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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선생 님의 서재입니다.

작은 신의 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장돌선생
작품등록일 :
2018.06.04 01:15
최근연재일 :
2018.11.28 10:5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85
추천수 :
6
글자수 :
32,370

작성
18.06.07 03:40
조회
46
추천
1
글자
9쪽

만남(1)

.




DUMMY

어두운 방,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위잉.


철컥.


띡-


간결한 기계음과 동시에 어둠이 가시고 밝은 빛이 5평 남짓의 집 안을 가득 채운다.


"다녀왔습니다."


지호는 불을 켜고 제일 먼저 작은 액자에 가볍게 인사하였다. 가방을 내려놓고 비에 흠뻑 젖은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물소리와 함께 지호가 씻는 소리가 들려 왔던 탓인지 하루종일 고독으로 가득 찼던 집 안을 물소리가 달래주는 느낌이었다.


물 끄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뿌연 열기와 함께 수건으로 아래만 가린 지호가 나왔다. 노출된 상반신은 제법 근육이 붙어 있었다.


위잉.


철컥.


갑자기 열린 문에서 날카로운 눈을 가졌지만, 제법 미인인 긴 생머리의 여성이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익숙한 듯 들어왔다. 그녀는 짐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어 집 안으로 들어오다가 상반신을 드러낸 지호를 보더니 잠시 멈칫하였다.


"아 진짜 유리 누나-! 제발 초인종 좀 누르고 들어 오라고. 아니면 노크라도 하던가."


두 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위아래를 가리려는 지호였다. 애석하게도 그런 지호가 재밌었는지 유리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뭘 우리 사이에 가리고 그러냐 누나 섭섭하다. 어렸을 땐 같이 목욕도 하고 잠도 잤으면서. 그리고 너 말대로 했으면 안 열어 줬을 거잖아."


그녀의 말에서 약간의 섭섭함이 묻어났지만, 티가 나지 않도록 장난을 친다.


"오, 보인다 보여."


얄미운 표정으로 지호의 몸 구석구석을 훑어보는 유리의 눈이 더욱 날카로워짐과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지호는 물기도 다 마르지 않은 몸으로 빠르게 옷을 챙기고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갈아입고 나왔다.


"나도 이제 2년만 있으면 성인이라고. 어릴 때 누나만 찾던 코찔찔이 꼬마라고 생각하지 말아줘."


샤워실의 열기 때문에 그런지 부끄러워 그런 것인지 지호는 붉어진 얼굴로 작은 의자에 앉았다. 유리도 따라 들어가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오늘 너 생일이잖아."


깜박했다. 아니 지호는 잊고 있었다. 어릴 적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지호의 생일을 축하해줄 가족도, 친구도 없었으며, 10년 전 부모님을 잃었던 날이었기에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특별히 이 누나가 손수 생일상을 차려 주려는 것이지. 영광으로 알아. 아직까지도 너 말고는 나의 음식을 먹어본 자가 없단다."


자신의 생일임을 떠올린 지호의 얼굴에 그늘이 끼려는 것을 눈치챈 유리는 지호가 어두워지기 전에 밝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지호도 자신을 신경 써주는 유리의 말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요리하기 전에 집 정리부터 하자. 혼자 살아도 정도가 있지. 옷을 벗었으면 잘 개놔야지 이렇게 막 벗어 놓으면 어떡해."


유리는 못마땅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널브러진 옷을 주웠다. 그런 유리를 보던 지호는 아차 싶은 마음을 숨기려고 하였지만, 표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옷이 왜 이렇게 축축해. 혹시 비 맞고 온거야? 내가 아침에 줬던 우산은 어쩌고."


"그거 음... 바람에 날아갔어."


사실대로 말하면 귀찮아질 거라고 생각한 지호는 대충 둘러대며 말하였다.


"그보다 나 배고파 정리는 내가 할 테니까 요리해줘. 누나 요리 빨리 먹고 싶어."


"알겠어. 오늘은 특별히 너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랑 불고기 해줄 테니까. 정리 똑바로 하고 있어. 그럼 간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


"앗싸! 맛있는 김치찌개, 맛좋은 제육볶음. 아, 김치찌개는 많이 끓여줘 두고두고 끓여 먹게. 내가 하면 도통 누나의 김치찌개 맛이 안 나거든."


어떻게든 잘 둘러댄 지호는 요리 준비를 위해 짐을 풀던 유리의 눈을 피해 대충 정리 하고 있었다.


찌개 끓는 소리와 재료를 손질하는 칼질 소리가 집 안에 퍼지면서 생기가 돋아났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와도, 휴일이라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 거려도, 둘이 있으면 번잡한 이 집조차 지호에게는 빈 공간으로만 느껴졌다. 이렇게 가끔 안부 확인 하듯 쳐들어오는 유리가 없었다면 지호는 지금쯤 고독에 삼켜졌을 것이다.


새삼 고마움을 느낀 지호는 '좋았어! 다 먹어주겠어!' 라고 생각하며 바지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있었다.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유리가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테이블 위에 세팅하고 있었다. 침만 꼴깍거리던 지호는 테이블 위가 허전 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곧바로 수저를 놓고 밥도 가득 채워서 테이블의 양쪽에 놓았다.


"자 이제 먹어 볼까나."


뚜껑이 닫혀있던 냄비를 열자 자글자글 먹스럽게 끓고 있던 김치찌개가 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없어 점심을 가볍게 빵으로 때웠던 지호는 누가 뺏어갈까 봐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런 지호를 보던 유리도 기분 좋게 먹기 시작했다.


"누나, 그러고 보니까 누나 아직도 학교에서 나한테만 반말 쓰더라. 그거 고치라고 했잖아. 누구는 꼬박꼬박 존댓말 해주는 구만."


지호는 맛있는 밥을 먹어서 할 말이 생각났는지 조금 느린 페이스로 먹으며 유리에게 말했다.


"나도 알아... 알고는 있는데, 화가 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지. 그러게 누가 수업시간에 퍼질러 자라 그랬어?"


뜨끔거리던 지호는 오랜만에 음식다운 음식을 먹다 보니 잠시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거는... 아무튼, 나는 나한테만 친근하게 굴어서 다른 애들이 오해하면 골치 아파지니까 그런 거지. 솔직히 이렇게 교사가 학생 집에 드나드는 것도 다른 애들이 보기라도 해봐 상상 이상으로 피곤해질걸? 그러니까 내 말은, 학교에서만이라도 조심하자- 이거지."


"알긴 알지. 그런데 맘처럼 쉽지가 않다. 8년을 이렇게 지냈는데 갑자기 바꾸라는 거는 내겐 너무 버겁다."


잘 넘어갔다고 속으로 한숨 돌리던 지호였다.


"그보다 아까는 미안해. 나 때문에 분위기 또 안 좋아졌잖아."


"맛있는 거 해줬으니까 이번엔 특별히 넘어가 주도록 할게."


조심스럽게 건넨 유리의 사과를 지호가 장난으로 받아치자 괜히 사과했다 싶은 유리였다.


둘은 다른 가정집처럼 맛있는 밥과 함께 오늘 있었던 일 저번에 있었던 일 오래전에 있었던 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늘 덕분에 배불리 먹었어. 고마워 누나."


"뭘 이 정도 가지고. 에헴"


"다음에는 꼭 말하고 들어와."


"문이나 잘 열어주고 말하시지? 뭐 됐고, 이 누님은 이만 간다."


돌아갈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유리였다. 잠시 유리가 나간 문을 쳐다보던 지호는 쓸쓸한 모습으로 항상 있던 자리에 앉았다.




구름에 가려져 달빛조차 들지 않는 깊은 밤, 비가 그쳤지만 축축한 땅이 한껏 분위기를 잡아주는 어느 골목에 그림자 하나가 서성이고 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서성이던 그림자 뒤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여기에도 없다. 거기는 어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선배, 10년이나 못 찾은 녀석을 어떻게 찾습니까."


건장한 체격에 모든 옷을 검은색으로 입은 남성이 스타일리쉬한 앳된 얼굴의 소년에게 다가가 물었지만, 소년은 투덜대기만 할 뿐이었다.


"진짜 위에는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 우리가 할 짓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시간 낭비나 해야 하냐구요. 그죠 선배?"


"조용히 하고 나머지 구역까지 확인하고 연락해."


검은 차림의 남성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벽과 벽 사이를 딛고 빌딩 위로 사라졌다. 불만을 더 늘어놓기 전에 할 말만 하고 사라지는 선배가 야속하기만 했던 소년은 혼자 툴툴거렸다.


"치-, 이게 뭐냐고, 이런저런 활약으로 실적 쌓아서 초고속으로 진급하고, 돈 많이 벌어서 유나 씨한테 청혼하려던 나의 크나큰 계획이... 이런 꼬맹이 때문에 막히다니."


자신의 계획이 뜻대로 되지않아 신세를 한탄하던 소년이 확인차 꺼내든 사진에는 에메랄드빛 눈을 가진 백발의 아름다운 소녀와 소녀보다 작은 키의 소년이 비춰졌다.


"하-, 그렇다고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지. 빨리 둘러보고 선배나 찾으러 가야겠다."


소년은 사진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였다.


"웃-차, 그럼 가볼까. -기프트 헤르메스의 신발."


조그만 빛이 발에 모여들자 금세 날개가 달린 신발이 생겼다. 소년은 신발 앞꿈치를 바닥에 툭툭 치더니 눈 깜짝할 새에 하늘로 날아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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