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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15.06.01 14:45
최근연재일 :
2017.12.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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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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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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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0,031

작성
15.09.10 16:23
조회
2,383
추천
32
글자
10쪽

제 4 화 몬스터 헌터(3)

DUMMY

그저 멍할 뿐이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주머니의 무게를 느끼며 그 주머니에 있는 돈을 알고 있었지만 멍할 뿐이었다.


“왜 값이 충분하지 않나? 그 정도면 많이 쳐준 걸세. 요즘 물건이 없어서 좀 높게 처준 거야.”


말은 들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귀에서 들리기는 했지만 그 뜻을 파악하지 않았다. 한참을 멍하니 있는 레온을 깨운 것은 애린의 소리였다.


「언제까지 계실 것입니까?」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든 그는 자신의 손에 있는 주머니를 가방에 넣고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와 돌아온 여관방에서 그는 테이블에 주머니를 꺼내 그 속에 있는 것을 펼쳐 놓았다. 반짝이는 금화였다. 그것도 지금까지 자신이 모아온 전 재산과 비슷할 것 같았다.


“이거 괜찮은데.”


테이블에 있는 돈을 바라보며 레온은 그것들을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대로 받은 거 맞나?”


「맞을 것입니다. 블랙이 아닌 레드스콜피오의 껍질이니 그 주인의 말대로 조금 높게 처 주었으면 처 주었지 낮게는 쳐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레드? 블랙?”


「스콜피오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검은색의 껍질을 가진 블랙 스콜피오와 붉은 색의 껍질을 가진 레드 스콜피오 두 가지로 나뉩니다. 둘 중 블랙스콜피오의 껍질의 가격이 더 높습니다.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레드의 껍질에 비해 블랙의 껍질이 2배에 가까운 강함을 가지고 있어 그렇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


「예.」


“그런데 이렇게 돈을 많이 버는 건데 왜 사람들은 하지 않지?”


「본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마법사가 있지 않다면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습니다. 몬스터 사냥을 위해서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을 가야 하기에 꽤나 마을에서 먼 곳으로 가야 합니다. 야영은 필수인 셈이지요. 먹을 것들과 야영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야 하며 밤새 몬스터의 공격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두 명 이상이 다니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사냥한 물품의 값도 똑같이 나눕니다.」


“그래?”


의아해하는 레온의 말투에 애린은 계속 말을 이었다.


「저희가 갔다 온 곳도 걸어서 이동했다면 도착하는데 하루가 걸리는 먼 거리였습니다.」


몰랐던 일이었다. 아니, 애초에 그곳이 무슨 사막이건 레온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태어나 자란 산골 마을에서만 지내온 그였다. 그곳을 벗어나 이스훈 령에서 지냈고 그곳을 나와서는 검사 협회의 일에 따라 그저 일행들과 함께 움직일 뿐이었다.

딱히 지형이나 지도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애린의 존재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다. 처음 사주었던 책들 때문인지 애린은 대륙의 곳곳이며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었다. 가뜩이나 돈을 모으기 위해 더 강해져야 하는 레온에게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애린은 마법사야?”


「아닙니다. 그저 마법을 쓸 줄 아는 것뿐입니다.」


“음. 그럼 마검사야?”


「저를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왜? 애린은 인간이 아니야?”


「제가 인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잖아.”


「······.」


말은 없었다. 하지만 굳이 대답이 필요하지 않은 듯이 레온은 다시 테이블에 있는 돈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이런 식이면 금방 모으겠는데.”


즐거워하는 레온과 달리 애린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레온의 기분과 느낌을 알 수 있는 애린이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방금 전 말은 레온의 진심이었다는 것을. 그것이 그녀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할 이유’」


가방에 돈을 다 챙겨 넣은 레온은 몰려오는 피곤함에 침대에 누웠다.


“오늘 검술 연습은 이따가 하자.”


「예.」


짧은 대답을 끝으로 레온은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애린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 같은 붉은 색의 금속제 갑옷을 입은 그녀는 잠들어 있는 레온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양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와 함께 빛을 발하는 그녀의 몸이었고 이내 빛이 사라지자 그녀는 노란색의 미니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언젠가 레온과 함께 다니던 길에서 여인이 입었던 옷이었다. 그리고 그 여인의 곁에 많은 남성들이 있던 것을 기억했다.

방에 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애린이었지만 여전히 표정은 없었다. 아무런 느낌이 없는 표정으로 거울속의 자신을 보던 애린은 다시 주먹을 쥐었고 빛이 나면서 다시 그녀의 몸은 갑옷으로 감싸져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붉은 색이 노을이 다 사라지고 달이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사라지고 없었다.


일정은 비슷했다. 새벽 이른 시각에 일어나 간단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사고 마을을 나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 애린을 불러낸다. 애린은 순간이동마법으로 사막까지 이동시켜주고 그곳에서 그녀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향한다. 해가 지기 전까지 사냥을 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와 물건을 팔고 저녁을 먹은 후 잠시 쉬었다가 검술 연습을 한다.

하루하루 벌이는 달랐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바실리스크 3마리를 잡는 경우도 있었다. 계속 되는 일상에 체력이 늘은 것인지 검술 연습을 하면서 한 마리를 잡는데 드는 체력이 더 적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조금 이상한 것은 블랙 스콜피오는 한 번도 만나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애린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까지 만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블랙 스콜피오를 잡으면 돈은 많이 벌겠지만 지금 벌고 있는 벌이로도 괜찮았다. 일정하지 않은 벌이지만 검사협회에서 호위일을 맡을 때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었고 카린의 수술비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사막에 도착해 애린을 따라 걷다가 만난 레드 스콜피오를 상대하면서 여느 때처럼 녀석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찌르는 순간 그녀석이 움직였고 검이 껍질에 닿았다. 그리고 검은 순식간에 부러져 버렸다.


“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라는 레온을 향해 녀석은 집게를 움직였다.


“큭”


겨우 피해내자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부러진 검은 본래의 검 길이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손에는 들고 있지만 한번 부러진 탓인지 녀석의 공격을 막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계속 피해 다니는 레온을 향해 녀석이 공격은 더 거세지고 있었다.


“애린. 검 좀.”


레온의 말에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애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팔짱을 낀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검 좀 달라고!”


다급한 레온의 말에도 그녀는 차분한 표정이었다. 팔짱을 푸는 듯하던 그녀는 부러져 날아가 있는 날을 주워 레온에게 던져주었다.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날로 팔을 뻗으려던 레온은 이내 팔을 거두었다.


“제대로 된 검을 달라고.”


다시 외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레온을 향해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검을 관리하고 보수 하는 것도 검사로써 할 일입니다. 그리고 제 검은 레온님이 다루실 수 없습니다.”


차분한 그녀의 말에 레온은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다룰 수 없다고. 주기 싫으면 주기 싫다고 하라고.’


속으로 외치는 불만과 함께 레온은 빠르게 움직였다. 날아오는 집게를 향해 달려들었다. 머리위로 스쳐지나가는 집게를 느끼며 그는 스콜피오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그를 향해 움직이는 꼬리를 보면서 하늘로 뛰어오른 레온은 자신이 있던 자리에 박힌 꼬리를 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엔 녀석의 등 위에 오른 레온은 심장이 있는 곳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으로 부러진 검을 잡고 강하게 집어넣었다.


“쿠오오.”


얼굴에 뿌려지는 녀석의 피에 살짝 고개를 돌렸지만 양손은 더 깊이 검을 찔러 넣었다. 이내 녀석의 움직임이 멈추고 그대로 주저앉고 나서야 그는 그 위에 누워 버렸다.

얼굴과 온 몸에 뿌려진 녀석의 피 때문에 조금 끈적거렸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때서야 모든 것이 다시 떠올랐다. 자신의 머리를 스치는 녀석의 집게, 간발의 차로 지나간 꼬리, 처음의 공격을 받고 다른 집게를 움직이려던 녀석의 모습. 모든 것이 실감이 났다.


“나 죽을 뻔했네.”


내뱉는 그의 말. 그 말은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답은 돌아왔다.


“예. 정확히 5번 정도 죽으실 뻔 했습니다.”


어느새 그의 옆에 서 있는 애린을 보면서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넌 나를 죽게 둘려는 거였어?”


“아닙니다.”


“그런데 나를 구하지 않은 거야?”


“그 상황에서 레온님이 죽으실 확률 보다 이기실 확률이 더 높기에 움직이지 않은 것입니다.”


차분하고 단호한 그녀의 말에 그는 헛웃음이 지어졌다.


“나를 믿는 거야?”


“믿는 다기 보다는 그 동안의 실전과 훈련으로 레온님의 강함에 대해 알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래.”


상반신을 일으킨 레온은 그제야 자신의 온몸에 묻은 피를 볼 수 있었다.


“와. 장난 아니네. 검도 없고 몸도 이렇고 돌아가야겠네.”


“알겠습니다. 껍질 분리 하고 바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그는 천천히 스콜피오의 위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껍질을 분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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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6.10.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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