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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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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401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2.08.28 15:05
조회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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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016. 한계를 규정하지 마라

DUMMY

“흐아아압!”


강이훈은 검을 휘둘렀다. 유연하게 곡선을 그리면서도 힘을 유지한다는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솨아아아아···.


그의 귓가에는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의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근처에는 폭포가 있다. 치수(治水)의 이치를 배우기 위해서는 물 근처에서 배우는게 좋다나, 그래서 그와 그의 스승은 폭포 주변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거다. 네게는 재능이 있는 편이거든.”


‘···산에서 어른들이 하는 말은 믿으면 안된다고 했지.’


어쨌든 이 곳은 산이고, 그의 스승이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그 보다는 오래 살았을 것이다. 산에서 어른들이 하는 말은 믿으면 안된다고 그는 전날 아주 여실히 느꼈다. 저 말도 등산 애호가 어르신들이 하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와 비슷한 말이겠지.


“승천은 원래 힘있게 올라가면 되는거지만, 치수는 그렇지 않다. 물의 유연함을 알아야하지. 그래서 네가 승천은 쉽게 배운 것이지만 치수는 쉽지 않은 것이다.”


“···끄응. 유연함이라.”


솔직히 강이훈이 살면서 ‘유연하다’라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뻣뻣하다’라는 말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들었다. 그건 그의 움직임도 그렇고, 사고 방식도 그랬다.


그런 그에게 유연함이라니, 스승이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유연함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재능 있다는 말은 정말로 그냥 하는 말 같은데. 모르겠다. 생각할 시간에 검의 경로나 다시 따라가보자.’


그는 눈에 보이는 경로를 몸으로 따라가기 위해서 노력했다. 솔직히 그는 눈에 보이기만 하면 전부 해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몸이 따라가주질 않는다는게 더 큰 문제였다.


‘민첩성을 높여서 그래도 전보다는 따라가기 쉬워졌지만···.’


그의 스승이 민첩성을 높이라고 으름장을 놓아서 이번에 던전을 깨고 나서 받은 보상 포인트는 전부 민첩성에 때려넣었다. 그 결과 민첩성 레벨이 20, 그의 힘 레벨과 비슷해졌다.


“흐음···. 조금은 힘을 빼고 해보거라.”


“예? 힘을 빼요? 검을 휘두르는데 힘이 없으면 안되지 않나요?”


“네게 지금 부족한건 유연함이니 일단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라. 계속 그렇게 하다보면 힘도 들어가고 하겠지.”


“으음···.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에 중점을 두라고요···.”


뭔가 이해가 되면서도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그래, 스승님이 하라고 하시면 해야지. 그는 몸에 힘을 빼고 눈에 보이는 검의 경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승천은 한방을 노린 검술이라면, 치수는 쌓아가는 검술이다. 이무기가 강에서 천년을 수행해야 용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겠지?”


“산에서 천년, 강에서 천년, 땅에서 천년··· 이라고 들은거같은데요.”


강이훈이 들은 이야기와는 조금 달랐다. 전승이라는건 듣는 사람들마다 다르기도 하고 애초에 검성은 다른 차원에서 온 자이니 들은게 다를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강에서 수행하는 것이지. 이무기는 물을 다스리니까.”


“끄응···.”


그러니까 ‘물을 다스린다’라는걸 알아들을 수가 없다. 가장 가까운 예시는 어제 봤던 그··· 물로 공격하던 이무기겠지. 하지만 그 이무기는 애초에 검을 들 수 있는 팔조차 없는 녀석이었다. 그러니 검을 어떻게 움직여야하는지 알아낼 수도 없었다.


“스승님께서 한번만 보여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그러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스승에게 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안 보여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물어는 봐야했다.


“끄응···. 알겠다. 물 근처에서는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으니··· 보여주도록 하지.”


하지만 그는 순순히 검을 꺼냈다. 의외의 결과에 강이훈도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순순히 검을 꺼내 보여주실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순순히 보여준다고? 그러면 여태까지는 왜 안 보여준건데?’


그는 살짝 어이가 없어졌지만 어쨌든 좋은 기회는 기회다. 직접 보고 따라하는 거라면 할 수 있겠지···! 그는 기대에 차서 스승의 검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스승님이 쓰시는 검은 굉장히 좋아보이네요.”


검성의 검은 화려하다. 검날에 무언가 문양이 새겨져 있기도 하고, 손잡이도 하얀색으로 꽤 멋있었다. 검집은 검고, 손잡이는 하얗고···. 검집에도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있다. 구름모양인가?


‘솔직히 저걸 보면 안 뽑고 싶기는 할거같아. 아끼고 싶겠지.’


스승이 왜 검을 잘 뽑지 않는지는 이해할 수 있을거같았다. 허리에 찬 인벤토리에는 검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검들도 다 저렇게 화려할까?


“뭐··· 전과 크게 달라지는건 없겠지만, 물가에서 용검술을 쓰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도록 하지.”


전과 마찬가지로 검성을 중심으로 큰 바람이 불었다. 강이훈은 잠시 주춤했지만 다리에 제대로 힘을 주고 버텨냈다.


‘···저렇게 하는거구나.’


검술이 유려한 곡선을 그려낸다. 그 곡선은 아래에서 위로 가기도, 옆으로 가기도, 자유롭게 움직였다. 스승은 한 쪽으로 둥글게 돌기도 했고, 반바퀴만 돌다 다시 반대쪽으로 돌기도 했고··· 그야말로 어떻게 예상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찰박···.


“응···?”


그리고 그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폭포에 있던 물이 검성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물방울정도로 작았던 물이 점점 커지고, 곧 물줄기가 되어 검성에게 모여들었다.


그 물줄기들은 검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함께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곡선을 그리기도 하며 검을 향해 모였다. 곧 물이 검성의 검을 감싸는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점점 검성의 움직임이 격해졌다. 점점 검을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힘이 더해진다. 곧···.


촤아아악!


검성이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검을 휘두르자 검에 모여있던 물 또한 위로 회전을 하며 올라갔다.


“용오름···!”


강이훈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바다에서 회오리가 일어나면 그 모습이 흡사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여 ‘용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방금 검성이 마무리 동작으로 보여준 그 모습은 그야말로 용오름을 보는 듯했다.


솨아아아···.


그리고 하늘 위로 치솟았던 물은 곧 비처럼 아래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물 주변에서 쓰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 어떠냐, 멋지지 않느냐? 그냥 땅바닥에서는 바람만을 일으키겠지만 물이 있으면 이런 것도 할 수 있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검술이라니···.’


강이훈은 꽤 놀랐다. 이걸 배우고 그 던전에 들어갔다면 용검술로 그 녀석이 쓰는 물의 일부를 빼앗아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을텐데···.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한게 아닌가?


“혹시 하늘에서 쓰면 벼락이라도 내립니까?”


강이훈이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땅에서 쓰면 바람을, 물 주변에서 쓰면 물을, 그럼 하늘에서 쓰면···?


“어떻게 알았느냐? 그게 용검술의 마지막 비기인 치천(治天)이다.”


“···진짜요?!”


그냥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진짜라니···. 강이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용의 분노가 바로 벼락, 치천이지. 이무기는 강을 다스리고 용은 하늘을 다스린다. 비도 내릴 수 있고 벼락도 내리게 할 수 있지.”


“허어···. 정말 검술로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검 하나로 그렇게 할 수있다는게 정말로 신기하다. 어떻게 그런 일을···?


“뭐···. 너도 나중에는 할 수 있을거다. 나중에는 너도 하늘을 나는 용이 될 테니.”


“저는 인간인데요.”


“자신의 한계를 그렇게 규정하지 말거라!”


자신은 인간이라는 정답을 내놓았을 뿐인데 그의 스승은 그렇게 타박을 했다. ···어쩌라는건지. 애초에 강이훈은 인간을 초월하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그냥 인간으로 죽고싶지.


‘죽고 싶다라···.’


200여번의 죽음에 더해서, 그는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나서 32번을 또 죽었다. 세상에 그보다 죽음을 더 겪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나?’


죽지 않는다고 해서 성장이 멈추는 것도 아니었고,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200여번의 죽음을 겪었던 중학생 시절 이후에도 그의 키는 쑥쑥 잘 자랐고, 20대 후반인 지금은 20대 초반이던 시절보다 체력이 약해졌다.


‘그런걸 생각하면 나는 인간이 맞는데···.’


여전히 그의 마음에 찝찝한 걸로 남아있다. 죽지 않는 자신이 과연 똑바른 ‘인간’이 맞는지 말이다.


“치수에 중요한 것은 유연한 움직임도 있겠지만, 또 중요한게 있다. 그게 무엇인지 아느냐?”


그렇게 강이훈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그의 스승이 질문을 던졌다.


“저야 모르죠.”


여태까지 가르쳐준 적이 없으니 강이훈이 모를 수밖에 없다. 유연한 움직임과 또 중요한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 치수(治水)라는 것은 물을 다스린다는 뜻이지. 그리고 또 다른 뜻이 있는걸 알고 있느냐?”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는 일이죠.”


“그렇다.”


“그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검술을 이야기하는데에 가뭄과 홍수 이야기가 도대체 왜 나온다는 말인가? 강이훈은 그걸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이무기는 강의··· 물의 수호신이지.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수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마음이다.”


“···마음을 곱게 먹어야한다는 소리인가요?”


모든 무술을 배울 때 비슷한 말을 듣는다. 태권도를 배울 때도 그랬었다. 무술의 정신이라고하나 뭐라고 하나···.


“그것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게 있지. 물처럼 넓은 마음, 저 강처럼 넓고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니고 말이다.”


“···끄응.”


갑자기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말은 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강이훈은 조금 부끄럽고 민망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말이지···. 어제 너와 함께 던전에 들어갔던 녀석들은 어땠느냐?”


“예? 좋은 사람들이었죠.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람들이랑 있을때는 마음이 편하고··· 그렇더라고요. 한 사람이 불사자여서 더 믿음이 갔을지도요.”


강이훈은 어제 만난 나현우와 차여진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말 함께 있으면 꽤 괜찮고 좋은 녀석들이었다. 함께 싸워보지는 못했지만 싸울 때 손발도 잘 맞았다면 정말 그만한 동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 그래,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지. ···그런데 뭐, 연락처같은걸 받거나 그러지는 않았느냐? 아니면 뭐, 어디서 만나기로 했다던가?”


검성은 마치 소개팅에 갔다 온 친구에게 묻듯이 그런 질문을 던졌다. 눈빛도 그런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아주 초롱초롱하다.


“예? 아니요? 그냥 뭐···.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죠.”


“뭐라고? 아니, 방금까지는 그 사람들이 믿음이 가고 그랬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긴 했지만···. 뭐··· 거기까지였죠.”


“아니 이런···. 사회성이 떨어지는 녀석이!”


“예에?!”


물론 강이훈도 그들을 놓친게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게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욕까지 들을 일이었나?


“그런 사람들이 있으면 잡아야할거 아니냐, 이런 세계에서 믿을만한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


강이훈은 할말이 없었다. 검성이 한 말은 모두 맞는 말이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찾기 힘든 사람은 강한 사람이 아니라 믿을만한 사람이다.


“···너무 풀 죽지는 말거라. 그래, 네 말대로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나겠지. 하지만! 그렇게 다시 만났을 때는 뭐라도 해라. 알겠느냐?”


“예, 스승님.”


사실 강이훈도 그런 마음이 없는건 아니었다.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함께 하자고 하고 싶었다. 또 만난 것도 인연이니 함께 다녀볼까요? 라고 한다던가···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삐이이이잉···!


“어어?!”


그런데 그때 비행선이 그들의 머리 위의 하늘에 큰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이훈의 손목에 있는 단말기에서도 빛이 났다.


-새로운 이벤트를 안내드립니다!


‘새로운 이벤트···?’


그가 사는 세상은 그를 도무지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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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029. 제안 22.09.10 493 11 13쪽
28 028. 붙잡는 손길 22.09.09 501 11 13쪽
27 027. 거센 물살처럼 22.09.08 528 10 12쪽
26 026. 이건 네놈이 가지고 있으면 안되는거야 22.09.07 550 9 13쪽
25 025. 실력검증 22.09.06 548 10 14쪽
24 024. 죽여보던가! 22.09.05 570 10 13쪽
23 023. 이 세상은 원래 22.09.04 575 11 13쪽
22 022. 이딴 세상이니까 더욱 22.09.03 593 10 13쪽
21 021. 웬 놈들이냐?! 22.09.02 606 11 14쪽
20 020. 사람을 찢어? 22.09.01 642 11 13쪽
19 019. 부서지지 않는 무기 22.08.31 689 11 13쪽
18 018. 재밌게 만들어보거라 22.08.30 693 10 13쪽
17 017. 3년만의 새 이벤트 22.08.29 776 13 12쪽
» 016. 한계를 규정하지 마라 22.08.28 814 14 12쪽
15 015. 산에서 제일 믿으면 안되는 말 22.08.27 837 15 12쪽
14 014. 존재의 증명 22.08.26 866 14 13쪽
13 013. 인간관계의 어려움 22.08.25 902 12 13쪽
12 012. 손 많이 간다 22.08.24 967 14 13쪽
11 011. 맞설 수 없다면 피해라 22.08.23 1,008 15 12쪽
10 010. 재미있는 수련 +1 22.08.22 1,088 15 12쪽
9 009. 기초를 닦기 22.08.21 1,178 18 13쪽
8 008. 첫발 내딛기 22.08.20 1,220 16 13쪽
7 007. 저 혼자서요? +1 22.08.19 1,31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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