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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작은 신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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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장돌선생
작품등록일 :
2018.06.04 01:15
최근연재일 :
2018.11.28 10:5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87
추천수 :
6
글자수 :
32,370

작성
18.06.08 04:53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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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4쪽

만남(2)

.




DUMMY

"안녕, 좀 늦었네?"


지호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진희가 반갑게 인사하였다.


"......어, 안녕."


그동안 학교에서 인사를 나눈 상대가 유리밖에 없던 지호는 진희가 건넨 인사가 어색하기만 했다.


"뭐야. 어제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더니. 그런 거 치고는 너무 굳어 있는 거 아니야?"


지호의 반응이 웃겼는지 진희가 장난 섞어 말하였다.


"그런 게 아니고, 누구랑 인사하는 게 어색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알고 있어.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짠하게 그러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


미소를 지으며 지호와 함께 반으로 들어간다. 그때 그런 지호와 진희를 멀리서 바라보던 사람이 있었다.


"칫-, 쓰레기 주제에 감히 나도 말 한마디 못 섞어본 진희랑 말을 섞어?"


키가 크지만 얇상한 몸에 뒤로 깔끔하게 넘긴 금발이 눈을 사로잡는 남학생이 서 있었다. 남학생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주먹을 꽉 쥐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나한테는 인사 한번 안 해주던 진희가 저런 낙오자 놈한테는 웃으면서 인사를 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오늘은 저 자식 제삿날이다."


각오를 다진 금발의 남학생이 지호와 진희의 뒤를 따라 반으로 들어갔다.


"야, 어제 배·콜 예선전 완전 미쳤지 않았냐? 아직도 여운이 안 가셔."


"그러니까 표가 안 아까웠어. 예선전에서 그런 경기를 보다니."


"데 펠 진영 선수들은 다들 박빙이었는데, 알 케이나 진영 경기는 너무 압도적이더라."


"나도 신청이나 해볼걸 어제 보니까 예선전은 통과 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얼씨구, 상대가 너무 강해서 그런 거지, 아마 너가 나갔으면 1초 만에 다운당했을 거다."


"우-씨! 아니거든?"


아침 등교 시간. 학생들이 저마다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다들 조용! 선생님 들어왔는데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죠?"


어느샌가 교탁 앞에 유리가 서 있었다. 열심히 떠들던 학생들이 깜짝 놀라며 제자리로 부랴부랴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호는 이미 유리가 들어온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떠들며 이야기할 친구가 없기 때문에 유리가 들어오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러분들 진로계획서 오늘 안으로 제출하는 거 잊지 않았죠? 이제 내년이면 사회에 나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될 텐데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둬야 자신의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겠죠? 그러니 오늘 안으로 안 해오는 사람은 각오하세요."


학생들을 주목시킨 유리가 친절하게 진로계획서를 설명하였다. 물론 마지막 말이 가장 중요했다.


"선생님, 어차피 여기 중의 반은 성기사가 될 텐데 그런 사람들은 진로계획서 안 쓰면 안될까요."


자리에 앉아있던 남학생이 손을 들고는 말하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막연한 목표가 있는 것 보다는 세밀하게 단계를 나누고 계획을 세워 목표에 다가가는 것이 더 꿈에 가까워질 수 있는 거랍니다. 그러니까 꼭 해오십시오. 반장은 수업 다 끝나고 계획서 모아서 선생님한테 가져다주세요. 그럼 다들 수업 준비하도록 하세요."


네-


반 아이들이 건성으로 대답했지만 유리는 그대로 다음 수업을 위해 문밖으로 나갔다.


"다들 들었지 대충이라도 써서 나한테 가져와 늦게 주면 그냥 제출할 거니까 알아서 해."


반장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그렇게 말하고는 다음 수업을 위해 패드를 꺼내고 있었다. 반 아이들도 수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지호만은 표정이 어두웠다. 다른 학생과는 다르게 기프트가 없는 지호는 무슨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진로를 기프트로만 정하냐. 그치?"


책상에 앉아있던 지호 옆에 진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진희를 보고는 한숨을 쉬던 지호였다.


"그러게나 말이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말은 그렇게 해도 너 표정 되게 어두워. 이제 보니까 거짓말 못하는 타입이구나?"


지호는 옆에서 자신을 놀리던 진희가 짜증 났지만 자신의 표정이 정말 어두웠는지 내심 궁금하였다.


"저 자식이 또..."


즐거운 듯 떠들던 둘을 멀리서 지켜보던 금발 머리 남학생에게서 살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아무튼 잘 적어서 내. 안내고 혼나지 말고."


진희는 마지막말을 하고 자기 자리에 돌아갔다. 그런 진희를 보던 지호는 자신의 일상이 조금 바뀐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기 뒤에서 뿜어지던 살기도 느꼈다.


'누가 뒤통수가 뚫릴 정도로 자꾸 쳐다보는 것 같은데 지금 뒤돌아보다 눈 마주치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다.' 자신의 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낀 지호는 오전 수업 시간 내내 뒤돌아 볼 수 없었다.




● ● ●




"분명히 이쪽이 갔는데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누더기 차림의 길고 흰머리가 눈에 띄는 소녀가 주변을 서성이며 급하게 걷고 있다.


"분명 같은 옷을 입은 자들이 이쪽으로 갔을 터인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소녀는 지나가던 동물도 사랑에 빠지게 될 것만 같은 미모였지만, 소녀의 얼굴에는 초조함만이 잔뜩 묻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소녀의 품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읏!


소녀의 품에서 튕겨져 나온 것은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끼 길고양이 한 마리였다.


"무슨 일이냐. 내 품 안이 답답하였느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소녀가 고양이에게 말하였다. 고양이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따듯한 말에 고마운 듯 몸을 쪼그려 앉은 소녀에게 비벼댔다.


그것도 잠시 마음을 다잡고 무언가에 홀린 듯 소녀의 걸음걸이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 기다리거라."


고양이는 기다리라는 소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앞으로 혹은 옆으로 하염없이 움직였다. 너무 재빠른 나머지 시야에서 고양이를 놓쳐 난처해진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자신을 기다리듯 앉아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이번에는 이렇게 걱정시키는 것이냐. 그때 거두지 말았어야 했어."


고양이는 숨을 헐떡이면서 약간의 후회가 섞인 말을 내뱉은 소녀를 신경도 안 쓰는 듯 다시 소녀의 누더기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고개를 들자 소녀의 눈에는 큰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 안에는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남자와 여자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입은 옷은 소녀가 찾던 사람이 입고 있던 것이기도 하다.


"그래 여기다! 여기 있는 것이 틀림없다. 너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와 준 것이냐? 그런 줄도 모르고 그만 너에게 나쁜 소리를 해버렸구나. 진심을 다해 사과하마."


소녀의 똘망똘망한 눈동자에서 빛이 쏟아졌다. 곧바로 자신의 품속에 있던 고양이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는 소녀였다.




● ● ●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던 지호는 가방에서 빵을 챙겨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한지호 나 좀 볼까?"


뒤에서 들어온 어깨동무는 흡사 양아치들이 꼬맹이들의 삥을 뜯기 위해 친한 척 위장하기 위한 그것과 같았다.


"날? 왜, 내가 뭐 했었나?"


지호의 진심의 진심의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다. 지호는 알 수 없었다. 이 동네 양아치 같은 놈이 뭐 때문에 자신을 위협하려 하는지.


"보자면 보는 거지 말이 많아."


어깨에 올린 팔에 힘이 들어간 것을 느낀 지호는 점심에 먹을 빵을 포기하였다.


진희는 반 양아치에게 어깨동무를 당하며 나가는 지호가 이상해 보였다.


학교 뒤편 소각장, 다섯 명 정도되는 남학생들이 지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중에 금발의 올백머리 남학생이 지호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곤 잔뜩 움츠려있는 지호에게 금발의 남학생이 말하였다.


"너가 요즘 자꾸 내 눈에 밟혀서 내 기분이 몹시 안 좋아. 그래서 너에게 작은 충고 하나 해주려고."


"무-무슨 ......컥!"


지호의 배에 강철로 된 주먹이 꽂혔다. 지호는 숨쉬기가 괴로운 듯 침을 흘리며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쓰레기 주제에 맷집 하나는 죽여주네."


금발의 학생 뒤에 있던 남학생이 지호를 보고는 말하였다.


"이 녀석 대단한데? 주철이 주먹을 정통으로 맞고도 서있는 녀석이 그리 맞진 않은데"


옆에 있던 다른 남학생이 진심으로 감탄한 듯 말하였지만, 이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 꼴이었다. 주철이라는 금발의 남학생은 주먹에 더욱 힘을 실어 때리기 시작했다.


"기프트도 없는 게 어딜 감히 설 처!"


처음 공격의 데미지가 큰 탓인지 지호의 가드가 느슨해졌다. 주철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연타를 퍼부었다.


한참을 때리던 주철의 주먹이 멈추더니 지호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며 말하였다.


"충고한다는 걸 깜박했네. 앞으로는 김진희랑 말도 섞지 마라. 아니 같은 공기에서는 숨도 쉬지 마. 알겠냐?"


아아-, 그런 거였어? 고작 그런 이유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맞은 거야? 그래 뭐 원하는 대로 알겠다고 대답하고 당장 이 아픔에서 벗어날 수도 있어. 예전에 나였다면.


근데, '그런 말'을 듣고 나면 아무리 나라도.


"알겠다고 할리가 없잖아. 난 너같이 한심한 놈이랑 같은 취급 받고 싶지 않은걸? 헤헤"


한쪽 눈을 뜨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지호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렇다 이거지... 그럼 알겠다고 할 때까지 맞자."


이마에 핏줄이 곤두선 주철이 지호의 머리채를 잡은 채 피범벅이 된 얼굴에 결정타를 날리려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만해!"


주먹이 지호의 얼굴 앞에 멈추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소리가 들린 곳에 멈췄다.


"이게 무슨 짓이야!"


저 멀리서 달려오던 진희가 주철과 지호의 사이에 멈춰 섰다. 진희는 양팔을 벌려 주철의 주먹을 가로막았다.


"이 이상 더하면 선생님께 말씀드릴거야."


"비켜 너는 상관없는 일이야."


차갑게 말하던 주철의 목소리였지만 그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지호는 알고 있었다.


"교내 기프트 사용은 교칙 위반인 거 몰라? 교칙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사항이니 만큼 선생님께서 알게 된다면 봉사활동 같은 걸로는 끝나지 않을 거야. 아니, 만일 가벼운 처벌로 끝나더라도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때 주철은 보았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과 글썽이던 눈물, 무서운 듯 떨고 있던 다리. 엄청난 공포를 느끼고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지호를 감싸고 있던 진희의 모습을. 그리고 그 모습에서 주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공포에 몰아넣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으니 한심하다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질투심이 생겨났다. 공포조차 극복하면서까지 지호를 보호해주는 진희의 모습에 질투하고있었다.


"다치기 전에 비켜."


"싫어. 안 비킬 거야."


완강한 그녀의 모습에 질투심이 극에 달한 주철은 더 이상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꺄-악!"


진희의 비명소리조차 주철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너 이 자식, 이게 무슨 짓이야!"


진희가 다치자 흥분한 지호였지만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 자신의 나약함이 이렇게나 한심했던 적이 또 있을까. 그 흔한 기프트가 없어서 자신의 소중한 사람조차 지킬 수가 없다.


이번엔 주철의 주먹이 지호의 얼굴에 사정없이 꽂히기 시작했다. 지호의 정신이 아득해 지려 하고 있었다.


쾅!


"그만하거라. 더 이상 나의 신도를 상처 입힌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누더기 차림의 소녀가 굉음과 함께 유유히 걸어오더니 주철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엔 꼬맹이냐. 한지호."


주철은 잡고 있던 지호의 머리채를 놓고 숨을 몰아쉬며 말하였다.


"다른데 가서 놀아라 꼬마야. 오빠들이 지금 무지 바쁘니......끄억!"


"용서하지 않는다 말했거늘. 참으로 어리석구나."


지호에게 손을 뻗으려던 주철은 영문도 모른 채 강한 충격과 함께 멀리 날아가 학교 벽에 부딫히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인해 주철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뭐, 뭐야 저 꼬맹이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 때문인지 주철의 무리가 당황하였다.


"어서 저 자를 챙겨서 가도록 하여라.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나의 신도를 상처 입힌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품격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말투에서 남학생들은 자신과는 격이 다르다고 느낄 수 있었다. 황급히 주철을 들고 소녀를 경계하며 건물 너머로 사라졌다. 소녀 또한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빈틈없는 모습으로 서 있다가 이내 경계심을 풀고는 지호의 곁으로 다가갔다.


"오랜만이구나. 한지호."


"너는 대체..."


지호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아이의 그리움이 담긴 한마디와 그녀의 미소였다.




● ● ●





"보스, 그녀를 찾았습니다."


그 시각 학교 건물 옥상 검게 물든 그림자 하나가 비장하게 서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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