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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왕과 나태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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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신니햄참
작품등록일 :
2022.09.14 19:21
최근연재일 :
2022.09.27 17:2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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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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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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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이리 오너라

DUMMY

"너라면, 내 후계가 될 수 있을까..."


나태의 악마는 독왕 쪽을 바라본다. 시각으로 그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기감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독왕이 나태의 악마쪽을 기감으로 느낄 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뭐, 일단은 만나 보아야 하겠지."


여자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벨파드."


"예, 주인님. 이아르시여."


어두운 구석에서 전신을 가린 사람이 나온다.


"성물을 모두 챙겨 숨도록."


"모두 말입니까?"


"아, 저건 남겨 두는게 좋겠어."


그녀가 눈짓하는 곳 끝엔 항아리라기엔 조금 작은 단지가 보였다.


"카푸스의 단지, 영혼을 수집하고 보관하는데엔 제격이지요. 역시 주인님은 이 차원을 망가뜨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당과를 담을려고 가져 가려는 건데.'


카푸스의 단지를 놓고 주인과 종의 의견은 동상이몽을 펼치고 있었다.


"안은 깨끗이 비워 두도록. 담긴 영혼들은 마계로 가져가. 나머진 풀어버리고."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면 더 맛있는 당과들이 넘쳐 나겠지? 이것저것 많이 넣어야지.' 라며 그녀는 기대했다.


"역시 주인님, 단지에 새 영혼들을 담글 생각 이시군요. 모든것이 이아르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나태의 악마는 망설였다. 오해가 깊어지고 있었다. 바깥에 나가서 당과를 수집한 뒤 독왕을 지켜보고, 나태한 중원의 삶을 즐기기 바쁠 터인데, 무슨 영혼의 새로운 수집이란 말인가. 그녀가 그 사정을 설명하기엔


'귀찮아.'


"성물들을 가져가는 김에 네 라이프 포스 베슬은 마계에 같이 두도록 해. 여기서의 활동은 줄인다. 독왕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마계로 귀환할거야."


"하지만 제 베슬을 마계에 두면 무림에서의 제 능력 또한 제한 받을 것입니다."


"뭐, 그것도 재밌을테지."


나태의 악마는 빙긋 웃었다. 라이프 포스베슬, 리치로 추측되는 벨파드는 그녀의 웃음에 조용히 몸을 떨었다. 두려운 것일까.


"이아르님의 뜻대로."


벨파드가 조그맣게 시동어를 외자 주변에 있던 물건들이 둥둥 떠 그에게 모였다. 리치는 조심스럽게 카푸스의 단지를 열어 다른 관과 잔들에 영혼들을 옮겨 담았다. 단지가 열리자 영혼들의 비명이 들려 왔지만 나태의 악마와 리치는 놀라지 않았다. 그들에겐 일상적인 일인가 보다.


"시끄럽구나."


"영혼들의 비명은 달콤하지 않습니까?"


"레이스들의 비명은 귀엽다만, 생것들의 비명은 글쎄."


벨파드의 목소리는 약간 들떠있다. 그는 영혼의 비명을 즐기는 듯 했다.


"내 그 안에 진정으로 달콤한 것을 담을 것이야."


"무림에 진정한 고통을 안겨다 주실 것이군요. 감동적입니다."


리치는 주인의 말에 감동했다. 오해가 계속 깊어지는 중이었다.


"아참, 언데드들은 어떻게 할까요?"


"9할은 마계로 데리고 가. 좀비와 구울은 중급 위주로 중원 전역에 뿌리도록 해. 데스나이트들은 하나만 남겨두고. 레이스는... 하급만 남기고 가져 가도록."


"레이스가 중원 놈들한테 가장 잘 먹혔지 않습니까? 중급 이상도 남겨 두시지요."


"으음..."


나태의 악마는 고민했다. 레이스, 그 녀석들이 문제다. 망령. 그녀는 언데드를 만들 때 여자들을 주로 영체형 언데드로 사역했다.



육체적 조건이 더 강한 남성 언데드는 구울, 좀비, 강한 녀석들은 듀라한에서 데스나이트 까지. 물리적인 언데드로 사역한 반면, 여성형은 비슷한 방식으로 사역할 경우 효율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살아 생전의 육체적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예외적인 경우는 존재 했지만, 통상적으론 그러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가. 한없이 나태하기 위해, 자신을 대신해 싸워줄 수족을 부리는 악마. 동물의 젖과 피까지 알차게 뽑아 쓰는 인간처럼, 그녀는 나태속에 인간을 더 뽑아 쓸 깨달음을 얻었다.


영체형 언데드로 사역하는 경우 비슷한 조건으로 만든 남성형 보다 효율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깨달음으로 각종 영체형 언데드를 만들던 그녀는, 레이스라는 언데드를 애용했다.


레이스의 특기는 후회, 피폐, 집착, 저주, 정신조종, 우울, 자살충동, 환상 등 정신적인 공격 수단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최하급부터 최상급 까지 다양한 레이스가 존재했는데, 상급으로 갈 수록 사용하는 공격이 다양해지고 효과 또한 강력했다.


중원에서 레이스는 다른 형태의 언데드 보다 효과가 좋았다.


이놈의 중원은 물리적인 능력이 뛰어난 자들은 차고 넘쳤다. 때문에 구울 좀비 데스나이트들은 재료들도 많았고 효과가 좋았으나, 그들을 상대할 전력 또한 많았다.


하지만 정신적이거나 마법적인 공격을 하는 경우 그들은 취약했다. 승려라 불리는 이들, 도사라 불리는 이들이 존재해 상대가 가능했으나 나태의 악마가 지켜본 바로는 그들 또한 영적, 정신적인 기술 개발보다 물리적 무공을 더 깊이 연구해, 레이스와 같은 언데드를 상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승려와 도사는 다른 무림인 보다는 레이스를 조금 더 잘 상대할 수 있었다는 정도 뿐이었다.


레이스, 적에게는 최악의 절망이더라도, 그녀에게는 자신을 위해 일해주는 귀여운 악마들일 뿐이었다.


영체로 이동해 물리적 조건에 구애를 덜받아 주변 사역마들에게 말을 전달하기도 유용했고, 그들의 비명은 그녀에겐 새들의 지저귐처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다만


"중급 미만, 즉 하급 이하의 레이스는 이아르님의 심부름을 제대로 수행해 내기 어렵잖습니까? 년들을 몇 두셔서 쓰시지요."


"중원이 시끄러워진다."


"북적이는게 여행의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조용한걸 즐기는 편이다만."


'편하자고 사역마들을 많이 만들었던게 이리 시끄러워 질줄이야.'


중급,상급 레이스는 중원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고, 중원 전역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정사파가 연합하고 온 사방을 헤집고 다녔다. 그녀의 안락하고 나태한 여행을 방해하게 된 것이다. 지금만 봐도 자신의 거처 앞까지 잡놈들이 오지 않는가? 중급 이상의 레이스를 더 많이 둘수록 중원은 더 시끄러워지고, 그녀의 나태함을 방해할 것은 뻔했다.


"중원인 신도들은 어찌할까요?"


"..."


나태의 악마는 말을 멈췄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냥 중원 전역에 퍼뜨리겠습니다. 뭐, 무림인들이 알아서 청소 하겠지요."


"술병을 깨서 나눠 주거라."


"술병을요? 제가 생각하는 그 술병은 아니겠지요?"


"...맞단다."


"그 녀석을 내어 주시다니. 무림 여행이 참으로 좋으셨나 봅니다."


"여행지에 낙서 하나 정도 새겨 두는 건 괜찮겠지."


"<애정>과 <인내>의 술병은 그래도 아끼시던 것인데."


"물릴만큼 쪽쪽 빨아서 질린단다."


나태는 애써 떠나보내는 술병에 미련을 떨치기 위해 술병을 폄하했다.


"아참, <인내>가 이곳 출신이던가?"


"예, 무림에서 승려를 했었지요. 그 머리털을 다 밀고 다니는 인간들 있지 않습니까?"


"흐음, 재밌는 곳이려나?"


"<인내>의 출신지라면 말 할 필요가 없지요."


"쯧, 거긴 피해야겠군."


"그나저나 이 술병의 역사는 정말 대단한데, 깨기가 안타깝습니다."


"그래, 천계에서 <애정>이 <인내>에게 구애하기 위해 같이 만든 도자기를... <질투>가 기어이 천계까지 잠입해 술병으로 타락 시켜 빼돌리다니."


나태는 몽롱한 표정으로 술병을 바라보았다.


"<나태>께서는 이 술병을 어떻게 얻은 것입니까? 깨기 전에 사연을 듣고 싶습니다."


"<질투>, 그년이 그렇지 않느냐? 얻고 나면 금새 싫증 낸단다."


"하지만 싫증낸 걸 달라고 하면 다시 <질투>는 질투의 본능이 깨어나 쉽게 주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내기를 했지."


"어떤...?"


나태는 빙긋 웃었다.


"내용을 들으면 너는 미쳐버릴거란다."


리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굳었다.


"내 아끼는 부하를 미치게 할 순 없지 않겠니?"


'이만한 놈을 다시 키우려면 너무나 귀찮을테고.'


"<나태>께 감사를."


리치는 그 말과 함께 술병을 내려쳐 깨려 했다. 그 순간


"잠깐!"


나태가 그를 말렸다. 리치는 그 자세로 멈추었다.


"마지막 한잔을 나누자꾸나."


"중원에 온 보람이 있군요. 주인님과 술을 나눌 기회가 생기다니."


나태는 조용히 웃었다.


병을 건네 받은 나태는 병을 열었다. 달콤한 향기가 공간을 채워간다. 나태는 병에 입을 대고 숨을 훅 불어 넣는다. 병 안의 액체와 나태의 숨결이 섞여 술의 색이 변하고 향도 오묘해진다. 절로 나른해지는 향과 시체 썩은내, 과일의 달콤한 향기가 한데 섞여 역겨움을 자아낸다.


"쯧, 내 마실 것에 시독을 넣는건 좋아하지 않는다만."


나태는 리치를 쳐다본다.


"네녀석이 있으니 한번쯤은 괜찮겠지."


"나태께 감사를."


나태는 리치에게서 잔을 건네 받는다. 아까의 단지에서 옮겨담은 영혼이 몇 담겨 있다. 영혼들은 잔 안에서 나태를 쳐다보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다. 나태는 무심하게 그 위에 남은 술을 모두 붓는다. 그렇게 영혼은 술에 잡아 먹혔다.


나태는 잔을 입에 가져다 대 마셨다. <애정>의 사랑이, <인내>의 숭고함이, <질투>의 독기가 그녀의 혀 끝에 감돈다. 그녀가 병을 오래 사용해서 그런지 <나태>의 나른함이 절로 몰려온다. 모든걸 포기하고 싶다. 사랑도, 숭고함도, 독기도 잊고싶다. 나태는 그렇게 술을 즐겼다.


나태는 잔을 리치에게 건넨다. 리치는 잔을 받아든다. 받아드는 손이 굵은 뼈다. 리치는 전신을 가린 천 아래로 잔을 옮겨 나태가 준 술을 흡수한다.


"크흡!"


리치가 비명을 지른다. <애정><인내><질투>의 기운이 녹아 있는 술은 그에겐 쉽지 않았다.


"이리 오너라."


나태가 리치를 불렀다.


리치는 나태 앞으로 기어갔다.


"착하지."


나태는 리치의 천 위를 쓰다듬었다. 이내 리치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꽤 많이 흡수했구나."


"<나태>께 감사를."


"가 보거라."


나태는 그렇게 리치를 내보냈다. 리치는 놓여있는 성물들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마계에 갔다 오는 것이니 좀 걸릴테다.


나태는 다시 독왕쪽을 바라보았다. 리치와 이야기 하는 도중에 그냥 떠나 버렸을까. 그녀는 웃는다. 그래, 그럴리가 없지.


'암흑을 보고 눈이 먼 자가 그 암흑에서 눈을 뗄 순 없겠지.'


성물도 많이 치웠겠다, 그녀는 조금씩 기운을 안으로, 안으로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독왕에겐 눈을 멀게한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리라.


그녀의 미소는 짙어진다. 어떤 달콤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무엇이 나의 나태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인가. 그녀는 기대가 차올랐다. 아까마신 술기운이 올라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태는 독왕을 향해,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이리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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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악령과 인형 22.09.27 12 0 11쪽
9 9화 인형을 선물받은 독왕 22.09.22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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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독왕의 고민 22.09.20 16 0 11쪽
6 6화 과일을 산 독왕 22.09.19 29 0 13쪽
5 5화 독왕의 고독 22.09.18 34 0 12쪽
4 4화 <나태>의 낚시 22.09.17 34 0 12쪽
3 3화 예빈 22.09.16 38 1 11쪽
» 2화 이리 오너라 22.09.15 61 0 11쪽
1 1화 독왕은 나태의 악마에게 찍혔다. 22.09.14 72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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