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윤하느님의 서재입니다.

흑사(黑死)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윤하느님
작품등록일 :
2017.06.26 22:26
최근연재일 :
2017.09.25 22:3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713
추천수 :
107
글자수 :
249,912

작성
17.07.14 10:30
조회
379
추천
2
글자
11쪽

#22 그림자단 Ⅲ(part 4)(완)

재밌게 읽어주세요!




DUMMY

탁탁탁탁

무영은 도마 위에 가지런히 채소를 두고, 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냈다. 그리고는 자른 채소를 몽땅 커다란 프라이팬에 넣고 기름을 둘렀다.

무영은 오늘 사온 식재료를 전부 꺼내, 주방 한 가운데에 있는 탁자에 올려놓았다. 원래는 3일간 5명이 먹을 식사 분이었지만, 장은 내일 아침에 다시 보면 됐었다. 이 정도 분량이면 지금의 인원을 충분히 먹이고도 남을 양이었기에 무영은 아껴먹으려고 사둔 고기도 잘게 썰었다. 그러던 중 옆에서 시선이 느껴져, 무영은 야채를 볶다말고 옆을 쳐다봤다. 그러자 시선의 주인공이 고개를 재빨리 숨겼다.

하지만 말야... 이집에 흰머리는 한사람밖에 없어... 카나벨.

“카나벨. 무슨 일 있어?”

무영이 시선의 주인공을 불러내자, 숨겨지지 않고 있던 하얀 머리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내밀어 무영을 쳐다봤다.

“호, 혹시 도와줄 일이 있나 해서······.”

카나벨은 고개만 내민 채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 행동에 무영은 그녀가 엄청 귀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영은 검지를 턱에 붙여 곰곰이 생각하다가 할 일이 생각났는지 카나벨을 쳐다봤다.

“아. 그럼 혹시 이것 좀 볶아주고 있을 수 있어?”

“하, 할 수 있어요!”

카나벨은 쪼르르 달려와 무영의 옆으로 섰다. 무영이 카나벨에게 손잡이를 잡으라고 손을 떼자, 카나벨이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무영도 덩달아 긴장했다.

“서, 설마... 처음은 아니겠지?”

“처, 처음이에요······.”

무영은 카나벨의 대답에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주걱을 쥐어주고 볶는 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어차피 언젠간 필요할 수도 있고, 볶는 법은 쉬운 편이였기에 무영은 상냥히 그녀에게 볶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마치 전장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기사들인 마냥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무영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렇게 카나벨에게 볶는 법을 전수하고 다른 야채를 손질하기 위해 몸을 돌리는데, 니아와 갈힘이 들어왔다.

“나도 도울게.”

“저도 돕겠습니다.”

무영이 피식 웃었다.


“크하하하! 그땐 저도 깜짝 놀랐다니깐요?”

“저희 니아님보다 빠른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자객들 중 제일 나이가 어린 제랄은 잔에 담긴 술을 모두 들이키며 호탕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들의 옆으로는 여러 개의 음식들과 술병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차려져 있었다.

20에 달하는 자객들은 간만의 연회에 저마다 술과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무영도 약 10여 년간 암살자로 지내왔었지만, 이만큼 즐겁고 자유분방한 연회는 처음이었다. 조용했던 집이 사람 사는 분위기로 바뀐 것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카나벨과 니아,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류는 이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저마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데 쓰는 이 큰방에 처음으로 사람이 가득 차니 엄청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갈힘이 무영의 잔으로 창고에서 삭히고만 있던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무영은 술을 못하는 편이라 처음엔 술을 거절했으나, 니아가 다가와 따라주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어 건배를 했다. 그 후 지금 연거푸 술을 마시고 있는 중이였다.

“크하”

무영이 술을 들이키고 입을 닦았다. 평소엔 쓰다고 생각했던 술이 오늘따라 달게만 느껴졌다. 갈힘은 무영의 잔이 빈걸 보고 다시 잔을 채워주었다.

“그나저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를 위해서 이렇게 음식을 마련해 주시다니.”

“전 이미 무영님 편입니다! 꺄호!”

제랄은 자신의 빈 잔에 술이 채워진 줄 알고, 마시는 시늉을 하더니 그대로 책상에 엎어졌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자객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리 막내 많이 취했구먼?”

“젊은 것이 벌써부터 쓰러지면 쓰나! 지금부터 시작인데!!”

‘지, 지금부터 시작?’

무영은 덜컥 겁이 났다. 연회를 시작한 지 꽤 시간이 지나 끝나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들은 그게 아닌 듯싶었다. 벌써 창고에 있던 술만 10통을 비워냈다. 술을 못하는 무영 또한 벌써 10잔 이상을 받아먹었고, 음식 또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 이제 시작이라니!

무영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 후회했다. 이 연회······. 괜히 한 것 같다.


“정말 즐겁다!”

“태어나서 처음이야... 이런 분위기······.”

카나벨과 니아는 마루에 앉아 밝은 빛을 내는 달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니아와 카나벨은 지금껏 겪지 못했던 이 분위기에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으나, 굉장히 즐거워하고 있었다. 10년간의 노예생활이 한순간 잊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카나벨은 허공에 떠있는 자신의 다리를 저으며, 이제 완전히 원이 된 보름달을 쳐다봤다.

“이게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을 정도야..”

카나벨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노예생활을 하다가 마스터에게 길러진 지 언 8년.

그러나 다르디라는 자신의 부하에게 당해 노예로 팔려갔고, 무영과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게 꿈만 같다고 느껴졌다. 이 시간이 꿈이라면 영원히 일어나지 않아도 그녀는 상관없었다. 웃고, 떠들고, 음식을 먹고, 옷도 사고, 어딜 가는 일상 자체로도 그녀는 행복했다.

노예의 삶을 오래 살아서 그런 건가?

남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그녀에게는 커다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런 카나벨의 표정을 본 니아가 안타까운 듯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카나벨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나도 그래... 하지만······.”

니아는 자신의 오른 어깨에 각인된 보라색의 마법진을 떠올렸다.

마스터와의 계약. 이게 있는 이상 니아는 자유로운 몸이 아니었다. 차라리 카나벨처럼 무영의 노예가 될까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지워버렸다. 무영의 밑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다시 노예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곧 자신은 다시 그림자단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마스터와의 계약이 있는 한 그녀에게 자유는 없었으니까.

“카나벨. 나 이제 곧 마스터에게 가야해.”

“그림자단으로?!”

“응······.”

벌써 마스터에게 보고를 안 한지 이틀이 다 되어갔다. 그러면 이 일에 대한 처벌을 가할 것이다. 마스터에게 보고를 안 한 것이란 반역의 기미를 보이는 걸로 밖에 안보일 테니.

카나벨이 자신의 머리에 있던 니아의 손을 꽉 잡고, 니아를 마주봤다. 카나벨은 울상이 되어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또 못 보는 거야?”

니아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야. 내가 자주 놀러 올 거야!”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제 자신이 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만남을 끝으로 영영 못 만나게 될 수도 있었다. 마스터의 처벌이 어떤 것일지를 모르는 그녀로서는 카나벨과 약속을 할 수가 없었다.

카나벨도 그 사실을 눈치를 챘는지 그녀의 두 눈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니아를 못 가도록 붙잡지 못했다. 마스터의 계약이 있는 한 그녀는 그의 꼭두각시 인생을 살아야만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니아 또한 피의 계약으로라도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던 니아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참담했다.

니아가 울고 있는 카나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울지 마, 카나벨. 내일 아침까지는 같이 있을 수 있잖아?”

“그, 그래도..흐흑..”

“난 그것만으로도 정말 기뻐. 너의 웃는 모습을 본 것도 그렇고. 그러니 우리 서로 웃는 얼굴로 남은 시간을 보내자. 그래줄 거지, 카나벨?”

“응······.”

카나벨은 자신의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에 니아가 싱긋 웃어 보이며 카나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이거면 된 거다. 비록 자신은 카나벨을 구하기 위해 밤낮없이 의뢰를 하고, 엄청난 수치심까지 느꼈었지만 결국 카나벨을 구해냈다. 비록 노예라는 신분을 갖긴 했어도, 자신이 느낀 바 그의 주인은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을지 언정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이렇게... 그냥 평범하게 살 수만 있다면.. 니아는 자신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이제는 마스터의 명령으로 귀족가의 개가 되든, 뭘 하든 관심 없었다. 카나벨의 미소를 봤으니 말이다.

니아는 마음이 울컥해졌다.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달래주면, 바로 두 눈으로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려 안 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버텼다. 카나벨 앞에서 나약해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등 뒤의 문으로 류가 잠꼬대를 하는 듯, 혼자 중얼거리며 옆에서 자던 자객을 껴안았다. 자객은 악몽이라도 꾸는 듯 저항을 했지만, 류가 꽉 끌어안고 있어 옴짝달싹 못했다. 그 모습에 니아와 카나벨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때 구석에서 자고 있던 무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눈은 감고 있었지만, 이곳저곳에 나뒹굴어져 뻗어있는 자객들을 피해 문 앞까지 걸어 나왔다. 카나벨과 니아가 그런 무영을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문 앞에 우뚝 서있었다.

“뭐야? 무슨 일 있······.”

덥석

무영이 그대로 니아를 껴안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였다.

니아는 갑작스런 무영의 행동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무영의 품에 안긴 채 벙 쪄있었다. 무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니아에게 전해져갔다. 니아는 입을 다문 채 한동안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싫지는 않았다. 그저 무영의 몸에 배어 있는 나른한 향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니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우, 우에······.”

“응?”

무영의 몸이 들썩 거렸다. 그 바람에 니아가 감았던 눈을 뜨고, 무영을 살며시 밀어내자 두 뺨이 부풀어 오른 무영의 모습이 들어왔다. 니아는 불안한 기분에 휩싸였고, 카나벨은 안절부절 거리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야, 야, 야, 야! 너 설마······.”“무영님!!”

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무영을 급히 떨어트렸다. 그와 동시에······.

“우웨에엑!”

“꺄아악!”

“무영님!!”

상상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22 그림자단 Ⅲ(part 4)(완) -끝-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


작가의말

불금!!!!!!!!!!!!!!부우우울금!!!!!!!!내일 나간다!! 오에 >

오늘은 정말 두근대는 날이에요 모두들 재밌게 푹쉬세요!









글꼴 맑은고딕, 크기 15, 줄간격 200으로 보시면 재밌게 보실수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흑사(黑死)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24 흔들리는 나무(part 2) 17.07.17 316 2 11쪽
24 #23 흔들리는 나무(part 1) 17.07.15 369 2 11쪽
» #22 그림자단 Ⅲ(part 4)(완) 17.07.14 380 2 11쪽
22 #21 그림자단 Ⅲ(part 3) 17.07.13 489 2 11쪽
21 #20 그림자단 Ⅲ(part 2) 17.07.12 388 2 9쪽
20 #19 그림자단 Ⅲ(part 1) 17.07.11 354 2 9쪽
19 #18 그림자단Ⅱ(part 3)(완) 17.07.10 385 2 13쪽
18 #17 그림자단Ⅱ(part 2) 17.07.08 400 2 9쪽
17 #16 그림자단Ⅱ(part 1) 17.07.07 383 2 14쪽
16 #15 그림자단 Ⅰ(part 3)(완) 17.07.06 367 3 12쪽
15 #14 그림자단 Ⅰ(part 2) 17.07.05 440 2 9쪽
14 #13 그림자단 Ⅰ(part 1) 17.07.05 487 2 11쪽
13 #12 시몬가Ⅱ(part 4)(완) 17.07.04 453 3 10쪽
12 #11 시몬가Ⅱ(part 3) 17.07.04 402 3 12쪽
11 #10 시몬가Ⅱ(part 2) 17.07.03 442 4 10쪽
10 #9 시몬가Ⅱ(part 1) 17.07.03 453 3 11쪽
9 #8 시몬가Ⅰ(part 3)(완) 17.07.01 457 3 10쪽
8 #7 시몬가Ⅰ(part 2) 17.07.01 427 3 9쪽
7 #6 시몬가Ⅰ(part 1) +2 17.06.30 534 4 9쪽
6 #5 일일호위무사(part 2)(완) 17.06.30 541 4 9쪽
5 #4 일일호위무사(part 1) 17.06.29 626 4 9쪽
4 #3 이화가(異火家)(part 2)(완) 17.06.29 673 5 11쪽
3 #2 이화가(異火家)(part 1) +2 17.06.28 842 4 11쪽
2 #1 흑사의 멸망 +2 17.06.27 1,079 5 16쪽
1 prologue +6 17.06.26 1,702 9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