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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님의 서재입니다.

대영천하, 조선만세.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빛의화살
작품등록일 :
2021.05.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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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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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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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서쪽에서 부는 미풍, 동쪽에 이는 격랑 11.

대영천하, 조선만세.




DUMMY

“ 대감마님, 흥선군 대감께서 뵙고자 찾아계십니다. ”


사랑채에 상주하며, 김좌근의 수발을 드는 하인인 상태가 흥선군이 찾아왔음을 고했다.


“ 어서 뫼시도록 하여라. 그리고 찬모에게 일러 술상도 들여오도록 이르고. ”


“ 예, 마님. ”





“ 흥선군께서 어쩐 일로 이렇게 직접 찾아오셨습니까? ”


따듯하게 데운 술을 따르면서 김좌근이 흥선군의 방문이유를 물었다.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어야할 비밀을 알고 있는 단 네 사람 중의 하나가 된 김좌근이었다. 아마도 그런 류의 일이겠지?


“ 곧 부렬전으로 떠나야 될 저를 대신하여 짐을 안겨드린 것 같아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

“ 제가 도성에 없는 동안 혹시 소문 들으셨습니까? ”


흥선군이 데운 술로 목을 축이면서 자신의 사저에 와 있는 외인(外人)에 대한 말을 돌려서 슬쩍 흘렸다.


“ 아? 흥선군의 사저에 불란서 국공의 손님이 방문해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


“ 예, 역시나 도성에 소문이 돈 것이 맞나보군요. ”


“ 하하하, 그냥 양인이 도성에 와도 소문이 돌 일인데. 그 사람의 외양이 독특하다 보니 소문이 안돌 수가 없지요. 사실 부렬전에서 온 사신이 아니라면 그동안의 전례에 비추어 입국 자체가 불허되었을 텐데, 법국 전하를 찾아온 법국 백성이라고 하니, 흥선군께서 도성으로 돌아 오실 때까지 특별히 허락된 것이지요. 그 사람에 대해서 이미 조정에서 말이 돌았습니다. ”


모를 수가 없었다. 느닷없이 부렬전도 아니고, 불란서 국공전하의 나라인 불란서도 아닌 동쪽 바다건너에 있다는 아미리견(亞美利堅)에서 온 자의 이야기였다.


게다가 그동안 조선에 왔던 서역사람들의 생김새가 아닌 짙은 갈색의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자가 스스로를 법국 백성이라 하면서 개인 자격으로 도성 체류를 청했다.


당연히 조정에서도 그의 입국과 체류에 대해서 논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논의 끝에 스스로를 법국 백성으로 칭하는데다가 법국 국공인 앙리 5세를 찾아왔다고 하니 앙리 5세의 숙소인 흥선군의 사저내로 한정하여 체류를 허가했었다.


“ 뭐, 법국 조정 관리도 아니고 해서, 전하를 알현할 기회를 주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성상전하께서는 호기심에 한번 만나볼까 하는 심중을 드러내시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허허허. ”


아마도 흥선군과 앙리 5세의 도성 귀환이 늦어졌다면 주상전하께서 먼저 보자고 청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김좌근이 웃었다. 그만큼 노베르의 방문과 흥선군의 도성귀환이 아슬아슬하게 시기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시간이 길어졌다면 나라에서 온 사람의 적적함을 위로하겠다는 핑계로 분명 만나자고 하셨을 것이다.


“ 하긴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웬 시커먼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조선에 들어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마도 병판대감께서 손을 쓰셨던 모양입니다. ”


“ ······. ”


흥선군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말없이 잣 몇 알을 집어서 입에 넣는 김좌근이었다.


아마도 김좌근이 앞서지 않았다면, 조정의 고루한 대신들은 그의 입국을 막았으리라.


“ 뭐, 나라에서 귀한 손님으로 모시는 분을 찾아온 사람을 박하게 쫓아낼 수야 있겠습니까? ”


잣을 입에 넘긴 후에 입가심으로 술 한 잔을 따라 입에 넣은 후에야 김좌근이 말했다.


“ 오늘 제가 찾아온 일은 그 사람이 우리 조선을 위해 찾아온 까치일지도 모르겠다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


“ 까치라? ”


김좌근은 반문하며 흥선군의 말뜻을 물었다.


“ 조선에 좋은 소식을 물고 온 손님이니 까치 아니겠습니까? ”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던가, 까치를 보면 복이 온다던가 하는 소리는 흔히 듣는 소리긴 했다. 하지만 법국 국공의 손님으로 온 자가 조선에 복을 가져온 까치가 된다라?


“ 좋은 소식이라 ······? ”


“ 법국 국공전하를 찾아온 자가 지금 조선에 딱 필요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조선에 광영이 비추려고 하는 것인지, 이런 천운이 다 있겠습니까? ”


“ 무슨 재주를 가진 자이길래 흥선군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겁니까? ”


흥미가 동한 김좌근이 흥선군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 약간 푼수데기 같은 짓을 하는 기인인 법국 국공이었다. 그를 찾아온 손님이라 그가 무슨 재주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진 못했다. 다만 부렬전에 버금가는 성세를 자랑하는 법국의 왕족에 언젠가 다시 지존으로 즉위할지도 모른다하여 그를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면 안 된다며 노베르의 입국을 허용하는 쪽에 편들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자가 사실은 귀한 재주를 지닌 귀인이었단 말인가?


“ 그 사람이 법국 국공전하를 단순히 흠모하여 찾아온 범인이 아니라, 법국에서 우리네 성균관이나 청국의 국자감처럼 나라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대학당(Grandes Écoles, 그랑제콜)에서 수학하고, 그 재주를 인정받아 그 대학당에서 최연소로 인재를 가르치는 직위에 있었다고 합니다. ”


흥선군은 그가 입조사로 갔을 때들었던 유니버시티를 적당히 대학당이라 칭하면서 그에 준하거나, 그보다 윗줄로 평가받는다는 법란서의 그랑제콜도 대학당으로 생각하여, 적당히 고쳐서 설명했다.


“ 그래봤자 그자가 우리네 성균관에서 학문을 가르칠 수가 있겠소? 서역은 우리처럼 성현의 말씀을 배우고 따르려는 풍조도 없지 않소? ”


“ 그곳 또한 자기네 성현의 말씀을 배우려 합니다. 그곳의 대학당들은 거개(擧皆)가 그쪽의 성현이랄 수 있는 야소(예수)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에서 출발하고, 지금도 다른 것을 배우는 자라도 기본 소양으로 야소의 가르침을 배운다고 합니다. ”


“ 어쨌든 배운 자란 말이로군요. ”


어쨌든 그저 그런 공인보다는 윗줄에 놓인 사람이란 것으로 이해하는 김좌근이었다.


“ 그렇습니다. 어린 나이로 다른 자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섰던 자이니, 필시 우리 조선이 상공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이렇게 말하고는 흥선군이 잠시 말을 멈춘 후에 그가 들은 노베르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그자가 기관의 전문가라고 합니다. ”


“ 기관(機關)? ”


“ 부렬전에서 철마를 끄는 핵심이 기관입니다. 그자가 불란서 대학당에서 그것을 전문으로 익힌 자라고 합니다. ”


“ 그렇다면 공조에 자리를 만들어 중용을 하면 될 일이 아닌가? ”


인재가 부족했다. 나라를 이끌 인재뿐 아니라, 입조사로 갔던 이들이 들었던 서역의 성세에 맞설 것을 준비할 각 분야의 인재들 모두가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 김좌근이었다. 이런 차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귀한 인재라면 마땅히 그에 걸맞은 자리를 만들어서 등용해야 했다.


“ 일단 그자의 뜻을 물어봐야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 ”




•••••••••••••••••••




“ ······ 하여, 법국 국공전하를 찾아온 손님을 우리 조선에서 등용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말씀을 아뢰나이다. ”


임금을 모시고 정사를 논하는 편전에서 김좌근은 흥선군이 말한 노베르 릴리외를 등용하는 문제를 발의했다.


“ 그 사람을 등용하게 되면 우리 조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


임금은 며칠 전 입국과 도성 체류여부를 두고 논의 했던 법국 국공의 손님을 등용해야한다는 김좌근의 말에 되물었다.


“ 운현(雲峴)에 있는 흥선군의 사저에서 알려온 말에 따르면 우리 입조사들이 부렬전에 갔을 때 인상 깊게 보았다던 기관(機關)을 불란서 대학당에서 배우고 가르친 인재라고 합니다. ”


“ 오호, 그렇다면? ”


기관에 대해 도화서의 화원이 그린 그림까지 보면서 흥선군에게 설명을 들었던 임금이었다. 임금은 그것으로 움직이는 철마를 조선에 설치하여 군사와 미곡을 운반할 생각까지 즉석에서 할 정도로 그것에 대해 이해가 빨랐고, 그 문물을 어서 조선에 들이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그것에 능한 인재가 조선에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찾아왔다? 충분히 흥미를 느낄만한 일이었다.


“ 예, 그렇사옵니다. 더군다나 그자는 법국(法國)에서는 우리네 성균관과 같은 학당인 대학당에서도 설립 이래 최연소로 그곳의 생도들을 가르치는 벼슬을 역임할 정도로 뛰어난 자였다고 합니다. ”


“ 어떻게 그런 자가 우리 조선에 스스로 들어왔단 말인가? ”


그런 인재라면 모시고자 하는 곳이 많았을 것이다. 굳이 이런 궁벽한 먼 나라로 올 필요가 없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임금이 반문했다.


“ 조선에 체류하고 계시는 법국 국공을 흠모하는 마음에 자기 고향인 아미리견을 떠나서 왔다하옵니다. 그러니 법국 국공께서 계시는 동안에는 조선에 머물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


“ 전하, 그렇다면 분명 우리 조선에 쓰임이 많을 자이오니, 공조에 자리를 마련해 벼슬을 내리고, 공인(工人)과 관노(官奴)를 가르치게 하여 우리 조선이 스스로 기관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나이까? ”


공조판서가 머리를 조아리며 임금에게 아뢰었다. 뛰어난 재주를 지닌 자를 자기 수하에 두면 그만큼 자신의 위상도 오를 것이다.


“ 듣자니 그 기관이란 것이 군선에도 쓰이고, 철마를 깔면 병사들과 군량의 수송에도 유용할 것이니, 병조에 소속시켜 군기시(軍器寺)에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은 어떻겠나이까? ”


영의정 권돈인이 일전에 임금이 언급한대로 기관을 도입해서 군사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에 군기시를 언급했다.


이들 생각에 아무리 외인이라도 결국에는 천한 기술을 익힌 자이니 그정도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흥선군과 이에 관련한 논의를 하여 생각을 정리하고 온 김좌근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 전하, 신 병조판서 김좌근, 감히 말씀 아뢰나이다. 서역땅에서는 공인이나 상인도 천하게 여기지 않고, 그들을 부려 백성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렬전이나 법국 같은 곳에서도 그곳 성현의 말씀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학당에서도 기본 소양으로 성현의 말씀과 더불어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며, 천하만물의 이치를 밝히기 위해 갖가지 재주를 따로 배운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자를 성균관에 두어 우리 유생들을 가르치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 이보시오. 병판대감. 성균관은 전조 때부터 성현의 말씀을 받들어 모시며 그분들의 말씀을 배워 익혀 나라를 위해 일하도록 하는 한편 문묘를 두어 성현을 받드는 곳입니다. 왜 수선지지(首善之地)라 하여, 그곳을 높이 여기겠습니까? 그런 곳에 중원의 거유(巨儒)도 아니라 고작 기관 따위의 재주를 지닌 자를 유생들을 교수(敎授)하는 자리를 주자는 것입니까? ”


이번에는 예조판서 박영원(朴永元)이 김좌근의 말에 반박했다. 성균관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여기 있는 대부분의 신하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 성균관 유생들이 그자에게서 배우려 하겠습니까? 괜히 사람 앉혀다가 망신만 주는 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훌륭한 인재라면 마음만 먹으면 자기 자리는 어디에서든 만들 수 있을 터인데, 망신만 사게 해서 괜시리 우리 조선에 앙심만 품게 하는 것 아닙니까? ”


좀더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의 의사를 표하는 이도 있었다. 아무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그자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의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앞선 의견처럼 공조나 군기시에 자리를 주어 기관을 직접 만들게 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었다.


“ 하지만 우리 조선이 홀로 우뚝 서서 서역의 세력에 맞서려면 우리도 그들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우리네 성균관 유생 같은 자들에게 그런 잡술을 가르쳐서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개선시키는데 우리는 천하다 여겨 관노들에게나 그것을 익히게 하면 그들과 대등하게 될 수 있겠습니까? ”


이 자리의 신하들에 맞서 김좌근이 홀로 주장하는 꼴이 되었다. 아마도 임금은 김좌근의 말에 찬성하시겠지? 적어도 임금이 자신의 손을 들어주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이유를 대야했다.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김좌근은 계속 말을 이었다.


“ 애초에 유(儒)가 무엇입니까? 공자 이후로 때마다 나타난 거유(擧儒)들이 어디 공자께서 말씀하신 것만 붙잡고 살았습니까? 백성들의 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농법이나 기술을 발전시키고 세상의 이치를 꿰뚫기 위한 탐구를 거듭하며 발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고개를 살짝 들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의 얼굴을 쳐다본 김좌근이 계속 말을 이어서 했다.


“ 서역이 지금 우리 동역을 세력으로 앞서가는데도 그 강대하다던 중원의 청국마저도 고작 일만에 불과한 군세에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마도 아라사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대원 말기처럼 중원이 난세에 휘말리고, 그 통에 우리 조선도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 휩쓸려버렸을 겁니다. ”


아마도 반대하는 이들도 이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마저도 부정하는 자라면 신료로서 이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는 자였다.


그런 자신의 잡상을 떨친 후 김좌근은 계속 말을 했다.


“ 그러니 그들의 나은 점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유생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입조사들이 서역에서 관찰해 온 것처럼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농(農)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공상(工商)을 증진시키는 것도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니 마땅히 유생이라면 이제 공상에도 관심을 두고 연구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그런 재주 있는 자가 기관 하나를 우리 공인들과 만드는 것도 나라에 도움이 되겠으나, 그것은 부렬전에서 사들이면 되는 것입니다. ”


여기까지 말하고는 김좌근이 어좌에 앉아계시는 임금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 나라의 백년대계를 생각하신다면, 성균관에 그 자를 임용하시어 기술이 천한 자들만이 대를 이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 중요한 일임을 조선의 모든 사람들이 깨닫게 해야 할 것이옵니다. 전하. ”


“ 하오나 ······. ”


다른 이가 나서서 김좌근의 말에 반박하려 하자 입을 다물고 듣기만 하던 젊은 임금이 오른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고 제지했다.


잠시 무슨 생각을 정리할 일이 있을 때 자주 하던 행동이었다. 이럴 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겠다며 말을 이어서 해봤자 죽고 싶냐는 임금의 독설만을 들을 뿐이었기에 황급히 입을 닫았다.


“ ······. ”


어좌의 팔걸이에 걸친 팔에 머리를 괸 채로 한참을 생각한 임금이 툭 던진 한마디.


“ 성균관에서 유학만을 가르친 것이 언제부터인가? ”


“ 전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전조 공민왕 때에 유학만을 가르치게 되었고, 그전에는 무과를 위시하여 율학, 산학 등을 다 같이 배우고 익히게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예조판서 박영원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성균관이 오롯이 유학만을 공부하며 연구하는 교육기관이 된 것은 공민왕 때에 다른 교육기관을 다른 기관에 이전하거나, 분리한 이후였다. 고려조 때에는 나라에 귀한 재주를 모두 가르치는 기관이었다.


“ 그렇다면 성균관 안에 그 기관을 가르치는 학당을 따로 설치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성균관에서 정진하여 옛 성현에 버금가는 대유(大儒)가 되기를 원하는 자는 성현의 말씀만을 추구하면 될 것이고, 듣는 귀가 있는 보는 눈이 있어 입신양명(立身揚名)과 나와 백성을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을 하고자 하는 이는 스스로 기관의 이치를 배워 익히게 하면 될 것이 아닌가? ”

임금의 태도는 전조의 일이기는 하나, 전례(前例)가 있기에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투였다.


“ 하오나 전하, 성균관은 문묘까지 두어 공자를 위시한 성현들의 ······. ”


임금의 말에 반박하려는 말들이 터지자마자 그를 제지하며 임금은 말을 이었다.


“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다. 나라에 중한 이치를 배우는 것에 급을 나누는 것도 우습지만, 그렇다고 성현의 말씀을 받드는 것을 소홀히 할 수도 없으니 그 정도로 정리하면 적당하지 않겠는가? 기관의 이치를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이니 그 이치를 탐구하는 것을 공학(工學)이라 일컫는 것도 괜찮겠군. 성균관 내에 따로 공학당(工學堂)을 설치하는 것으로 정리하도록 하라. 대신 공학당에서 기관의 이치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도 성균관에서 유학의 기초를 익혀 성현의 정신을 잊지 않도록 하라. 서역에서도 대학당에서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하니, 그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


모양새는 이 나라 최고 학부인 성균관의 일원이지만, 사실상 독립적인 교육기관으로 공학당(工學堂)을 따로 설치하자는 절충안이었다.


“ 실로 성상전하의 뜻이 옳습니다. ”


병조판서 김좌근은 일단은 이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라는 생각에 머리를 조아리며 임금의 혜안에 찬성하는 말을 했다.


이어지는 신하들의 목소리, 임금이 사실상 안건을 가납한 상황에 극렬하게 반대할 수는 없었다. 성균관 유생들 모두에게 강제로 기관을 가르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유생 중 일부는 자신의 재주가 부족함을 느끼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길을 바꿔 기관을 배우겠다면 배우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 하명하신대로 행하겠나이다. 전하. ”




영국조선) Union Jack 휘날리며, 孔子曰.


작가의말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강의 흐름은 정했는데 뭔가 이야기가 잘 전개가 되지 않네요. 이럴 때는 휴재하고 정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러다가 몇년이고 연재가 이어지지 않는 다른 작가분들의 예를 많이 봐서 어떻게든 연재를 이어가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습니다. 이게 맞는 거겠죠? 


* 추천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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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79 유진클로넬
    작성일
    21.10.26 12:20
    No. 1

    공맹이 실존했던 시기가 춘추전국시대이고
    그 시대는 기술발전이 빠르게 되가던 시절이라서 공맹도 기술을 천대하지 않았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그 후예를 자처하는 머저리들이 기술자들을 천대하다니 이 무슨 모순인가 ㅋㅋㅋ

    찬성: 9 | 반대: 1

  • 작성자
    Lv.87 고스톱황제
    작성일
    21.10.26 14:12
    No. 2

    꾸역꾸역 (이런표현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쓰는게 좋다고 봅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42 아잠만아
    작성일
    21.10.26 16:19
    No. 3

    산업혁명 각이다 산업혁명 각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9 kr*****
    작성일
    21.10.26 16:44
    No. 4

    영국의 제1 동맹국 국립공과대학에 재직중인 프랑스계 미국인 교수... 혼란하다 혼란해

    찬성: 8 | 반대: 0

  • 작성자
    Lv.43 쁘레땅쁘루
    작성일
    21.10.26 17:11
    No. 5

    과연 이 시도가 에콜 폴리테크니크가 될 수 있을까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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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서쪽에서 부는 미풍, 동쪽에 이는 격랑 14. +2 21.10.30 983 55 16쪽
146 서쪽에서 부는 미풍, 동쪽에 이는 격랑 13. +5 21.10.28 1,037 64 16쪽
145 서쪽에서 부는 미풍, 동쪽에 이는 격랑 12. +4 21.10.27 1,025 64 16쪽
» 서쪽에서 부는 미풍, 동쪽에 이는 격랑 11. +5 21.10.26 1,017 63 18쪽
143 서쪽에서 부는 미풍, 동쪽에 이는 격랑 10. +4 21.10.24 1,066 7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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