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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왕과 나태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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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14 19:21
최근연재일 :
2022.09.27 17:2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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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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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독왕의 술자리

DUMMY

"괴로움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술, 죽음과 같은 잠을 푹-하고 자게 해주는 술, 미쳐버릴 것 같은 흥을 깨워 주는 술, 신비로운 영감을 가져다 주는 술."


독왕은 남녀 후지기수를 쳐다보며 말한다.


"사랑의 묘약도 만들어 줄 수 있다네?"


말수가 별로 없던 남자 후지기수가 기어이 말을 꺼낸다.


"저는 사..그 묘약을 좀."


모두가 그를 쳐다본다. 독왕 또한 누구랑 쓸 것인가 궁금해서 쳐다본다. 이내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고개를 숙인다.


"망각의 술을 주십시오..."


이 순간을 잊기로 한 남자 후지기수 였다. 여자 후지기수들은 뭐가 재밌는지 자기네 끼리 웃는다. 공동파의 고수도 머쓱한 표정만 짓는다.


"세혁님, 추천해 주실만한 술이 있나요?"


이 여자 후지기수는 어디 객잔 맛집 같은 걸 열심히 다녀 봤나 보다. 잘 모르면 자신의 선택을 믿는 것보다 제작자의 권유를 따르는 것도 좋다는 것을 안다.


"뭐 적당한 망각과 마취감, 무공에 도움이 될법한 영감, 그 정도면 좋을 것이오. 그런 술을 마시고 한숨 푹 자고 나면 꿈결에 무공의 깨달음도 얻었다는 놈도 있더이다. 같은 배분의 동료 끼리만 있다면 내 흥이 크게 오르는 것으로 추천해 주겠지만, 우리 공동파 도사님 앞에서 추태를 보이면 안되지 않겠소?"


배분은 독왕이 더 높지만 앞의 공동파 고수를 탓하며 적당히 안정제 역할을 하는 놈으로 마시라고 권유하는 독왕이었다. 속셈은 후지기수들은 빨리 재워버리고 공동파 고수와 대화 할 시간을 더 갖는게 목적이다.


"저는 그럼 세혁님이 해주시는 대로 마실래요!"


여자 후지기수는 독왕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져 보려 노력한다. 다른 세 후지기수도 그럼 저도... 라고 말한다. 이에


"자네는 망각이 좀 더 필요하지 않겠나?" 라 웃으며 말한다. 묘약을 달라 했던 후지기수는 다시 고개를 긁적이며 "아 넵." 이라 말한다. 일행들은 웃으며 화기애애해졌다.


공동파 고수도 독왕을 쳐다본다. 자신에겐 무엇을 권하겠느냔 표정이다. 독왕은


"내 화경의 고수에겐 알아서 맞춰 드리도록 하지. 뭐 재밌을거네."


라 말하고 술병에 손을 가져다 댄다.


독왕이 술병에 손을 대자 식탁 위에 세워져 있던 술병 입구로 술이 승천해 올라온다. 분위기를 잡기 위한 과시형 내공낭비다. 격공섭물, 허공섭물의 무학을 술병 기울이기 싫다고 보이는 것이다. 후지기수들은 눈이 반짝이며 오오 거리고 공동파 고수 또한 흥미진진하게 쳐다본다.


허공에 떠오른 술 물덩이는 각자 앞에 놓여 있는 잔으로 분할되어 천천히 쪼개졌다. 이렇게 천천히 도달 하는 것이 더욱 정밀한 내공 운용이라는 것을 알아본 일행은 역시 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원래 진정한 과시란 쓸모없는 것을 멋지게 해내는 것에서 나오는 법이다. 독왕의 과시는 먹히는 중이다.


쪼개져 날아가는 술들은 날아가며 색이 변했다. 묘약을 달랬던, 망각의 술을 마실 놈의 잔엔 약간의 회색빛이 도는 술이 도달했고, 나머지 세 후지기수들에겐 자줏빛을 띈 술이 도달했다. 여자 후지기수 둘은 색이 이쁘다며 좋아한다. 공동파 고수에게 도달한 술은 오히려 맑은 색이다.


독왕은 그렇게 각자의 술잔에 술을 보내주고 병을 손수 들어 자기 잔에 술을 따른다. 원래 소흥주의 빛깔을 그대로 유지한 모습이다. 좌중은 자기 자신의 술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 독왕에게 주목했다. 이내 독왕은 속에서, 총관 앞에서도 보였던 붉은색 주머니를 꺼낸다. 안에 든 흰색 가루를 조금 잔에다 탄다.


"세혁님! 그건 뭔가요? 저도 같이 마셔 보고 싶어요."


독왕은 피식 웃는다.


"백각기린이라 들어 보았는가?"


"아뇨, 처음 들어봐요."


"음, 중원에서 잘 보이지 않는 선인장일세. 이것 저것 당가에서 독물을 구하다 보니 얻게된 녀석들이지. 거기서 추출한 극독(레시니페라톡신)을 나의 독공으로 발전시킨 것이라네."


"헉, 독이란 말인가요?"


"자네 사천에서 매운 면요리를 먹어 본 적 있는가?"


"예, 닭고기에다 매운 양념을 해 혼났어요."


"그 선인장의 독은 그 면요리의 400만배 정도 맵다네. 특이하게도 매운 형태의 극독이지. 내 독공이 더해졌으니 방금 잔에 탄 양정도면 독 저항력이 없는 성채 하나의 인구 정도는 독살 시킬 수 있는 양일세. 희석만 잘 시킨다면 말이야. 이게 또 사교놈들의 강시들에게도 잘 먹혀서 사교를 상대할때면 들고 다니지."


"그, 그걸 왜 독왕님의 술에?"


일행은 독왕이 눈앞에서 각혈해 자살하려는 것인가 갑자기 겁이 났다. 독왕이 피를 토해 죽은 자리에 있던 무림인들, 이유가 뭐가 되었든 원수는 몇배로 갚는다는 당가에게 평생 쫓길만하다.


"난 술을 이렇게 즐기네만. 독공이 오를 수록 이정돈 되어야 자극이 와서 말이지. 아, 자네들에게 준 술은 자네들에게 딱 기분 좋을 정도로 만든 술이니 안심하시게."


독왕은 괜히 <나태>가 떠올랐다. 그녀가 주는 술은 이딴 독을 타지 않아도 기분 좋은 취기를 주었다. 이런 독을 그냥 술에 타봐야 독한 맛만 느껴질 뿐 술에서 느낄 수 있는 취기는 못느꼈다.


방안을 은은하게 채우는 암녹색 독왕의 연무, 어느새 독왕의 눈은 조금은 녹색빛을 발하고 있어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독왕이 나쁜 마음을 먹고 손을 쓰고자 하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는 자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일행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술잔에 기분좋아지는 술이 타져있건 마시면 죽을 독이 타져있건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그가 준 술을 마시는 것.


"그럼!"


망각의 술을 받은 놈이 먼저 벌컥 술을 마셨다. 민망함에 수치사 하는것이나 독사나 그게 그거였다는 건가.


"후아~"


놈은 마시고 이내 몸을 앞뒤로 약간씩 흔들더니 기분이 좋아지는 표정이다. 약간은 몽롱해진다.


이를 본 다른 후지기수들도 이내 눈앞의 술을 마신다. 칼끝에 사는 무림인이라 꽤나 용감한 편이다.


독왕은 그들을 보고 살짝 웃으며 다시 술병에 손을 얹어 그들의 잔으로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술을 보내 준다. 그리곤 자신의 술잔도 천천히 비운다. 공동파 고수는 그런 일행들을 천천히 지켜본다.


"아, 너무 맛있어요."


소흥주는 명주긴 하지만 꽤나 도수가 높아 독한 맛이 있는 술인데도 술을 마신 후지기수는 감탄한다. 맛있는 독이라니, 여러면에서 치명적이긴 하다.


후지기수들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술이 가져다 주는 변화를 즐긴다. 항상 신체의 감각을 극한으로 예민하게 단련해왔던 그들이다. 이런 방식의 마취감과 신체 통제권을 잃는 듯한 감각은 새로운 신비다. 그들은 술 한잔을 마신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한다.


자기네끼리 뭐라뭐라 말을 주고 받는데 발음이 샌다. 서로의 얼굴만 보고 하하 호호 웃으며 즐긴다. 취하지 않은 독왕과 공동파 고수는 이런 모습이 아직까진 귀엽다. 적당히 풀어진 취객은 좋은 안주이긴 하다.


이내 후지기수들은 몸을 천천히 움직여 자신 앞에 놓인 잔을 조심스레 들어 올린다. 독왕이 두번째로 준 술을 마시는 것이다. 몸이 말을 잘 안듣기에 모두 조심하며 술을 대한다. 감히 한 방울이라도 흘릴 수 없다는 듯이. 그들은 독왕이 타준 술이 맘에 들었나 보다.


두번째 술을 마신 후지기수들은 각각 반응이 달랐다. 망각의 술을 마신놈은 천천히 고개가 엎어지더니 상 위에서 잠들기 시작한다. 몸이 숨쉬는 것에 따라 들썩이는걸 보니 죽은건 아니다. 나머지 후지기수들은 멍하니 웃는놈, 몸의 이곳 저곳을 만져대며 흥분하는 듯한 여자 후지기수, 그리고 한 여자 후지기수는 고개를 숙인채 울기 시작한다.


"흑흑, 사매. 사매..."


독왕과 공동파의 고수는 그런 그녀를 봤다. 독왕은 약간 의아한 표정이다. 공동파의 고수는 꽤 진지해진 눈빛으로 그녀를 본다.


"저 소저는 일년전 사교에 의해 문파가 크게 휘청였습니다."


"흠, 화산파의 제자였나요?"


"예, 그때 함께 자란 사매를 잃었다 들었는데, 그 감정이 지금 올라오는가 보군요."


독왕은 이제 이해 했다는 듯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녀석들에게 준 술은 깊은 감정과 생각들을 감당가능 할 정도로 올려주는데, 그런 기억이 떠올랐나 보군요."


이제서야 왜 술을 마신 후지기수들이 각자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가 된다.


"제게 준 술은 어떤 술입니까?"


후지기수들에게 줬던 술과 달리 자신에게 준 술은 꽤 투명하다. 향은 여전히 소흥주의 그것이다.


"몸엔 약간의 마취감을, 정신은 조금은 더 또렷하게 해주는 놈입니다."


독왕은 사실대로 답했다.


"정신을 또렷하게 한다니, 의외군요."


술은 약간 취해 몽롱한게 보통 아니던가? 라 생각하는 공동파 고수였다.


"뭐, 이야기나 좀 해보고 싶어서요. 아, 그 상태가 신기한 감각이라 느껴져서 무공은 써보지 마십시오? 몸과 정신의 괴리 때문에 스스로 다칠 위험이 커집디다."


독왕은 그렇게 스스로 항마와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이 좋은 공동파의 무공을 스스로 봉인할 것을 권했다. 지금 준 술은 고독을 건네기 위한 일종의 준비단계였던 것이다.


물론 무공 경지가 차이나기 때문에 강제로 제압해 고독을 주입해버릴 수도 있다. 고독을 먹이는 더러운 짓을 하지만 과정은 세련되고 싶은 독왕이었다. 마지막 자존심인가 보다.


공동파 고수는 술을 마셨다. 독왕은 아까의 수법으로 술잔을 채워 주었다. 다른 후지기수들이 독왕이 준 술에 정신을 못차리고 각자의 세계에 빠져 있자, 공동파 고수는 고기에 젓가락을 대 집어 먹기 시작한다. 후지기수들 앞에선 술까지만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이거 재밌네요."


공동파 고수는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거나, 눈앞의 다른 찬거리들을 젓가락으로 뒤적뒤적 거린다. 그러기만 해도 재밌단다.


"몸이 통제를 벗어나는 기분이 참 묘합니다."


그는 화경에 오른 고수, 독왕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몸과 내공을 다루는 것은 평생을 갈아가며 바쳐왔던 일이기에, 오히려 미묘하게 그 통제가 어긋나는게 신기했다.


"이런 기분이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니, 정신과 몸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군요."


"이름이 무엇이오?"


독왕은 재빨리 이름을 물었다. 저놈 저거 저거 가만히 내버려 두면 정신과 몸의 관계에 대해 사색하면서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른다. 괜히 돌아가는 일이 생기면 귀찮다.


"정말입니까?"


"뭐,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분 같아서요?"


"독왕께서 먼저 이름을 물어 보시다니. 영광입니다."


이름을 알려 주는게 무엇이라고 이들은 영광이니 마니 하는 것일까. 무림인에게 통성명은 어떤 의미일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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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독왕의 고독 22.09.18 35 0 12쪽
4 4화 <나태>의 낚시 22.09.17 34 0 12쪽
3 3화 예빈 22.09.16 38 1 11쪽
2 2화 이리 오너라 22.09.15 61 0 11쪽
1 1화 독왕은 나태의 악마에게 찍혔다. 22.09.14 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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