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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됐고, 하자니까.

눈부신 너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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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킨나이프
작품등록일 :
2020.07.17 09:03
최근연재일 :
2020.07.17 09:3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50
추천수 :
0
글자수 :
112,195

작성
20.07.17 09:08
조회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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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 삐에로가 준 캔디를 입에 머금고서.

화창한 축복 받는 날이 되길.




DUMMY

삐에로와 캔디.

*

삐에로가 만든 캔디. 삐에로가 건네준 캔디.

모양도 색상도 향기도 달라. 단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만은 아니야.

뭔가가 더 있어.

붉은 루즈(rouge)로 입술로 치장한 삐에로.

왠지 섬뜩해 보여. 전율이 인다고 할까. 그것 때문에 더 호기심이 발한다고 할까.

그래. 그것이 원인이었어.

나는 그 녀석의 손길로부터 막 건네지려는 그 캔디를 딱 한번쯤은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해.

음···. 먹고 말았어.

근데 그게··· 단 ‘하나’만이 아니야.

주섬주섬 이것저것 손으로 집어먹고 말았어. 앞에 먹었던 캔디의 뒷맛이 잊어지기도 전에 난 또 다른 캔디에 눈길이 갔던 거야. 침이 꿀꺽 삼켜졌던 거야.

으악!

창피하게도 그 삐에로 녀석이 그걸 보고 만 거야. 들켜버렸어! 핫!

하지만 상관없어. 난 씨익 웃어줄 뿐인걸.

음···. 근데 이건 무슨 맛인 걸까?

어쨌든, 난 아련하게 떠올렸어. 이런 문구를···.

“각각의 ‘캔디’는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구나.”

난 제멋대로 낭만 중독자(romantic-holic:이거 말 되나!?)!

결국, 난 그 녀석의 ‘단골손님’이 되어버렸어.

*

나는 삐에로.

이 얼굴은 진실일지 거짓일지. 굳이 붙이자면 가면(假面)일까?

이 몸의 성별은 뭔가? 남 or 여? 아니, 그 무엇도 아닌 존재(存在)일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지 않는가.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고 말았으니, 그걸로 됐다.

지금은 무(無)이나 미래엔 유(有)가 되고 싶다.

태어난 순간···.

난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고 강요(强要)받았다.

*

두근두근.

지금 내 두 손 위에 올려진 나의 ‘심장’이 붉은 기를 머금고 헐떡대며 숨을 쉬고 있다.

휘이익.

바람이 분다. 나의 가슴을 관통해서 불어왔다. 심장이 없어 허전한 그 공간은 마치 거대한 어둠처럼 보였다.

잠시 후, 나의 입술은 달싹였다.

“···가고 싶니?”

여전히 처음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심장’이었지만, 나는 마치 방금 그럴싸한 ‘응답’이라도 들은 듯 조그맣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금 내 눈동자는 탁한 빛이다. 생기 하나 없이 그늘만으로 온통 채워져서 나의 가슴과 형제인 듯 했다.

“그래. 기다려.”

원래 서 있던 자세였던 난, 조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걸음 걷다말고 문득 멈춰 섰고 붉게 번뜩이는 심장을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 듯한 내 눈동자는 겨우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해 초점을 드리웠다.

여전히 허전하고도 싸늘한 눈동자 빛이었다.

그와 동시에 웃는 건 지 웃지 않는 건지 애매한 미소를 단 입이 열렸다.

“조금 있다가 너를 그곳에 데려가 줄 테니까. 그리고 널 그 ‘햇살’에 적셔 줄 테니까. 그 햇살이 너무 뜨겁더라도 이해해. 그 햇살이 너무 포근하더라도 이해해. 그 햇살이 너무 차갑더라도 이해해.”

그러며 내 손은 조금씩 손위에 올려진 심장을 힘주어 움켜쥐었다.

그것이 마치 ‘의지’를 되새기는 엄숙한 행위라고 되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로써 ‘장면’은 뒤돌아서 정면으로 나아가는 나의 모습뿐이다.

외롭게만 보이는 그 쓸쓸한 등만을 허술하게 보인 나는 문득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당신’에겐 나의 정면이 보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은 내 두 눈에 달빛이 담겼다.

나의 음성은 제로(zero)이고 나의 감성은 무한으로 증폭된다.

나는 ‘당신’에게 마음으로 미소를 바친다. 그리고 문장을 하나 남긴다.

“뜨겁더라도 포근하더라도 차갑더라도··· 나를 쫓아와줘.”

다시 뒤돌아선 나, 당신은 또 다시 나의 등을 볼 것이다. 그리곤 문장을 하나 더 남긴다. 마음으로 외친다.

“내 심장이 하는 이야기를 네 심장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

나는 삐에로.

난 단골손님의 질문에 나는 정돈되지 않은 부석한 머릴 살짝 한쪽 손등으로 매만지며 대답한다. 검게 칠해진 내 손톱이 꽤 긴 탓에 나조차도 주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막연히 고독한 음성으로,

“그 새를 잡은 건 나야. 그 새를 가둔 것도 나지.”

-왜?

손톱을 주의하며 아래로 구부린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붉은 입술을 쓰다듬다가 말을 잇는다.

“글쎄···? 그 새. 이상해보였거든. ‘어제’가 지루했대. 그래서 ‘오늘’은 지루하지 않게 내가 잡았지. 그리고 가둬버렸어. 그런데 그 다음은 모르겠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왜?

순간 느릿하게 움직이는 삐에로의 그 초점 흐린 눈동자처럼 그의 붉게 칠해진 입술이 사막의 건조함처럼 메마른 온기를 띄며 열린다.

“그러니까. 재워버렸어. 너무 시끄럽게 하지 뭐야···.”

조금 뜸을 들이는 삐에로. 나름 흥미진진했던 걸까? 허나 삐에로는 여전히 싸늘한 표정이어서 호러물 냄새를 풍겨다. 그래서일까? 그의 옆얼굴이 묘하게 섹시하게 느껴졌다. 얼굴을 절반이나 가린 가면과 매치되어 있는데도 이런 기분이란 건 반칙일지도 모르지만.

그 후 길게 자란 검은 손톱 덕에 더 길게 느껴지는 그의 집개 손가락 하나를 마치 검객이 적에게 검을 겨누듯이 조금은 살벌하고도 멋들어지게 위로 치켜세웠다.

“그래. 그때 이걸로 당장에 그 쪼그만 녀석의 심장을 찔러버리려고 했어. 찔러버리는 건 나한테 쉬운 일이었어. 그 녀석의 몸은 이미 나를 본 순간 굳어버린 상태였거든. 그래서 기분이 나쁘기도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기도 했어.”

-왜?

“음. 무슨 말이냐고? 그냥 넌 몰라도 되는 일이야. 그런 것 따위. 아, 그렇지. 근데 죽이지 못했어. 그러니까 손님이 와서 하는 말이.”

-왜?

“무슨 손님이냐고? 아. 꼬마 애였어. 그래서 그 애한테 떠넘겼지. 늘 하던 것처럼 사탕 하나를 그 애 손에 쥐어주면서 말이야. 근데 조금 곤란했어.”

-왜

그 시끄러운 새를 떠넘긴 후에 말이지. 그 애를 쳐다봤어. 그 애의 두 눈이 햇살처럼 반짝였었지. 그래서 내 심장이 순간 뜨거워져버리게 됐어. 그 덕에 나는 내 두 눈에서 뭔가가 생겨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뭐······, 무섭진 않았어. 단지···”

-왜?

“그래. 단지··· 난 싫은 거야. 어린애들 같은 건.”

-왜?

“이해할 수 없잖아. 나는··· 태어날 때부터 어린애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거··· 왠지 거북하잖아!?

-왜?

“끈질기게 ‘왜’라고만 하는군. 너는. 물론 ‘왜’라고만 들렸던 건 아니지만. 우리의 의사소통은 이럴 수밖에 없나. 근데 난 왜 네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뭐 됐어. 하여간, 어린애들이 싫어. 내가 잡은 새도 어린애였어. 시끄럽고 투덜대고 우겨대는··· 뭐, 그렇지. 그럼 이만. 다음에 보자고. 단골손님.”

손을 휙 들어 ‘간다!’는 표시를 하던 삐에로는 그 후 뒤돌아서서 뚜벅뚜벅 제 갈 길을 나섰다.

아니, 그 전에 삐에로는 오늘도 사탕을 받아가는 단골손님인 나에게 잠깐이나마 아주 조금 웃어주었다. 그건 자신을 향한 웃음인 듯 보였다. 아주 조금이라서 긴가민가할 따름이었지만 말이다.

제 갈 길을 가는 가 싶던 삐에로가 문득 잊은 게 있었다는 듯 뒤돌아서더니, 나를 향해 크게 외친다.

“너 이름이 뭐야?”

-왜?

“그렇군. 그런 ‘이름’이었나. 기억해두지.”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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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마치 순간 내 기억이 연결된 것처럼. 20.07.17 34 0 12쪽
15 15. 네가 모두 나빠. 20.07.17 27 0 14쪽
14 14.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 마. 20.07.17 50 0 12쪽
13 13. 나를 비추고 있는 그것은? 20.07.17 17 0 13쪽
12 12. 여기 무슨 보물이 있다는 거지? 20.07.17 24 0 13쪽
11 11. 금화를 땅에 묻으면 뭐가 열리지? 20.07.17 38 0 12쪽
10 10. 내가 ‘좋은데’ 알고 있는데 알려줘? 20.07.17 20 0 12쪽
9 9. 뭐가 신경 쓰이는데? 20.07.17 17 0 13쪽
8 8. 원래는 소중한 게 아닐지도 몰라. 20.07.17 59 0 12쪽
7 7. 어째서 소중한 걸까? 20.07.17 28 0 11쪽
6 6. 처음 보는 녀석*클라우드. 20.07.17 48 0 14쪽
5 5. 무섭지만 꼭 숨겨야만 하는 비밀. 20.07.17 31 0 11쪽
4 4. 유혹에 빠진 자신*바보 같은 고백. 20.07.17 39 0 12쪽
3 3. 고양이 머리 위에서 춤추는 새. 20.07.17 25 0 12쪽
2 2. 프랑은 날개를 접고 창공을 바라본다. 20.07.17 55 0 10쪽
» 1. 삐에로가 준 캔디를 입에 머금고서. 20.07.17 11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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