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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됐고, 하자니까.

눈부신 너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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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킨나이프
작품등록일 :
2020.07.17 09:03
최근연재일 :
2020.07.17 09:39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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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195

작성
20.07.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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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 원래는 소중한 게 아닐지도 몰라.

화창한 축복 받는 날이 되길.




DUMMY

“이게··· 대체 뭐지?”

다행히 핏물이 고이지 않은, 살이 찢겨진 틈새로 거칠고 거대한 발톱이 돋아나 있었다.

그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발톱은 살 위로 덮인 붉은 털과 근사한 매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이 제법 커서 보통 고양이의 5배쯤은 커 보이는 기형 앞발로 보였다. 허나 무겁지 않았다.

더는 통증도 없다. 그것은 이내 몸에 흡수된 듯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이 털컥 생겨나버렸다.

우드에게서 생성되기 시작한 온갖 의문은 단 한 마디로 압축되어져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대체··· 나는 뭐지?”

불안감과 초조함이 번져나간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질적인 것이 몸의 일부에 차지하고 난 뒤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건 불쾌함으로 가득 차 있는 무엇이었다.

스스로 말하기조차 꺼려지지만 이것은 현실처럼 또렷했기에 말하지 않고는 당장이라도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괴물’이 된 걸까?”

한차례 침묵이 그 공간을 휩쓸고 간다.

“무엇 때문에? 이 손(앞발)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 대체 나는 이것으로 무엇을 할 거지?”

서서히 앞이 흐릿해져갔다. 뿌연 시각에 와락 두려움을 느꼈고 그걸 떨쳐버리기 위해 다급히 입을 여는 우드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갑자기 온몸을 가눌 수 없었다. 한 차례 두 차례 비틀거리는 우드, 이내 픽 쓰러지고 만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채 한동안 시체라도 되어버린 듯 움직임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우드가 깨어나서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자신의 우측 앞발이었다. 별 변화 없는 원상태의 앞발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좌측을 봤다. 역시나 이상한 형태라 할 수 없는 정상적인 앞발이었다.

휴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꿈을 꾼 거겠지? 너무도 생생한 꿈을···!-

아주 약간 찜찜한 구석은 있었지만, 그건 제쳐두고 우드는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참 지독한 꿈도 꿨다고··· 다신 그런 꿈을 꾸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

“이 녀석··· 밤마다 어딜 쏘다니는 거지?”

라이가 하루 이틀 사라진 걸론 신경 쓰지 않던 라이 엄마다. 하지만, 수시로 고양이의 달콤한 잠자리-낮잠도 물론 자지만 밤잠도 중요하다-를 거부하고 사라지는 아들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그건 애정이 부족하단 증거다.

“이 엄만 ‘애정’이 넘쳐나는 고양이니까 말이야!”

*

며칠 전부터 잠버릇이 고약한 척 하는 고양이 한 마리, 그건 바로 라이였다.

뒹굴뒹굴···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

어딘가 부딪혀대는 페인트 동작을 구사하며 굴러가더니 결국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점은 밖으로 통하는 문 앞이었고 그걸 곁눈으로 힐끔 보다가 다시 잠든 척 연기하는 건 라이 엄마다.

다시 세심히 주변을 훑던 라이, 다른 때와 다름없다고 판단한 그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고 문으로 향했다.

이때, 다시 한 번 뒤통수가 따끔하다는 공상을 하며 휙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노려보는 라이다.

-퍼펙트(perfect)!-

천천히 문고리를 돌리고 서둘러 바로 열어버린다. 그 후 문밖으로 빨려 들어가는 라이.

드디어 라이가 탈출했다아아앗!

5초쯤 지나고, 라이의 비밀이 궁금하던 라이 엄마는 몸을 벌떡 일으킨다. 이내 재빠른 동작으로 가볍게 뛰어 문 앞에 서는 그녀다.

“흐음. 이 녀석. 꽤 하잖아. 본건 많아 가지고.”

고장 난 문고리의 ‘소음’조차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밤 활동’인 거다. 그 정도로 조심스럽고도 비밀스런 일이 분명하다 여긴 그녀다.

“흐흐흐. 그럼 가볼까.”

괜히 즐거운 그녀, 대체 어딜 가는 걸까하고 생각하는 사이, 그녀는 라이가 도착한 공원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

초승달이 하늘에 둥실 떠있다.

달의 우아한 미소가 한편으론 그것이 삐에로의 싱긋 웃는 입매와 닮아 음산하기 그지없다.

어둑한 그늘에 숨어 몸을 숙인 라이 엄마는 라이 곁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가는 것을 발견한다.

“쟨 누구지?”

혼잣말의 속삭임 사이로 더욱 고요한 정적이 스며든다.

라이가 뭔가 낌새를 눈치 채고 불현듯 힘껏 우측으로 돌진하더니 그 근처 나무 뒤로 휙 숨었다가 살짝 고개를 내밀어 이리저리 전방위주로 살핀다.

“역시··· 없어.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그러며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순간 뭔가에 의해 자신의 배가 걷어차여졌고 비명을 억지로 삼키며 바닥을 구르는 라이다.

데굴데굴.

확실히 아픔은 있지만 참을만했고, 장난 형식의 ‘킥’이기에 약간 안도하던 라이였다.

어느새 자신 근처로 걸어오던 누군가를 발견한다. 그녀가 보았던 그 누군가였다.

“스타···. 완전 놀랬잖아!”

그래도 음성은 크지 않은 소곤소곤 톤이다.

그렇다. 완전 까만 몸체라서 그나마 어둠 속에서 비춰지는 윤곽에 있어 도드라져 보이는 어설픈 금빛 털을 가진 라이를 만만히 볼 수 있었던 그의 친구 ‘블랙스타’였다.

“밤마다 여길 돌아다닌다는 게 너냐? 라이?”

“다짜고짜 무슨 말이야? 난 소문 때문에 왔을 뿐이라고. 스타. 너야말로 이 시간에 웬일인데? 수상해.”

“너 따라 왔지.”

“뭐어? 나··· 그렇게 티 났던 건가!?”

심각하게도 놀란 표정을 무방비하게 쏘아대던 얼빵한 라이의 모습에,

“아니, 농담. 나도 소문 때문에 한번 와봤어. 멍청한 녀석이 바보같이 여길 기웃거릴 것만 같아서 말이지. 훗 근데 넌 숨겨뒀으면 잊을 것이지. 범인이 범행현장에 소풍가듯 자주 와도 되는지 모르겠다?”

너 같은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여전히 기합이 잔뜩 들어간 딱딱한 음색의 스타다.

“뭐, 내 맘이다. 근데 걱정되잖아. 내 일이고 하니까.”

“아아. 그렇군. 여길 파헤친다는 게 누군지 알아야겠다고?”

“그런 셈이지.”

스타가 나와서 다행이라는 듯 또 다시 푸념을 시작하려는지 라이는 한숨을 길게 내쉰다. 그 반응에 움찔하던 스타의 몸.

“그래. 또 뭐···지? 말해봐. 라이.”

“어? 알았어? 우와! 스타 너 눈치 되게 빠르다!”

“흠. 얼른 해보라니까.”

라이의 시선이 새(bird) 무덤가-라이 엄마는 ‘나무 심은 곳’이라 생각함-에 닿아있었다. 듬성듬성 보이는 새 무덤은 꽤 많아 보였다.

“···파고 싶어. 여기. 근데-”

“근데? 할 수 없나?”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휙 가로젓는 라이,

“응. 차마··· 할 수가 없어. 확인하자니 그게 아닌 거 같고 하여간 찜찜해. 어떡하지?”

그 말에 스타도 곰곰이 고민을 해본다.

*

시간이 조금 더 흘렀고, 스타의 대답이 이어진다.

“그럼, 연관성을 지우는 수밖에. 여기 다신 오지 마. 라이.”

라이와 무관하다는 듯 등을 돌린 채 이야길 하는 스타다. 이에 라이는 스타의 뒤편에서 조금 흥분된 저음으로 말한다.

“하-하지만! 어떤 녀석인지 알아야하는데! 내가 알아야만해! 그리고 이유를 들어야해. 왜 파헤치는지. 왜 여길 훼손하는 건지! 목적이 뭔지!”

화가 잔뜩 나있는 라이였으나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타는 비난조의 말투를 꺼낸다. 근데 괜히 스타는 자신의 그런 말투에 스스로 흥분되어버리는 듯했다.

“네가 알아서 뭐하게? 네 ‘비밀’을 지켜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게?”

“그, 그거야. 그때 생각해야지. 나도 몰라.”

라이의 혼란은 계속되고 새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무거운 짐이 되어 그의 심장을 쥐어짜고 있었다.

“이쯤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런 소문 하나에 안절부절못할 거면 그거··· 포기해버려. 라이.”

스타는 어느새 그간 무심했던 라이에게 신경써주고 있었다. 위험한 사랑(?)을 하려는 라이가 바보스러웠고 그랬기에 오히려 더 가엽게만 느껴졌다.

“싫어.”

역시 이 녀석 라이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그래서 더 한심해보였다. 내뱉으려는 한숨을 꿀꺽 삼킨 뒤 스타는,

“그거··· 원래는 소중한 게 아닐지도 몰라. 네가 믿으면 믿을수록 소중하다고 생각해버리는 게 아닐까? 단순한 집착인지도 몰라. 아님 단순한 유희거나!”

“네가- 네가 뭘 아는데! 네가 뭘···!”

심하게 거부감이 든다는 듯 라이는 스타에게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아마도 현실의 무게를 알아버렸기에 현실에서 도망가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이에 스타는 좀 더 자신의 소신을 알리기 위해 라이를 향해 한걸음 내딛고 만다. 이러면 라이에게 더 부담이 갈 것을 모르진 않았지만··· 이 여리고 바보 같은 라이는 예전처럼 징징 울다가 지쳐 잠들면 된다.

여전히 내 친구가 된 채로 작은 꿈들을 꾸면 된다고 생각하던 스타다.

“점점 네가 위험해져. 알아!?”

스타의 내딛는 일보(一步)에 라이의 네 다리가 떨려왔다.

나쁜 상상이 라이의 머릿속을 헤집는다. 부들부들 떨던 라이의 입이 크게 움직였다. 순간 질끈 감은 두 눈에서 뭔가가 빛을 내며 또록 두 뺨 위로 흘러내렸다.

라이는 분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몰라! 넌 아무것도 몰라!”

라는 말을 끝으로 라이는 마치 스타완 더 이상 안볼 것처럼 안부인사도 없이 뛰어가 버렸다. 네 발에 너무 힘을 주었는지 뛸 때마다 흙먼지가 심하게 나부꼈다.

뭉게뭉게.

이미 멀리도 가버린 라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스타는 한동안 멈춰 서서 중얼댔다.

“결국 넌 ‘모른다’는 소리밖에 하지 않아···.”

*

잠자코 지켜보던 라이 엄마는 라이와 스타가 떠난 뒤 라이보다 먼저 집에 도착하기위해 나무 위를 휙휙 날듯이 뜀박질을 시도하고 있었다.

-비밀스런 뭔가가 이곳에 있다는 건가? 라이가 숨기는 게 대체 뭐지? 아! 그 파헤쳐진 것! ···파고 싶다던가 했었지! 그럼 그게 나무 심어 놓은 게 아니라··· 라이가 뭔가 중요한 것을 묻어둔 것인가? 스타가 위험하다고 말할 정도라면 얼마나 대단한 것이지? 정말 궁금한데!-

발 빠른 운동신경을 가진 라이 엄마, 금세 라이를 앞질러 갔다.

곧장 집으로 들어가 ‘자는 척’을 벌이는 라이 엄마, 또 다른 계획에 고심 중이었지만 이내 인상이 밝게 펴진다.

빨리 달려왔으나 역시 그의 엄마보다 발이 한참 느린 라이였고, 밖에서 몸에 있는 흙먼지를 턴 뒤, 문을 조금 열고 내부를 들여다봤다. 엄마는 아직 수면 중이었다.

-역시 들키지 않았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가볍고도 신중히 문을 열고 몸을 들이미는 라이, 그 순간 라이 엄마의 등이 돌려지고 그녀의 면상이 자신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끅.

-뭐야. 눈은 뜨지 않았잖아. 휴으. 놀래라.-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그녀의 면상에서 변화가 생겼다. 마치 잠꼬대라도 하듯이 입이 열렸다.

“야. 라이. 너. 이 엄마한테 숨기는 거 있으면 죽~는다! 음냐··· 음냐. 진짜 맞아 죽~을 줄 알아! 음냐.”

이 살벌한 내용의 음성에 라이는 순간 간이 쫄아 들어 버리는 줄만 알았다. 얼굴이 사색으로 변신되고 슬그머니 몸을 바닥에 눕혔다.

물론 엄마의 면상이 보이지 않게 몸을 슬그머니 돌리고서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처로이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 후로도 온갖 잡생각에 떠밀려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잠은 덜컥 몰려오는 법, 평소 하지 않던 라이의 잠꼬대가 여기서 터졌다.

“제, 제발! 사, 살려주세요오오오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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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간만에 좋은 꿈을 꾸었다.(완결) 20.07.17 36 0 10쪽
20 20. 울먹이는 너의 목소리*손님. 20.07.17 26 0 12쪽
19 19. 오늘은 문득 소풍을 가고 싶었어. 20.07.17 18 0 11쪽
18 18. 그런 현재가 나는 가지고 싶어! 20.07.17 19 0 13쪽
17 17. 나 이제 평범해질까? 20.07.17 30 0 13쪽
16 16. 마치 순간 내 기억이 연결된 것처럼. 20.07.17 34 0 12쪽
15 15. 네가 모두 나빠. 20.07.17 27 0 14쪽
14 14. 그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지 마. 20.07.17 50 0 12쪽
13 13. 나를 비추고 있는 그것은? 20.07.17 17 0 13쪽
12 12. 여기 무슨 보물이 있다는 거지? 20.07.17 24 0 13쪽
11 11. 금화를 땅에 묻으면 뭐가 열리지? 20.07.17 37 0 12쪽
10 10. 내가 ‘좋은데’ 알고 있는데 알려줘? 20.07.17 20 0 12쪽
9 9. 뭐가 신경 쓰이는데? 20.07.17 17 0 13쪽
» 8. 원래는 소중한 게 아닐지도 몰라. 20.07.17 59 0 12쪽
7 7. 어째서 소중한 걸까? 20.07.17 28 0 11쪽
6 6. 처음 보는 녀석*클라우드. 20.07.17 48 0 14쪽
5 5. 무섭지만 꼭 숨겨야만 하는 비밀. 20.07.17 31 0 11쪽
4 4. 유혹에 빠진 자신*바보 같은 고백. 20.07.17 39 0 12쪽
3 3. 고양이 머리 위에서 춤추는 새. 20.07.17 25 0 12쪽
2 2. 프랑은 날개를 접고 창공을 바라본다. 20.07.17 55 0 10쪽
1 1. 삐에로가 준 캔디를 입에 머금고서. 20.07.17 10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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