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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빌런

귀환한 천마가 힘을 숨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피아노빌런
작품등록일 :
2023.03.19 20:46
최근연재일 :
2023.05.26 11: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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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4.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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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말하는 대로

DUMMY

#005화. 말하는 대로






“흐흐, 그런 눈먼 돈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먹어줘야지.”


금은방 주인의 전화를 받은 ‘못생긴’ 이명학이, 못생긴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일이 식은 죽 먹기라 생각했기에.


“흐흐흐, 상대가 헌터면 더 좋지. 나는 사냥감이 반항이라도 좀 하는 편이 좋거든.”


물론 그 생각은 성현이 ‘각성자’로 보인다는 얘길 들었을 때도 똑같았다.


“그리고 뭐, 협회 놈이 아니란 얘기는 결국 그놈도 어중이떠중이란 얘기거든.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이명학은 그냥 동네에서 민간인 한둘쯤 죽인 정도의 범죄자가 아니라, 무려 ‘빌런 협회’에 정식으로 소속된 범죄자였으므로.


빌런 협회.


나사가 빠질 대로 빠진 각성자로만 이루어진 범죄자 집단. 그들은 구성원 개개인이 악질 범죄자로 이루어진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개개인의 무력이 강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아무래도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범죄 집단이니만큼 각성자 범죄 전담반의 추격을 피해낼 무력은 필수였으니.


“흐흐흐, 그럼 이따 보자고.”


그게 협회의 ‘실버 랭크’인 이명학이 가진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얘들아, 제법 돈 되는 건수가 하나 들어왔다.”


혼자가 아니기도 했고.


“흐흐흐, 빌런이 되길 잘 했어.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그러니, 꽤 쉬울 것 같은 일거리에, 오늘의 운수가 아주 좋다는 생각이 든 이명학이었다.


***


그로부터 한 시간 반 뒤.


“흐흐흐, 무림을 싹 털어오길 잘 했어.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금은방에서 미리 받은 400으로 무난한 옷을 사 입은 성현이, 곧 생길 10억 생각에 히죽 웃었다.


“이왕 지구에 온 거 예전 꿈이나 한번 이뤄볼까? 건물주 되는 거.”


그 돈이 천마신교 시절을 생각하면 큰 액수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가 지구에서 F급 헌터로 빌빌거리던 시절을 생각하면, 10억은 입이 벌어지고 침이 주르륵 흐를 만큼 큰 액수는 맞았으니까.


“흐흐흐, 지구에 돌아오길 잘했어.”


건물주 생각에 그의 발걸음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어?”


금은방 근처에서 서성이는 각성자 다섯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끈적끈적한 악의가 느껴지는 놈들이네? 혈교도(血敎徒)라고 해도 믿겠어.’


성현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그런 놈들 다섯이 누굴 찾는 것처럼 눈깔을 돌린다? 그것도 딱 내가 가기로 한 금은방 앞에서?’


생각하길 귀찮아한다고 머리가 나쁜 건 아니다. 거기다 무림에서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보니,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감도 잘 왔고.


‘허, 씨발. 그래. 생각해 보면 저렇게 작은 금은방 주인이 현금을 10억이나 가지고 있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뻥이었구나.’


덕분에 기분이 아주 나빠졌다. 건물주 생각에 올라갔던 입꼬리도 내려왔다. 거기에 더해 입이 댓 발이나 나왔고.


“긴 머리에 엄청나게 잘생긴 놈··· 저놈이다.”


이명학이 성현을 발견한 건 그때였다.


“근데··· 더럽게 잘생겼네, 씨발.”


못생긴 게 트라우마인 명학도 기분이 나빠졌다. 입도 툭 나왔고.


“뭐, 뒤지고 나면 그 얼굴도 쓸모없겠지만.”


하지만 성현과 달리, 그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저놈 얼굴을 찢을 땐 더 재밌겠어.”


잘생긴 놈을 죽이기 전에는 항상 얼굴을 찢어발기고 죽이는 악취미가 발동했던 탓.


“야, 그놈 떴다. 움직여.”


명학이 그를 따라온 빌런 넷에게 눈짓하자, 그중 둘은 금은방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둘은 가게 근처에 버티고 섰다. 성현이 가게로 들어가면, 그를 따라 들어가서 앞뒤로 포위할 생각으로.


‘애새끼들이 창의성이 없네.’


그걸 본 성현이 혀를 찼다. 명학과 빌런들의 꿍꿍이가 너무 잘 보였기에.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던 성현이, 근처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대가 무슨 함정을 파든 힘으로 뚫어버릴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정에 스스로 걸어가는 건 영 취향이 아니라.


‘뭐지? 눈치챈 건가?’


그걸 본 명학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성현이 자신 쪽을 흘깃 보고는, 걸음을 멈추고 편의점에 들어갔으니까.


딸랑-


다만, 편의점에서 나온 성현이 입에 담배를 물자, 잠깐이나마 들었던 의심을 지웠다.


‘오히려 좋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성현을 보고, 담배 피울 곳을 찾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서 담배룰 피우겠어? 으슥한 곳으로 알아서 가주겠네.’


자신의 생각대로 성현이 골목 한쪽으로 사라지자, 명학이 빌런들을 움직였다.


‘뭐야 저 새끼, 멀쩡한 담배를 왜 하나씩 버리지?’


성현이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도작 담배를 버리는 걸로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치익-틱-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 너머에서 라이터 소리가 들리자, 명학이 빌런들을 잠시 멈춰 세웠고.


“넌 여기 남아서 망보고, 나머지 넷은 나 따라와.”


작업할 준비를 했다.


‘흐흐흐, 지 죽을 묫자리를 지가 파니까 얼마나 편해?’


명학의 얼굴에 진득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잘생긴 얼굴을 찢어버릴 생각에 조금 흥분까지 됐다.


“히야- 흡연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골목 너머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성현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흡연은 사망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그치?”


히죽 웃는 성현을 보며, 명학이 잠시 멈칫했다.


‘뭐지, 이놈? 알고 보면 엄청 강한 놈인가?’


성현이 스스로 묫자리에 걸어간 게 아니라, 자신들을 으슥한 골목으로 끌어들인 것만 같아서.


“촉이 좋은 놈이네? 우릴 기다린 거야?”

“어, 내가 누구 기다리는 거 흔치 않은 일인데··· 영광이지?”

“곧 죽을 놈치곤 자신감이 과하네?”

“곧 죽을 놈이라니, 그런 행복에 겨운 소릴.”

“···뭐?”

“난 이미 시체야. 다시 죽을 수는 없다고.”


포위당한 주제에, 성현이 긴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기도 했고.


“미친놈인가?”

“음··· 그건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긴 하던데, 그런 말을 하는 놈은 내가 다 목을 잘랐으니까 안 미친 걸로 하자.”


그래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몰라?”

스릉-


찜찜한 기분을 참다 못한 명학이 칼을 빼 들자, 상황이 바뀌었다.


“상황 파악은 니들이 안 되는 거 같은데.”


칼을 본 성현이 입가에서 미소를 지웠을 때는 명학도 심장이 좀 떨렸지만.


“칼 집어놓고 그냥 왔던 길 다시 가. 그러면 죽이진 않을게.”


이어진 말을 들었을 때는 긴장이 확 풀렸거든.


‘이놈, 센 척은 다 하더니··· 실제론 우리를 겁내고 있구나?’


문제는, 마음이 편해진 게 성현의 말을 착각해서 그런 거지만.


“흐흐흐, 막상 칼을 빼 드니까 생각이 좀 바뀌나 봐?”


그건 다른 빌런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들도 무기를 빼 들었다.


“하··· 어떻게 내가 착하게 살 기회를 안 주냐.”


그걸 본 성현이 한탄했다. 그는, 적어도 스스로를 ‘합리적으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니들은 방금 니들 스스로 살아날 기회를 차버린 거야. 난, 분명 기회 줬다.”


하지만 잔뜩 기세가 오른 빌런들은 성현의 마지막 한탄에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그를 비웃었다.


“원래는 네가 가진 분에 넘치는 물건들만 뺏고 살려주려 했는데, 지금부턴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줄게. 그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보자고, 흐흐.”


빌런 하나가 말했다.


“그래, 너는 죽기 전에 팔다리부터 잘리고 싶구나.”


성현이 그 말에 대답했고.


“미친놈. 끝까지 혓바닥이 기네? 난 너 혀부터 자를 거야, 씨벌놈아.”


다른 빌런이 비웃자.


“너는 그럼 혓바닥을 뽑아서 죽여줄게.”


성현은 이번에도 똑같이 대답했다.


우웅-


하지만 빌런들은 긴장을 하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기운을 끌어올려도 성현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성현이 자신들의 기세에 풀이 죽은 줄로만 알았기에.


“니들은 200년이나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아냐?”


성현이 슬쩍 어깨를 풀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아도 폭식으로 그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잠을 실컷 자서 그 스트레스를 풀 수도 없지. 몸과 정신이 죽도록 피곤한데, 그게 해소는 안 되고 쌓이기만 하니까 미치겠더라고.”


동시에 그가 히죽 웃었다.


“그래서, 그때부턴 그냥 뭐든 그냥 편하고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어. 뭘 좀 깊게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졌고, 또 200년이나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귀찮은 걸 하면 막 머리가 아팠거든.”


건물주가 되겠다던 꿈을 말할 때처럼.


“그렇게 뭐든 가볍게 생각하다 보니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 이 빌어먹을 지옥을 견디는 것도 좀 가벼워졌는데···.”

터벅-


그러면서, 그가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성격상 니들 같이 웬 쓰레기들이 날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건 가볍게 못 넘어가겠더라?”

텃-


그에, 왠지 모를 중압감을 느낀 빌런들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다들 날 어떻게 죽이겠다, 어쩌겠다 하는데··· 그땐 그놈들 모가지를 잘라도 여전히 기분이 더러워서 말이야.”

딱-


그걸 본 성현이, 손에 쥐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튕겼다.


“근데 또 사람 일이라는 게 생각하기 나름이더만?”


담배 한 개비가 바닥에 떨어지자.


“니들 같은 놈들이 지껄이는 대로 똑같이 상대해주다 보니까, 기분이 더러울 만한 상황도 은근히 재밌더라고.”

화악-!


바뀌는 주변 풍경.


“어떻게 죽고 싶은지, 자살 공모전이라도 하는 기분이라서.”


주변이 아주 흐릿하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지옥처럼 변해버린 거다.


“근데, 니들도 말했네? 어떻게 죽고 싶은지?”


한때 그를 죽이려 몰려들던 무림인들을 동요케 했던 절진, 무옥진(霧獄陳)이.


“그럼, 지금부턴 니들이 말한 그대로 죽여줄게. 말 안 한 놈은 뭐, 알아서 잘 죽고.”


성현이 자신의 기운을 심어 이리저리 뿌려놓은 ‘담배’를 매개체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이, 이게 무슨!”

“어떻게 된 거야!”


빌런들이 당황했다.


“나의 지옥에 온 걸 환영해.”


성현은 웃었고.


‘이, 이게 무슨···!’


그와 동시에 성현의 모습이 안개에 가려지자, 이명학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만.


우우웅-


그래도 그는 빌런 협회에서 무려 실버 랭크를 받은 실력자. 명학은 그가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마력을 끌어올려 그대로 성현이 있던 쪽으로 검을 내질렀다.


푸욱-!


그러자, 손끝에 뭔가 걸린 감각이 왔다.


‘이 새끼, 환영 계열 쪽 각성자였구나!’


명학이 웃었다.


‘그런 놈들은 실제 전투력은 약하지. 흐흐, 이 씨벌놈이 어디서 약을 팔려고···!’


덕분에 갑작스러운 안개에 당황했던 마음도 진정됐다.


“죽어, 이 개새끼야!”


평정심을 되찾은 그가 연신 칼을 휘둘렀다.


푹-!푹-!

“커헉-!”


그의 칼이 한 번 번쩍일 때마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갈리는 소리, 누군가의 피가래 끓는 비명이 들렸고.


“흐흐흐, 씨벌놈. 죽이기 전에 그 얼굴을 아작내려고 했는데, 환영 스킬 덕분에 운도 좋네.”


그는 환희를 느꼈다.


자신의 검이 성현을 난도질했을 거라 확신했던 것.


“왜···.”

털썩-


딱, 눈앞에 쓰러진 사람이 자신의 부하라는 걸 보기 전까지만.


“네, 네놈이 왜···.”


그가 성현이라 생각하고 찔렀던 대상은 사실 그의 부하였던 거다.


“너는 죽기 전에 얼굴이 찢기고 싶구나. 알았어.”


동시에 성현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고.


“이 새끼가 얕은수를!”


명학이 곧바로 반응했다. 동료를 찔러 죽인 일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고작 그런 일에 당황해서 손을 놓고 있기엔 이제껏 죽인 사람이 너무 많았던 탓.


캉-!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공격이 막혔다. 실루엣만 겨우 보이는 상대가, 몽둥이처럼 보이는 기다란 무언가로 그의 검을 막아낸 덕분이었다.


“이번엔 안 속는다, 씹새끼야!”


그에, 자신의 검을 막아낸 상대가 성현일 거라 확신한 명학이 연신 검을 내질렀다. 그간 수많은 사람을 죽이며 얻은 심득(心得)이 그 검에 고스란히 담겼다.


챙-!캉-!


그간의 살행(殺行)이 헛되지 않았던 건지, 상대는 명학의 검을 몇 차례 막는가 싶더만.


푸욱-!

“컥!”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의 검에 목이 꿰뚫렸다.


스걱-!


동시에, 명학은 그대로 검을 우하단으로 내렸고.


툭-!


그 한 수에 잘려버린 상대의 목이, 바닥에 나뒹굴었는데.


“미, 미친!”


이번에도 명학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니 새끼가 왜···!”


이번 상대도, 자신을 따라왔던 빌런 중 한 명이었거든.


우드득-


그와 동시에,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끄, 끄아악!”


그건, 분명 무언가가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뜯겨 나가는 소리였고.


“이 새끼들, 입 터는 것치고는 빠이팅이 없네. 아직 팔 한 짝밖에 안 뗐는데 쇼크사로 뒤지냐?”


어김없이 성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털썩-


그와 동시에, 희뿌연 안개 사이로 시체 한 구가 더 보였다.


“처, 철수야···.”


성현의 팔다리를 잘라버리겠다던 빌런이, 몸의 반쪽이 ‘뜯겨 나간’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말하는 대로 해준댔잖아, 내가.”


그의 죽음은, 그가 말한 그대로 이뤄진 거다.


“히, 히익!”


그리고 그 시체가 보인 건 명학뿐만이 아니었는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 살려줘···!”


성현의 혓바닥을 뽑아버리겠다던 빌런이, 완전히 겁에 질려 미친 듯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지만.


콰득-!

“꺼흑···.”


또 한 번의 끔찍한 소리와 함께.


털썩


그 돼지 같은 비명도 멈췄다.


촤르륵-


동시에 살짝 걷힌 안개 사이로, 검붉은 색의 기다란 뭔가가 보였고.


“마, 말도 안 돼···.”


그걸 본 명학은 협회의 ‘실버 랭크’가 무색할 정도로 겁에 질렸다.


“어떻게 이런···.”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그 기다란 물체가 뭔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이, 이게 무슨··· 이딴 게 어떻게 협회에 가입도 안 된 놈이라고···.”


방금만 해도 상대를 죽이겠단 독기가 가득했던 명학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거기에 더해 팔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심하게 떨렸다.


“괴물. 괴, 괴물이다···.”


각성자의 자존심도, 수많은 사람을 죽인 빌런이라는 악명도. 모두 지금의 지옥에서는 소용이 없었던 탓이다.


“다들 죽기 전에는 꼭 그 말을 하더라.”


5분 전만 해도 그저 가볍게만 느껴졌던 성현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린 건 그때였다.


“히, 히익!”


하지만, 명학은 이번에는 아까처럼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챙그랑-


극심한 공포에 온몸의 힘이 빠진 탓에, 들고 있던 검도 놓치며.


털썩-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명학이, 그대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거든.


사아아-


그러자, 그의 주변을 가득 메웠던 안개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냐.”


그리고 그의 눈앞엔, 히죽 웃는 성현이 있었고.


“살려줄 때 가라고.”


분명 그를 처음 봤을 때처럼 가벼운 웃음이건만, 어째서일까.


“근데, 넌 뭐라 그랬었지? 얼굴이 뜯겨 죽고 싶다고 했었나?”


명학은, 더 이상 그 미소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말

주인공 성격을 조금 더 ‘천마’의 이미지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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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죽일 수는 없잖아 +5 23.05.01 4,714 57 15쪽
30 30분이면 충분하지 +5 23.04.30 4,950 58 16쪽
29 발연기가 필요해 +6 23.04.29 5,146 60 15쪽
28 멸망의 섬 +6 23.04.29 5,635 60 13쪽
27 뺨 때리기 왕자 +6 23.04.28 5,827 68 15쪽
26 북한으로 +6 23.04.27 6,225 76 15쪽
25 그 나라가 또? +4 23.04.26 6,514 80 16쪽
24 극마검 +4 23.04.26 6,449 82 14쪽
23 검을 들다 +10 23.04.25 6,507 77 16쪽
22 짐승은 짐승처럼 +4 23.04.24 6,682 75 15쪽
21 몸값은 스스로 올리는 법 +6 23.04.24 6,903 82 16쪽
20 내 칼은 차원도 찢어 +8 23.04.23 6,950 81 16쪽
19 귀환자를 패는 손맛은 두 배 +10 23.04.22 7,152 73 15쪽
18 니들은 그거 없냐? +8 23.04.21 7,195 74 17쪽
17 무림의 향기 +8 23.04.20 7,309 79 16쪽
16 귀환자를 벌써 찾음 +2 23.04.19 7,622 81 15쪽
15 관리국으로 +2 23.04.19 7,753 79 15쪽
14 막아 봐 +4 23.04.18 7,748 89 14쪽
13 천마는 이빨요정 +7 23.04.17 7,928 86 15쪽
12 천마는 쉬고 싶(었)다 +2 23.04.16 8,458 85 16쪽
11 우리 길드장은 S급 +5 23.04.15 8,927 96 16쪽
10 이발이 하고 싶어요 +5 23.04.14 9,234 108 16쪽
9 상대가 내 말을 안 들으면 덜 맞은 거다 +6 23.04.13 9,388 107 15쪽
8 줄타기는 제대로 해야지 +2 23.04.13 9,432 113 14쪽
7 다운파이브 +4 23.04.12 10,474 104 13쪽
6 원칙은 철저히, 목숨 빚은 확실히 +6 23.04.11 11,355 120 16쪽
» 말하는 대로 +8 23.04.10 11,896 127 15쪽
4 천마는 돈이 필요해요 +8 23.04.10 12,769 133 15쪽
3 200년이 아니라 20년 +14 23.04.10 14,023 136 13쪽
2 무림에 찾아온 평화, 지구에 찾아온 위협 +5 23.04.10 16,702 14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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