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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작은 신의 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장돌선생
작품등록일 :
2018.06.04 01:15
최근연재일 :
2018.11.28 10:5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82
추천수 :
6
글자수 :
32,370

작성
18.06.13 02:51
조회
57
추천
1
글자
11쪽

GIFT(1)

.




DUMMY

"내가 친구가 되어 줄게!"


소년이 자신의 앞에 있는 소녀에게 말하였다.


"친구? 나는 친구가 아니라 신도가 필요한 것이다."


"흠··· 그럼, 둘 다 하면 안되는 거야?"


소년은 태평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친구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신도가 되어준다면 상관 없다. 그럼 이제부터 그대는 나의 신도다."


은은하게 퍼진 미소는 옆에 피어난 라일락 한 송이 만큼이나 풋풋하였고, 난생 처음 보는 아름다움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 ● ●



조심스럽게 뜬 눈으로 가장 처음 본 것은 밝은 조명이었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백발의 미소녀였다.


"너는... 크흑-"


몸을 일으키려는 지호는 극심한 고통이 자신의 몸을 휘감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지호야 괜찮아?"


걱정이 잔뜩 실린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와 돌아 본 곳에는 진희가 서있었다.


"여긴 어디야, 분명 방금까지 이상한 금발한테 전신 마사지 받고 있었는데..."


"양호실 이지, 농담하는 거 보니까 정신이 좀 들었나 보구나.“


진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분명 금발 녀석이 날아갔고, 내 앞에 꼬맹이가 서있었는데.”


지호는 조심스럽게 옆에 서있던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넋을 놓고 말았다. 도도하면서 따뜻한 에메랄드 빛 눈은 지호를 묶어 놓았고, 길게 늘어진 백발은 곱다 못해 비단결같았다.


하지만, 꼬마였다. 지호에게 이상한 취미는 없었다.


“그 아이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 했어.”


진희가 의문을 가지고 있는 지호에게 말하였다.


“네가 아는 아이야?”


지호가 다시 진희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당연히 아니지.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심정이야. 반응을 보니까 너도 모르는 사이 같은데. 저 아이 보통이 아니야. 주철이도 한 방에 날려버리고, 네 상처도 저 아이가 거의 다 치료해줬어. 나도 좀 거들었지만···”


부동 자세로 지호의 옆에 서있던 아이에게 두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제야 나를 제대로 봐주는구나. 약속대로 한지호를 데려가겠다.”


“잠깐만, 아직 안정을-”


소녀가 지호를 데려가려고 하자 진희가 막아섰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실수 했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감이 매우 뛰어난 아이구나. 이번은 한지호를 도와준 걸 봐서 실수로 생각하고 봐주겠다.”


지호와 진희는 소녀가 무엇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본능이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이봐, 날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데. 원하는 게 뭐야. 날 왜 데려가려 하는거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지호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소녀에게 물어보았다.


“그건 둘만 있을 때 이야기 하지. 자, 가볼까.”


소녀가 손을 높이자 부드러운 바람이 양호실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곤 침대에 있던 지호를 살포시 들어올렸다.


“뭐- 뭐야!”


소녀가 다시 한 번 손짓을 하자 바람은 붕 뜬 지호를 열린 창문을 통해 내보냈다. 곧바로 소녀도 따라 날아갔다.


“잠깐!”


진희가 말려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지호와 소녀는 양호실 창문에서 멀어저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당황한 진희는 두 사람의 날아가는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이봐,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강제적인 거 아니야?”


잔뜩 긴장하며 물어본 말에 소녀는 반응조차 하지않았다.


“이봐,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로 가는 지라도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나라고 좋아서 가는 게 아니란말이야.”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봐가 아니다 ‘아이’라는 어엿한 이름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소녀의 표정에서 약간의 섭섭함이 묻어나왔다. 지금까지 표정의 변화가 없었던 소녀가 내비친 얼굴을 본 지호는 말을 아끼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처 없이 날아가고있었다.


“저기, 우리 어디 가는지 안 정해진거지? 별건 아니고 똑같은 곳만 계속 돌고 있는 것 같아서···”


한참을 날고 있던 지호가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생각해둔 곳은 있고?”


“없다. 날아가다 보면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냥 우리 집으로 가자. 어디 내리지 않으면 오늘 하루 종일 날고 있을 것만 같아.”


“이야기만 나눌 수 있으면 상관없다. 어디로 가면 되지?”


주철에게 맞은 이유와는 다른 피로가 쌓이는 것을 느낀 지호는 아이와 자신의 집으로 내려갔다. 물론 이번에도 창문이었다.


쿵!


‘쿵’ 소리와 함께 지호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반면 아이는 우아하게 착지를 완료하였다.


“다음에는 걸어서 가든가, 예쁘게 착지 시켜 주던가 둘 중 하나를 골라줬으면 좋겠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자세로 나자빠진 지호가 말하였다.


“노력은 해보마.”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이 예의 상 하는 말이다.


지호는 자세를 가다듬고 아이에게 자신이 항상 앉던 작은 의자를 양보하였다. 그리곤 지호 역시 아이 반대편에 앉았다.


“그래서, 할 말이 뭐야.”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 하지.”


지호는 주먹에 잔뜩 힘을 실어 자신의 허벅지를 꾹 누르곤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 주스 한 컵을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차는 없는 것이냐?”


다시 한 번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간 지호였다.


“누추한 지호 하우스 에서는 사과 주스도 사치이옵니다.”


“그렇담 감사히 먹지.”


절대로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주먹의 힘을 풀 수 없는 지호였다.


“이제는 용건을 좀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억지 웃음을 지은 지호가 사과 주스를 맛있게 마시고 있는 아이에게 말하였다.


“크흠!, 기다려 주게.”


흠칫 놀란 아이가 헛기침하며 대답했다.


“그대는 나의 신도이다. 그러니 나를 따라서 다른 신들을 저지하러 가봐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지호의 예상대로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소리야, 내가 왜 그쪽 신도야. 그리고 네가 무슨 신이라도 돼? 만약 네가 말한 대로 신도라고 해도 말이야···”


‘나는 그 잘난 신들한테 선택 받지 못한 ‘낙오자’란 말이야.‘


지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동안 가슴에 새긴 일상이 눈앞을 아른거린다. 멸시 받고 무시 받던 하루하루, 내가 어떤 사람이건 상관 없었다. 자신의 위치보다 아래에 있을 사람이 필요한 인간들 뿐이었다. 약자 앞에서 자신의 우월을 자랑하는 쓰레기. 강자 앞에서는 순종적인 개.


“나는 당신이 찾는 신도 같은 게 아니야 사람 잘못 찾아왔으니까 그거 마시고 돌아가 줬으면 좋겠어.”


왜 일까 10년을 들었어도 그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그냥 쌓아왔다. 끝이 없어 보이던 내 마음 안에 너저분하게 던져 두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 작은 소녀의 의해 자신이 신이라는 터무니 없는 이 아이 때문에 무너져내린다.


여전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소녀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이 창피하고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숨길 수 가 없다.


“저기, 이 빨간 물은 무엇이냐? 이것도 먹는 것이냐?”


목소리를 듣고 바라본 곳에는 어제 유리가 끓여주고 간 김치찌개의 뚜껑을 아이가 열어보고 있었다.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김치찌개에 정신이 팔린 아이에게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안심하였다.


“김치찌개. 그냥 김치찌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냥 김치찌개. 됐지?”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기가 빨린 지호였다.


“맛있느냐?”


호기심 가득한 아이가 다시 물어보았다.


“엄청 맛있어.”


지호는 점점 대답하기 힘들어 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반면 아이는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김치찌개를 바라 보고있었다.


“하-, 김치찌개에 밥이나 먹을래? 그리고 다 먹고 나면 나가주라··· 혼자 있고싶어···”


“먹는건 좋다만, 나가는 것은 싫다. 조금 기다릴 터이니 서둘러 밥상을 내오게나.”


아이는 당연하게 밥상으로 쓰는 테이블 앞에 곱게 앉았다.


“알겠어. 그리고 생각보다 급한 용건 아닌 것 같으니까 먹고 제발 나가줘. 부탁이야···”


아이는 곱게 앉은 자세로 김치찌개 앞으로 걸어가는 지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물론 지호의 부탁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호도 대답이 없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저기, 시간도 아낄 겸 김치찌개 끓이고 있을 때 하려던 말 계속 해줄래?”


김치찌개를 데피며, 자포자기한 지호가 말하였다. 아이는 원래 목적이 생각났는지 방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말하였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우리 신들의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우리들이 내린 축복, ‘기프트’라고 하지만, 사실 축복 같은 것이 아니다.”


과거에 잠긴 표정으로 아이가 말 하였다.


“약570년전 우리 다섯은 강한 폭발과 함께 긴 잠에서 깨어났다. 처음은 모두 어리둥절하였지만. 신이라는 것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우리의 가슴속에는 한 가지 마음이 자리를 잡았다. 그것은 ‘유일신’이라는 ‘절대자’가 되는 것.”


마른 침을 삼키며 조금 남은 사과 주스를 손에 움켜쥐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유일신’의 자리를 노린다고 하더라도 우리끼리 능력을 사용해 싸우지 않았다. 다른 신들의 실력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눈치만 살피며 서로에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지상으로 올라가 자신의 능력을 인간들에게 빌려주는 신이 있었다. 바로 에르메스. 뒤이어 다른 두 신이 올라갔고, 나도 지상에 올라가 인간에게 힘을 주려 하였다.”


사과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하였지만, 타이밍 좋게 지호가 김치찌개를 가져왔다.


“밥 먹고 얘기하자. 그래도 식기 전에 먹어야지.”

지호는 김치찌개를 내려놓고 냉장고에서 이것 저것 챙겨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막상 먹으려니 신이났다.


“한지호, 내 이야기는 듣고 있었느냐.”


약간은 들떠있는 지호를 보고 아이가 날카롭게 물어보았다.


“그-그럼 당연하지. 신들이 올라왔다며 그 다음에는 힘을 주고, 다음 내용도 너무 궁금한데 일단 밥부터 먹자. 경황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는데, 나 아침부터 한 끼도 못먹었어.”


지호의 말 때문인지 아이의 눈에 지호가 조금은 홀쭉해보였다.


“지호 네가 원한다면 그리 하도록 하지.”


“잘먹겠습니다!”


어느새 떠온 밥과 유리가 만든 반찬들로 열심히 식사하는 지호와 아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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