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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님의 서재입니다.

대영천하, 조선만세.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빛의화살
작품등록일 :
2021.05.31 00:07
최근연재일 :
2023.08.02 11:3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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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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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10.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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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서쪽에서 부는 미풍, 동쪽에 이는 격랑 13.

대영천하, 조선만세.




DUMMY

훈련대장 이응식(李應植)은 훈련도감 병영에 소란스런 소리가 나자 밖으로 나가 병사들이 모인 쪽을 살펴보았다.


“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훈국(訓局) 안이 이렇게 혼란한 것인가? ”


“ 유구 군졸들과 우리 훈국 군사들 사이에 결련이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


밑의 군관에게 보고를 받은 중군이 이응식에게 간략하게 보고를 했다. 부렬전의 강대한 군제를 배우기 위해 신설한 신무영(新武營)과 신군영(新軍營)에 인원을 따로 떼서 보낸 후로 새로 취재한 군관과 군사들에 더하여 유구에서 훈련받기 위해 온 장졸들까지 훈련시키고 있던 훈국(訓局, 훈련도감)이었다.


대개 도검이나 총포를 다루는 훈련조차 받지 못했던 유구군졸들이었다. 그런 그들도 유독 기를 펴면서 조선 군사들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것이 그들이 티(手)나 토디(唐手)로 부르는 맨몸 격투술이었다. 조선 사람들은 그들의 격투술을 그냥 유구 탁견(托肩)이라 불렀다.


대개 훈국군사들의 훈련지도에 고분고분한 그들도 가끔 감정이 상하거나 하면 훈국 군사들을 상대로 티격태격하게 되면 격투술로 시비가 붙곤 했다.


“ 결연(決然)? 그거 위험한 것 아닌가? 어찌 군관들이 말리지 않고 이렇게 판을 크게 벌인단 말인가? ”


결연이라면, 서로간의 원한이 깊은 자들끼리 목숨을 잃어도 원망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임하는 대결 아니던가? 그런 위험한 짓을 훈국병영 안에서 행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지휘하는 병사들 간에 그것도 손님이라고 할 수 있는 유구병졸들을 상대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던 훈련대장 이응식의 목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높아졌다.


“ 결연이 아니라 결련(結連)입니다. 우리 훈국 군사와 유구 병졸들이 서로 패를 나누어 탁견(托肩)을 겨룬다고 합니다. ”


급히 훈련대장 이응식의 오해를 바로잡는 중군(中軍)이었다. 결련이라면 서로 패를 나누어 겨루는 단체 격투술이었다. 그래도 군율이 엄정한 훈국 내에서 목숨까지 내어놓고 겨루는 짓이 용납될 리 없었다.


“ 아아, 그런가? 너무 과열되어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이가 없도록 주의하라 군관들에게 일러라. ”


결련이라 하더라도 자칫 과열되면 몸이 크게 상하거나, 혹은 다친 이후로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 형제지국(兄弟之國)인 유구의 병사들이 혹여 죽기라도 한다면 조선의 위신이 크게 실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응식으로서는 자신이 훈련대장으로 있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라 간의 일에 자신의 부담이 크다는 생각에 주의를 주었다.


사고가 우려된다고 무장인 자신이 병사들이 훈련 겸 하는 모든 것을 못하게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니 사고 예방을 당부하는 것이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예, 명하신대로 전하겠습니다. ”


“ 그나저나 우리 탁견꾼들과 저기 유구 탁견꾼들이 붙으면 누가 이기겠는가? ”


훈국대장으로서의 자기 입장과는 별개로 양측의 대결결과가 궁금해진 이응식이었다.


“ 제가 그동안 보기에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탁견만 전문으로 익힌 탁견꾼을 따로 불러오지 않으면 유구 장졸들이 조금은 우세한 것으로 보입니다. ”


“ 우리가 유구 장졸들을 가르치는 입장인데, 우리가 져서야 쓰겠는가? ”


“ 그래도 도검이나 총포를 익히지 못하는 대신 유구 장졸들은 탁견만 익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군사들은 총포 도검에 진법까지 익히느라 탁견만 따로 익힌 자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무위가 좀 떨어집니다. ”


조선 군사들이 총포나 도검에 진법을 익히는 시간까지 모두 격투술만 익혔다면, 그런 맨몸으로 싸우는 그런 일에는 유구병졸들이 더 익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 으음, 오늘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시중에 떠도는 탁견꾼 중에 고수만 따로 뽑아 훈국에 특별히 취재토록 하시오. ”


벌써 벌어진 판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유구 군졸들이 조선에서 훈련받는 동안에 수시로 벌어질 대결이 아니던가? 그때마다 진다면 유구 군졸들 사기야 오르겠지만, 훈국의 체면과 그 영장인 자신의 평판에도 문제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기고만장해진 유구 군졸들이 자신들의 교련(敎鍊)과 지시에 제대로 따르지 않을 우려도 있었다.


그런 일이 생겨서야 안 되었다. 무장으로서의 자신의 명예에 관련된 일이지 않은가?


“ 그래도 대국의 체면이 있지. 가르치는 입장에서 저들에게 지면 크게 망신이 아닌가? ”


“ 예, 명 받들겠습니다. ”


“ 와, 와. ”


그래도 병졸들이 함성을 지르며,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흐뭇한 표정을 짓는 이응식이었다. 군사들이란 저렇게 사기가 충천(衝天)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을 때 밥값을 하지 않겠는가?



•••••••••••••••••••



“ 환후가 점점 좋지 않아지는 것 같습니다. ”


유구어의인 송경신이 조선 내의원들과 서로 다른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의술용어를 쓰며 의견을 교환 한 후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국장공주 상묘향에게 아뢰었다.


“ 그런 말씀 하지 마시게. ”


부왕의 용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은 곁에서 병구완을 하고 있던 상묘향도 느끼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어의조차도 자신이 느끼는 사실을 말하자 강력하게 부정하며 말했다.


“ 송구하옵니다. ”


어의와의 대화를 마친 후 중산왕 상육이 누워있는 침소에 들어서며 상묘향이 자신의 부친에게 말을 걸었다.


“ 아바마마, 괜찮으셔요? ”


“ 아아, 국장공주 아닌가? 아무래도 내가 그리 오래 버티질 못할 것 같구나. ”


상육은 스스로도 자신의 상태가 좋지 못함을 직감하고 있었다.


“ 무슨 말씀이셔요? 오래오래 정정하셔서 백성들을 보살피셔야지요. ”


“ 그래, 그렇지? 내 너희들이 훌륭한 짝을 찾아 출가하는 것도 보고 그래야할 텐데 말이다. ”


자신의 후계인 상태가 장성할 때까지는 자신이 버텨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다음 대에서 조선이나 부렬전에 의해 상 씨(尙氏)의 유구국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다른 이가 유구군왕의 자리에 책봉되거나, 어쩌면 부렬전의 태후제가 조선 임금에게 유구를 던져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적어도 10년은 병석에 누워서라도 살아 버텨야 한다. 자신을 숙부라 부르는 조선 임금이 명분 때문이라도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함부로 유구를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딸들이 좋은 짝을 맞아 출가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상육이었다.


“ 힘내셔요. 우리 어의와 조선의 어의들까지 아바마마의 환후를 모시기 위해 불철주야하니 굳은 마음을 먹고 치료받으시면 반드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실 수 있으실 거여요. ”


“ 미안하구나. 내 딸아. ”


상묘향이 손을 꼭 쥐며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는 상육이었다.


“ 괜한 말씀 마시어요. 여기 어의가 올린 탕재를 드시어요. ”


“ 그래, 알았다. ”


국장공주가 내미는 탕약그릇을 받아서 마시는 상육이었다. 모진 목숨, 어떻게라도 살아서 사직을 보전하리라.



•••••••••••••••••••



“ 중전의 산달이 내달인가? ”


유구군왕의 용태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온 내의원 정(正)에게 상육과는 상관없는 중전의 산달에 대해 묻는 임금이었다. 상육의 병환만 아니라면 내의원의 모든 역량이 중전의 회임과 출산에 집중되어 있을 시기였다. 물론 산실청이 만들어져 중전의 출산에 관련된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손이 귀한 왕실로서는 중전의 회임이 그만큼 오랜만의 경사였다. 하지만 나라의 손님이자 임금이 숙부라 높이며 따르는 유구군왕의 병환에 그런 기쁨을 함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 그러하옵니다. 전하. ”


“ 참, 궐에 경사가 있으려는 이때에 우리가 모셔온 유구 숙부께서 저렇게 몸져 누워계시니 ······. ”


기쁨의 표정인지 무엇인가를 걱정하는 표정인지 모를 표정이 스쳐지나가고, 내의원 정에게 상육의 병환에 대해 묻는 임금이었다.


“ 유구군왕 전하의 환후는 어떠하던가? 차도가 보이던가? ”


“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아마도 생이 얼마 남지 않으신 것 같사옵니다. ”


내의원 정은 솔직하게 자신이 진단한 바를 그대로 임금에게 고했다. 그가 보기에 앞으로 길어야 석 달? 그 정도면 유구군왕은 훙서(薨逝)하실 것이라 그는 보았다.


“ 여봐라. 내 유구군왕을 만나 뵈러 갈 것이다. 오늘 일정을 모두 폐하고, 급한 일이 아니라면 내일로 미루도록 하여라. ”


임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주변에 일렀다.


“ 예, 전하. ”



•••••••••••••••••••




❝ 프린스 흥선, 왜? 노베르에게만 그런 자리를 주는 거요? ❞


오늘도 사랑채에서 자신의 손님들과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흥선군이었다. 앙리 5세는 아직도 삐친 채로 흥선군을 졸랐다.


❝ 아직도 그 말씀이십니까? 국공전하, 전하께서는 국장공주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조선에서 학문을 익히고 계신 거지요? ❞


찻잔을 소반에 내려놓으며 흥선군이 앙리 5세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 그렇지? ❞


흥선군이 무언가 말할 때마다 거기에 말려들어갔던 경험을 떠올리며 앙리 5세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 국장공주께서는 우리 왕실에 입적하셨는데, 그분과 국공전하께서 혼례를 올리게 되면 전하께서는 법국 국공이신 것과 별개로 우리 왕실의 부마가 되시는 겁니다. 아닙니까? ❞


❝ 물론 그렇지. 부마라? 흐흐흐. ❞


부마(駙馬)란 말이 임금의 사위라는 것을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앙리 5세는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입이 벌어지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 우리 조선에는 부마에게 벼슬을 내리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국공전하께서는 법국의 왕통에 누구보다도 가까우신 귀한 몸 아니십니까? 그런 분께 어찌 아무 잡스런 관직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


정확히는 여러 명예직을 제수하기는 하지만, 그런 것까지 말하면 평소 앙리 5세의 행각을 가늠해보면 앙리 5세가 명예직이라도 미리 내려주면 안되겠냐며 청탁을 하면서 자신에게 매달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냥 벼슬을 내리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벼슬이란 것을 실직(實職)에 한한다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지 않는가?


❝ 그렇게 되겠지? 부마라? 그런 영예를 위해서는 내가 일시적으로 노베르의 학생이 되는 걸 감수해야겠구먼? ❞


국장공주 상묘향과 맺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자신의 주장을 잊어버리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앙리 5세였다.


애초에 벼슬을 달라고 한 것은 국장공주에게 잘 보이고, 체면을 살리기 위함이었는데, 국장옹주와 맺어진다는 상상으로 선후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 조선에서는 학생인 것을 누구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벼슬 없이 죽은 사람은 그 위폐에 당당히 학생(學生)이라 적을 정도로 평생을 학문에 정진하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국장공주와 혼례를 치르게 되면 각종 군호를 임금께서 내리실 것이니 조금만 참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마가 되실 귀하신 분께서 잡직의 벼슬을 받는 것도 우리 조선에서는 법도에 맞지 않습니다. ❞


❝ 조, 좋소. 그럼 내 조건이 하나 있소. 노베르, 이 사람이 나와 처지가 비슷하여 공감이 되어 나를 좇아 조선까지 온 것이라 하니. 나와 같은 길을 걸어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앞으로 내가 성균관에서 학문을 익힐 때 하루 두 시간은 나와 같이 학문을 익혀야 되겠소. 노베르. 그렇지 않소? 나와 공감하려면 내가 가는 행적을 그대로 따라올 필요가 있지 않나? ❞


벼슬은 조선의 관습에 맞지 않아서 자신이 받을 수 없다면 노베르와 같이 학문을 익히는 것은 앙리 5세가 양보할 수 없는 한가지였다. 그것은 왠지 자신만 학문을 익히는 고통을 당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생각에 부리는 억지였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행위 자체는 재미있지만, 글자부터 배워야 한다면서 자신에게 성균관에서 가르쳐주는 한문은 결코 재미있지 않았다. 간단히 음만을 기록해 읽을 수 있는 문화를 누리던 앙리 5세로서는 뭔지 모를 무수히 많은 기호들을 외워야 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게다가 깐깐한 성균관의 교수들에게서 개인 학습을 하는 처지면 가끔 땡땡이를 친다던가 하는 일이 원천봉쇄 되었다. 그런 고통을 함께 느낄 동료가 필요했다. 말로는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성균관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들을 것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말이다.


❝ 전 아직 조선에서 제의한 공직에 취임할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상태인데요? 백작님. ❞


앙리 5세가 말하는 학문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런 것이리라. 더군다나 노베르는 아직 조선에서 공직생활을 하겠다는 의사를 굳힌 것도 아니었다. 강단에 서서 학생을 양성한다는 일은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원래 그가 꿈꿨던 것은 학문적으로 어느 정도 다듬어진 학생들이 배움을 청하는 에콜 상트랄 파리(École Centrale Paris)같은 그랑제콜이나 캐임브리지 같은 유명한 학부에 교수로 초빙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은 그런 학문적 풍토가 아예 없다지 않은가?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준다고 해도 자기 혼자서 그들을 교육시켜 유럽의 젊은 지성들과 견주어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점이 고민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 크게 보람된 일이기는 할 것이다. 어쩌면 과학사, 기술사에서 동양 최초의 공과대학의 설립에 간여했다는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가뜩이나 자신의 피부색과 혈통으로 조롱거리인 지금보다 더 자신에 대한 평판이 나빠질 것이다.


❝ 그럼 자네도 나와 공감하는 척 하면서 나를 조롱하기 위해 누벨 오를레앙에서부터 여기까지 나를 좇아 온 것인가? 어쩐지? 당신도 오를레앙의 추종자로군? 그래 맞아. 누벨 오를레앙도 오를레앙이기는 하지. ❞


누벨 오를레앙에서 자신이 증오하는 오를레앙 일가들과 억지로 연결고리까지 만들어가며 노베르를 압박하는 앙리 5세였다.


❝ 조선에서 제의한 공직에 취임하지 않을 거면 하루 종일 나와 함께 학문을 익히는 거요.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면 나를 모욕하기 위해 조선까지 찾아온 죄를 물어 조선국왕께 자네를 처벌해줄 것을 청원할 거요. 프린스 흥선의 말을 들었지? 난 이 나라의 부마가 될 몸이란 말이오. 분명 공정하고 현명하신 조선 국왕께서는 정의에 입각한 현명한 판결을 내리시겠지. ❞


앙리 5세가 조선에 방문했다는 기사에 유럽에서 나라 사이를 여행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으로 조선에 온 노베르 릴리외였다. 도착해보니 국왕의 권위는 유럽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외의 대상이었다. 거기다가 이곳의 법률체계는 유럽의 것과는 달랐기에 앙리 5세의 협박이 단순한 협박으로 느껴지지 않고 현실의 위협으로 느껴지는 릴리외였다.


❝ 아, 아니. 잠시만 백작님 어떻게 그런 논리가 가능한 겁니까? 억지십니다. ❞


❝ 나에게 공감하고자 조선까지 찾아온 시점에서 논리 따윈 없지 않소? 흥. ❞


의외로 날카로운 앙리 5세의 분석이었다. 고향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울컥하는 기분에 조선으로 건너온 릴리외였으니 말이다.


❝ 아무래도 국공전하를 달래시려면 우리 제안과 국공 전하의 제안을 귀하께서 모두 수락하셔야 할 듯싶습니다. 안 그러면 큰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


순진한 갈색 피부의 이방인에게 가해지는 앙리 5세의 협박이 먹힌다 싶자, 앙리 5세에 합세해서 릴리외를 협박하는 흥선군이었다.


평생을 연구실과 강의실, 작업장에 붙어있던 천상 순진한 공돌이인 노베르는 그들에게 말려들어갔다.


❝ 아니, 사람 인생을 이렇게 얼렁뚱땅 정하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




영국조선) Union Jack 휘날리며, 孔子曰.


작가의말

* 본문의 결연(決然)과 결련(連)은 택견에 대해 나오는 여러 설을 제 나름으로 구성한 겁니다. 당연히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구한말까지 성행했다는 전통무예가 이런 설로 유추해야 할 정도로 흔적이 희미해진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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