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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왕과 나태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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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14 19:21
최근연재일 :
2022.09.27 17:2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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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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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52,251

작성
22.09.1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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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독왕은 나태의 악마에게 찍혔다.

DUMMY

"어으, 독하구만."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술을 마시고 있다. 그의 앞에는 단촐하게 차린 술상과 술이 놓여 있었다.

술잔에 술을 따르고 나면, 그는 앞에 있는 적색 조그마한 주머니에서 백색 가루를 한꼬집 집어 술에 넣었다. 그리곤 이내 그 술을 마셨다.


"가주님, 들어가겠습니다."


"어, 어어? 급한 용무 중이시다. 들어오지 말도록."


방 안에 앉아 있는 남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문은 드르륵 열린다. 중년인이 들어온다.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이 더 어려 보이는 것에 비해, 둘의 말 높임은 서로 뒤바뀌어 있다.


"또 술이십니까."


"어흠 어흠, 내 업무가 참 괴로워서 술을 아니할 수가 없었네."


"취하지 않으시는데 왜 자꾸 드십니까."


"그거야 뭐... 예전을 추억하는 겸, 마시다 보면 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주라 불린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총관도 한잔 하겠나?"


총관이라 불린 남자는 술상을 유심히 쳐다본다. 술상 위에 적색 주머니가 보인다. 그는 살짝 웃는다.


"절 죽이실 셈이시군요? 좋습니다. 얼른 주시죠."


총관은 웃으며 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주라 불린 자는 질색팔색 하며 잔을 낚아챘다.


"아, 오해, 오해일세. 내 큰일 저지를뻔 했구만. 미안하네."


총관은 한숨을 푹 쉰다.


"대체 왜 술에 극독을 타 마시는 겁니까."


"그래야 독한 술맛이 나니까?"


"술은 원래 독하지 않습니까?"


"음, 백독불침에 이르면 술 맛이 독한 맛이 잘 안난다네."


"그럼 만독불침에 이르면요?"


"왠만한 독에서도 독한 맛을 느끼지 못하지. 극독이라 불릴만한 놈들이 되어서야 맛이나마 독한 편이지."


"그래서 타드시는 겁니까?"


"응. 술은 독한맛에 먹는게 아니던가?"


총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사교死敎가 크게 패퇴해 물러났으니 이제 가문을 돌보셔야 합니다."


"아닐걸?"


"사교의 주인인 시산악존이 행방불명 된 뒤로, 금새 무너졌잖습니까? 바로 가주님의 공으로요."


"으음..."


가주는 침음을 삼켰다. 괜히 눈앞의 가루만 조금씩 더 술잔에 탈 뿐이다. 독한 술을 마시고 싶나보다.

"사교가 크게 물러난 것은 맞으나, 패퇴 했다고 보진 않네."


"왜지요?"


"사교주... 그자는 쉽게 사라질 존재가 아니야."


가주를 몰아붙이던 총관도 조용해졌다. 그 또한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림의 일이라는 것이 한치 앞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네만."


"병환, 내분, 독살, 암살, 급사의 이유는 강호에서 셀 수도 없지요. 시체를 가지고 사술을 부리는 쓰레기 놈들이니, 언제 미쳐도 이상하지 않기도 합니다."


"독살...의 가능성은 접어 두지. 나 또한 독공 좀 하지 않나? 그자가 독으로 죽었을것 같진 않군. 다른 가능성이 열려있음은 부정하지 않겠네."


가주는 굳이 입을 더 열진 않았다. 사교와의 전쟁이 끝이 보이는 듯 했다. 사교와의 전쟁은 정파와 사파 막론하고 큰 피해를 입었고, 그 재앙을 이겨 냈다는 것에 무림은 기뻐하고 있었다. 괜히 초를 칠 필요는 없었다. 가장 큰 공을 세운 그 혼자만 앓는 걱정이면 됐다.


'그래, 사교는 물러 났으니 쓸데 없이 분란을 키울 필욘 없지.'


자신이 홀로 술을 마시는 이유엔 사교에 대한 걱정을 홀로 삼키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기합리화가 꽤 능해졌다고 생각하며 가주는 픽 웃는다.


"뭐 독으로 현경의 경지에 오르신 가주님이니 거기에 대해선 제가 별말 할수 없습니다만."


"됐네. 무슨 일인가? 당가를 보살피는 것은 총관 자네에게 다 일임해 오지 말라 몇번 말했네만."


"하, 됐습니다. 가문의 일은 나중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무림맹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없다 하시게."


"이미 계신다고 말했습니다만."


"일이 바빠 만나기가 어렵다 하시게."


"독주 제작해 드시는 게 그 바쁜 일이면 제가 반댑니다."


"끄응... 이게 다 독공 연공이야 연공. 응?"


"독을 섭취해 연공하실 단계는 아니시지 않습니까?"


"자네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네."


"역시, 죽이시는게 좋겠지요?"


"커흠, 아니될 말을. 자네야말로 당가의 기둥! 총관 아닌가. 총관이 아는 것이야 말로 당가의 힘! 절대 몸을 보중하고 가문을 위해 힘 써주시게."


가주가 총관에게 아첨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괴롭히는 자가 있다면 언제든 내게 일러 바치게나! 내 당장 만천화우와 독공으로 그놈의 목을 당장..."


총관은 가주를 지그시 노려본다. 가주는 난가? 내가 괴롭히는 자인가? 내가 나에게 만천화우와 독공을 써야 하는가? 란 생각이 들자.


"아니 뭐, 내 따끔하게 경고 하도록 하지. 잘 알아 들을걸세."


다행히 자신에게 무공을 펼치는 것은 막은 가주였다.


"맹에서는 어쩐 일이라는가?"


"청해에 사교 본단으로 추정되는 곳을 찾았답니다. 정찰을 부탁 하더군요."


"또 허탕치는 거 아닌가? 쯧, 본단이란 이야기엔 안 갈수도 없고."


"이번엔 정말 본단이면 좋을텐데요."


크흠-


'행방불명된 사교주가 거기에 있으면 낭패일텐데.'


가주는 목을 축였다. 앞에 있던 독이 타져 있는 술을 벌컥 들이켰단 말이다.


"아 씁-"


"매우시죠?"


가주는 재빨리 안주를 입에 집어 넣었다. 극독을 탄 술을 안주 몇점 집어 넣는다고 해결이 되겠냐 싶었지만, 이내 표정이 풀린다. 진짜 해결 됐나 보다.


"삶은 고통이라는 땡중이 생각나는구만."


"그 정도면 보통은 고통이 아니라 즉사 합니다만."


"내 독왕이란 별호를 얻고 독으로 죽으면 너무 체면이 상하지 않겠나."


"어쨌든 얼른 가 보시죠, 독주는 그만 하시고."


독왕은 자리를 일어나 가주전을 벗어나 접객당으로 향한다. 걷고 있는 그의 풍모는 당당함 그 자체였다. 마주하는 가솔, 시비마다 공손히 인사를 건넨다. 그는 진중하게 그 인사들을 받았다.

이는 총관의 지시였다. 그는 집안 내에 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사교로 인해 세상이 혼란스러워지자, 군사는 가주가 굳건한 기둥이 되어 가문을 이끌어야 한다 말했다. 가문 내 사람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그들의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해달란다. 실질적 가문의 기둥인 총관의 말을 거절할 순 없었다. 걷던 그에게,


"가주님."


라며 공손히 고개를 숙인 여자가 나타났다.


그의 태도는 바뀌었다.


"소혜야."


"가주님."


여자의 고개가 더 깊이 숙여졌다.


"가주님 말고, 아빠."


"...아버지."


음색과 용모는 그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건만, 아버지라 부르는 여자와 아빠라 부르라는 독왕의 모습은 기이했다.


"...아빠라 부르거라 소혜야."


"다른 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


"그러니 더욱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소혜라 불린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을 뿐이다. 답답한건 독왕이었다.


"하. 예전엔 잘도 아빠라고 불렀는데. 참."


여자의 마음이 닫힌건 성장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걸까.


"내가 미안하구나."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가주님."


다시 호칭이 아버지에서 가주님으로 격상되었다.


"네 어미를 못 지킨 건 내 탓이다."


"..."


고개를 든 소혜는 독왕을 노려보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엄마는 살아계실 겁니다. 가주님."


누군 엄마고 누군 가주님이다. 독왕은 먼저 사라진 그녀가 괜히 미웠다. 독왕은 애써 웃었다.


"그랬으면 좋겠구나. 청해에서 사교의 본단이라 추정되는 곳이 있다고 정찰을 맡아달란 부탁을 받았다. 같이 가겠니?"


사교, 본단이라는 말이 나오자 소혜의 손이 꽉 쥐어진다.


"제가 자리를 비우면 민준이는 누가봐요."


당민준은 당소혜의 어린 동생이다. 소혜는 민준이 엄마 얼굴도 기억 못하게 될 것이 너무 불쌍했다.


"...유모가? 아니면 데려가도 좋고."


"가주님,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곳에 민준이를 데리고 갈 순 없습니다. 더욱이 민준이와 제가 떨어지기도 싫구요."


"위험한 곳이라..."


독왕의 심정은 이랬다.


'내가 그 위험한곳에 가는데, 가지말라고 걱정해주면 안되겠니?'


"알겠다. 갔다 오마."


"예. 꼭 사교의 잔당을 마무리하고 돌아와 주세요."


걱정은 하지않는 소혜였다. 독왕은 괜히 심술이 났다. 사교가 걸리면 화풀이나 제대로 하리.


그렇게 그는 짐을 챙겨 무림맹에서 온 자들과 함께 청해로 향했다.


===


청해의 한 폐성터


무림맹에서 나온 이들과 함께 독왕은 주변을 살피고 있다. 장소가 을씨년스럽다. 곳곳의 민가에 사람이 최근까지도 살던 흔적이 발견된다.


"놈들은 어디에 숨었을까요."


한 공동파의 고수가 독왕에게 말을 건다.


"사교의 본단이라면..."


독왕은 조그마한 산자락을 쳐다 본다.


"과거 지도를 살펴 보니 저곳에 공동묘지가 있더군."


뒤에서 헙-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강호인이 공동묘지를 왜 무서워 하겠냐만은, 사교 이후엔 달랐다. 공동묘지는 시체를 일으켜 조종하는 사교의 보급창고 였다. 사교가 본격적으로 세를 넓힌 뒤로 강호엔 매장보단 화장을 하는 경향이 빠르게 증가했다.

만에 하나 죽은 자기 가족의 시체가 사교의 술수에 의해 또 다시 욕을 보인다면? 그런 가능성을 막고자 하는 자가 많았다. 죽음을 앞둔 이들 또한 죽은 뒤에 이용 당하는게 무서워 화장 해달라 주변에 청하곤 했다.


독왕은 헙-거린 이를 뒤돌아 쳐다봤다. 남자 둘 여자 둘, 후지기수라 불리는 이들이 맹의 임무를 받아 여기까지 왔다. 맹에선 토벌 부대를 편성하는데 시간이 걸려 일단은 공동파의 고수 하나, 후지기수 넷을 파견했고 독왕의 도움을 요청했다.

여섯이란 숫자는 사교의 잔당이 남았다면 일반적으론 싸움을 피해야겠지만 공동파의 고수와 독왕의 합공이라면 중간수준의 사교 무리까지는 찢을 수 있었다.


그들은 공동묘지에 도착했고, 공동묘지 깊은 곳에서 사교의 잔재를 마주하게 된다. 수십구의 걸어다니는 시체들. 사교의 은급, 금급 강시 무리였다.


"내 뒤로 물러나시오! 내가 준 독면을 착용하시오!"


독왕은 외쳤다. 그는 들고있던 부채를 활짝 펼쳤다.


"드디어 독왕의 선풍용독술을 보게되는가?"


공동파의 고수는 미소 지으며 독면을 썼다.


"화풍감우和風甘雨!"


화창한 바람과 달콤한 비라는 독왕의 외침과 다르게 독왕의 전방으로 광풍이 분다. 같은 무공이라도 현경의 고수가 펼치는 무공은 다른걸까.


"꺄악!" 뒤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같이 따라온 후지기수중 여아들의 치마가 위로 들렸다. 독왕은 아차 싶었다. 이 무공을 쓸 땐 주변의 여고수들에겐 치마를 입은 경우 조심하라 말해줬었다. 그를 아는 여고수들은 그와 함께할 땐 당연한 듯이 바지를 입거나, 알아서 가렸지만 때로 급한 순간에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곤 했다.


후지기수중 남자 둘은 걱정하는 척 하며 여자 후지기수 둘의 추태를 감상한다. 전형적인 정파 놈들이다. 라고 독왕은 생각했다.


화풍감우. 사교를 상대하며 독왕이 당가의 비전을 변형시켜 만들어 낸 무공이다. 본래의 용독술은 상대방 몰래 뿌려야 하기 때문에 은밀하게 날려 보내거나 잠입해 퍼뜨리는 것으로, 투척과 잠입 은신이 용독술 자체 만큼이나 중요했다. 하지만 사교 무리 상대로는 그러한 점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아예 대놓고 바람을 일으켜 독을 퍼뜨리는 것이 훨씬 더 주효했다. 바람을 부채를 통해 크게 일으키고, 독을 더하는 용독술의 형태다. 현경에 이른 그는 힘을 쥐어 짜내면 폭풍에 가까운 바람도 일으킬 수 있긴 하지만 현재 이곳을 망가트리기보단 눈앞의 시체들만 무력화 시키는 게 나았다.


이내 은급 금급 강시가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체액을 쏟아내며 무너진다. 얼굴은 녹아내려 버렸는데도 남은 몸뚱아리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는 것이 역겹다. 하지만 조금이 지나자 머리를 잃은 몸뚱아리들은 잠잠해진다.


화풍감우를 통해 바람을 일으키는 독왕의 표정은 굳어갔다.


'안에 뭐가 있는지 느껴지지 않는다.'


화풍감우를 사용하여 바람을 크게 일으키면, 일순간 그의 기감이 바람이 닿는 전역으로 확장된다. 이는 단순히 바람을 일으켜 독을 뿌리기만 하는 것을 넘어, 경지에 이른 그는 그 바람의 세부적인 조정을 통해 독을 정밀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결과로 바람이 닿는 곳의 기감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게된 것이다. 한데 지금은 바람을 통해 느끼는 기감이 어디선가 끊긴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눈이 멀어버리는 기분이다. 저 심처에 아득한 무엇인가가 있다. 이건 조심해야한다. 독왕의 본능이 그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한편 독왕이 그 아득함을 느끼는 심처에서는,


"호오... 저 아이인가?"


묘지의 심처. 한 여자가 누워있다. 묘지의 심처와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침상. 중원인을 닮은 얼굴과 달리 특이한 은발, 나른함과 교태가 뒤섞인 자세로 누워 독왕 방향을 응시하는 아름다운 눈.


"너라면, 내 후계가 될 수 있을까..."


마계의 칠대 대악마중 나태의 위位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


"아니면 또다른 시시한 장난감일 뿐일까..."


독왕은 나태의 악마에게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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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화 악령과 인형 22.09.27 12 0 11쪽
9 9화 인형을 선물받은 독왕 22.09.22 15 0 11쪽
8 8화 독왕의 술자리 22.09.21 13 0 11쪽
7 7화 독왕의 고민 22.09.20 16 0 11쪽
6 6화 과일을 산 독왕 22.09.19 29 0 13쪽
5 5화 독왕의 고독 22.09.18 34 0 12쪽
4 4화 <나태>의 낚시 22.09.17 34 0 12쪽
3 3화 예빈 22.09.16 38 1 11쪽
2 2화 이리 오너라 22.09.15 60 0 11쪽
» 1화 독왕은 나태의 악마에게 찍혔다. 22.09.14 7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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