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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402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2.09.05 19:15
조회
570
추천
10
글자
13쪽

024. 죽여보던가!

DUMMY

“끄으응···.”


강이훈은 몸을 일으켰다. 눈을 뜨니 낯선 천장··· 그래, 낯선 천장이다. 그는 지금 감옥에 갇혀있으니까. 그리고 예전 죄수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수갑이라도 풀려있어야 편할텐데.’


손에는 수갑이 차여져 있어 이불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고 불편하게 자야만 했다. 이거라도 없으면 편할텐데 저 녀석들은 이걸 절대 풀어주지 않겠지···.


“배고파···.”


“배고프면 알아서 비상식량 사서 쳐먹어라!”


“······.”


아무래도 납치를 해왔으니 편하게 지내게 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했다.


“···커억.”


그리고 옆에는 차여진이 여전히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 태평하다고 해야할까, 뭐라고 해야할까···.


‘아무리 수갑으로 묶여있어도··· 이렇게 태평해도 되나? ···나를 그만큼 믿는다는건가? 아니면 뭐··· 나현우씨와 오래 같이 다녔으니 익숙해졌을지도.’


아무리 그래도 이성과 둘이 같은 방에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태평한 것은 너무 위기감이 없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 강이훈은 자신이 먼저 조금 더 멀리 거리를 두었다.


‘···심심하다.’


이 방에 가만히 갇혀있으려니 심심하기 그지없다. 지난 3년간 이렇게 심심해본적이 없었다.


“드르렁···커어어···.”


‘어젯밤에는 그래도 덜 심심했는데.’


거젯밤에 그는 차여진과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다. 그나마 말상대라도 있으니 덜 심심했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심심하다.


‘···에라이, 나도 잠이나 자야지.’


강이훈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완전히 펼쳐지지 않은 이불 탓에 불편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그 이불에 끼어누워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다시 뜨면 무언가 달라져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헉, 허억···.”


나현우는 쉴 틈도 없이 달렸다. 중간에 산이 있어도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사건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도저히 쉴 수가 없다. 다리가 터질 것같아도 계속 달렸다. 이 일을 얼른 서울로 가서 알려야한다.


‘젠장···! 차여진···!’


솔직히 말하자면 배신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런걸 혼자 결정을 해서 함께 잡혀간다는 말인가? 그 박하운이라는 아이에게 상황을 들었을 때, 그는 도저히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네가 왜 그딴 짓을 하는건데, 도대체 왜!’


평소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믿을 수 없어서 그 하운이라는 아이를 계속 추궁했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20년 넘게 그녀와 함께한 나현우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그녀가 하지 않을 법한 일이다.


그녀는 정말이지 염세적이다.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부터 그랬다. 이 세상에는 희망같은게 없다고 중얼거리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그의 눈에 선명하다. 하지만 왜 갑자기 이런 짓을 했다는 말인가?


“진짜···! 가만히 안둔다, 차여진!!”


그리고 그를 놔두고 갔다는 것도··· 사실 그 점이 가장 배신감이 들었다. 물론 서울에 이 일을 알려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불사자가 아닌 나현우를 위험에 빠트릴 수 없다는 사실도 이해한다. ···하지만 배신감이 드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끄으으으윽···!”


나현우는 그 분노를 힘으로 삼아 열심히 달렸다. 며칠동안 걸어서 올 거리를 하루만에 달려왔다.


“끄으으윽···. 곧··· 도착···!”


나현우의 눈 앞에 서울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비켜···주세요···! 전달할 것이···.”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지칠만도 했다. 그는 거의 쉬어가는 목소리로 외쳤다.


“납치 사건···. 납치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엄청나게 있을걸로··· 추정되는···!”


“뭐···?”


“납치 사건?!”


납치 사건이라고 하니 사람들이 깜짝 놀라 나현우를 쳐다보았다. 얼마나 달려온건지 금방이라도 쓰러질거처럼 지쳐있고, 아주 누추한 몰골이면서 쉰 목소리로 외치고 있으니 사람들이 모두 그를 주목할만 했다.


“관리원님! 이 사람이 납치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예?”


그리고 나현우가 워낙에 급해보이니 줄을 선 사람들도 그의 앞에서 비켜주었다. 그 결과 마침내 나현우는 관리원의 앞에 설 수 있었다.


“납치 사건···. 강원도 쪽···. 헌터들이 잡혀갔다고 합니다···. 일본 쪽으로··· 팔아 넘긴다고··· 합니다···.”


“······! 초소에서 잠시만 쉬고 계십시오. 상부에 보고를 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군요.”


“가함··· 사합니다···.”


관리원은 바로 손목의 단말기를 툭툭 치고는 입을 열었다.


“강원도에서 헌터들이 납치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최근 실종자가 많은 것도 관계가···.”


그렇게 관리원이 상부에 보고를 하는 동안 나현우는 의자에 앉아 잠시 잠들었다.






“야, 언제 내보내주는데?! 우리 언제 일본 가냐고, 이 자식들아!”


“······조금 진정하고 앉아있으십시오. 그러다 배고파집니다.”


강이훈은 차여진과 함께 있으니 기운이 쭉 빠지는 것같았다. 나현우씨가 왜 항상 힘이 없어보였는지 이해할 것만 같다. 차여진은 일어나자마자 철문을 차대며 성질을 부렸다. 그리고 강이훈은 그걸 말릴 수 밖에 없었다.


“곧 그들이 올거니까 얌전히 있어라! 괜히 힘빼지 말고!”


“오, 그들? 그들이 온다고? 걔네가 누군데? 그 야쿠자 놈들?”


“입 닥치고 있으라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반대쪽에서 철문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기가 죽을 법도 한데 차여진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아니, 누가 그러면 겁 먹냐? 아, 진짜 내가 이 수갑만 아니면 박살을 내주는건데, 이 자식들아!”


“이게 진짜 죽고 싶나!”


“쥭고셉냐~~ 아, 죽여보던가! 죽여보던가!”


‘···불사자에게 죽고싶냐고 하면 당연히 안 통하지.’


차여진은 정말이지 사람을 약 올리는 법을 잘 안다. 아주 화려하게 약을 올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잘 깐족거릴 수 있는지, 강이훈은 정말로 모르겠다 싶었다.


‘하긴··· 저래야 좀 화가 풀리겠지.’


저런 성질을 풀려면 저렇게 해야할 것이다. 강이훈은 그냥 앉아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더 이상 말릴 힘도 없다.


“젠장, 이 자식이···!”


“···놔둬라. 곧 그 녀석들이 올거다.”


문 밖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 들었던 그 목소리다. 자기들끼리 큰형님이니 뭐니 했던 그들의 대장이다.


“야쿠자 밑이나 닦아주고있는 새끼들이 진짜 뭔!”


“입 닥쳐라!”


‘저 멍청한 양아치 놈은 더 놀리고 싶게 저걸 또 하나하나 반응해주고 있냐?’


가만히 듣고 있으니 밖에 있는 양아치가 제일 멍청한 놈인거같다.


‘저러는 걸 보고 있으니 심심할 틈이 없네.’


그나마 차여진이 있으니 지루함이 사라졌다. 저 사람은 꽤 재밌는 사람이다.


“적당히 하고 와라, 이제 그 녀석들이 올 시간이니까.”


“예, 큰형님. ···좀이따 보자!”


“어, 잘가, 나중에 꼭 죽여줄게.”


그리고 문 앞에서 저벅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멀어졌다.


“휴! 그래도 속이 좀 시원해졌네. 어, 재밌었나요? 웃고 계시네요.”


차여진은 정말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정말 후련해보이는 표정이라 강이훈의 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지루한게 좀 없어졌네요.”


“하하, 다행이네요. 제가 이러면 매번 현우가 말리는데 이번에는 말리는 사람도 없어서 조금 과하게 했네요.”


“저도 말릴까 했는데··· 뭐, 보고 있으니 속이 시원해져서 좋더라고요.”


그렇다. 강이훈의 속도 시원해졌다. 저딴 놈들은 좀 폭언을 들어봐야한다.


“그런데 참···. 이제는 야쿠자놈들이 온다는거같은데. 어떻게 되는거죠?”


“아, 그러고보니 차여진씨는 의식을 막 차리셨을 때라 못 들으셨나보네요. 뭐··· 실력검증인가? 그런걸 한다던데.”


“···실력검증? 뭐, 몬스터라도 잡게하나? 이딴 곳에서···?”


“모르죠. 뭐, 던전에 던져놓거나 그러지 않을까요?”


물론 던전에는 관리원들이 지키고 서있겠지만··· 이런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관리원이 없는 던전이 있을 수도 있겠지.


‘애초에 이 쪽에 손을 댔으면 이런 놈들도 없었겠지···. 감옥을 점거하고 있는 불량배들이라니···.’


“나와라, 자식들아.”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철문이 열렸다. 강이훈이 먼저 일어나 걸어나갔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자신이 먼저 나가서 상황을 확인해 보는게 좋을거라 생각했다.


‘···저 녀석들이 그 야쿠자인가?’


복도 끝에 검은 정장을 입은 녀석들이 있다. 꼴에 멋을 부리겠다고 베레모까지 쓰고 있는 꼴이 꼴사나운 모습이다.


‘그래봤자 대머리에 험악한 얼굴이면서···.’


강이훈은 그들을 노려보면서 생각했다.


“······.”


“···수가 조금 부족한게 아니냐고 하십니다.”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유일하게 대머리가 아닌 조금 긴 머리의 남자가 일본어로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대머리가 한국어로 말했다. 저 대머리가 통역 담당인 듯 했다.


‘흐음···. 그래도 백 명은 되어보이는데, 이걸로도 부족하다는건가?’


강이훈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생각했다. 이 녀석들이 어떻게 사람을 모은건지, 그리고 어떻게 이 감옥에 다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잡혀온 사람이 꽤나 많았다.


‘100대 난제 던전이라면 사람이 많아야겠지만··· 아니, 그래도 지들 나라에서 뽑아가야지!’


제법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일본에는 100대 난제에 도전할 사람이 잘 없을거같기는 했다.


‘저 나라는 ‘사무라이의 후예가 간다!’ 라며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죽은 놈들이 꽤 많았지.’


도대체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나라에는 무모한 도전을 하는 녀석들이 많았다. 워낙에 많이 죽어나가서 요즘은 그 난제 던전에 도전하는 이가 확 줄어들었다고 들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만한 인원을 구하는게 어디 쉬운줄 알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모은 놈들이라고! 국경까지 넘어서 구해왔어!”


“······.”


“저 녀석들 중에 반은 실력 검증을 하다 죽어나갈거같다고 하십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마! 여기 두명은 불사자고, 나머지도 우리 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회사에 들어가있는 녀석들이라고!”


“······.”


‘진짜 시끄럽네, 뭐라도 할거면 빨리 하지.’


강이훈은 슬슬 지겨워졌다. 어차피 두 쪽 다 양아치 놈들인데 저런 놈들이 싸우는걸 봐서 뭐하나? 원래라면 그래도 우리나라 놈들을 응원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 쪽은 원수나 다름없는 나라에서 온 녀석들, 그리고 한 쪽은 그를 납치한 놈들이다. 도찐개찐이라는 소리다.


“······.”


“실력 검증을 할 테니 저 녀석들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하십니다.”


“그래! 일단 직접 봐야지!”


‘···이제 하냐, 자···. 도대체 뭘 보여줄거지?’


“자, 이 자식들아! 따라와라, 따라 와!”


“저 새끼 아까부터 거슬리게 이 자식 저 자식하네···.”


강이훈의 옆에서 차여진이 중얼거렸다. 그래, 어떤게 나오든 간에 그들이라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


“전부 다 한번에 내보내라고 하십니다.”


“···뭐? 한번에? 이번에 잡아온 건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잡아온···? 몬스터를 잡아온다는 말인가? 어쨌든 던전을 도는 것은 아닌 것같았다.


“보면 아실겁니다.”


“끄응···. 야, 전부 내보내라!”


“예! 큰형님!”


그리고 한 양아치가 강이훈의 앞에 섰다. 강이훈은 그를 노려봤다. 정말이지 증오스럽기 그지없는 놈들이다.


“손 내밀어.”


방금까지 그를 노려보던 강이훈은 그저 순순히 손을 내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살긴 살아야하니까.


그가 손을 내밀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수갑이 풀렸다. 그래, 실력 검증을 하려면 수갑을 풀어야겠지.


‘수갑을 풀면 이 인원들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거지?’


강이훈의 머릿속에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각성자가 100명 정도 있다. 그리고 말하는 걸로 봐서는 이들은 꽤나 실력자인 모양인데··· 이 인원으로 감당이 되나?


“···으윽?!”


수갑이 풀려 안심하는 찰나에 갑자기 강이훈은 바닥에 빨려들어갔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강이훈은 당황했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칠흑 뿐이었다. 그는 이 상황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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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029. 제안 22.09.10 493 11 13쪽
28 028. 붙잡는 손길 22.09.09 501 11 13쪽
27 027. 거센 물살처럼 22.09.08 528 10 12쪽
26 026. 이건 네놈이 가지고 있으면 안되는거야 22.09.07 550 9 13쪽
25 025. 실력검증 22.09.06 548 10 14쪽
» 024. 죽여보던가! 22.09.05 571 10 13쪽
23 023. 이 세상은 원래 22.09.04 575 11 13쪽
22 022. 이딴 세상이니까 더욱 22.09.03 593 10 13쪽
21 021. 웬 놈들이냐?! 22.09.02 606 11 14쪽
20 020. 사람을 찢어? 22.09.01 642 11 13쪽
19 019. 부서지지 않는 무기 22.08.31 689 11 13쪽
18 018. 재밌게 만들어보거라 22.08.30 693 10 13쪽
17 017. 3년만의 새 이벤트 22.08.29 776 13 12쪽
16 016. 한계를 규정하지 마라 22.08.28 814 14 12쪽
15 015. 산에서 제일 믿으면 안되는 말 22.08.27 837 15 12쪽
14 014. 존재의 증명 22.08.26 866 14 13쪽
13 013. 인간관계의 어려움 22.08.25 902 12 13쪽
12 012. 손 많이 간다 22.08.24 967 14 13쪽
11 011. 맞설 수 없다면 피해라 22.08.23 1,008 15 12쪽
10 010. 재미있는 수련 +1 22.08.22 1,088 15 12쪽
9 009. 기초를 닦기 22.08.21 1,178 18 13쪽
8 008. 첫발 내딛기 22.08.20 1,220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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