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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왕과 나태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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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14 19:21
최근연재일 :
2022.09.27 17:2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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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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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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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화 인형을 선물받은 독왕

DUMMY

"이름이 무엇이오?"


독왕이 공동파 고수의 이름을 물었다.


"독왕께서 먼저 이름을 물어 보시다니, 영광입니다."


무림인들에게 이름을 알린다는 것은 특별했다. 특히 사교와 같이 전쟁이 쓸고 지나간 시기엔 더더욱. 전쟁중엔 전쟁터에서 병사들의 개성을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머리카락을 바짝 깎아 개성을 지운다. 이름대신 병사의 직급을 강조해 그들의 이름을 무력화한다.


이름


자신의 것이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것보다 타인이 사용하는 빈도가 훨씬 높은것.


이름


자신의 것이지만 자신이 결정하지 않고 주어진 것.


전쟁중에 이름을 무력화 하고 개별 병사들의 개성을 지우는것은 필요했다. 전쟁이란 세력과 세력의 싸움이다. 거기서 괜히 하위 병사가 자신의 존재, 개성을 인식하고 발휘할 경우 지휘체계는 삐그덕거린다. 그들의 개성을 지우고, 이름을 지우고 직급만을 인식 시키는 것은 지휘를 위해 필요했다.


수천, 수만명 단위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지휘관이 되었다 생각해보라. 때로 더 큰 전선을 위하여 작은 전선의 희생은 불가피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 결정의 순간에 희생되어야 할 전선의 병사들의 이름이 일일이 기억난다면? 전쟁은 개성의 말살을 요구했고 희생을 통하여서라도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 무엇인지를 지휘관에게 강요했다.


사교는 어제의 아군을 오늘의 적군으로 만들었다. 그들에게 타인이 누구인지를, 상대방이 이름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것은 부담이었다. 이름보단 어느 문파인지 무력 수위는 어느정도인지만 아는것이 부담이 최소화 되었다. 그렇게 전쟁은 참여자에게 개성을 지울것을 강요했다.


무림의 강자들은 상대방의 이름을 아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전쟁이 강자에게 강요한 매정함이다.


이런 배경 속에 독왕이 직접적으로 이름을 물어온다. 상대적으로 높은 무력과 지위를 가지고 있는 독왕에게 너는 내게 이름을 알릴 가치가 있다란 표시로 느껴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두고두고 고독으로 지배 하에 놓겠다는 경우였지만.


"호월 입니다."


"본명이오?"


호월이라 자신을 소개한 자는 쓰게 웃으며 말한다.


"문파에서 받은 도명입니다. 도명으로 불러주시면 족합니다."


그는 문파 속의 자신의 존재가 중요한가보다.


독왕은 자신의 잔을 들어 올리며 호월을 바라봤다.


"독왕 당세혁이라 합니다. 아는체 해도 되겠지요? 호월."


호월은 자신 앞에 놓인 술잔을 마주 들어 독왕의 말에 호응했다.


"영광입니다. 독왕."


잔을 드는 호월은 약간은 비틀댄다. 독왕이 경고한대로 몸이 통제력을 벗어나는데도 공력을 끌어 올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록 독왕의 마음은 괜히 썼다.


독왕이 술잔을 비우자, 호월 또한 따라 술잔을 비운다. 서로 술잔이 비워진 것을 확인하자 독왕은 다른 소흥주 병을 꺼낸다.


이내 독왕의 암녹색 안광이 진해진다. 공력을 조금더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그는 병 입구를 손으로 쥐고 독공을 발휘한다. 이내 술의 색은 적녹색으로 변한다. 이번 술은 조금 더 독할 것이다.


그리곤 빈 호월의 술잔으로 술을 날려 보내준다. 호월은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하며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을 즐긴다. 정신은 또렷한 것 같은데, 몸은 점차 마비되어 가는 기분이다. 영혼만 남아 육신과 분리되는 기분이다. 독공의 고수가 줄은 술은 이런 느낌이었나.


"묘지에서, 사특한 기운을 느끼진 못하였소?"


"음...으음..."


말을 하려는 호월의 몸이 앞뒤로 움직인다. 서서히 자신의 몸이 통제력을 잃어 가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특...하다기보다는."


"보다는?"


"영...적으로 충만한 잔재..들이 있었...습니다."


차츰 말이 어눌해진다. 몸은 마비되어 가지만 정신은 또렷함이 유지가 되기에 자신이 말을 어눌하게 하고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게 무슨 말이오?"


"영적..으로 충만한 것..들이 부...정적이게 되면 사..술이나 마교의 잡기고."


"그것이 밝고 올바른 방향으로 쓰이면 도가나 불가의 기물이다?"


호월은 독왕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독왕보다는 도가 계열의 고수인 호월이 그러한 것들을 관찰하는데 더 뛰어났다. 하지만 호월은 독왕이 느꼈던 묘지 심처에서의 어둠은 느끼지 못한듯 했다. 독왕은 이것이 다행이라 생각해야할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미 일은 저질러 간다.


"뭐, 그런것은 다른 사교의 잔재에서도 자주 말이 나오던 것이구려. 망령이 등장하는 곳 근처엔 언제나 그런 것이 있었긴 했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강시만 좀 발견 되었고, 다행히 망령과 같은 것들은 나오지 않아 다행이오."


"독...왕 덕에 피해 없이 정...찰을 끝냈지요."


독왕은 피식 웃었다.


"별거아닌 사교의 잔재였나 봅니다. 괜히 본단이라 하여 긴장하고 갔건만."


독왕은 이번 정찰의 결과가 별거 아닌 건수였다는 것으로 몰아가려 했다. 그가느낀 아득한 어둠, 처음 발견하게된 특이한 여자, 주목해야 할만한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을 묻고자 하는 암시였다.


"..."


호월은 연신 독왕의 말을 긍정하다 이번엔 약간의 침묵을 지킨다.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술잔을 바라보다 술잔을 들어 올릴 뿐이다. 침묵하고 싶은가 보다.


술잔을 들어 올리는 그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술 몇잔 하지 않았는데 점차 독과 술기운이 그를 지배해 나가는 것이다. 하기사 술을 자주 하지도 않을 도사가 독왕이 특별히 타주는 술 앞에 금방 꼬꾸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독왕은 이를 보고 허허 웃으며 일어나 다른 식혜병을 찾는다. 그리고 새로운 잔에 그 식혜를 따른다. 그리곤 호월에게 걸어가 그 앞에 잔을 내밀고, 식혜가 담긴 병을 호월 옆에 둔다.


"술은 그만 하시고 식혜를 드시구려. 아, 내공은 운기하지 마시오? 속을 게워내면 내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소."


내공을 운기하면 속을 게워내 이곳은 너의 책임으로 더러워 질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호월은 피식 웃으며 독왕에게 말했다.


"감사, 하, 합니다."


어눌해진 말투로 호월은 그가 내민 물잔을 받는다. 호월이 그 식혜를 천천히 들이키는 순간.


옆에 있던 독왕의 손이 잠깐 움직였다. 그가 마시는 물 위로 작은 고독을 타낸 것이다.


"으음, 음."


식혜를 다 마신 호월은 입맛을 다셨다. 독한 술맛뒤에 단맛의 음료가 꽤 기분 좋았나보다.


독왕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그에게 말했다.


"뭐, 편히 드시오. 이곳의 밤은 내가 지키도록 할 터이니."


결국 호월에게 고독을 먹이는 것에 성공한 독왕은 앉아서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자신이 한 행동이 감추어 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월은 독왕이 준 술 약간, 식혜 반모금, 고기 조금을 돌아가며 먹는다. 독한맛, 단맛, 고기맛 번갈아 먹는게 꽤 재밌나 보다.


"으음, 으음, 호오..."


이내 젓가락이 시원치 않아 지자 고기도 숟가락으로 대충 퍼먹는다. 독왕은 그러는 와중 호월의 몸 속에 자고가 제대로 자리잡혔음을 느낀다. 호월의 술잔이 비자 다시 술을 날려보내 준다.


"좀 약하게 탔소. 식사를 오래 즐기시는게 좋아 보이니."


"배, 려에. 감ㅅ..."


호월은 이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 표정이다. 호월은 이 마비감이 싫지 않았다.


그렇게 밤은 저물어 갔다.


===


"끄으아~"


일행이 각자 방에서 나와 다시 식당에 왔다. 독왕은 홀로 앉아 차를 마시는 중이다. 차에는 특별한 독을 타마시진 않는다. 그의 취향이었다.


"아. 다들 왔나."


독왕은 앉아서 일행을 맞이했다. 그날 술을 마시고 다 엎어져 잠든 일행을 독왕이 방으로 옮겨다 주었다.


"예, 푹 잔 기분이라 몸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저도요."


"그럼 간단하게 아침을 하고 일 보러 가지. 나는 마차를 구해 묘지로 가 보겠네. 자네들은 어떡할텐가?"


"저는 맹에 보고를 작성해 올려 보겠습니다."


호월이 답했다. 독왕은 더이상 그가 염려되지 않았다. 그에게서 자고가 느껴졌기 때문.


"자네들은 각자 문파로 돌아가시게. 보고는 내가 하도록 하지. 추가 정찰조 파견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면 돌아가도 좋다네."


호월은 그렇게 말했다.


"예, 진인."


객잔 주인이 식당으로 들어선다. 그는 일행을 둘러보며 말한다.


"하루동안 푹 쉬셨습니까, 대협. 하루종일 식사도 찾지 않으시고요. 대접해 드리는 것이 저의 기쁨인데."


"하루동안 이라니요?"


"그제 저녁 식사를 하신 뒤에 어제 하루동안은 찾지 않으셨잖습니까? 밖에 나갔다 오신줄 알았지요."


"아, 하루 종일 방안에서 푹 자며 연공을 했다네. 푹 쉴때도 있어야지."


독왕이 그렇게 둘러대 주었다. 일행은 독왕이 준 술을 마시고 하루동안 시체처럼 잠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그렇게 푹 쉬었더니 몸이 개운한가, 술 몇잔에 하루동안 잠들게 만들다니, 독왕은 독왕이다 싶었다. 호월은 객잔주에게 간단한 아침을 부탁했다. 객잔주는 준비하러 나간다.


"아, 세혁님 여기."


그저께 '사매, 사매' 거리며 눈물을 쏟았던 여자 후지기수가 독왕에게 인형을 건넸다. 얼굴은 토끼모양, 몸은 사람인 형태의 인형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형이에요. 예쁘죠? 따님을 드려도 좋아할 거에요. 방안에 장식용으로 많이 둬요."


"이런건 처음 보는군."


독왕은 딸 당소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떠올리려 해본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무심한 아빠였기도 하다.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후지기수의 추천이니 일단은 받아둔다. 술을 만들어 준 보람이 있는것 같다.


"네, 사파쪽 상단이 만든 인형이라 조금은 기분이 그렇지만, 인형사가 아니면 이런 품질을 만드는 곳이 없더라구요."


사교가 중원에 위협이 된 후 사파와 정파 또한 서로에 대한 협력이 예전보단 많았다. 그래서 쓸만한 물건 정도는 거부감 없이 팔아주나 보다.


"인형술?"


"네, 인환문의 인형사 못 들어 보셨나요? 사교와의 싸움에서 망령들을 인형에 가두어 상대 했던걸로 유명했는데."


독왕은 그제서야 인형을 다루어 싸운다던 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뭐 일단은 선물은 고맙게 받아두도록 하자.


"고맙네. 내 딸아이에게 주도록 하지. 좋아했으면 좋겠군."


그렇게 독왕과 일행은 간단히 아침을 먹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독왕은 마차 한켠에 인형을 두었다.


그 인형엔 곧 특별한게 담기게 되지만, 독왕이 아직 그걸 알 수는 없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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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화 악령과 인형 22.09.27 12 0 11쪽
» 9화 인형을 선물받은 독왕 22.09.22 14 0 11쪽
8 8화 독왕의 술자리 22.09.21 13 0 11쪽
7 7화 독왕의 고민 22.09.20 16 0 11쪽
6 6화 과일을 산 독왕 22.09.19 28 0 13쪽
5 5화 독왕의 고독 22.09.18 34 0 12쪽
4 4화 <나태>의 낚시 22.09.17 33 0 12쪽
3 3화 예빈 22.09.16 37 1 11쪽
2 2화 이리 오너라 22.09.15 60 0 11쪽
1 1화 독왕은 나태의 악마에게 찍혔다. 22.09.14 7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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