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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느님의 서재입니다.

흑사(黑死)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윤하느님
작품등록일 :
2017.06.26 22:26
최근연재일 :
2017.09.25 22:30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716
추천수 :
107
글자수 :
249,912

작성
17.07.05 10:30
조회
487
추천
2
글자
11쪽

#13 그림자단 Ⅰ(part 1)

재밌게 읽어주세요!




DUMMY

“마스터. 초이 시몬이 실패했습니다.”

시몬가의 저택주변엔 숲이 있었다. 꽤 오래 된 나무들과 이제 막 초록빛을 띄며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이 무성한 숲이었다. 그 나무들 중 유난히 잎이 많이 핀 나무.

잎이 무성하게 자라 시몬가에서는 다르디가 이곳에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뭐, 시몬가의 저택도 이미 저택의 의미를 잃었으니.

다르디의 발밑으로는 그의 그림자가 햇빛을 받아 길게 늘어져있었다. 그러나 다르디의 그림자는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며 기이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불안정하던 그림자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반응은 어떻지?”

그림자에서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르디는 시선을 시몬가의 저택에 두며 입을 열었다.

“엄청 강력한 기운과 함께 어둠속성과 바람속성이 합쳐진 듯한 공격을 가했습니다. 다만······.”

“뭐지?”

“상대가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맞붙어도 이길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이니······.”

“백재화인가? 아니면 다른 친위대 놈들인가?”

“아닙니다. 처음 보는 남성입니다. 그런데······.”

다르디가 말끝을 흐렸다. 차마 이걸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 떠오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설화의 호위무사로 보이는 의문의 남자와 초이의 공격은 분명하게 맞부딪쳤다. 게다가 초이는 ‘구슬’ 의 힘으로 5배나 강해졌을 터였다. 하지만 이건······.

“이 정도면 최소 친위대급이거나, 그 이상입니다.”

“.....”

다르디의 그림자가 침묵했다. 다르디는 다시 한 번 ‘한때’ 저택이 있었던 자리를 쳐다봤다. 분명 불과 몇 분전만 해도 시몬가의 저택은 저곳에 위치해있었다. 그리고 곧 의문의 남성과 초이의 공격이 맞부딪쳤고, 그 후 모든 게 사라졌다. 시몬가의 저택과 그 저택과 꽤 거리가 되는 숲까지. 뻥 뚫렸다고 해야 하나?

“일단 구슬은 회수해서 복귀하겠습니다. 그때 자세한 정황을 보고하겠습니다.”

“알겠다.”

다르디는 등 뒤 춤에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검에 불꽃이 솟아올라 검을 휘감았다.


“쿨럭.”

초이가 기침을 하자 검은 피와 함께 검은 구슬이 튀어나왔다. 검은 구슬은 또르르 굴러가 무너진 잔해 사이로 들어갔다.

‘힘을 쓰고 나면 검게 변하는 것인가?’

스스슥

초이의 발끝이 검게 물들더니 재가 되어 바람과 함께 흩날렸다. 구슬의 부작용인 듯 싶었다. 하긴 엄청나게 기운을 끌어 모을 수 있는데 부작용이 없을 리가 없었다.

결국 나는 로도, 크리크도, 시몬가도 지킬 수 없었다. 거기다 로를 살리기 위해 설화의 목숨까지 앗아가려고 했다. 나는 쓰레기다.

“초이야!!”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화인가?

설화가 피투성이의 초이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러나 그녀의 하반신은 이미 재가 되어 사라진지 오래였다. 초이의 초점이 설화에게로 향했다.


피로 물든 초이의 얼굴로 맑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초이가 멍하니 설화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으로 눈물이 흘러 초이의 얼굴로 또 한 방울 떨어졌다.

초이가 손에 힘을 주었다. 설화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온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는 게 맞을 것이다.

초이의 손끝이 검게 변해 재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서, 설화야······.미, 미안······.”

초이의 눈으로 눈물이 흘렀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친구를 볼 면목이 없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마녀공주!”

그때 무영이 설화에게 달려가 그녀를 들어 올려 뒤로 물러났다.

“초이야!”


초이의 심장으로 불꽃을 두르고 있는 검 하나가 박혔다. 그리고 검이 심장에 박힘과 동시에 불꽃이 매섭게 초이를 뒤덮더니 이내 터져버렸다. 무영이 놀란 눈의 설화를 내려주고, 주변을 살피었다. 주변엔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화가 내려놓기 무섭게 초이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설화가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는 그녀가 이미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진 후였다. 설화가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초이가 있던 자리를 암울하게 쳐다봤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엔 검은 그을림 자국밖에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고 있는 설화의 곁으로 무영이 다가갔다. 초이란 여자와 마녀공주의 사이는 잘 알지 못했지만, 설화에게 있어 초이란 존재는 꽤 소중했던 모양이었다. 무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초이가 있었던 자리를 쳐다봤다. 그러다 무영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백재화와 왕국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백재화는 방금 전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길이였는데, 또 일이 생기자 한숨을 쉬며 묵묵히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백재화에게는 이 상황을 간략히 이야기 했다. 자세한 건 설화가 잘 알고 있었지만, 설화의 뒷모습을 본 백재화는 그녀를 그대로 놔두었다. 저 상태의 설화에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백재화가 뻥 뚫려버린 숲을 보고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영군······.”

“죄송합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보고해야할까?

백재화는 머리가 아파왔다.

백재화가 무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일단 무영군은 돌아가 보도록 하게나. 왕국에 보고를 드렸으니 머지않아 수십의 왕국군이 또 올 걸세.”

“알겠습니다.”

무영이 설화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봤다. 그녀는 멍하니 초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상황이 상황 이였는지라 최소한의 판단을 한 거였지만, 결과적으로 초이를 죽인 건 다름 아닌 무영자신이었다.

하지만 의심 가는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일단 갑자기 보랏빛으로 물들며 강해진 기운과 어디서 날아 온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검.

이 두 개의 의문을 푸는 것이 지금 최우선으로 알아봐야할 문제였다. 백재화가 조사는 하겠지만 큰 단서는 찾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설화까지 저런 상태인데 평탄한 조사는 불가피 할 것이다.

무영은 그대로 돌아서 움직였다. 일단 할아범에게 가서 물어봐야했다.


짹짹짹

유난히도 새들이 시끄러운 날이었다. 해는 높게 떠 햇살로 지상을 밝게 밝혀주었고, 바람은 선선히 불어와 날씨가 굉장히 좋았다. 슬슬 여름이 다가오는 시기에도 불구하고 날이 정말 좋다니. 이런 날엔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자는 게 최고였다.

벌컥

굳게 닫혀있던 나무문이 열렸다. 이 시간에 이곳에 올 사람은 없었다. 이집구조를 모르는 한 과일가게 뒤에 넒은 가옥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하기 때문이다.

무영이 몸을 일으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에는 검을 소지하고 있는 병사 수십이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다. 무영이 오른손을 허공에 뻗었다.

혹여 저들이 정체를 숨긴 채 숨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면 모조리 죽여 버릴 생각 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들어온 갈색 머리의 붉은 눈동자를 가진 소녀를 보자, 무영은 들었던 손을 내렸다. 무영이 자리에서 뛰어내려 땅에 착지했다. 지붕에 있어 높이는 꽤 됐으나 개의치 않았다.

스릉

무영이 내려옴과 동시에 주변의 병사들이 칼을 뽑아들어 무영의 주위를 둘러쌓다. 무영의 앞에 병사들이 양 갈래로 나뉘더니, 그 사이로 설화가 걸어 나왔다. 무영은 반가운 듯,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일주일 만인가? 마녀 공······.”


무영의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오른쪽 뺨이 얼얼했다.

무영이 살짝 고개를 돌려 설화를 쳐다봤다. 설화는 씩씩거리고 있었으나, 이미 두 눈가에는 눈물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주먹을 쥐어 무영의 가슴을 쳤다.

“왜! 왜! 어째서! 초이를 죽인 것이느냐!”

“.....”

설화가 다른 손도 주먹을 쥐어 무영의 가슴을 쳤다. 하지만 첫 번째 주먹에 비해 한없이 약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주먹이었다.

“왜...왜...초이를······.”

설화가 그대로 무영의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그녀의 어깨가 들썩였다.

“.....”

무영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설화의 말이 사실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때 힘을 조절해 공격을 가했다면 쓰러지는 건 초이가 아니라 자신들이였을 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

설화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주먹으로 무영의 가슴을 치다가 이내 그 주먹이 주르륵 내려갔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고 그대로 울기 시작했다. 무영은 묵묵히 설화를 내려다보고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무 말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녀는 무영의 가슴에 고개를 묻고, 한 없이 울었다. 백재화가 오기 전까지도 그녀는 울음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백재화는 설화가 온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급히 이곳에 도착했다. 설화에게 간략히 이야기를 한 후 시몬가 사건을 정리해 보고하고 복귀했는데, 설화와 몇 병사가 없어져 급히 이곳으로 온 거라고 백재화는 말했다.

백재화는 설화를 다독여 보낸 다음 무영에게 다가갔다.

“미안하네. 설화가 난감한 행동을 했다고 들었네.”

“아닙니다. 백재화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벌써 그 일이 있고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초이가 설화에게 있어 소중한 첫 친구이기도 했으니 이럴 만도 하지만 말이야. 어쨌거나 정말로 미안하네. 그런데······.”

백재화는 말을 잇다말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설화는 이미 나갔고, 설화를 호위하고 있던 병사들이 이제 막 문을 닫고 나가고 있었다. 백재화는 모두가 나간 뒤에야 입을 열었다.

“현장에서 검은 구슬이 발견됐는데 혹시 아는 것이 있나? 이상한 기운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게 자네가 말했던 강한 기운인 것 같은데.”

“기환님도 그 부분은 처음 듣는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몬가가 누군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백재화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무영의 말을 토대로 추측을 해본다면 시몬가와 모집단은 모종의 거래를 했을 것이다. 이화가의 설화를 죽이는 것으로 초이의 무언가를 들어주겠다는 식으로.

그리고 거래는 체결되어 의문의 집단은 보랏빛의 기이한 구슬과 함께 지원을 했을 것이다. 최근에 이화가를 습격한 자객들 일부도 그 지원병들일 것이다. 하지만 작전은 번번이 실패했고, 무영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던 결과, 시몬가는 마지막 작전까지도 실패했다. 그 후 거래를 발설할 수도 있는 초이를 죽이는 것으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손을 뗐을 것이고. 치밀한 놈들이다.

“일단 알았네. 푹 쉬고 있게나. 고생했네. 그럼 이만.”

“예. 알겠습니다.”

백재화는 무영의 어깨를 두어 번 다독이고는 설화의 뒤를 쫓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13 그림자단 Ⅰ(part 1) -끝-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


작가의말

벌써 일주일의 절반이나왔어요... 조금만더달려요 모두.. 




글꼴 맑은고딕, 크기 15, 줄간격 200으로 보시면 재밌게 보실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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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그림자단 Ⅲ(part 1) 17.07.11 354 2 9쪽
19 #18 그림자단Ⅱ(part 3)(완) 17.07.10 385 2 13쪽
18 #17 그림자단Ⅱ(part 2) 17.07.08 400 2 9쪽
17 #16 그림자단Ⅱ(part 1) 17.07.07 383 2 14쪽
16 #15 그림자단 Ⅰ(part 3)(완) 17.07.06 367 3 12쪽
15 #14 그림자단 Ⅰ(part 2) 17.07.05 440 2 9쪽
» #13 그림자단 Ⅰ(part 1) 17.07.05 488 2 11쪽
13 #12 시몬가Ⅱ(part 4)(완) 17.07.04 454 3 10쪽
12 #11 시몬가Ⅱ(part 3) 17.07.04 402 3 12쪽
11 #10 시몬가Ⅱ(part 2) 17.07.03 442 4 10쪽
10 #9 시몬가Ⅱ(part 1) 17.07.03 453 3 11쪽
9 #8 시몬가Ⅰ(part 3)(완) 17.07.01 457 3 10쪽
8 #7 시몬가Ⅰ(part 2) 17.07.01 427 3 9쪽
7 #6 시몬가Ⅰ(part 1) +2 17.06.30 534 4 9쪽
6 #5 일일호위무사(part 2)(완) 17.06.30 542 4 9쪽
5 #4 일일호위무사(part 1) 17.06.29 62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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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이화가(異火家)(part 1) +2 17.06.28 84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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