 라이의 눈초리도 그에 따라 멍청하게 고정되고 있었다. 그러다 한순간의 방심,

푸~욱.

약간의 감탄사 ‘어라~라~’가 입가에서 번지며 라이는 자신의 양 앞발(손)이 눈앞의 흙을 한 삽 ‘크게’ 뜬 것을 알아차리고는 두 눈을 정신 나게 번쩍 떠보였다. 그와 동시에 라이의 두뇌는 파바박 굴러갔고 좋은 생각이 확 떠올랐다.

-그래. ‘새’의 시체 발견 시··· 자연스럽게 말하는 거야!-

그리고 연이은 상상 들어간다.

-렛츠고!(Let‘s go!)-

“어머. 이건 뭐니? 라이? 이러고도 네 짓이 아니란 거야?”

덜컥 심장 떨어졌네~ 표정으로 겁나게 놀라는 엄마의 모습에 라이는 태연을 가장한다.

“으흠. 뭐가요? 제가요? 음. 맞아요.”

우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한 걸 자신이 했다고 하는 이 솔직함에서부터 라이는 아까부터 불편했었던 속이 한결 편하게 느껴졌다. 이제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적인 기대가 몰려왔다.

이번 상상이 머지않아 완벽히 현실로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라 여겼다.

“응? 맞다니? 이 새 시체를 숨긴 게 너라고? 정말 새를 먹지 않고 숨긴 거니? 왜? 왜 그런 고양이 세계에서 금기시 되는 일을 한 거지? 혹, 혹시 조류가 독감에 걸렸다든? 상한 거였니? 무슨 변명이라도 좀 해보렴! 라이!”

그 모습에 고개를 여유로이 가로저어주는 라이, 진지한 모습으로 자신감에 차 말을 건넨다.

“음. 어머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그런 일이 아닙니다.”

“어, 어머니라니. 왠지 닭살이구나. 아, 어쨌든! 그럼, 어떤 일이란 말이냐! 이 어미는 스, 슬프구나!”

그러며 고개 나직이 숙인 라이 엄마는 손수건에 구슬피 얼굴을 묻는 모습이 이어지고, 라이는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를 은테 안경을 착용한 채 순간 현명함이 뒤섞인 천진함으로 두 눈에 반짝 등불을 밝히고 있었다.

"음. 제가 말하기도 좀 부끄럽지만, 제 취미는 독서였었답니다.“

독서라고 하자마자 라이의 한손엔 두툼한 책이 들려있게 되었다.

“제가 읽은 책 중에 한 인물의 모험과 성장과정을 재밌게 쓴 책이 있었지요. 그 주인공은 아무도 몰래 금화를 땅속에 파묻었지요. 그럼 여기서 퀴즈! 그는 왜 그걸 묻었을까요? 그는 누구일까요? 물론! 머지않은 미래에 금화가 잔뜩 열리는 나무의 급속한 성장을 보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니까 저도···.”

갑자기 말을 뚝 끊어 드시는 라이 엄마, 표정이 변질되고 분위기도 험악해져서는 대뜸 소릴 꽥 지른다. 마치 총으로 머릴 겨누듯 앞발로 시선을 제압하는 그의 엄마,

“야아아! 너어어!”

이에 라이는 순간 겁을 먹었으나 그래도 지금껏 부려온 자존심 때문이라도 거만한 척 해본다. 아무 말 없이 그녀에 대한 시선에 당당히 맞서고 받아친다.

그 모습이 더욱 황당하다는 듯 그녀는,

“그러니까 너도 ‘피노키오’처럼 그 금화를···!”

이를 덜덜덜 떠는 라이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며 ‘그 정도로 놀라시면 안 될 텐데~’라며 라이는 또 다시 우쭐해한다.

지성이 넘쳐나는 고양이 인격을 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상상 속에서나마 뭔가 척척 잘해나가고 있는 자신이 무척 대견스러웠던 라이다.

“오! 퀴즈 맞추셨군요! 역시 어머닌 진정 저를 낳으신 분이 확실합니다!”

왠지 거만하다 못해 이탈리아풍 느끼함을 닮아가고 있는 라이, 순간 그의 입에서 치즈폭포가 잔뜩 머금어진 동시에 와락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아니 그러니까! 너는 ‘새’가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가 가지고 싶어서 그런 몹쓸 짓을 했다는 거 아니냐!?”

“네! 그렇습니다~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당당함을 발산하는 라이, 그 모습이 더욱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라이 엄마는 이빨로 뭔가를 잘근잘근 씹어 먹을 듯한 퍼포먼스를 벌이며 한 토막씩 말을 내뱉는다.

“너. 그 책 끝까지 읽기는 한 거야? 그, 그런 나무가 있을 리가 없다고! 주인공이 사기 당한 대목을 얼핏 잘못 읽은 거잖아. 네 기억은 가짜야. 분명히 낮잠을 자다가 꿈에서 상상한 걸 주절거리는 거라고! 대체 책을 제대로 읽는 거야 마는 거야!? 그러고도 감히 네가 ‘똘똘이 케릭’을 연기하는 거야?”

“네에? 설마! 그럴 리가! 그런! 분명히 그 책 속 엑스트라는 그렇게 진실을 말했다구요! 그, 그런! 유아의 동심을 이렇게 확 뭉개 버리실 겁니까? 어머니? 어째서 ‘새’는 나무에 주렁주렁 나지 않는다고 외치실 겁니까? 어머니? 그렇담 그 금화와 뭐가 다르단 말씀이지요?”

라는 둥 강력하게 발언했으나 쉽사리 기각되는 라이의 외침이다.

“흥! 닥치지 못해? 그리고 네가 유아냐? 게다가 감히 먹을 걸 버렸다 이거냐!!”

그 후로 라이 엄마의 거대한 주먹이 라이의 머릴 강타하고 상상은 이하 ‘종료’되기에 이른다.

-아. 이러면 야단맞는구나. 그럼 어쩌면 좋지?-

턱 아래 앞발을 괴며 생각을 이어가는 라이다.

곧 ‘옳거니!’하고 좋은 게 떠올랐으나 이내 무산된다. 그건 땅속에 사는 작은 미생물에게 부탁하는 방법이었고, 무산 이유는 미생물과 통역이 안 되는 간단한 이유다.

그러다 또 휙 스쳐지나가는 섬광 한 구절!

-아, 아니지. 이건 내가 여기다가 무엇을 ‘묻었다’는 사실 하에 이뤄지는 거니까. 그래. 무조건 오리발이야!! 나는 여기 온 적도 없고 뭘 한 적도 없어!-

그렇게 혼자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위해 노력한 생각, 그것만으로 평온하다고 여겼지만, 온전히 그렇진 않았다.

새를 묻은 건 자신인데 모든 것을 ‘하지 않았다’고 부정하는 자신이 왠지 싫었다. 미웠다. 이런 것이 괜히 분위기 파악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긴 했지만, 그냥 그래도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되긴 싫었다.

-그래. 내 진심은 그걸 원하지 않아.-

그리 결심했대도 라이는 감히 바로 선택할 순 없었다. 라이의 두 눈동자는 찬찬히 떨림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이리도 저리도 할 수 없는 고민증폭의 혼란속이라 라이의 눈앞은 더욱 더 까맣게 변질되고 있었다. 그렇게 절망이 또 다시 내려앉는다.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 스타. 난 어떡해야해? 제발. 알려줘! 제발 도와줘! 난 도무지 생각 안 나! 이렇다 할 좋은 방법 같은 건 생각나지 않는다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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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간만에 좋은 꿈을 꾸었다.(완결) 20.07.17 36 0 10쪽
20 20. 울먹이는 너의 목소리*손님. 20.07.17 2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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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그런 현재가 나는 가지고 싶어! 20.07.17 19 0 13쪽
17 17. 나 이제 평범해질까? 20.07.17 30 0 13쪽
16 16. 마치 순간 내 기억이 연결된 것처럼. 20.07.17 34 0 12쪽
15 15. 네가 모두 나빠. 20.07.17 27 0 14쪽
14 14.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 마. 20.07.17 50 0 12쪽
13 13. 나를 비추고 있는 그것은? 20.07.17 17 0 13쪽
12 12. 여기 무슨 보물이 있다는 거지? 20.07.17 24 0 13쪽
» 11. 금화를 땅에 묻으면 뭐가 열리지? 20.07.17 38 0 12쪽
10 10. 내가 ‘좋은데’ 알고 있는데 알려줘? 20.07.17 20 0 12쪽
9 9. 뭐가 신경 쓰이는데? 20.07.17 17 0 13쪽
8 8. 원래는 소중한 게 아닐지도 몰라. 20.07.17 59 0 12쪽
7 7. 어째서 소중한 걸까? 20.07.17 28 0 11쪽
6 6. 처음 보는 녀석*클라우드. 20.07.17 48 0 14쪽
5 5. 무섭지만 꼭 숨겨야만 하는 비밀. 20.07.17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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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고양이 머리 위에서 춤추는 새. 20.07.17 25 0 12쪽
2 2. 프랑은 날개를 접고 창공을 바라본다. 20.07.17 55 0 10쪽
1 1. 삐에로가 준 캔디를 입에 머금고서. 20.07.17 10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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