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반갑습니다

독왕과 나태의 악마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14 19:21
최근연재일 :
2022.09.27 17:2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21
추천수 :
4
글자수 :
52,251

작성
22.09.16 19:15
조회
37
추천
1
글자
11쪽

3화 예빈

DUMMY

[이리 오너라.]


독왕은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한쪽 무릎을 털썩 하고 꿇었다. 주변을 수색하던 일행은 놀라 독왕에게 다가온다.


"무슨 일이십니까!"


"듣지 못하였소?"


"무엇을요?"


"저기서 들려오는 말을 듣지 못하셨소?"


"전 들은 바가 없습니다만."


일행은 서로를 쳐다본다. 공동파의 고수는 이내 표정을 굳히고 내공을 일으키고 검을 다잡는다. 혼원일기공과 복마검법의 준비다.


"망령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독왕보다 경지가 낮은 공동파의 고수였지만 강시를 잘 상대하는 독왕과 달리 공동파의 복마검법은 망령을 상대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맹에서도 그를 보내준 것이다.


"아니, 망령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는데..."


하지만 독왕은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망령이 사람의 정신을 고의로 망가뜨리고 공격하는 사술을 쓴다면, 방금의 목소리는 어떠한 공격적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 목소리의 아득한 격에 의해 독왕 스스로 힘이 잠깐 풀린 것이다. 하지만 이렇다 저렇다 말을 덧붙일 순 없다. 정체를 모르는 이상 공동파의 마에 대항하는 능력이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리로 오라더군."


"저 심처 안에서 말입니까?"


"그렇소."


"아까는 저 곳은 절대로 접근하지 말고 다른 곳부터 수색하라 말씀 하셨잖습니까."


독왕은 다시 심처를 노려본다. 그의 기감이 묵직한 어둠에 가려져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곳이었다. 헌데 그 묵직한 어둠이 조금씩 거둬지고 있다.


"저 안은 위험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소.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기감이 닿는구려."


일행은 독왕의 말에 표정이 밝아진다. 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미지의 공간이 밝혀지다니, 수색이 좀 더 수월해 지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본단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교死敎와 관련이 있는 것은 틀림이 없군요."


후지기수중 한명이 말을 꺼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강시가 수십구가 숨겨진 곳이니까요."


"저 안은 나 홀로 들어 가겠소."


독왕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불가합니다."


공동파의 고수가 독왕을 반박하고 나섰다. 무력으로도 무림 배분으로는 이런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사교의 잔재를 앞두고 항마력이 있는 고수의 발언은 무시할 수 없었다.


독왕은 일행을 훑어보았다. 이곳은 묘했다. 왠만한 강시는 독왕이 처리할 수 있었고, 복마검법의 고수가 있으니 망령에도 대비가 된다. 하지만 저 심처의 어둠은 쉽게 볼 문제가 아니었다. 확신할 수 없는 곳에 이들의 동행을 허락해도 되는 것일까.


"사교를 상대로 홀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위험성은 독왕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공동파 고수의 말에 독왕의 눈에서 잠깐 노기가 스쳤다.


"황 부인에 대한 기억을 들추는 것은 실례인걸 압니다. 하지만 그만큼 무림은 독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아 주시길 바랍니다."


황 부인. 황예빈. 독왕의 아내이자, 당소혜의 어미. 독왕과 아내의 감정선은 복잡했다. 독왕이 독인으로서 일류, 절정을 밟고 있을 때, 그는 영약과 독을 구하기 위한 쉬운 길로 무림의 유력 상가와 혼인 맺었다. 가문이 권한 일이었고, 본인이 원한 일이었다. 한참 독공과 독인에 몰입 하였을 때의 그의 인간성은 지워져가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의 혼인이 정상적이었겠는가?


예빈은 순하여 가문의 결정을 따랐고, 그녀는 당가에 와서 양처로 살았다. 독왕은 예빈에게 예의를 다했지만, 다정하진 못했다. 그때의 독왕에겐 예빈은 귀찮게 하는 일이 없어 좋은, 좋은 아내였다. 그가 독, 영약, 수련을 거듭해 화경에 올랐을때 세상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는 그때 까지만 해도 왜 내 성취에 예빈이 그리도 기뻐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멍청한 독인이었다.


예빈은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독왕 당세혁, 세혁은 화경에 오르고서야 예빈의 바람을 들어 주었다. 무심한 그와 달리 예빈은 집안의 대소사를 잘 이끌어 나갔다. 당가의 인물들은 독왕을 존경했지만, 예빈을 사랑했다. 그녀는 당가의 독한 년놈들도 녹이는 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아이를 가졌고, 시간이 지나 그들의 딸, 당소혜가 세상을 보았다.


당소혜가 태어난 그날, 독왕의 세계는 깨져 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눈에서 눈물이 아닌 독물만이 나왔을 때가. 당소혜가 태어난 이후, 무심했던 독인의 눈에서 독물이 아닌 눈물이 잦아졌다. 처음에 독왕 당세혁은 그게 참 싫었다. 독한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아 그걸 숨기고 싶어 했다.


예빈은 독왕의 처소를 당소혜를 안고 자주 찾았다. 그녀는 독왕에게 당소혜를 안겨주고, 때때로 그를 안아 주었다. 어느날 처럼 당소혜를 안고 있는 독왕을 예빈이 안아 주었을때, 그녀는 말했다. 독한 마음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고.


그는 그날 계속 울었다.


예빈은 아이는 하나만 낳았는데 둘을 가졌다며 미소 지었다. 그날 이후 독왕은 예빈에게 조금은 퉁명스러워 졌다. 예빈은 그런 그를 보며 오히려 더 즐거워 했다.

하지만 독왕은 소혜에게만은 더 다정해 졌다. 예빈은 그런 독왕을 보며 행복해 했다.


독기를 넘어선 독인은 더 강해졌다. 마음의 독기가 누그러지자 독공은 더 발전했다.


사교와의 마찰은 독왕을 더 빨리 강하게 했다. 사교가 시체를 주로 다루긴 했지만 시독, 마비독, 사람의 심령을 제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들, 고독, 수면, 마취, 안정제 성격의 각종 독들도 대단한 집단이었다.



독왕은 그런 독을 상대하며 감당 가능한 만큼 독들을 흡수해댔다. 중원을 파멸로 몰고 갈뻔한 독들 이었지만, 그에겐 영약이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그가 화경을 넘어 현경의 독공 고수로 오르게 된 날.



당가는 그들의 독마저 품어주던 꽃, 황예빈을 잃었다.



그녀는 표국에서 자라온 터라 보법과 경신술이 수준에 올라 있었고, 어릴 때부터 취미로 익혀오고 발전시키던 음공이 주특기라, 당가에서 필요한 임무가 있을 때, 자발적으로 나서곤 했다. 제 한 몸 빼내는 능력은 자신 있다며, 둘째인 민준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말리는 데에도 그녀는 임무에 나섰다.


다른 당가의 무력들이 할 일이 바빠 때마침 그녀를 보필하는 것에 구멍이 났을 때, 그녀는 사교와 관련한 가벼운 임무를 홀로 자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때 실종 되었다.


공동파의 고수가 홀로 움직이는 것을 경계한 것은 타당하나, 사라진 부인을 생각하면 독왕의 마음은 착찹해 졌다.


"...좋소, 같이 움직입시다."


독왕은 후지기수중 한명을 보며 말했다.


"자네는 여기 남아 우리가 반나절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경우 맹에 알리시게."


그렇게 독왕은 만의 하나의 경우도 염두해 두고 일행과 함께 심처에 들어가게 된다.


===


독왕은 굳었다. 아까의 어둠이 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눈앞을 믿을 수가 없다.


"예빈?"


그는 침상위에 누워 그를 지그시 쳐다보는 존재에게 물었다.


"예빈이오?"


사라져 버린 황예빈과 똑같은 얼굴. 조금 더 어려진 모습이었지만 막 혼인을 하던 때의 예빈과 똑같은 얼굴. 다르다면 힘껏 나른한 분위기와, 풀어진 눈빛과 은발.


"아니다."


묘지의 심처라고는 예상할 수 없는 아늑한 공간. 황폐한 바깥과 달리 고급스러운 침상. 그곳에 누워 <나태>는 독왕에게 대답했다. 부정형 대답과 달리 그녀의 얼굴은 약간의 기대감이 서려있었다.


<나태>는 사실 고민이 있었다. 독왕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자연스러울 것인가. 일단 존재감을 끌어 올려 '이리 오너라'라고 부르긴 했지만, 뒤가 없었다. 저지르고 본 것이다.


한데 독왕이 자신의 얼굴을 보자 말자 무슨 반응을 보인다. 무슨 일인지 조금 더 지켜 봐야 겠다.


"하지만 예빈과 똑같은 얼굴을..."


"허어, 독왕, 예빈이라 하면..."


공동파의 고수 또한 옆에 서서 둘을 지켜 보았다. 후지기수들은 독왕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일단은 긴장한 상태다.


"예빈이 누구지?"


<나태>가 예빈의 정체를 물었다.


"사라진... 내 딸 아이의 어미요."


독왕은 아내, 부인 등이 입에 잘 붙지 않았다. 누구 딸 어미로 부르는 것이 입에 더 붙었다.


"부인?"


"...그렇소."


<나태>의 미소가 진해졌다. 일이 이렇게 풀리려나 보다. 이 얼굴의 주인, 독왕과 그런 관계였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당신은 예빈과 너무 닮았소. 아참, 여기서 혹시 이리 오라는 말 같은걸 듣지 못하였소? 여기서 들렸는데."


"흐응- 못 들었는데? 니가 환청을 들었나 봐."


"그런..."


이때 공동파의 고수가 <나태>에게 말을 한다. 사라진 황 부인과 닮은건 닮은거고, 이 곳을 파악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독왕은 눈앞의 존재의 얼굴에 그 임무를 잠깐 잊은 듯 했지만, 공동파의 고수 까지 임무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소저는 여기 어쩐 일로 있는 것이오? 마치 이곳의 주인인 듯 자연스레..."


<나태>는 공동파의 고수를 쳐다보며 말 했다.


"몰라?"


그녀에게 가타부타 변명은 귀찮았다. 성가시게 굴면 지워버리고 떠나면 그만.


"허어, 이곳은 위험한 곳이오. 바깥에 강시들이 있지 않소이까? 소저는 이곳에 어떻게 온 것이오?"


"기억이 없어."


그녀는 노회한 정치가가 할만한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여기에 얼마나 있었나요? 먹을건 어떻게 구하셨죠? 혈색이 좋으신 걸 보면 굶으신건 아닌 듯 한데."


뒤에 서있던 후지기수중 한 여자가 질문을 던졌다.


"저기."


그녀는 침상 옆의 큰 수납장을 가리켰다. 물어본 여자는 수납장 앞으로 가 수납장을 열어 본다. 안에는 견과, 육포, 물병 등이 있었다. 수납장은 꽤 컸고 보관된 식료품은 꽤 많았다. 이걸 먹고 버텼나보다.


"이상한 사람들이 한번씩 찾아와서 먹을걸 채워주고 갔어. 얼마 전부터는 안오지만."


신도들을 이상한 사람이라 바꿔버린 <나태>였다.


"보관에 용이한 식품들이 많네요."


"당과는 제일 먼저 다 먹어 버렸거든."


"당과요?"


"응. 과일이랑. 당과. 당과 먹고싶다."


<나태>는 달콤한 음식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긴장한 독왕 일행과 달리 그녀 혼자만 여유로웠다.


"이걸 다 먹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셨죠? 어디로 가실 생각이셨나요?"


후지기수는 은연중에 그녀가 어디 출신인지, 혹은 어디로 향하려 하는지를 알아내 보려 교묘한 질문을 던졌다.


"다 떨어지면 굶어 죽겠지."


독왕 일행은 무표정하게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 나태를 당황스럽게 쳐다본다. 물론 <나태>는 좀 굶는다고 죽는 일은 없다.


"그냥 여기서 뒈질거야. 그러니 꺼져."


나태는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내뱉었다. 독왕 일행은 내공하나 느껴지지 않는 여자에게 분위기에서 압도 되었다. <나태>에겐 그런 마성이 있었다.


<나태>는 독왕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넌 남아. 예빈이란 여자에 대해 이야기 해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독왕과 나태의 악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화 악령과 인형 22.09.27 12 0 11쪽
9 9화 인형을 선물받은 독왕 22.09.22 15 0 11쪽
8 8화 독왕의 술자리 22.09.21 13 0 11쪽
7 7화 독왕의 고민 22.09.20 16 0 11쪽
6 6화 과일을 산 독왕 22.09.19 29 0 13쪽
5 5화 독왕의 고독 22.09.18 34 0 12쪽
4 4화 <나태>의 낚시 22.09.17 34 0 12쪽
» 3화 예빈 22.09.16 38 1 11쪽
2 2화 이리 오너라 22.09.15 60 0 11쪽
1 1화 독왕은 나태의 악마에게 찍혔다. 22.09.14 71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