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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작은 신의 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장돌선생
작품등록일 :
2018.06.04 01:15
최근연재일 :
2018.11.28 10:5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80
추천수 :
6
글자수 :
32,370

작성
18.11.28 10:51
조회
27
추천
0
글자
9쪽

새로운 힘(1)

.




DUMMY

“나를 알고 있는 것이냐.”


문 앞에 우뚝 선 채 굳어있는 얼굴의 여자를 향해 아이가 말하였다. 아이의 질문에 여자는 정신이 들었는지 굳은 표정을 바로 잡고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 거지?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지니까 심히 당황스러운데···.”


서럽게 울고 있던 지호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서 아이를 밀쳐냈다. 약간 섭섭한 표정을 지은 아이를 뒤로 한 채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역시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유리였다.


“저기,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이상한 오해하지마. 머리 아파질 것 같으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린 소녀와 단둘이 집안에서 껴안고 있는 모습은 유리가 보기에 당황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폭풍 오열이라니···,


지호는 뒤로 돌아 소매로 눈물을 걷어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눈물을 다 닦아낸 지호가 문 앞에 멀뚱히 서있는 유리에게 말하였다.


“어···, 그래, 내가 여기 온 이유 말이지···. 내가 분명히 오늘까지 진로계획서 제출하라고 말했을 텐데···. 겁도 없이 무단 조퇴를 해? 게다가 이런 장면까지···.”


원래의 목적이 생각났는지 유리의 얼굴이 서서히 악마 같은 표정으로 변하였다.


“그, 그건 다 사정이 있어서···, 절대 일부로 제출 안 한 게 아니야. 여기에는 다 사정이···.”


당황한 지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유리를 진정 시키려 하였지만, 다음 유리의 반응이 이미 예상 가능했던 지호는 침을 삼키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 뭐 사정이 있어 보이긴 하네. 그래도 원래는 지금 당장 무슨 일 인지 들어야 하지만 오늘은 일이 생겨서 이만 가보도록 할게. 내일은 진로계획서 꼭 제출하도록 해. 그리고 무슨 사정인지도 설명 하도록 하고.”


유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는 손 인사를 마지막으로 급하게 문을 열고 나갔다.


분명, 고막을 자극하는 폭풍 잔소리와 랜덤으로 쏟아지는 등짝스매싱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급하게 사라진 유리 때문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


“저자는 누구인가?”


유리가 나가고 갑작스레 생긴 정적을 깨고 아이가 물어보았다.


“아 유리 누나? 음, 얘기하자면 긴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친누나 같은 존재야.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부모님이 안 계시거든.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그때부터 항상 옆에서 날 챙겨주던 누나야. 참고로 아까 먹은 김치찌개랑 음식들, 거의 다 유리 누나가 만들어준 거야.”


지호는 아이가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반응이 예상과는 달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심각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이가 물었다.


“왜 그래 갑자기?”


지호는 아이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언제 그런 것이냐?”


다시 한번 집요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나 때문에···, 내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찌푸려진 미간과 동요한 듯 중얼거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


지호는 아이의 반응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기억 속의 그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에 지나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작은 실수로 만들어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단순한 사고였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피어나는 이 감정이 무엇일까. 자신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인 마냥 말하는 아이의 태도가. 마치 좀 더 눈여겨보았으면 살았을 것처럼 말하는 아이의 말에서 생겨나는 역겨운 감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10년 전에 단순한 교통사고였어.”


티 내지 않으려 담담하게 말하지만 어두운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미안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나도 모르게 배려하지 못하였구나. 앞으로는 주의하도록하지.”


억지스러운 지호의 어두운 표정을 보자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였다.


꼬르륵-


“······.” “······.”


두 사람의 시선이 아이의 배로 집중됐다.


“방금 먹은 게 벌써 소화 끝났다고 말하지 말아줘.”


“아니다! 이것은 내 배에서 나왔지만 내 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자신을 의심하는 지호 때문에 아이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럼 배에서 들린 소리는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야옹-


“야옹?”


순간 아이의 품속에 있던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뛰쳐나와 요염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꼬르륵-


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새끼 고양이는 지호 옆으로 붙더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지호를 바라보았다.


“이 고양이한테서 나온 거였구나. 근데 왜 고양이가 있는 걸까? 응?”


살벌한 미소로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는 눈을 피하였다.


“그, 그러게 말이다. 왜 있는 것이냐. 나는 하나도 모르겠다.”


거짓말은 못 하는 체질이다.


야옹-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에 내려다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미 지호의 심장은 위태로웠다.


“하···, 이렇게 귀여우면 반칙이야.”


옆에 다가온 새끼 고양이를 어루만지며 눈이 풀려버렸다.


꼬르륵-


마지막 경고인 듯 들리는 소리에 냉장고에 있던 우유를 작은 그릇에 담아 주었다.


내려놓기가 무섭게 달려들어서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너무나 잘 먹는 모습에 무방비한 미소로 쳐다보고 말았다.


“이름은 ‘베리’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우유를 먹는 베리를 보며 아이가 말하였다.


“베리? 이름 이쁘다······가 아니라, 안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는 애완동물 못 기르게 되어있다고.”


지호는 당연히 여기서 기르려는 아이의 태도에 순간 방심했다.


“걱정하지말거라 그 아이는 어차피 나의 품에서 살 것이다. 아, 내가 이곳에 살게 되면 그 아이도 이곳에 사는 것으로 되는 것인가?”


잠시 고민에 빠지고는 금방 생각을 멈추었다.


“괜찮을 것이다 베리는 똑똑하고 착한 아이이니 문제없을 것이다.”


“전혀 괜찮지 않아! 이 사실을 관리자님한테 걸리면 우리 다 쫓겨나게 된다고, 그리고 은근슬쩍 같이 살려는 것 같습니다만!?”


태연하게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이제는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자신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며 베리를 쳐다보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말하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라 생각했다.


“하-, 나도 모르겠다!”


지호가 벌러덩 드러눕자 그것을 본 아이는 의문이 생겼다.


포기하며 곤란한 표정을 할 줄 알았던 지호가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무엇이 즐거운 것이냐?”


“흠-, 글쎼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오네.”


“즐겁지도 않은데 웃다니··· 혹시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는 것이냐?”


지호 자신도 자신이 왜 웃음이 나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적막이 익숙한 이 방에 아이는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걱정 마셔 지극히 정상이니까. 히히”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표정이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독이 가득 찼던 방에 생기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 ● ●



거리의 불빛과 달빛이 은은하게 길을 비춘다.


사람들 틈을 지나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도 은은한 빛이 거리를 감싼다.


“이제 와서 나타나다니···”


골목을 내달리듯 급히 걷는 유리의 발걸음 때문에 긴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움직인다. 그리고 그 끝에는 본인도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묻어져 튕겨나간다.


걷기와 잠시 서기를 반복하며 믿을 수 없는 듯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는 그동안 보였던 유리의 모습이 없었다.


‘어째서 그녀석이 나타난 거야, 그것도 만나선 안되는 사람과 같이 있다니··· 내가 너무 안일했어. 당장 둘을 떼어내야해’


결심한 유리의 표정에는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차가웠다.


인적이 드문 골목, 유리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현재 미행 중입니다. 계속 진행할까요?”


“더 움직일 것 같은 모습인가?”


“아마 그냥 나온 것을 봐서는 오늘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담 우리도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오늘은 이만 철수하고 내일 다시 시작하도록.”


“예.”


유리가 사라진 골목길 그녀가 있던 자리에 검은 정장의 남성이 누군가와의 통신을 끝냈다.


“어째서···”


통신을 끊은 남성의 쓸쓸한 표정이 달빛을 받아 더욱 짙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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