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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70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3.02.20 14:33
조회
170
추천
1
글자
13쪽

진천 - 166화

DUMMY

석상 같이 굳은 진천을 향해 호문의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그깟 하찮은 힘으로 대체 얼마나 건방을 떨 생각이야!!"


"..."


휘이이이이잉-


호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냉기가 휘몰아치자 다시 한번 무거운 정적이 공간을 짓눌렀다.


진을 펴고 있는 마인들은 상당히 먼 거리에서도 느껴지는 호문의 기운에 짓눌려 숨 한번을 겨우 내쉬기 바빴고, 구학영과 진호도 뼈가 저리는 두려움을 느끼며 아무말 없는 진천만을 바라봤다.


"...어떻게 안겁니까."


"뭐? 니가 그걸 알면 어쩌게? 이 이상 뭘 할 수 있을것 같냐?"


으득...


후우우우우우웅-


진천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며 그의 전신에서 피어 오른 살기가 거해의 파도처럼 주변을 뒤덮었다.


"막지 마시오. 나는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아는 동족수장에게서 중원인들을 지킬 것이오."


"헛! 이제 막 수백만을 몰살시키고 온 놈이 목숨을 운운해?"


"내 뜻이 아니었소."


"니 뜻이 아니면 그놈들 죽이기 전에 오지 그랬냐? 왜, 니 부하놈들 무공 올라가는데 도움되라고 죽이는 건 괜찮더냐?"


"더 많은 생을 살리자면 필요한 일이지."


"그래서 네놈 핏줄도 죽였냐? 네놈 힘 빠지는게 아까워서?"


"..."


'핏줄?'


진호와 구학영이 알 수 없는 호문의 말을 곱씹으려던 찰나 다시 호문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리 내 자식이라지만 이런 터무니 없는 짓을 할줄은 몰랐다. 조용히 돌아가 남은 5년 간 동족 어르신과의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고 돌아와 벌을 받아라."


그에 진천은 잠시 주먹을 꽉쥐고 부들대다가, 어느순간 호문 뒤쪽의 사도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구학영에게 전음을 보냈다.


[형님, 압룡대가 대인용 진법도 펼 수 있소?]


난데없이 날아온 그 전음에 잠시 흠칫한 구학영이 복잡한 심경으로 호문의 눈치를 보며 답했다.


[... 혈화만마진(血火滿魔陣)이 있다. 피만 흐른다면 인간과 드래곤 구분없이 통한다.]


[펼치시오.]


[진천.]


[시간이 없소. 내가 아버지를 막는 동안 사도놈들을 처리 하시오. 포터도 있으니 얼마간은 버틸 수 있을겁니다.]


[진천, 지금은 참아라. 승산이...]


"천마신교 전원!!"


후웅-!!


구학영의 전음이 끝나기도 전에 우렁차게 울려퍼진 진천의 외침에 한없이 무겁던 정적이 박살나며 일대에 진천의 어마어마한 살기와 진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혈화만마진을 펼쳐라!! 동족의 개들을 처단한다!!"


쿠화아아아아아악!!!


호문을 향해 몸을 날린 진천의 전신에 일렁이던 진기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거친 기세로 사도들을 향해 밀려 들어갔다.


콰가가가각!!


"사형!!"


"젠장!! 범요!!! 우측으로 돌아라!!! 진호, 따라 붙어!! 염광, 염귀는 좌측을 쳐라!!"


진천의 돌발행동에 미처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몸을 날린 구학영의 검에서 새빨간 진기의 줄기가 쏘아져 나오며 공중에 떠있는 사도들의 무리를 향해 쇄도했고, 그와 거의 동시에 10만 마인이 중얼거리자 넓은 일대에 마교의 천라지망이 깔리기 시작했다.


"미친놈! 이봐 싱어! 산자락의 군대를 맡아라, 라빈! 서포트해!"


"오케이!!"


"오버 파워! 리트렉션 무브! 롱 그래비티!!"


챙!! 챙!!! 챙!!!


라빈의 주문이 인첸트 됨과 동시에 땅에 박아 넣었던 롱소드를 다시 뽑은 포터가 그것을 어깨뒤로 한껏 젖힌 뒤 호문 뒤쪽의 사도들을 향해 전력을 다해 휘둘러쳤다.


그리고 곧장 싱어의 손가락 끝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마나 활의 시위가 튕겨져 나갔다.


"스톰레인!!!"


파앙!!!


지잉-


쏴아아아아아아아!!!


꽈아아아앙!!!!!!!!!!


쿠과가가가가가!!!


아라사 대군의 머리 위로 마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에 구학영의 진기와 사도들의 진기가 충돌하며 일대를 미친듯이 뒤흔들었고, 같은 순간 호문의 어깨를 노리고 들어간 진천의 검이 공간을 찢을 듯 울부짖으며 눈 깜짝할 새에 기괴한 검로를 따라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파바바바바박!!!


휘이이이이익-


터덩!!!


"..."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진천의 검은 호문의 어깨는 고사하고 그 옷자락에 조차 닿지 못한 채 두터운 무언가에 가로막혀 어깨의 반치 위에서 멈춰섰고, 호문의 한숨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 아들아. 그래, 그럴때가 있다. 내가 최고인 것 같고, 또 최고여야 하고... 아비도 지난 시간이다. 허나 그 치기에 휘둘려 과한 실수를 하지는 말거라."


"... 실수인지 아닌지는 두고 봅시다."


"...??"


그 순간, 진천의 미소에서 뭔가 마땅치 않은 기분을 느낀 호문은 뒤쪽에서 들리기 시작한 사도들의 침음성에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크흡!"


"큭!"


기이이이이이이이잉!!!!!


호문의 뒤쪽에 서있던 사도들 중 4명의 사도들이 어느틈엔가 쏘아진, 상당히 고속으로 회전하는 진천의 진기 덩어리를 막느라 전력을 다하고 있었고, 그 중 둘은 이미 한계에 다달아 있었는지 진천의 진기 덩어리에 몸이 격하게 갈려나가며 다른 사도들의 품속으로 튕겨져 나갔다.


퍼엉!!!


콰가가가각!!


"크흐!"


"합!!"


후와아아악!!!


스스스...


처참한 몰골로 쓰러진 사도 둘을 보고 윗입술을 일그린 호문의 팔짓에 진천의 진기가 흩어지자 다시 진천의 비릿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흐! 이런거야 밤새 할 수도 있지 않겠소?"


구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붕- 붕- 붕- 붕-


"헛!"


다시 사도들의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는 수십개의 진기 덩어리.


그것과 접촉하기도 전에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것 이라는 걸 느낀 사도들은 빠르게 몸을 빼 그것을 피하면서도 호문의 반경 20장 내를 벗어나지 않았고, 진기 덩어리들은 그런 사도들의 뒤를 빈틈없이 쫒으며 내달렸지만 곧 호문의 손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푸칵!! 쾅!! 쾅!!!


퍼버버버버버벅!!!!!


진천은 숨 쉴 틈도 없이 다시 사도들의 공간에서 진기를 끌어내며 빠르게 곁눈을 휘둘러 전장을 둘러봤다.


공중에 떠 있던 사도 20여명은 진법의 영향 때문인지 포터와 구학영, 진호, 범요, 염광, 염귀의 강격을 회피하거나 막기에 급급해보였고 산자락 아래에 몰려있던 아라사군은 싱어와 라빈의 공격에 별다른 대응도 못한채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좋아,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지금 진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10만의 압룡대.


진법을 펼치고 있는 무인은 외부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기에 무공을 거의 모르는 일반 군마에도 쉽게 휩쓸리는데, 진천이 보기에 지금 산자락에 모여있는 아라사군은 적어도 이급고수 이상으로 구성된 정예들이었다.


그들이 밀고 들어온다면 압룡대는 눈 깜짝할 새에 전멸할 것이 뻔한 일.


그렇게 되면 신마의 고수 모두가 살아 남는다 해도 적룡을 치는건 불가능해지기에 진천은 지금 한시라도 빨리 아라사 군대가 전멸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터, 본체로 바꿔 군대를 멸해라!!"


"..."


"??"


한참 구학영등과 함께 공중의 사도들에게 강격을 퍼붓던 포터는 진천의 다급한 외침을 듣고는 멈칫하더니, 서서히 자신의 롱소드를 땅으로 내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포터?"


포터의 이상한 행동에 다시 사도들 사이로 진기를 휘몰아치려던 진천도 몸을 멈추고 가만히 포터를 바라보자, 이번엔 구학영 마저 검을 멈추고 침울한 눈빛으로 진천을 바라봤다.


"형님, 대체 왜... 시간을 주면 안됩니다. 어서..."


"진천."


"..."


진천의 말을 끊은 구학영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놈들은 우리와 싸울 생각이 없다. 단 한번의 반격도 하지 않는군."


"...아니, 그게 뭐... 그딴건 상관 없으니 죽이시오! 저놈들만 걷어내면 아버지는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


"..."


그러나 다시 찾아온 정적.


진천이 답답하다는 듯 포터와 구학영, 범요를 보며 뭔가를 다시 외치려던 순간, 포터가 자신의 롱소드를 땅바닥으로 툭 던지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흐! 네놈들은 이제라도 피해라."


"뭐?"


"놈이 온다."


쿠구구구구...


갑자기 시작된 진동.


그것은 대지가 아니라 공기가, 더 정확하게는 하늘이 뒤흔들림으로 생기는 진동이었다.


구우우우우우우웅-!!!!!


"저, 저게 무슨!!!"


"...미친!!!!!"


"전원 피해라!!! 달려!!!"


주웅-


꽈광!!!!!


꽝!!!


쾅!!!! 쾅!!! 쾅!!!!


무림의 전멸 따위는 비할 것도 못되는 진정한 재앙이자 지옥이 펼쳐졌다.


새빨간 불길에 휩쌓인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마치 우박처럼, 산맥 전체에 때려 박히듯 쏟아지고 있었다.


쾅!!! 콰아아아아아앙!!!!


화르르르르륵!!!!


구그그그그그그극...


"피, 어서 피..."


진천의 외침은 차마 그의 입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생전 타인에게 지옥을 보여주기만 해봤지 그 반대의 입장이 되어 보는게 처음인 것은 진천 뿐만이 아니었다.


개인이나 군대가 아니라 아예 거대 산맥 자체를 초토화 시키는 그 듣도 보도 못한 힘에 마교의 수뇌부들은 할말을 잃고 멍하니 입을 벌린채 서있을 뿐이었고, 그나마 포터와 진천, 구학영 정도만이 약간의 기감을 열고 그 지옥도를 그린 장본인의 접근을 감지하고 있었다.


쾅!!! 쾅!!! 콰르르르르르!!!!


10만 마인들이 겉잡을 수 없이 빠르게 죽어나가는 그 상황에 진천이 주체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끼고 그대로 주저 앉고 싶은 것을 혼신의 힘을 다해 참고 있을 때.


여리여리한 그림자 하나가 저 높은 상공에서부터 서서히 내려오며 짧은 한마디를 던졌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구만."


산맥 자체가 터져나가는 굉음 속에서 고고하게 하늘을 날아 내려선 제노사이드의 말은 낮고 고요했지만, 그곳에 있는 모두의 머릿속에 아주 명확하게 들렸다.


"어르신 오셨습니까."


"음."


고개를 꾸벅 숙인 호문의 인사에 가벼운 고개짓으로 답한 제노사이드가 포터를 바라봤다.


"넌 잠시만 기다리거라. 나눌 얘기가 많다."


"...흥."


구구구구구구구...


쿠웅-


별 대꾸 없이 살기로 답한 포터는 곧 호문의 손짓에 어깨위로 견딜 수 없는 압박을 받고는 그대로 육중한 몸이 무너져내려 강제로 무릎이 꿇였다.


텅!!!


"끄윽..."


"아서라. 네가 본체로 현신한다 한들 죽는건 매한가지다. 살 기회가 있을 때 얌전히 있거라."


쿠궁!


"닥...ㅊ... 커헉!!!"!


호문의 말에 전신의 마나를 폭발 시키며 뭔가를 해보려던 포터는 그와 동시에 더 큰 압박을 받으며 몸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이젠 말조차 하기 힘들어 진 듯 했다.


제노사이드가 이번엔 구학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또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겨우 그 찰나에 이만큼이나 강해지다니... 헛! 그놈 참."


구학영은 자신을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제노사이드에게 눈을 부라리며 대꾸했다.


"스승님은 왜 죽인거냐."


"스승?"


"북극의 뇌옥에 갇혀있던 내 스승 독고단. 네놈이 불러 죽이지 않았나."


구학영의 말에 제노사이드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뭔 소리야? 그런 인간은 알지도 못할 뿐더러 내가 여기와서 죽인 인간은 한명도 없는데?"


"...뭐?"


진천은 순간 자신에게 집중된 구학영과 범요, 진호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제노사이드를 노려볼 뿐 별 말이 없었고, 진천에게는 다행이게도 곧 제노사이드의 말이 이어졌다.


"오해가 있는 듯 하니 다시 알아보거라. 그리고 진천."


"..."


"전에 말했 듯 우리 용족이나 너희나 철 없을 때 어른에게 들이받는게 드문 일은 아니다만... 그래, 뭐 나를 노린런 괜찮은데 말이야. 이번일은 각 종족 원로들의 대사와 연관 돼 있어서 그냥 넘겨줄 수가 없어. 합당한 벌을 받을 것이다."



"..."


"내가 종의 로드는 아니지만 동족 로드에게 위임 받은 대리인 자격으로 명한다. 진천, 네가 지닌 반고의 힘을 100년간 봉인한다."


"...뭣!!"


"원래는 뒤지게 쳐맞고 한 이삼백년 잠들어 있어야 되는건데 운 좋은줄 알아라 이놈아."


"아버지! 이게 무슨..."


당황한 진천의 눈길을 받은 호문이 슬쩍 앞으로 나와 진천의 가슴팍에 손바닥을 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인간의 무공은 쓸 수 있을게다. 그간 네게 주어진 힘에 대해 깊이 성찰 하거라."


"자, 잠깐! 아버..."


쩌엉!!!!!!


"커헉!!!"


호문의 손에서 격렬한 빛이 터지자 진천은 입에서 검붉은 피를 뿜으며 힘없이 땅바닥으로 꼬꾸라졌다.


"아버지!"


"교주님!"


"동족 어르신과의 약속은 유효하다. 5년 내에 1만을 제외한 모든 무인을 제거해라. 그렇지 않으면 중원땅의 모든 인간들은 멸절한다."


차갑고 거친 돌바닥의 촉감을 한뺨 가득 느낀 진천은 흐려지는 정신에 들려오는 호문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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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진천 - 184화 23.04.22 165 1 16쪽
184 진천 - 183화 23.04.19 142 1 13쪽
183 진천 - 182화 23.04.17 151 1 13쪽
182 진천 - 181화 23.04.16 155 0 15쪽
181 진천 - 180화 23.04.15 153 1 13쪽
180 진천 - 179화 23.04.14 141 1 14쪽
179 진천 - 178화 23.04.11 138 0 14쪽
178 진천 - 177화 23.04.08 145 0 14쪽
177 진천 - 176화 23.04.06 136 1 12쪽
176 진천 - 175화 23.04.01 141 0 12쪽
175 진천 - 174화 23.04.01 136 1 13쪽
174 진천 - 173화 23.03.26 150 1 15쪽
173 진천 - 172화 23.03.22 151 1 13쪽
172 진천 - 171화 23.03.20 169 1 16쪽
171 진천 - 170화 23.03.18 404 1 15쪽
170 진천 - 169화 23.03.04 185 2 14쪽
169 진천 - 168화 23.02.24 194 1 14쪽
168 진천 - 167화 23.02.23 199 0 17쪽
» 진천 - 166화 23.02.20 171 1 13쪽
166 진천 - 165화 23.02.19 194 2 12쪽
165 진천 - 164화 23.02.14 185 1 12쪽
164 진천 - 163화 23.02.13 187 2 14쪽
163 진천 - 162화 23.02.12 217 1 14쪽
162 진천 - 161화 23.02.11 199 2 14쪽
161 진천 - 160화 23.02.11 196 2 17쪽
160 진천 - 159화 23.02.09 203 3 11쪽
159 진천 - 158화 23.02.07 197 2 13쪽
158 진천 - 157화 23.02.05 23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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