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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님의 서재입니다.

대영천하, 조선만세.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빛의화살
작품등록일 :
2021.05.31 00:07
최근연재일 :
2023.08.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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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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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글자
12쪽

PROLOGUE 1.-1982

대영천하, 조선만세.




DUMMY

1982년 4월 5일, 잉글랜드, 숀클리프 육군기지. (Shorncliffe Army Camp, England)




브리티시 육군 근무복 스웨터를 입은 군인이 텔레비전을 켜고는 채널다이얼을 돌려서 BBC에 맞춰놓고 맞은편 소파에 털썩 앉았다.


당직 사관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



“ 흐흐흐, 소령님, 오늘 당직이시라고요? ”


대위 계급장이 부착된 군복을 입은 사내가 들어오며 말했다.


“ 그래, 무슨 일인가? 퇴근했으면 숙소에서 쉬지 않고? 아직 부대에 남아있다니? ”


“ 큰 일이 벌어졌는데, 잠이 오겠습니까? 그래서 맥주나 한잔 하려고 이렇게 왔죠. 크큭 ”


대위는 손에 들고 있는 기네스 맥주병을 보여주며 소령의 옆자리에 풀썩 앉았다.


“ 근무 중에 음주하란 말인가? ”


“ 에이~, 고작 맥주 한 병인데 어떻습니까? ”


“ 먼저 번처럼 젓갈이 들어 있는 것 아니겠지? ”


“ 에이 제가 항상 장난만 친다고 생각하시네? 보세요. 이번에는 미개봉 신품. 진짜 기네스 흑맥주 맞습니다. ”


지난번에 자신이 한 장난을 잊지 않고 한마디 하는 소령에게 대위는 씨익 웃으며, 소령에게 자신이 가져온 맥주 중 한 병을 건넸다.


“ 그래? 그럼 한모금만 할까? ”


소령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 후 맥주병을 받아 들었다.


“ 뉴스 보십니까? ”


“ 그래, 시국이 시국인 만큼 뉴스를 봐야지. ”


“ 그럼 옥스퍼드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하신 소령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확전가능성은? ”


맥주병을 입에 갖다 대며 대위가 소령에게 물었다. 조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갑자기 진지한 태도와 억양이 느껴졌다. 역시 지금의 사태에 대위도 약간은 긴장하고 있는지도?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에 수만 명의 병력으로 무단 침략한 것 때문에 며칠 전부터 뉴스와 신문에는 온통 그 얘기뿐이었다.


군인인 이상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사항이었다.



“ 솔직히 힘들지 않겠어? 군대를 파견한다고 해도 항의 차원에서의 무력시위 정도겠지. 적극적으로 도발에 대처하기에는 그간 우리 연합왕국의 상황이 너무 안 좋잖아? 줄곧 바닥 치는 경제상황에 여기저기의 노조들이 벌이는 파업에 제대로 기능을 하는 관공서와 직장이 군대 외에는 없을 정도로 엉망이지. 솔직히 지금 나라꼴이 정상은 아니잖아? 이럴 때 제대로 된 전쟁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여자가 총리대신인데? ”


보수당의 대처총리는 여성이라 전쟁과 같은 국가위기사항에 강경하게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남녀차별적인 이야기는 곳곳에서 떠돌았다. 소령의 말과는 달리 어쩌면 군대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군대란 집단은 건강한 사회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존재 아니던가?


자국의 노조원들에게나 강경하게 대처하며 욕을 처먹는 총리지만, 총칼을 든 상대에게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조롱 섞인 전망이었다. 그런 비아냥의 이면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현대에도 없어지지 않는 성차별적인 인식이었다.



“ 그럼 내기하실까요? 괜찮은 펍(Pub)에서 근사하게 한잔 사기 어떻습니까? 전 도발에 응전 한다는 쪽에 걸겠습니다. 하하. ”


“ 아, 뉴스 시작한다. 내기 좋지. 지는 사람이 한잔 사기. 콜! ”




≡≡≡≡≡≡≡≡≡≡≡≡



“ 시청자 여러분, 1982년 4월 5일 BBC 나인 어클락 뉴스, 존 험프리스(John Humphrys)인사드립니다. ”


BBC의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9시 뉴스의 진행자인 존 험프리스는 근엄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침공사태에 관련하여 대처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내각은 며칠 째 대응에 관하여 대책회의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우닝가 10번지에서는 아직 공식논평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


자료화면에는 문이 굳게 닫힌 다우닝가 10번지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 앞에는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을씨년스런 모습이었다.


“ 이에 관련하여 커먼웰쓰 우호협회라는 곳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틀째 버킹엄 궁 앞에서 시위 중입니다. 마틴 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존 험프리스의 옆에서 취재기자인 마틴 벨이 말하기 시작했다.


“ 어제에 이어 오늘도 버킹엄 궁 앞에는 화이트 코트를 입은 십선비(The Ten Sonbies)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등에는 도끼를 짊어지고 엎드려서 이틀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


“ 마틴, 저렇게 행해지는 시위를 ‘지부상소’(Jibusangso)라고 하죠? 시사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야 익히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혹시라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해주시죠. ‘지부상소’란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합니까? ”


저명한 뉴스진행자인 험프리스는 ‘지부상소(持斧上疏)’가 뭔지, 어떤 의미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뉴스진행과 시사상식에 어두운 시청자를 위하여 질문을 했다.


“ ‘지부상소’라는 것은 조선에서 기원된 국민청원의 한 방법입니다. 브리튼에서는 아일랜드 기근 때 최초로 시작해서, 그 후로도 버킹엄궁 앞이나 의회, 다우닝가 10번지 등에서 국가적인 중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행해졌습니다. 몇 번은 과격한 시위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온건한 시위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


“ 저 화면을 보면 등에 도끼를 짊어지고 있는데 저거 진압경찰이 다가오면 도끼로 위협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


험프리스는 자료화면에서 클로즈업되어 보이는 도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벨 기자에게 질문했다.


“ 아닙니다. 저들이 입은 하얀 코트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적 이익을 위해서 청원을 한다는 뜻입니다. 또 등에 짊어진 도끼는 자신들의 청원이 정치적 정당성(Political Correctness)에 어긋나면 그 도끼로 자신들의 목을 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라는 의미입니다. ”


“ 아, 그렇군요. 그렇긴 해도 좀 섬뜩하긴 하네요. 그렇다면 이틀간 저, 그러니까 십선비들이 청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이고, 저들의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 조선인 5명, 류큐인 1명, 잉글랜드인2명, 스코트랜드인과 아일랜드인 각 1명으로 구성된 집단으로 아르헨티나의 불법적 침략을 강력하게 응징해야한다는 청원을 버킹엄 궁에 접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 ”



≡≡≡≡≡≡≡≡≡≡≡≡




“ 말이야 쉽지. ”


텔레비전의 뉴스소리가 계속 흘려 나오는 중에 맥주병을 쥐고 있는 손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말을 툭 뱉는 소령.


“ 하하, 그래도 재밌는 사람들 아닙니까? 애국자들인데 뭐 어떻습니까? 파업시위를 벌이는 노조원들에 비하면 딱히 민폐 끼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


히죽히죽 웃으며 맥주를 마시던 대위가 한마디 했다.


“ 그래봤자 자신들이 전쟁터에 가는 입장이 아니니까 저렇게 강경대응을 쉽게 주장하는 거야. 우리 병사들은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어제 오늘 표정이 굳은 채로 생활하고 있는 것 알잖아? ”




≡≡≡≡≡≡≡≡≡≡≡≡



“ 수고하셨습니다. 마틴. 그럼 다음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국제부에서 케이트 애디(Kate Adie) 특파원이 루추(Loo-Choo)에서 전해드리는 소식입니다. ”


국제전화로 연결된 케이트 애디의 목소리가 뉴스룸에 울려 퍼지며 뉴스가 전해졌다.


“ 예, 여기는 루추왕국 나하(那覇)항을 모항으로 둔 조선의 5만 4천톤 급 항공모함 ‘충무공 이순신함’입니다. 오늘 조선정부는 아르헨티나의 무단 침략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조선정부에서는 규탄성명을 발표한 직후 아르헨티나에 대해 선전포고를 공표했습니다. ”


국제전화 연결 상태가 안 좋은지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험프리스가 케이트기자에게 다시 질문했다.


“ 아, 케이트, 전화감도가 안 좋은데 선전포고라고 말한 것 맞습니까? ”


“ 예, 조선정부는 불법적 침략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며 오늘 자정을 기해 아르헨티나와 교전상태에 들어간다고 선포했습니다. 후속 조치로 주조선 아르헨티나 대사를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나하 항(港)에 기항하고 있던 ‘충무공 이순신함’을 포클랜드 해역으로 급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


“ 케이트, 그럼 당신은 지금 포클랜드로 향하고 있는 겁니까? ”


“ 예,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자료화면으로 ‘충무공 이순신함’ 승무원들과의 인터뷰 영상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자료화면이 송출되며, 미리 녹화되어 BBC로 보내진 영상이 재생되었다.


❝ 대위님, 이번 출동에 임하는 각오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케이트 에디 특파원은 함상승무원용 안전모를 쓴 채로 눈앞에 함상관제요원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함상관제요원의 목 카라에는 대위계급장이 부착되어 있었다.


취재를 위해 마이크를 들이댔지만, 함상관제요원의 시선은 비행갑판 쪽을 주시하며 집중하고 있었다. 마이크에는 함재기들이 이착함 훈련을 위해 내는 군용기의 굉음이 그대로 녹음되고 있었다.



❝ 커먼웰쓰의 결속을 파괴하려는 외부적 시도에 대해 강력한 대처로 침략자들에게 우리 대한과 브리튼, 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겠습니다. ❞


함상에서 함재기 이착함 훈련을 진행하던 대위는 케이트의 질문에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함상용 F-4 팬텀이 착함하고, 자신의 일이 끝나자 케이트가 내민 마이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조선해군 장교들은 대부분 영어에 능통하지만, 케이트 옆에 있는 통역장교를 의식해서인지 자신의 모국어로 대답하는 대위였다.


❝ 두렵지 않습니까? ❞


케이트 기자는 마이크를 대위의 얼굴을 향해 갖다 대며 질문을 했다.


❝ 대한의 군인인 이상 명령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임무에 임할 뿐입니다. 대한해군의 빛나는 전통과 충무공 이순신 수사장군(admiral)의 위대한 정신을 이어받아 도발하는 적에게는 단호하게 대처할 뿐입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오로지 침략자에게는 지옥의 불 맛을 보여줄 것입니다. God save the Empress! and God save the Hotae Wang! ❞


❝ 예, 감사합니다. 당신에게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



≡≡≡≡≡≡≡≡≡≡≡≡




텔레비전에서 뉴스는 계속 되고 있었지만, 탁자에 맥주병을 탁하고 내려놓은 소령은 일어서서 레오파드 프린트 무늬의 베레모(Hopy Beret)를 착용하고 매무새를 바로 잡았다.


“ 나가십니까? ”


“ 응, 순찰. ”


이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려던 소령은 멈칫하면서 대위가 앉아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아, 그리고 자네 비번 언젠가? ”


“ 예? ”


“ 내기, 내가 졌으니 출동 전에 한잔 해야지. ”


“ 아직 정부에서 대책 발표가 나지도 않았습니다만? ”


“ 저들이 나섰잖는가? 우리 정부는 어쩔 수 없어서라도 이제는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 거지. 예전 수에즈 사태 때도 이런 식으로 말려들어 갔어. 이번에도 그럴 걸세. ”


“ 그럼 천천히 마시죠. 전쟁 실황 보면서 한잔 하는 것도 괜찮잖습니까? ”


“ 출동 전에 마셔야 할 걸? ”


“ 우리 부대가 파병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잖습니까? ”


“ 우리가 가게 될 거야. 저들이 항모만 보내고 말 것 같나? 그리고 조선이 지상군을 보내면 어느 부대를 보내겠나? ”


“ 타이거 헌터스 (Tiger Hunters) ? ”


“ 맞아, 그 쪽이 그들을 보내면 우리가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나? 그리고 우리 연대 예하 대대 중에 예비대로 주둔지를 지키고 있는 우리 대대가 파병되겠지. 그러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


그렇게 말하고, 문을 나서는 소령의 팔뚝에 붙은 부대마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Royal Tiger Hunters Chakho Regiment’ , ‘ 착호 ’

호랑이사냥꾼 패치.jpg

* 로열 타이거헌터스 착호 연대




영국조선) Union Jack 휘날리며, 孔子曰.


작가의말

어제 기존 선작쪽지를 보낼 때 말일=30 이러면서 날짜를 잘못 썼네요. 완전 똥멍청이 짓을 했습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다음화는 11시30분에 업로드 됩니다.


선호작등록과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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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머저리들의 전쟁 01 +13 23.08.01 532 33 15쪽
198 크림반도의 조선인 29. +20 22.01.25 1,852 61 14쪽
197 크림반도의 조선인 28. +5 22.01.12 958 52 13쪽
196 크림반도의 조선인 27. +6 22.01.11 905 5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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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크림반도의 조선인 25. +15 22.01.08 879 51 15쪽
193 크림반도의 조선인 24. +6 22.01.06 893 51 13쪽
192 크림반도의 조선인 23. +6 22.01.05 852 5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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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크림반도의 조선인 21. +7 21.12.30 915 43 14쪽
189 크림반도의 조선인 20. +4 21.12.29 837 51 15쪽
188 크림반도의 조선인 19. +2 21.12.28 854 50 13쪽
187 크림반도의 조선인 18. +4 21.12.26 891 53 13쪽
186 크림반도의 조선인 17. +2 21.12.25 872 48 16쪽
185 크림반도의 조선인 16. +7 21.12.23 903 55 13쪽
184 크림반도의 조선인 15. +3 21.12.22 927 58 14쪽
183 크림반도의 조선인 14. +10 21.12.21 983 62 17쪽
182 크림반도의 조선인 13. +6 21.12.19 1,020 52 14쪽
181 크림반도의 조선인 12. +9 21.12.18 1,048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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